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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인 러브 위드 문피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뭇찌
작품등록일 :
2019.04.29 13:37
최근연재일 :
2019.05.01 15:2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778
추천수 :
14
글자수 :
14,994

작성
19.04.29 13:38
조회
327
추천
5
글자
5쪽

소설 속 엑스트라

DUMMY

"제가 세계를 구하겠습니다."


TV 속의 잘생긴 남자가 떠든다.

그의 이름은 한세준.

구세주라고 불리는 헌터 랭킹 1위의 S급 헌터다.

하지만 그 실체는 휘황찬란한 그림자 속에 암약하며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품고 있는 흑막.

'슬레이 더 히어로'의 최종 보스다.


이어서 담배를 피고 있는 천사 같이 아름다운 여자에게 카메라가 향했다.


"뭘 꼬라봐?"


그녀의 이름은 유수희.

염제라고 불리는 헌터 랭킹 2위의 S급 헌터다.

'EX급 자살 헌터'의 초반 악역이다.

원래 소설 속에선 1위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래도 소설들이 섞이면서 좀 밀린 것 같다.

하기야 구세주는 라스트 보스고, 염제는 초반 악역이니 염제가 2위인 게 맞겠다만.

이미 수천 개의 소설들이 섞인 지금은 확신할 수 있는 게 얼마 없었다.

하나 있다면.

지금 세계에는 몬스터가 나오는 게이트가 열렸고.

나는 그 세계의 엑스트라라는 것이다.

헌터물의 전형적인 설정이다.

게다가 엑스트라물까지 섞였다.

사실 소설 속에서 엑스트라가 되었다는 놈들은 결국 5화 안에 사기 능력 얻으니까 죽어도 엑스트라가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나는 몇 달째 백수로 지내고 있으니 아무래도 엑스트라인 것 같긴 하다.

아니, 백수는 아니지. 학교는 다니니까.

어려진 건 좋았다.

나는 메모장에 괜히 내 신상을 적어보았다.


이름 : 이하윤.

나이 : 27살에서 17살이 됐다.

직업 : 웹소설 작가 지망생(무직)에서 학생.

경력 : 문피아 공모전에 참가했다가 쓴맛을 보고 포기했다.


이렇게 보면 꼭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라 소설 주인공 설정 같다.

잘 팔리는 작가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

나 같이 꼭 뭔가 안되는 녀석들만 들어간다.

인생 패배자들을 주인공으로 해야 독자들이 몰입하기 쉬워서 그렇다.

그런데 이건 내 원래 인생이다. 무슨 소설 설정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씁쓸했다.

신춘문예 당선. 그때는 내가 천재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 이전부터 줄곧 확신하고 있었다. 그 생각에는 오만도, 불손도, 방자함도 없었다. 분명 진실이 있었다. 나는 내가 쓴 이야기들을 읽고 자문하고, 자답하고, 내 자신이 천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고고하게 만화나 판타지 소설을 무시했던 나다. 헤세의 소설도, 카프카의 소설도, 헤밍웨이의 소설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도 간단히 이해했던 나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교수나 평론가가 하는 말들을 그대로 읊는 바보들하고는 달랐다. 그런 나였기에 신뢰할 수 있었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소설을 쓸 수 있는 천재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자,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글을 쓰게 되었다. 쓰고 있는 나조차도 사랑할 수 없는 조잡하고, 불쾌하기만 한 글이다. 화려했던 문체는 더 이상 그 조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웹소설 작가들을 흉내내려 했지만 본질적으로 그들의 소설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싱숑의 소설도, 지갑송의 소설도, 파르나르의 소설도, 그 어느 웹소설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이 하는 말들을 바보처럼 읊었다. 그런 나였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끝이었다.

아직 독자들의 생각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노가다꾼이 헌터로 각성하는 소설이 많은데, 그건 노가다꾼이 보면 즐거운 걸까?

노가다를 하다가 불현듯 헌터로 각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엄청 슬플 것 같은데.

그게 헌터물 보는 사람들은 일하다가 상사한테 한 소리 들으면 아, 헌터로 각성해서 직장 때려치고 싶다, 고 생각하는 건가?

웹소설을 모르니까 독자들이 무슨 감정으로 읽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공모전 끝난 뒤에는 여러 소설을 분석해서 제대로 한 번 써보려고 했는데.

설마 내가 소설 속에 들어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사실 소설 속에 들어간 게 아니고, 나는 원래 소설 속의 등장인물인데 그런 설정인 거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문제이긴 했다.


"구연 길드 길드장 한유나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 세계가 소설이라면.

가장 중요한 건 모든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다.


'무한서재의 계약자.'


그 녀석, 어디에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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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구하지 못한 세계 +1 19.04.30 103 3 11쪽
2 각성은 이렇게 하는 거다 +3 19.04.29 228 3 11쪽
» 소설 속 엑스트라 +2 19.04.29 328 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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