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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 경찰의 수사기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9.02 19:23
최근연재일 :
2023.09.29 20:1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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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9
추천수 :
18
글자수 :
143,962

작성
23.09.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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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감춰진 흔적들

DUMMY

교도소 입구에서부터 교도관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염태인과 임서현이 다가가자 역시 앞을 막아섰다.


“오늘은 면회가 안 됩니다.”


교도관의 획일화된 딱딱한 답변이었다.

염태인과 임서현이 신분증을 보여줬다. 그제야 교도관은 비켜섰고,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고수진이 어디서 죽었죠?”


내부에서 멍한 표정의 교도관을 찾아낸 염태인이 물었다.


“네? 아! 네.”


무언가 홀린 듯한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사건에 연관이 된 인물 같았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네. 죄송합니다.”

“시신을 당신이 발견한 겁니까?”


염태인의 물음에 교도관이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발견했습니다.”

“어디서 찾았죠?”

“징벌방에서······”


그때 멀리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는 거야?”


고개를 돌아보니 우락부락한 사내들 여럿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건을 맡은 담당 형사들인 것 같았다.


“당신들 뭔데 내 판에 끼어들어?”


사내가 다가와 염태인 앞에 섰다.


“너 뭐야?”


염태인이 신분증을 내밀어 보여줘다.

물론 우락부락한 사내는 염태인의 경찰 신분증 따위에는 까딱하지 않았다.


“관할도 아닌 게 왜 여기까지 와서 기웃거려? 여기 먹을 거 없어. 너네 동네 가.”


말이 거칠게 나왔다.


[새끼, 말 더럽게 하네. 이럴 땐 너도 거칠게 나가는 거야.]


머릿속에서 장우혁이 자꾸 말을 걸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이 많았다.

물론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나온 것도 한몫했다.


“고수진을 내가 잡아넣었거든.”


우락부락한 사내에게 염태인이 한마디 했다.

그러자 그제야 그들은 염태인을 다시 한번 눈여겨봤다.


“아! 그 칼 맞은 형사? 기억나네. 동료 하나는 뒈졌다며?”


우락부락한 형사와 동료들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순간 코마 상태로 누워 있는 자신의 몸을 떠올린 염태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같은 경찰 동료가 칼을 맞았는데 너희들은 처 웃고 자빠졌네.”


염태인의 말에 이번엔 우락부락한 형사와 동료들의 표정이 굳었다.


[와우! 잘했어! 더 심하게 해도 돼! 여차하면 선빵 날려. 그게 나야!]


장우혁의 코치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씨발 뭐라고? 웃고 자빠져?”


우락부락한 사내가 염태인에게 당장이라도 덤빌 듯이 다가왔다. 그 순간 다른 동료 형사가 그를 말렸다.


“건드리지 마. 미친놈이야.”


역시 장우혁에 대한 소문은 어딜 가나 퍼져 있었다.


“검찰 담당 사건이에요. 조사 내용은 공유해줬으면 좋겠군요.”


임서현이 나섰다. 그녀의 말에 우락부락한 형사들은 멀뚱거리며 그녀를 보기만 했다.

임서현은 자신의 말은 다 끝났다는 듯 목격자로 여겨지는 교도관을 붙잡고 우락부락한 사내들을 지나쳐 갔다.

염태인도 그들 사이를 신경질적으로 뚫고 지나갔다.

멀어지는 그들에게서 뭔가 욕설 비슷한 것이 들렸지만 무시했다.


고수진이 죽었다는 징벌방은 활짝 열려 있었다.

좁고 긴 방은 정말 한 명이 누우면 딱 맞는 크기에 불과했다.

오픈된 변기에서는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런 곳에서는 한 시간도 보내기 힘들 것 같았다.


“상황을 설명해줘요. 이미 했겠지만 다시 한번······ 자세하게.”


임서현이 아직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지 못한 교도관을 달랬다.

교도관이 심호흡을 하고는 조금은 단단해진 표정을 지었다.


“아침 점호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교도관이 오늘 아침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상황은 단순했다.


아침 점호를 하며 상태를 살핀다.

징벌방은 문을 두드려 부르고, 잠을 깨운 후 대답을 듣는 것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고수진의 방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밖에서만 열 수 있는 문에 달린 작은 창으로 확인을 했지만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어 결국 문을 열고 확인해 봤는데 죽어 있더라는 것이다.


“어떻게 죽어 있었죠?”

“목을 맸어요.”

“뭘로 목을 맸죠?”

“입고 있던 수의를 엮어서······”


수의를 엮어서 끈을 만들고, 그것을 창살에 걸고 거기에 목을 맸다는 것이다.

불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가능하다. 하지만 편리한 방법이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무척 불편한 방법이다.


염태인은 창틀로 다가갔다.

이미 수거해갔는지 수의로 만들었다는 끈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목에 난 자국은 생각보다 가늘었다. 옷으로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보니 이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에 끈을 거는 것 자체가 무척 힘든 작업이다.

징벌방의 창은 밖을 볼 수 없다. 높이 달려 있어서.

그런 창의 쇠창살에 끈을 걸었다는 것이 오히려 목숨을 끊는 과정보다 더 힘들 것 같았다.


문제는 장소가 징벌방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곳.


“다른 징벌방에는 누가 있었죠?”

“그러고 보니 아무도 없었어요. 고수진 혼자였네요.”


교도관의 대답을 듣고 보니 어쩌면 그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 생각보다 쉬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없는데 뭔 짓을 한들 어찌 알겠는가.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상황을 180도 변하게 만든다.


“이게 뭐지?”


현장을 살펴보던 염태인이 뭔가 찾아냈다.

임서현과 교도관도 다가와 살펴봤다.

그것은 벽에 난 자국이었다. 무언가를 급하게 지운 흔적이 역력했다.


“뭔가를 지웠는데?”

“뭐를 지운 걸까?”


뭐가 되었든 급하게 지운 것은 분명했다. 그것도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현장 사진을 찍은 후 염태인과 임서현은 이제 담당 관할서로 향했다. 흔적에 대한 추궁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들이 찾아낸 증거들을 확인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


“아니 도대체 당신들이 무슨 권한으로 우리 사건 증거를 보겠다는 건데?”


교도소에서 만났던 우락부락한 형사가 신경질적으로 대응했다.

그들 앞에는 염태인과 임서현이 서 있었다.


“그러니까 이 사건에 검찰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지 않습니까.”


염태인은 최대한 예의 있게 대응했다.


[그냥 갈겨버려. 뭐 하는 거야? 저런 태도를 보면서도 화가 안 나?]


머릿속에서 장우혁은 길길이 날뛰었다. 현재 이 몸을 통제하는 게 염태인 자신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만약 장우혁이었다면 이 경찰서 안은 한바탕 난리가 났을 테니까.

상대가 경찰이든,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봐주지 않는 그의 성격이었으니까.


“그러니까 검찰 누구? 어? 누구?”


우락부락한 형사가 비아냥거리며 물었다.

아직 공식적인 수사가 아니다. 그래서 함부로 이름을 밝히는 부분은 조금 꺼려졌다.


“이런 얘기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임서현이 나섰다. 왠지 불길했다.

여기서 그녀는 분명 아버지 이름을 댈 거다. 임상훈의 이름을.

이들을 뒤에서 부리고 있는 게 임상훈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임서현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게 우선이었다.

염태인은 자신도 모르게 임서현의 입을 틀어막았다.


“웁 웁읍! 읍읍?”


임서현이 뭐라 말하려다가 염태인의 손에 입이 막히자 허둥거렸다. 그리고 그 광경에 경찰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임서현이 염태인의 손을 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말하지 마.”

“내가 뭘?”

“말하지 말라고. 그거 말하는 순간 정보가 넘어갈 수도 있어.”

“쳇.”


염태인이 하는 말을 그래도 알아차린 임서현이었다. 아마 뇌까지 근육은 장우혁은 못 알아들었을 거다.


[뭘 알아채? 무슨 소리야?]


거봐. 역시 못 알아들었다.

그때였다.


“그 검사가 납니다.”


경찰서에 서인범 검사가 직접 나타났다.

연락을 취해 상황을 설명했지만 여기까지 직접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경찰들은 새롭게 나타난 인물에 나름 긴장했다.

양복을 말끔하게 입은 서인범 검사는 누가 봐도 검사 그 자체였으니까.


“서인범 검사입니다.”


서인범이 자신의 검사 신분증을 보여줬다.

그제야 우락부락한 경찰을 비롯해 나머지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는 제 지시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을까요?”


서인범 검사가 미소 띤 얼굴로 형사들을 보며 물었다.


“그게······ 자살 사건을 왜 검찰에서 관심을 갖는 겁니까?”


우락부락한 형사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물었다.

확실히 염태인을 상대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


“이 친구가 고수진을 검거한 친구라는 건 알 겁니다.”


서인범 검사가 염태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사건 담당 검사가 나였습니다. 고수진과는 좀 과거부터 읽힌 게 있어서요. 이제 매듭을 좀 풀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서인범 검사가 물었다. 이렇게 묻는데 안 된다고 할 형사가 어디에 있겠나.

만약 안 된다고 하면 나중에 검사들에게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철저한 검사들이 해코지를 하기 시작하면 답도 없기 때문이다.


“조, 좋습니다. 하지만 사건 담당은 여전히 우립니다.”

“그건 마음대로 하세요.”


우리는 드디어 증거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갔다.

다양한 증거들이 모여 있었다.

고수진이 교도소에서 가지고 있던 개인 짐은 모두 가지고 온 것이다.


별다른 건 없었다.

개인 짐에서는 어딜 봐도 자살의 징후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자살할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염태인의 말에 임서현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봤다.


“맞아요. 자살 징후가 없어요. 자살을 하려는 사람은 대부분 자살에 대한 힌트를 남깁니다. 그런데 고수진은 그게 없어요. 지극히 충동적이었거나······”

“타살이거나.”


염태인이 끈을 집어 들며 말했다.

그 끈은 고수진의 목을 묶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증거였다.

수의를 엮어서 만든······ 끈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해 보였다.


“그게 왜요?”


서인범 검사가 물었다.


“아! 자국.”


임서현이 이제야 염태인이 끈을 가리킨 이유를 알아챘다.

끈은 목격자가 본 바로 그 끈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려 나가는 고수진의 목에 나 있는 흔적이었다.

이런 끈으로 날 수 없는 흔적이 목에 고스란히 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국?”

“사실은······”


서인범 검사의 물음에 염태인과 임서현은 교도소에서 만났던 교도관의 증언과 함께 자신들이 본 고수진이 목에 난 흔적을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고수진은 이 엉성해 보이는 끈으로 자살한 게 아니라는 거죠?”

“맞습니다. 더 가늘고 튼튼한 끈일 겁니다.”

“그런데 그런 끈은 보이지 않는군요.”


확실히 증거들 물품에 그런 끈은 보이지 않았다.

우락부락한 형사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자신들도 본 적 없다는 것이다.


“우린 모릅니다. 현장에서 찾아낸 그대로를 그냥 가지고 온 겁니다.”


정말일까?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경찰이 개입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어디서 틀어진 걸까?


[뭘 고민해? 당연한 거 아냐?]


그 순간 장우혁이 말을 걸었다.


‘당연하다니?’

[당연히 교도소지. 면회 영상도 지울 정도잖아. 그러면 시신 조작하는 건 우습지 않아? 경찰 오기까지 시간도 있고.]


당연한 추측이다. 그런데 이걸 염태인은 깨닫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우락부락하고 무식한 형사의 태도 때문에 이들이 사건에 연관이 있다고 착각한 것이 큰 실수였다.

교도소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살인의 흔적들이 지워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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