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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세상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 경찰의 수사기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9.02 19:23
최근연재일 :
2023.09.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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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962

작성
23.09.0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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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함정

DUMMY

염태인은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화면에 장우혁이 보낸 메시지와 첨부된 영상이 보였다.


[내가 찾아낸 거야. 그런데 이거 좀 이상해.]


단순한 메시지. 그러나 그가 찾아낸 것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염태인이 찾아낸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의심이 더욱 짙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지금이 그랬다.

영상에는 조은정과 함께 편의점에 들어온 남자가 찍혀있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편의점 카메라에 제대로 드러났다. 바로 서인범 검사.


물론 염태인의 기억에 서인범 검사가 과거 조은정의 학폭 사건을 담당하긴 했다.

그런 면으로 보면 인연이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그런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이 한참 지난 후 둘이 유흥가의 편의점에 함께 나타났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염태인은 고민했다.

사건의 범인은 이미 밝혀졌다.

조은정을 괴롭히던 한미연을 죽인 것은 최경민. 한광수의 횡포에 회사를 빼앗기고 자살한 일성건설 사장의 아들이다.

한광수를 죽인 것은 한미연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조은정이다.

두 사건의 범인은 명백하다. 그래서 서인범을 두 사건에 엮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연이었을까? 정말 우연일까?

우연히 서인범 검사가 조은정의 학폭 사건을 담당하고, 대한 건설의 불법 인수합병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것이?

그냥 우연으로 치부해도 좋을까?

의료사고에 연루된 세 명이 동시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도 우연일까? 그 사건이 미제인 것도?


도대체 서인범은 이 사건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정작 형사로서 그와 함께 사건을 수사한 적도 있었기에 전혀 모르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금은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다.


염태인은 컴퓨터 화면을 봤다. 그곳에는 메일이 아직 미완성인 채 남아있었다.

염태인이 서인범에게 보내는 메일이었다.

이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은 떠오르는 게 없었다. 서인범이라는 인물을 어떻게든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를 자극하는 수밖에.

그래서 선택한 것이 메일이었다.

염태인은 다시 천천히 자신이 작성한 메일을 읽어봤다.


[총 세 건의 사건이 있습니다. 두 건은 얼마 전 일어났습니다.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였지만, 두 사건의 범인을 서로 바꾸면 연관이 됩니다. 즉, 각 사건의 피해자가 다른 사건의 가해자를 죽인 교차 살인인 셈입니다.

그보다 전에 일어난 의료사망 사고의 피의자 세 명은 교통사고로 사망했지만 미제로 남았습니다.

이 사건들은 언뜻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서인범 검사님 당신이라는 점입니다.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염태인은 메일을 보내려 하다가 장우혁이 보낸 영상을 메일에 첨부했다. 마치 자신이 찾은 것처럼.


언제 답장이 올까?

답장이 아예 안 올 수도 있다. 아니면 버럭 화를 낼 수도 있다.

어쨌든 이제 메일을 보냈으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염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퇴근 준비를 했다.

그때였다.


딩동!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막 컴퓨터를 끄려고 할 때였다.


‘설마?’


염태인은 끄려던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아 메일을 열었다.


[만납시다.]


간단한 메시지였다.

메시지 아래에 장소와 시간이 나와 있었다.


[행복 공단 새벽 1시.]


행복 공단은 관할 구역의 끝자락에 있는 공단이다.

공단이라고는 하지만 퇴물이 되어가는 구역이라 점점 공장들이 문을 닫고 떠나 굉장히 을씨년스러운 곳이 되어가는 장소였다.

한때 꽤 많았던 직원들과 유동 인구는 현재 5분의 1로 줄었고, 상가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밤이 되면 가로등도 거의 없어 어둠에 잠기는 그곳으로 오라는 연락이다.

왜 하필 그 장소일까?


염태인은 장우혁에게 이 상황을 정리해 문자를 보내려 했다. 하지만 작성했던 문자는 결국 보내지 않았다. 대신 새로 다른 메시지를 작성했다.


[새벽 1시 30분까지 연락 없으면 내가 보내는 메시지의 장소로 와라.]


염태인은 이 메시지와 장소가 적힌 메시지를 장우혁에게 보냈다.

물론 예약 메시지로 보내 시간차를 두고 전송될 거다.

메시지를 받자마자 장우혁은 전화를 걸어서 무슨 일인지 따지듯이 물을 게 뻔했다.

당장 그의 목소리에 시달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장우혁을 현장에 데리고 가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다.

둘이 갑자기 현장에 나타난다면 상황이 변한다.

상대를 안심하게 만든 다음 상대방의 행동을 확인한 후 대처해야 한다.


염태인은 퇴근을 미루고 경찰서를 나와 약속 장소인 행복 공단으로 향했다.

30분쯤 먼저 도착한 염태인은 우선 공단 주변을 살폈다. 수상한 움직임이 없는지 확인해 보기 위한 것이다.


행복 공단 주변은 고요했다.

아직 가동을 멈추지 않은 공장도 이런 새벽에는 아무도 없다.

공장 지대가 서서히 몰락하면서 어느 공장도 기숙사를 운영하지도, 숙직을 서지도 않는다. 밤이면 완벽하게 사람이 없는 무인지대가 된다.


염태인은 빛이 잘 드는 가로등 근처에 차를 세웠다.

불법 주차로 딱지를 뗄 일도 없는 장소다. 경찰도 순찰을 돌지 않는 곳이니까.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었다.

약속 장소는 행복 공단. 문제는 행복 공단이라는 곳은 꽤 넓고 큰 곳이라는 점이다.

구체적인 장소를 지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걸렸다.

그래도 염태인은 천천히 주변을 걸었다. 손에는 손전등을 들고 사방을 경계하면서.


텅! 터덩!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소리가 난 방향으로 손전등을 돌렸다. 그곳에 모든 빛을 흡수한 듯한 검은 고양이가 공장 담 위에 멀뚱히 앉아 있었다.

고양이는 갑자기 자신을 비춘 빛에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염태인을 바라봤다.


“고양이······”


자신이 긴장했던 게 고양이 때문이라는 것에 허탈한 염태인이 혼잣말을 했다.

순간 고양이의 표정이 날카로워지며 털이 곤두섰다.


하악-


적대적인 행동을 고양이가 취했다.

염태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고양이는 그대로 담 반대편 너머로 뛰어내려 사라졌다.

동시에 다른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

염태인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의 눈앞까지 다가온 누군가가 염태인을 보며 씩 웃었다.


***


정우혁은 조금 전부터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미친 새끼가 진짜!”


장우혁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핸드폰을 보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슬금슬금 장우혁을 피해 지나갔다.

장우혁은 핸드폰을 노려봤다. 그곳엔 염태인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새벽 1시 30분까지 연락 없으면 내가 보내는 메시지의 장소로 와라.]


그리고 지금 시간이 새벽 1시 30분이었다.

연락은 없었다. 아니 연락을 해도 받지를 않았다.

그때 메시지가 다시 왔다. 염태인이 보낸 예약 메시지가 뻔했다.


[행복 공단]


메시지는 단 네 글자였다.


“행복 공단? 거길 혼자 갔다고? 미쳤구만. 미쳤어.”


염태인은 몰랐다.

밤의 행복 공단이 어떻게 변하는지. 사무실에서 주로 머리나 쓰던 녀석의 한계다.

행복 공단은 밤이 되면 무법지대가 된다.


양아치들이 비어있는 공장을 점거하고 술이나 마약을 하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패싸움을 벌이기도 하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는 장소다.

물론 아침이면 여전히 운영되는 공장이 있기 때문에 양아치들은 사라진다.

낮에 그런 일을 벌였다가는 일망타진되기 딱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곳을 이 새벽에 혼자 갔다면 당연히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다.

문제는 염태인이 그곳에 그냥 간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조사하는 일의 무언가 실마리를 잡은 게 분명했다.

어쨌든 행복 공단으로 가면 뭔가 알 수 있을 것이다.

장우혁은 차에 올라타 행복 공단으로 향했다.


새벽 1시 40분.

10분 만에 도착한 행복 공단은 역시 어두웠다.

길가의 가로등도 꺼져 빛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느릿느릿 차를 몰며 장우혁은 전진했다. 그러던 그의 차가 무언가를 찾아냈다.

그것은 주차된 염태인의 차였다.

장우혁은 차를 멈추고 잠시 기다렸다. 다시 주변을 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차에서 내린 장우혁이 염태인의 차로 다가가 안을 살폈다.

이곳에 도착한 지 시간이 좀 되었는지 보닛의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장우혁이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걸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어둠 속 벽에 기대어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장우혁이 우뚝 멈췄다.


“태인이냐?”


장우혁이 벽에 기대어 있는 그림자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것은 염태인이 아니었다.

그저 쓰레기가 담긴 큰 자루를 벽에 기대어 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때였다. 장우혁은 등 뒤쪽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빠르게. 소리도 없이.

장우혁은 그대로 뒤로 돌았다.

무언가 장우혁을 향해 날아들었다. 팔을 들어 날아드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복부에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컥!”


다가온 사내는 웃고 있었다. 그것도 광기에 가까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염태인은 조금씩 정신이 들었다. 그러나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극심한 고통이 밀려와 저절로 인상이 일그러졌다.

아무래도 제대로 당한 것 같았다.


염태인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주변을 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그만 창으로 들어오는 외부의 희미한 빛이 전부였고, 그 빛으로는 지금 있는 공간이 어딘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이곳이 실내라는 것 정도가 염태인이 알아낸 유일한 정보였다.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폐쇄된 공장의 내부인 모양이다.

염태인은 고통을 참으며 기억을 되짚어봤다.

고양이를 봤고, 뒤를 돌아보니 사내가 있었다. 아는 얼굴이었다. 바로 광천.

이번에 살해된 한광수의 동생. 폭력조직 광천파의 보스인 광천이었다.


국과수에서 한광수를 부검할 때 만났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그가 나타난 걸까?

염태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메일을 보낸 것은 광천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

문제는 고통도 그렇지만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손을 움직여 봤다. 다행히 손은 움직였다.

문제는 다리다. 일어나야 하는데 하반신에 감각이 없었다.


덜컹!


그때 육중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나타난 자는 광천. 그의 손에 누군가 바닥에 질질 끌려 들어왔다.


광천은 자신이 끌고 온 자를 염태인 옆에 툭 던졌다.

염태인은 그가 누군지 단박에 알아봤다. 장우혁이었다.

이곳까지 찾아왔지만 결국 그도 광천에게 당한 모양이다.


“뭐야? 이 새끼 안 뒤지고 깨어있었네?”


광천이 어느새 염태인에게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염태인이 고개를 들어 광천을 봤다.


“이러는 이유가······ 뭐지?”


힘겹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간신히 뽑아낸 목소리는 그대로 땅 밑으로 가라앉아 버릴 것만 같았다.

광천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너희들이 문제야. 내 형의 죽음도 결국은 너희들이 문제였던 거야. 쓰레기 새끼.”


광천이 하는 말을 염태인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무슨 소리야? 네 형의 죽음이 왜, 왜 우리의······ 문제인 거지?”


광천이 염태인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몰라서 물어? 정말 몰라? 그 사람 말이 맞네. 하나도 틀리지 않아. 뭐 어차피 형은 죽었어. 그러니 산 사람은 살아야지. 복수도 하고, 대가도 받고.”


대가? 또 대가가 나왔다. 도대체 누가 대가를 준다는 걸까?


“누구지? 누가 너에게 대가를 주는 거지?”

“큭큭큭, 곧 죽을 놈이 알고 싶은 것도 많아. 알려줄까? 알려줘?”


광천이 놀리기까지 했다.


“죽기 전 선물로 알려줘. 그 정돈 괜찮잖아.”


염태인이 광천을 노려보며 말했다.


“좋아. 말해줄게. 대신 이거 먼저 하고.”


그대로 염태인의 복부를 광천의 칼이 파고들었다.

칼은 그대로 찌르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장기를 휘저었다.

끔찍한 고통에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염태인의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광천이 의식이 흐려지는 염태인의 얼굴을 잡아 들었다. 그리고 입을 벙긋거렸다.


“누가 시켰냐 하면······”


광천은 입을 벙긋거리며 누군가를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의 목소리는 염태인에게 들리지 않았다.

결국 염태인의 머리가 기운을 잃고 아래로 떨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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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끝이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23.09.29 47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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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변화 23.09.27 4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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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감춰진 흔적들 23.09.25 51 0 11쪽
20 마지막 희망 23.09.23 4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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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다시 원점에서 23.09.09 55 1 13쪽
7 광천 23.09.08 64 1 13쪽
6 복귀합니다 23.09.07 71 1 11쪽
5 이게 나라고? 23.09.06 67 0 12쪽
» 함정 23.09.05 75 1 12쪽
3 교차살인 23.09.04 84 1 13쪽
2 누가 맘대로 사건 종결이래? 23.09.04 93 2 12쪽
1 시작을 여는 사건 23.09.04 14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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