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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마왕 상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스키한
작품등록일 :
2018.07.26 22:35
최근연재일 :
2018.12.11 17:52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340
추천수 :
62
글자수 :
77,964

작성
18.09.17 00:02
조회
126
추천
2
글자
8쪽

회색 소녀는 배가 고프다.

DUMMY

“내가! 어! 이러려고! 마왕노릇하고 있냐고!”

쿵.

맥주잔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맥주잔을 붙잡고 있는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내 후손의 후손의 후손의 후손의 후손의······(중략)······후손의 후손 뻘 얘한테 이게 뭐냐고 뭐야!”

마왕, 콜은 잔으로 힘없이 테이블 위를 몇 번 더 내리찍고는, 잔 안에 있는 내용물들 단숨에 들이켰다.

“이래서 내가 힘들어 미친다고 미쳐어!”

“······그냥 미치신 것 같은데요.”

마왕 죽이는 무기 파는 곳, 그러니까 타비의 집 안쪽. 부엌에서 불을 꺼 두고 양초를 켜 둔 채로 잔뜩 분위기를 잡고 있는 콜,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서 이게 뭐하는 건지 싶은 타비.

“그래도 무기는 전해줬으니까······가 아니잖아!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의미가! 내 신체의 일부 같은 얘를 쓰지도 않고 묵혀두면 어쩌자는 거야?”

“······진짜 신체의 일부는 아니죠?”

“사실 내 지방 일부가 있기는 한데 아무튼 상관없거든!”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잔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을 들이키려다.

“타비군, 더 따라봐. 더, 더.”

“너무 취하신 것 같은데요.”

“아냐 안 취했어.”

“그래요, 취하는 게 이상하겠죠. 마음대로 처 드세요 그냥.”

그렇게 말하며 타비는 그의 잔 안에 차갑게 식은 우유를 한가득 따랐다.

“가게를 열었지만 아무도 안 오고, 기껏 희망이 있어 보이는 사람한테 기대를 걸었건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그는 우유를 다시 들이켰다. 우유를 마시면 마실수록 혀가 꼬여가는 그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타비는 우유가 담긴 병을 흔들었다.

말이 맥주잔이지 일반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잔보다 조금 작았고, 심지어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은 우유였다.

그런데 그는 취했고, 한 시간 전부터 계속 한탄을 해대고 있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제 어쩌려구요.”

솔직히 타비의 입장에서는 그가 이대로 목표를 포기하고 다시 던전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좋았다. 그렇게만 한다면 이 집안에 들어 닥친 재앙이 사라지고 다시 평화가 찾아오리라.

하지만 그럴 일은 당연히도 없었다.

“새로운 용사를 찾아야지.”




던전의 안쪽, 깊은 곳. 모험가들이 단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은 곳. 그리고 던전 안에서 서식하는 마물들도 발을 들이기 꺼려하는 구역.

“······배고파.”

회색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한 소녀가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소녀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빛이 보이는 지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빛이 점점가까워져가자 소녀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린 뒤 몇 초를 기다리고 다시 앞을 내다보았다. 옥좌가 하나 서 있었다.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못할 곳, 그곳에 도착했다는 걸 깨달은 소녀는 황급히 벽에 붙었다.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런 문장과 함께 공포가 엄습해 왔지만 그것도 잠시, 아무도 보이지 않고,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은 소녀는 옥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금으로 되어 있는 손잡이는 금과 상처가 나 있었고, 등받이 부분에는 진하게 먼지가 끼어 있었다.

소녀는 그 위에 앉아보았다. 무척이나 딱딱했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할, 무언가 좋은 기분이 소녀를 감쌌다.

“헤.”

소녀는 배시시 웃으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앉아 있으니 굶주린 배가 가득 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응?”

문득 소녀는 그게 느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실제로 뱃속에 무언가가 가득 차오르며 소녀에게 포만감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소녀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빼곡하게 새겨져 있는 읽지 못할 글자들. 그것들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번 축제 기간을 이용해서, 용사 후보생을 찾고. 그런 다음 실력을 시험하고, 우리 가게로 초대하던가 해서 무기를 넘겨줘야······.”

콜은 머리를 싸맨 채로 부엌으로 들어와 선반을 뒤져 우유를 꺼냈다.

“머리 아프니까 다음에 생각해야지.”

그는 우유가 담긴 병의 표면을 손톱으로 두드렸다. 그러자 미적지근하던 우유는 순식간에 온도가 내려가 얼음을 넣은 것처럼 차가워졌다.

“아, 맞아. 구석에 네르디가 혼자 먹으려고 숨겨둔 과자가······.”

우유를 한 모금 마신 뒤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그는 네르디가 숨긴 과자를 찾기 위해 두 손으로 선반을 훑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내 손끝에 단단한 것이 걸리자 그는 그것을 재빠르게 낚아 챘다.

“역시나, 하나 빼 먹으면 모르겠지.”

그는 상자를 하나 꺼내들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 하나를 집어 먹었다. 그러고는 들키지 않게 조용히 상자를 원래 있던 자리에 집어넣고 다시 우유를······.

“어라.”

그는 잔을 흔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득 차 있던 우유는 한 방울도 남지 않고 사라져 있었다.

“다 마셨었나?”

그는 의문을 느끼면서 새로 우유를 따랐다. 술을 못 마시다보니 우유를 마실 때 술 특유의 알코올 냄새와 취기를 자기 암시를 통해 재현하는 것에 성공한 그는 가끔 우유를 먹고 술을 먹었을 때와 같은 증상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는 그저, 어제 우유를 너무 많이 마신 탓인가 보다. 그리 생각만할 뿐이었다.

다시 따라진 우유를 단숨에 마신 그는 선반을 닫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다 느껴지는 위화감에 손을 멈추고 선반 안쪽에 손을 집어넣고 휘적거렸다.

“어, 설마.”

그는 신발을 벗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 선반 안쪽을 확인했다. 분명히 상자를 안에 넣어 놨을 텐데, 과자 상자는 무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머리를 긁적이며 바닥으로 내려온 그는 다시 우유를 따르기 위해 병을 들었다, 텅텅 비어 있는 우유병을 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장난친다는 거지. 이밀인지, 네르디인지, 아니면 타비군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손바닥으로 맨바닥을 내리치며 주문을 외웠다.

“실, 나르바, 이르뎅, 내 우유, 내놔!”

근처에 어떤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알려주는 탐지 마법의 일종이었다. 그는 손바닥을 펼쳐 작은 원을 펼쳤다. 이제 이 위에 근처에 누가 있는지 표시될 터였다.

“어, 자, 잠깐만. 이거.”

그는 원 위에 찍힌 붉은 점 두 개를 보고 당황했다. 하나는 그 본인의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불과 1미터 거리.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꿀꺽, 침을 한 덩이 삼키고. 그는 무릎을 굽혀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시야가 내려가니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밥.”

회색의 잘 보이지 않는 형체와 마주했다.




갑작스레 들려오는 폭음에 잠에서 깬 타비는 황급히 일층으로 뛰어내려갔다. 소리를 들어보니 부엌 쪽이었다.

“으아아아, 오지 마! 꺼지라고!”

부엌에 도착한 타비의 눈에 들어온 건.

“박멸해 주마 이 해충 같은 놈아!”

이상한 마법주문을 외우고 있는 마왕과.

“밥.”

그를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한 소녀.

······그리고 그 뒤, 창문 바깥에 보이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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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크리스마스 외전-붉은 산타 VS 마왕 18.12.02 5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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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소풍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2) 18.10.21 97 0 9쪽
16 소풍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18.10.15 97 1 8쪽
15 아이는 어떻게 생기나요. +2 18.10.07 194 3 9쪽
14 회색 소녀 (2) 18.09.30 212 2 8쪽
13 회색 소녀 18.09.24 121 1 7쪽
» 회색 소녀는 배가 고프다. 18.09.17 127 2 8쪽
11 다른 방법을 써 보자. 18.09.09 136 2 8쪽
10 소녀를 용사로. 18.09.02 187 2 10쪽
9 성스러운 짱돌을 들어라 (2) 18.08.26 167 3 9쪽
8 성스러운 짱돌을 들어라 18.08.19 171 2 7쪽
7 장사 개시 18.08.12 224 4 10쪽
6 마왕의 잠꼬대는 세상을 부순다 (2) 18.08.05 246 8 8쪽
5 마왕의 잠꼬대는 세상을 부순다. 18.07.30 254 4 10쪽
4 강제 침입 (2) 18.07.28 275 6 7쪽
3 강제 침입 18.07.27 320 6 13쪽
2 장사 준비 18.07.26 509 9 11쪽
1 프롤로그 18.07.26 623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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