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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이야기.


[뒷 이야기.] <회색시대>프로토 타입.

아직 연재도 끝나지 않은 글 뒷이야기 부터 꺼내기가 면구스럽지만, 그냥 잊고 싶지 않아서 풀어놓는 썰이다. 몇 번 언급했듯이 <회색시대>는 <베딜리아 성무일지>를 연재하기 전 부터 기획해다 엎고, <마법사의 보석>쓰기 전에 재기획했다가 엎고, <꿈을 훔치는 도둑> 쓰기 전에 재기획했다가 엎었던 글이다. 엎은 원인은 여러가지 있지만 일단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 3번이나 엎었더니 <이름없는 기억>과 <달이 숨쉬는>때는 기획조차 안하고 묵혔던 글이다. 


이 엎은 기획을 두고 개인적으로 ‘프로토 타입'이라고 하는데, 3번 엎은 만큼 3번의 기획역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미 버린 설정들이므로 연재가 끝나기 전에 풀어도 무방할 듯하여 끄적여 본다. 


제 1 프로토 타입에서는 좀더 말랑말랑했다. 현재 혜인이 하고 있는 역할을 진이 하고 있으며 (도둑질!), 그 당시 혜인은 오르트와 세이즈의 역할을 섞어 하고 있었다. 말랑말랑하다는 것은 시대가 좀 더 말랑말랑해서 지금처럼 아무나 잡아 족치는 시대라기 보다는 단순한 그림 금지의 시대였다. 한 삼십페이지? 오십페이지? 정도 쓰다가 엎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라고. 실제로 이제 처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오십페이지 마지막 즈음에서 학교에서 교사를 하던 혜인이가 혁명단 학생들로부터 꼬심을 당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 프로토 타입의 원본은 아쉽게도 존재 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저장된 USB가 강제포맷된 관계로. 내 손발을 위해서는 다행일지도 모른다. 


제 2프로토 타입은 <베딜리아 성무일지>를 끝내고 뭘 써야 하나 생각하다가 예전에 엎었던 기억을 떠올려 다시 한 번 기획을 했다. 덜 말랑거리게 했지만, 다시 돌이켜 보면 제 1타입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설정만 다시 짜고 실제로 글을 쓰지는 않았다. 이 설정에서 1프로토 타입과 달라진 부분은 <베딜리아 성무일지>에서의 선생님의 등장이었다. 선생님 그 역할 그대로, 그러니까 ‘역사책을 쓰는 사람'으로서 혁명을 관찰한다. 비중이 큰 것은 아니었다. 혜인과 진의 뒤를 지켜보는 관찰자로서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러다보니 문제가 무지하게 꼬이고 복잡해졌다. 아무도 안 알아주는 시대와 세계의 설정 충돌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폐기하였다. 물론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지만. 


제 3프로토 타입은 지금과 조금 더 근접한 기획과 설정이었다. 하지만 카르가 몰랑몰랑한 상태였다. 애매했다. 더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시대/세계 배경으로 장편을 두편 쓰다보니 여기에 자꾸 집착, <회색시대>는 이와 관련할 수 없음에도 자꾸만 연결시켜 버리려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봉인하게 된다. 그래서 그 다음글인 <꿈을 훔치는 도둑>으로 불쑥 넘어가게 되었다.  현대물로! 가끔 강조하지만 <꿈을 훔치는 도둑>은 지극히, 당연히, 당연하게도 어반판타지이자 현대판타지이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통탄할 일이다. 


3번의 설정과 기획을 반복한 후 봉인 해제 하여 지금 연재 직전에 다시 짠 이야기와 설정은 초창기와 다른 것들이 꽤 많이 생겼다. 아니, 많이 생긴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달라졌다. 오롯이 남은 것은 그림과 마법, 그리고 인휘이다.

버리고 지운 시간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걸 실현해내는 것이 지금 연재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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