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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인 러브 위드 문피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뭇찌
작품등록일 :
2019.04.29 13:37
최근연재일 :
2019.05.01 15:2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777
추천수 :
14
글자수 :
14,994

작성
19.04.29 20:09
조회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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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각성은 이렇게 하는 거다

DUMMY

소설 속으로 들어와서 이젠 웹소설을 쓰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지만, 조금 아쉽기도 했다.

다음 작품은 정말 명작 웹소설들의 정수만 뽑아내서 재밌는 거 써보려고 했는데.

사실 뭐가 재밌는 건지 몰라서 그러려고 해도 못 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제 그건 됐다.

그런 것보다 이제 내가 벌어 먹고사는 게 중요하다.

열 살 어려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호의호식하면서 살고 싶다.

잘못하다 세계가 멸망할까 걱정도 되긴 하는데, 주인공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EX급 자살헌터’의 주인공 주공자는 죽으면 하루 전으로 돌아가서 될 때까지 계속 부활하니 솔직히 세계 못 구하는 게 더 힘들다.

그런데 돈을 벌려고 해도 이게 문제였다.

헌터물 배경에서 주인공들은 당연히 헌터 일로 돈을 버니까 돈을 벌려면 나도 헌터가 되어야 한다.

각성하는 방법이야 알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덜컹.

방문이 열렸다.


"너, 뭐 하는 거야?"


내 여동생 하얀이가 말했다.

참고로 하얀이는 평범한 여동생이 아니다.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에게 기본적으로 하나씩 배급되는 여동생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말 그대로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주인공을 무시하는 예쁘기만 한 여동생이란 이야기다.

게다가 앞으로 대학 갈 때가 되면 등록금이 없어서 학업도 포기할 그런 전형적인 여동생.

실제 내 여동생은 아니다. 나는 여동생이 없었으니까.


"나 지금 각성 중이야. 방해하지 마."


이렇게 말하면서도 괜히 부끄러웠다.

지금 나는 영락없는 염제 오타쿠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모니터에는 염제 사진이 나오고 있고,

벽에는 염제 포스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게다가 마우스패드도 염제가 그려진 굿즈였다.

헌터는 연예인을 뛰어넘는 위상을 가져서 이런 물건들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결국 이런 걸 사는 놈들은 대체로 오타쿠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차라리 헌터 랭킹 1위 ‘구세주’인 한세준의 굿즈를 사면 모를까 예쁜 여고생인 염제의 굿즈만 산다면 그건 100%였다.


"각성은 무슨 각성. 벽에 여자 사진 붙여놓고 이상한 소리 하는 게 각성이야?"


"내가 염제가 되고 싶다고 계속 중얼거리면 언젠가 염제처럼 될 수 있어."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EX급 자살헌터의 주인공 주공자도 이렇게 해서 능력을 얻었다.


"···무슨 아이유 최면 같은 거야? 자기가 아이유다, 아이유다 하면 아이유처럼 되는 거?"


여동생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원래 각성은 이렇게 하는 거야."


"또 인터넷에서 이상한 거 읽었지?"


전혀 못 믿는 눈치다. 이해는 한다.

어차피 판타지 소설에서 여동생은 연예인 뺨치게 예쁜 거 빼면 거의 쓸모가 없는 종족이다.

나중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친한 친구를 내 신붓감으로 데려오기는 하지만.

결국 그 친구는 장점이 여고생에 예쁘다는 것밖에 없어서 내 신부가 되지는 못한다.


"좋은 거 하나 알려줄게. 네가 무언가를 굉장히 하고 싶다고 바라면 헌터로 각성할 수 있어."


"안되는데?"


여동생이 의외로 말을 잘 들어줬다. 이제 보니 기특한 면도 있었다.


"뭘 하고 싶었는데?”


내 여동생이 뭐가 하고 싶은지 궁금해졌다.


"헛소리하는 거 한 대 때려주고 싶었는데 헌터로 각성 안 되는데?"


이게 여동생의 문제점이다.

나중에 내가 등록금을 내주거나 왕따당하는 걸 구해주면 참회하고 착한 여동생으로 진화하지만, 그 전까지는 이렇게 불량 여동생이다.

이런 전통적인 한국 여동생은 전개 속도가 빨라진 웹소설 환경과 맞지 않는다.

예전에야 독자들이 이런 여동생들을 귀엽게 봐줬지만, 시대가 살벌해지다 보니 요즘은 나오면 죽이자는 댓글이 달리게 된다. 그래서 소설 주인공들의 여동생 비율이 개선된 긍정적인 효과는 있긴 한데, 솔직히 바람직하다고 말할 결과는 아닌 것 같다. 심지어 주인공을 싫어하는 사람이 전 세계에 한 명도 없는 소설도 많아졌으니까 말이다.


"네가 진심으로 간절히 원해야 해."


그래도 여동생이 헌터로 각성하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어느 정도로?"


"예를 들면, 읽고 싶은 러시아 소설이 번역이 안 됐는데 너무 읽고 싶어서 미쳐버릴 정도면 각성할 수 있어."


"그 정도로 읽고 싶으면 러시아어를 배우면 되잖아."


그건 확실히 정론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소설 속.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그걸 설명하기가 까다로웠다.


"아무튼 내 말이 맞아."


"맞기는 뭐가 맞아! 바보야!"


이놈의 여동생이.

빨리 각성하고 옷 사줘서 오빠 없으면 못 사는 여동생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왜 하필 여자인 염제가 되고 싶은 건데? 변태 아냐?"


하얀이는 그렇게 말하고 휙, 하고 가버렸다.


"아니거든!"


정말 진이 다 빠졌다. 그렇다고 여동생한테 EX급 자살헌터의 주인공은 염제를 동경해서 각성했다는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문을 잠갔다.


"문은 왜 잠가? 야동 보지?"


"안 보거든."


나는 야한 만화 사이트를 켰다.

전에는 동생이 없었어서 갑자기 생긴 여동생이 귀엽기는 하지만 솔직히 감당이 되지 않는다.

자위를 하려니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이 세계가 소설이면 누군가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원래 중요한 장면이 아니면 생략될 테니까 걱정할 필요 없겠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혹시 보고 있으면 추천하고 선작해주세요.

그런데, 운이 좋았다.

오늘 마침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왔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 작품에선 몇 권째 공략되지 않았던 졸린 눈 선배가 드디어 참전했다.

나는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고, 바지와 속옷을 벗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번역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시무룩해졌다. 갈 곳 잃은 손이 처량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중대 문제였다. 나는 단순히 육체적인 부분만 탐닉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녀와 정신적으로 교감하고 싶었다.


제발 누가 번역 좀 해줘!

그렇게 생각했을 때.


“힘을 원하는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분명 ‘규격 외 등급 해석가’가 각성하는 장면이었다!


“네게 힘을 주겠다.”


대박!


“와아아!”


나는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야한 걸 한국어로 보고 싶었을 뿐인데 설마 해석가로 각성하게 되다니.


“무슨 일인데?”


그때,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내 잘못도 아닌데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듯했다.

나는 인터넷 창을 끄면서 황급히 속옷과 바지를 입었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이미 늦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놈의 문은 분명 잠가도 힘을 주면 이상하게 그냥 열렸다.

여동생이 경멸하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변태 새끼.”


그리고 한마디하고 가버렸다.


“왜 들어왔어! 각성해서 그렇거든!”


빼애액 소리를 질렀다. 부끄러워서 죽고 싶다. 당장 각성했다는 사실도 말했기야 했는데, 솔직히 믿어줄 것 같지가 않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헌터로 각성한 건 금방 보여줄 수 있고, 그럼 오해도 풀리겠지.


“상태창!”


곧장 상태창을 외쳤다. 그런데 상태창이 뜨질 않았다.


“상태창!”


뭐야 이거. 왜 안 돼?

인터넷에 검색해보려고 모니터에 눈을 돌렸더니 광고창이 눈에 들어왔다.

‘힘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당장 접속하라!’

나는 그 광고에 마우스를 올렸다.


“힘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당장 이터널 헌터 온라인에 접속하라!”


알고 보니 게임 광고였다. 정말 허무하고 부끄러운 이야기였다.

따지고 보면 이런 것으로 각성하는 게 말이 안 되긴 했다.

그렇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각성했다고 말한 게 변명이 되어버린 게 문제였다.

결국 자위하다 여동생한테 들켜서 각성했다고 핑계 댄 이상한 오빠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각성 잘 했어?”


거실로 나오자, 여동생이 물었다.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상기되었다..


“곧 할 거야.”


“무슨 오빠가 여동생한테 딸치는 것도 예고해? 미친 거 아냐?”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또 휙,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이놈이!

그래도 참기로 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이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여동생의 폭력은 계속되었다.


“각성했어?”


“아직 못 했어.”


“금딸도 하고 기특하네.”


하고 또 휙, 하고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이놈이!

그러더니 어느날은 내 방에 와서 손등으로 코를 막았다.


“뭐야, 냄새. 각성했어?”


이놈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내 방문을 잠그고 폐관 수련했다.


“또 각성하려고?”


여동생이 또 놀렸다.

염제처럼 되고 싶다.

하루빨리 헌터로 각성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이 집에서 살지 못할 것 같았다.

나는 염제가 그려진 쿠션을 꼬옥 껴안고 염제처럼 되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가 않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주인공이 각성하는 건 대부분 여자친구에게 차인 뒤였다.

이대로는 평생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염제에게 당하는 상상을 했다.

일단 염제랑 나는 사귀는 사이다. 염제가 내게 고백했는데 내가 받아준 것이다.

나는 지고지순하게 염제를 아끼고 사랑해서 서로 혼전순결까지 약속했다.

그런데 갑자기 염제가 S급 헌터로 각성을 하고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너보다 돈 많고, 키 크고,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 사귈 거야.’


하면서 말이다.

나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항변했지만, 염제는 나를 순식간에 불태워서 잿더미로 만들고 담배로 말아피웠는데 뉴스에도 안 나오는 거다.

그렇지만 나는 그 순간에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돈 많고, 키 크고, 잘생기고, 능력 있는 재벌 3세랑 사귀고 말이다.

나는 억울해서 눈물을 흘렸다. 염제가 되고 싶었다. 내가 염제면 그렇게 안 했을 텐데.

망상이 극에 달한 순간.


“힘을 원하는가?”


나는 각성했다.


“그렇다면 네게 주지!”


공중에서 빛나는 카드가 생겨났다.


[사도(邪道)]

랭크 : SSS

효과 : 알고 있는 대상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효력은 대상의 이해도에 비례합니다.


이번에는 진짜였다!

나는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여동생이 있는 거실로 갔다.


“나 각성했어!”


내 말을 들은 여동생이 경악했다. 그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너, 얼굴이 왜 염제처럼 됐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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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불가마 공략 +2 19.05.01 120 3 8쪽
3 구하지 못한 세계 +1 19.04.30 103 3 11쪽
» 각성은 이렇게 하는 거다 +3 19.04.29 228 3 11쪽
1 소설 속 엑스트라 +2 19.04.29 327 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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