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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퍼 님의 서재입니다.

변수의 굴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세스퍼
그림/삽화
발아현미우유
작품등록일 :
2014.08.20 17:22
최근연재일 :
2020.08.11 17:50
연재수 :
389 회
조회수 :
450,834
추천수 :
12,219
글자수 :
3,143,319

작성
17.01.27 19:19
조회
469
추천
6
글자
17쪽

(25막) 탈태(奪胎) (7)

DUMMY

윌리안 가슈펠라르의 몰락 이후 가슈펠라르 가문을 휩쓴 가장 큰 변화 중의 하나가 바로 아르다르에 위치한 가옥의 재단장이었다. 윌리안의 뒤를 이어 가주를 맡게 된 란다 가슈펠라르는 이 ‘재단장’의 일환으로, 윌리안을 포함하여 반란에 가담했던 가문 중심인물들의 본거지나 다름없었던 본관을 허물고 사무실 형태의 사옥을 신축했다. 기틀이 흔들린 가문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재정상태의 회복이 우선임을 란다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말단 시절, 정확히는 ‘그림자’ 시절의 경험과 연줄을 이용하여 원자재 가공 및 유통 등 가슈펠라르 가문이 이전까지는 손을 데지 않았던 분야까지 사업을 확충해나갔고, 밖으로는 귀족파의 수장이라고는 생각되기 힘들 정도로 로빈과 여당에 협력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른바 생존을 위한 발버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생존을 위한 수단은 물질적인 것에 그치지 않았다. 반란과 배반의 가문이라는 인식을 극복하고 투자자들을 끌어들여야 했기에, 표면적인 귀족으로서의 도덕성은 란다에겐 허울이자 사치였다. 그는 포주들과 마약상을 끌어들여 투자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고, 그로써 경쟁 상회들이나 쾌락에 목말라 있던 귀족들의 약점을 만들었다. 물론 이런 란다의 행보를 좋지 않게 보는 가원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몰락만이 남았던 가문을 일으켜 세운 란다의 공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나 유진은 달랐다. 그녀는 란다를 ‘믿고’ 있었다. 그 추악하고 기나긴 어둠의 시간 속에서도, 자신만큼은 더러움과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하게 해준 오라버니다. 말단 가원이든 가문의 가주이든, 어떤 위치에서든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오라버니의 말에 언제나 깊은 고마움을 느껴왔던 유진이었다.


“아, 아가씨!”


그렇기에, 하녀의 만류를 뿌리치면서 란다의 집무실로 들이닥친 유진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있었다.


“.......어서 와라.”


란다는 그런 유진은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보고서로 되돌린다. 유진은 근위대의 남색정복 그대로인 채였지만 란다에게 다가서는 발걸음에 절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게 뭐죠?”


란다가 집중하고 있던 보고서 위로, 유진이 봉투 하나를 떨어트린다. 드렌턴에게서 축하의 인사와 함께 받은 바로 그 봉투였다. 그것으로 란다의 시선을 다시 빼앗아오는 데엔 성공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다.


“문제라도 있느냐?”


“문제요? 예, 당연히 있죠. 전 들은 것도 없는데 갑자기 결혼이라니, 이게 무슨 말씀이에요?”


오라버니의 앞이다. 유진은 자중하고 있긴 했지만, 목소리가 다소 격앙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에 란다는 천천히 봉투를 열어, 그 내용물을 유진의 방향으로 펼쳐놓는다.


“벨트레 니바르토. 지금 총리를 대신하여 니바르토 가문의 가주를 맡고 있는 폴론 니바르토의 둘째 아들로, 차기 가주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상대가 누구냐고 묻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나야말로 묻겠다. 유진, 너 언제까지 기사 노릇이나 하고 있을 셈이냐?”


“.......네?”


당혹감에 흔들리는 유진의 붉은 눈동자. 그리고 같은 빛을 지니고 있는 란다의 시선이 날카롭게 그 사이를 파고든다.


“내가 어려운 와중에도 너를 기사학원에 보내고, 입대를 허락한 것은 어디까지나 가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고 가문에서의 네 입지를 다지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넌 근위대에 들어가면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어. 이제는 근위대 유진 가슈펠라르가 아닌, 가원이자 차기 가주인 유진 가슈펠라르로 돌아와야 할 때다.”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쏟아져 나오자, 유진이 다급한 목소리로 란다가 앉아있는 의자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선다.


“하지만 오라버니, 근위대는 신성한 직무입니다! 그렇게 마음대로 그만둘 수 있는 게-”


“결혼과 출산이라면 최대 2년까지 휴직을 신청할 수 있지. 그리고 그때쯤이면 차별금지법안이 완전하게 자리를 잡게 될 테니, 네 공백을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을 거다. 물론 명예로운 제대는 될 수 없겠지만.”


“.......”


유진은 입술을 다물었다. 지금 상황의 당혹감보다도, 어떻게 란다가 근위대내규까지 꿰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란다는 그런 동생의 반응을 놓치지 않는다.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너를 방치하고 있는 줄 알았어? 걱정하지 마라. 네가 대위를 달 때까지 거기에 박아둘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니면, 뭐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거냐?”


“.......”


유진은 숨을 삼킨다. 오라버니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가볍고 무심했지만, 그 말의 그림자 아래 있는 저의는 송곳처럼 가슴을 찔러온다. 혈육의 새빨간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영력을 감추는 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과제가 되어있었다.


“그 시즈키치 녀석 때문이냐?”


그리고 결국, 란다는 마무리 일격을 꽂아 넣는다.


“네.......?”


끔찍한 침묵은 오래가지 않는다. 란다는 짧게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동생과 눈높이를 맞춘다.


“너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상대가 시즈키치 가문이라는 게 문제는 아니니까. 환영받지 못할 사랑을 하는 이들은 과거에도 줄곧 있어왔어. 딱히 금기시되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란다의 길쭉한 손가락들이 그의 가슴 위로 착륙한다.

“나는 더 이상 겨우 가슈펠라르의 이름만을 가지고 있던 잡배가 아니다. 그리고 너도 더 이상 추잡한 말단 가원의 여동생이 아냐. 같은 이름이라도, 이제 우리가 짊어져야 할 무게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어졌어. 말했듯이, 왕당파냐 귀족파냐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대표귀족가문이라도 이제는 ‘급’을 따져야 할 시기인 거다.”


“급이라니, 오라버니 지금 무슨 말씀을-”


“셰르 시즈키치. 옛날의 나처럼 궂은일만 도맡아 하던 가원의 자손이더군. 가주가 바뀌고 차별금지법안이 공표되면서 본가로 넘어오기는 했다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나 또한 그랬기에 더욱 잘 알고 있어. 뿌리라는 건, 우리처럼 모든 것을 갈아엎기 전까지는 결코 바뀔 수 없는 거다.”


“.......”


방황하는 유진의 눈동자와 시선. 란다는 뒷짐을 진 채 창가로 다가선다.


“사랑은 숭고하지. 하지만 동시에 결코 멀리 볼 수 없는 기만의 늪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은 자신의 위치와 자신의 상황, 때에 따라서 사랑을 고르지 않으면 안 돼. 선대의 왕과 지금의 왕도 모두 그 맞지 않는 사랑 때문에 홍역을 치르지 않았더냐. 나는 그런 걸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난 이미 사랑을 하기엔 고결함을 너무 많이 잃었어. 이제는 네가 우리의, 가문의 미래를 위해 사랑을 택해야 한다.”


“.......오라버니는......., 오라버니는 저를 가문의 수단으로서 팔아버리려는 건가요?”


동생의 자극적인 단어 선택에도 란다의 눈썹은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를 여동생 팔아먹는 포주라 생각해도 좋다. 돈과 명예밖에 모르는, 근본 없는 가문의 잔재라고 욕해도 좋아. 하지만 유진, 너만큼은 나를 이해해줘야 한다.”

란다가 다시 한 번 봉투 안의 내용물을 유진의 방향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그는 그 아래 깔려있던, 처음부터 자신이 살펴보고 있었던 보고서를 들어 보인다.

“해가 넘어가고 겨울이 지나면 공화국이 블라고슬로바에 선전포고를 할 거다. 그때까지 통합군이 어떻게 재편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원정에 네가 포함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구나.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


“유진, 알겠지?”


힘이 더해진 목소리. 유진은 고개를 들어, 자신이 여태까지 봐왔던 그 어떤 때보다 차가워진 오라버니의 얼굴을 바라본다. 저쪽의 붉은 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따라서, 그녀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네, 오라버니.”




====================




“저딴 게 대표라니, 이번 기수는 망했어.”


전통처럼 생도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말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 진실의 농도가 남달랐다. 동시에, 이 말을 입에 담는 생도들의 숫자 또한 선배들 때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당사자의 귀로 온갖 이야기들이 흘러들어왔지만, 정작 본인은 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헉.......,헉......., 씨바알.......”


욕을 씹기에도 버겁다. 쌀쌀한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땀이 쏟아지고, 입술은 바싹 말라가지만 이를 축여줄 수통의 물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 강행군이 이어질수록, 사전교육을 받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 간의 차이점이 확연해지고 있었다. 이번 기수의 대표이자 중대장의 역할을 대신해야 할 에두는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했다.


“대표님? 힘드셔요? 업어드릴까?”


“좀 꺼져......., 확 죽여버리기 전에.”

그런 에두의 옆을 알짱거리며 약을 올리는 에이미. 그녀는 에두와는 다르게 지친 기색은커녕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대열의 선두에서 나아가는 치체도 마찬가지였기에, 에두의 심기는 더욱 뒤틀릴 수밖에.

“도대체 이 좆같은 행군은 언제 끝나는 거야? 이미 숲도 벗어났잖아, 여기가 씨발 대체 어딘데?”


“힘들면 대표고 뭐고 걍 때려 치고 탈영하면 되잖아? 뭐 하러 힘들게 쫓아와?”


“미쳤냐? 엘라론 그 썅년의 면상에 한방 갈겨주기 전까지는 못 가.”


“하하, 그러셔?”

사방이 언덕으로 둘러싸인 기묘한 지형. 느긋하게 기울어가는 겨울해가 능선마다 기다란 그림자를 뿌려댄 덕분에 그나마 황량함만큼은 가릴 수 있었다. 그러나 과거 ‘붉은 장미의 검성’ 델핀 드리브달이 뿌려댄 죽음의 흔적은 쉽게 가릴 수 있는 흉터가 아니었다. 숲의 복구와 조성은 어디까지나 베르달과 마즈다성 인근으로 우선되었기 때문에, 남쪽 국경으로 이어지는 이런 외곽에는 아직 생명의 손이 닿지 못했던 것이다.

“여긴 마즈다힐 남부야. 붉은 장미가 휩쓸고 간 덕분에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지만, 예전에는 숲과 마을들이 꽤나 많았다고 해.”


에이미의 설명에, 에두는 시퍼런 눈동자를 뒤틀며 마른 입술을 핥는다.


“숲이고 마을이고 좆도 내 알 바 아니고, 왜 이런 데만 계속 걷고 있는 거냐고.”


“넌 기수대표가 설명도 안 듣고 뭐했어? 국경수비대 경계임무에 꼽사리 끼려고 가는 거잖아. 행군은 바크달룬 잠입에 한 명도 성공 못 한 벌이고.”


“씨발, 거기가 어디쯤인데? 언제쯤 도착-”


에두는 말을 맺지 못한다. 그의 혀가 굳은 탓이 아니었다. 불길한 진동과 함께 주변의 공기가 일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선두의 치체는 이쪽보다 빠르게 위화감을 느꼈는지 일찌감치 군장을 벗어던지고 경계심을 세우고 있었다.


“뭐야, 이건?”


에이미가 일렁인다고 생각했던 것은 공기가 아니라 지면 그 자체였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흙과 모래가 꿈틀거렸고, 그 때문에 사방으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진동이 일고 있었던 것이다.


“으와앗!”


그리고 후방에서 들려온 첫 번째 비명과 함께 불길함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흙과 모래를 파헤치며 튀어나오는 네 쌍의 다리. 양옆으로 갈라진 채 게걸스럽게 꿈틀거리는 턱입.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 껍질에, 곤충처럼 몸과 몸이 갈라져 있는 모습까지. 생도들에겐 너무도 생소한 존재였다.


“템피드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대열 양옆 곳곳에서 흙과 모래가 솟구쳐 오른다. 수십여 마리의 템피드 무리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것들이 북쪽에서 카나반군을 괴롭혔던 것처럼 무장하고 개량된 녀석들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왜소한 야생 템피드였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날카로운 주둥이와 단단한 껍질은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 그에 대항하는 생도들의 무장은 훈련용 검이나 창 따위가 전부였다.


“씨발, 뭐야 이것들은?!”


역시나 에두의 입에선 욕설이 먼저 튀어나온다. 그는 뒤늦게 군장을 내팽개치고, 자신의 발밑에서 바로 튀어나오려는 벌레의 머리 위로 검을 꽂아 넣는다. 조잡한 검에, 어설프기 짝이 없는 영력이었지만, 야생벌레의 머리껍질을 꿰뚫기엔 무리가 없었다.


“대표! 명령!”


마찬가지로 자신의 앞에서 튀어나온 템피드를 향해 도끼를 휘두르며 고함을 지르는 에이미. 그에 에두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본다.


“뭐라고?”


“까먹었어?! 너 중대장이잖아! 명령을 내려야지!”


“좆까, 내가 왜?”


“그게 네가 해야 할 일이니까, 병신아! 다 죽게 생겼다고!”


에두를 향한 욕을 마지막으로 에이미는 새로운 템피드의 그림자에 삼켜진다. 에두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나마 높은 템피드의 머리를 밟고 올라서 주변을 크게 둘러본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결집이나 대형유지는커녕 행군하던 대열 그대로 혼돈을 맞이하고 있는 생도들이었다. 그나마 선두의 치체가 주변의 생도들을 결집하여 진형 엇비슷한 것을 유지하려 애를 쓰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직까지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계속 혼란이 이어진다면 어찌 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아오, 씨발!”

결국, 에두는 검을 다잡고 아래로 뛰어내린다.

“야, 모여! 씨발 모이라고! 거기 너! 혼자 쳐나가지 말고 모이라고 썅년아!”


에두의 외침은 영력의 여부와는 별개로 생도들의 귀에 찰싹 달라붙고 있었다. 몇몇 생도들은 자신들을 부르는 그의 호칭에 노골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결국 대표는 대표. 하나둘씩 생도들이 그의 곁으로 결집하기 시작했고, 어설프게나마 방진이 꾸려진다. 문제는, 이미 선두에서 치체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이에 호응하지 않고 별개로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에두! 저 앞에 애들을 구원해야 해!”


벌레의 체액으로 온몸을 뒤집어쓴 에이미가 에두의 소매를 끌어당긴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기수대표의 거친 욕설이었다.


“미쳤냐? 걍 뒈지게 냅둬, 씨발.”


“자존심 싸움할 때가 아니라고! 이 벌레새끼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는데 나뉘어서 싸우려고?!”


“아, 꺼져. 죽기 싫으면 알아서 오겠지.”


“아, 쪼옴!”


지면의 일렁임은 멈추지 않는다. 쉴 새 없이 달려드는 벌레무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째서 습격을 해왔는지 깊게 고민하기에는 생도들의 이성은 혼란으로 깊게 물들어 있었다. 어째서 벌레들이 정신을 잃은 생도들은 공격하지 않는지, 그리고 이런 난장판의 와중에도 중상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도 마찬가지였다.









“하하하핫, 개판이네에.”


이 모든 광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정상. 모습을 감추어가는 햇빛을 등진 채, 엘라가 희극이라도 보는 것마냥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저어, 정말 괜찮은 겁니까, 엘라론 경?”

그리고 그런 그녀의 곁으로, 호리호리한 키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다가선다. 그의 이름은 엔켈라 니바르토. 아르다르에서 비스트마스터 훈련대장을 맡고 있는 자였다. 그리고 그와 엘라의 뒤로는, 이제 막 훈련과정을 마친 초임 비스트마스터들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템피드가 애꿎은 생명을 앗아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애를 쓰는 중이었다.

“아무리 훈련의 일환이라지만, 아군을 습격하는 건 좀.......”


“저 벌레들 다 써도 상관없다며?”


“아, 예. 애초에 제국의 병기화된 템피드를 연구하기 위해 양식한 녀석들이라 처리가 곤란하던 참이긴 했습니다만.......”


“그럼 됐지 뭐. 어차피 좀 있으면 마법사들도 와서 합동훈련할 텐데, 너희 애들 미리 감각도 끌어올리고 좋잖아?”


“.......이번 훈련, 확실히 인가는 받으신 거 맞죠?”


“아 글쎄 다 됐다니까.”


몇 번이나 반복하여 받은 확답이었음에도 엔켈라의 눈초리는 쉽사리 의심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만큼이나 엘라가 들고 온 ‘합동훈련계획안’은 무모하고, 경악스러웠던 것이다.


“아, 대열이 무너집니다. 공격을 중단할까요?”


엔켈라의 말처럼, 선두의 대열이 밀려드는 템피드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대답하는 엘라의 입가로 피어나는 것은 분노도, 짜증도 아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새빨간 미소였다.




“아니, 저것들 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줘패서 끌고 와.”


작가의말

언제나 미흡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색한 문장이나 문맥, 오타가 있다면 지적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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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6) +5 16.09.28 470 15 16쪽
248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5) +10 16.09.23 430 13 17쪽
247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4) +8 16.09.18 507 15 19쪽
246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3) +10 16.09.13 511 13 18쪽
245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2) +10 16.09.08 458 14 13쪽
244 (23막) 네 눈물 속에서 나를 본다 (1) +7 16.09.03 511 1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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