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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님의 서재입니다.

던전 마왕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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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한
작품등록일 :
2018.07.26 22:35
최근연재일 :
2018.12.11 17:52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4,341
추천수 :
62
글자수 :
77,964

작성
18.09.09 23:57
조회
136
추천
2
글자
8쪽

다른 방법을 써 보자.

DUMMY

“멍청하게 미행 같은 거나 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 이밀을 보며 콜이 말했다.

“그럼 뭐 다른 방법 있냐? 어?”

“있는데요?”

“어?”

“정보 조사 모릅니까, 정보 조사.”

이밀은 들고 있던 종이를 그의 얼굴이 소리가 나도록 던졌다.

“뭐야 이거?”

“그 소녀에 대한 정보요. 조사를 하면 당연히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는 종이에 적혀 있는 정보들을 차근차근 읽어 내렸다.




“그래서요?”

타비는 눈앞에 쌓여 있는 장비들과 그것들을 손수 하나씩 골라내고 있는 콜을 보며 재차 질문했다.

“싫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타비군, 아쉽게도 거부권은 저 멀리 강에 던진 지 오래야.”

“그래서 또 뭘 하려는 건데요! 미행은 싫어요, 스토커 사절!”

팔을 x자로 교차시키며 거부 의사를 강력하게 드러내는 타비의 두 팔을 풀어 위로 쭉 들게 한 그는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타비의 몸에 갑옷을 입히고, 한 손에는 검을, 한 손에는 작은 방패를 쥐어주었다.

“약속해, 이번에는 스토커 같은 짓도 안 시킬 게. 그냥 이상한 짓 자체를 안 시킬 게.”

“진짜에요?”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하겠어? 진짜 또라이짓으로 보일만한 거 안 시킨다니까?”

손가락까지 내밀고 그리 말하는 그를 본 타비는 한숨을 내쉬며 그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었다.

“무슨 일이냐면.”

이어지는 말에 타비는 또 다시 깨달음을 얻었다. 이 인간의 또라이짓의 기준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기준은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날 잡으러 와라.”




그의 계획은 언제나 미친 짓 밖에 없었지만 그걸 또 어떻게든 실행해 낸다는 건 놀라운 점이었다.

온갖 장비들로 무장한 타비는 사람들 빨아들일 것 같이 거대한 던전의 입구에서 그 소녀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미 소녀의 정보에 대해서는 그에게서 모두 전해 들었다.

이름은 리시아. 주로 단검을 사용하는 빠른 움직임을 보임. 그리고 던전에 관한 트라우마가 존재.

트라우마가 대체 뭐 때문에 생긴지는 알지 못했다. 이밀의 정보력이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그 정보마저도 자기가 아닌 부하가 구한 거라니. 그 인간은 대체 얼마나 무능한 걸까.


‘이 방법은 백 퍼센트 성공이다!’


라고 자신감 있게 외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 타비는 애초에 어쩌다가 인생이 이렇게 꼬여버린 건지 속으로 불평을 하며 소녀, 리시아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준비는 다 되어 있었다. 그녀만 오면 될 일.

“아.”

주변을 둘러보던 타비는 리시아를 발견하곤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입구 바로 앞에서 알짱거렸다.

그가 계획한 촌스럽고 먹힐지도 모르겠는 연극이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성공한다면 진짜로 이 일을 해야만 했다.

“도와주세요! 동료가 안에!”

마침 우연히도 던전 앞을 지나가고 있던 그녀에게 한 여성이 다가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동료가 안에 있어요 못 빠져 나오고 있다구요! 모험가님 부탁드려요!”

망토를 둘러쓰고 그녀를 붙잡고 있는 사람은 네르디였다. 마법으로 날개와 피부색을 감추고 그녀에게 접근을 해서 일단 던전 쪽으로 유도한다.

이게 그의 계획의 첫 단계였다.

“흠흠.”

타비는 나설 차례가 되자 목을 몇 번 가다듬은 뒤, 두 사람에게 접근했다.

“무.슨.문.제,라.도.있.으.신.가.요.”

그 특유의 국어책 읽기는 고쳐지지 않았지만 당황한 그녀의 귀에는 다행히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안에 동료가 있어요! 제발 이 모험가님과 함께 동료를 구해주세요!”

“이.런.정.말.큰.일.이.군.요. 거.기.모.험.가.님.저.와.함.께.가.시.죠.”

타비는 그녀를 가리켰다. 두 번째 계획은 이 상황을 이용해 그녀는 던전 안으로 데려가는 것.

“저, 저는. 다, 다른 모험가 분들 없나요? 도와주실 분들 없어요?”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그렇게 소리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다른 사람의 난입을 방지하기 위해 그녀에게 접근한 네르디가 바로 방음 마법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봤을 때는 그저 그녀가 입을 벌리고 뻐끔거리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시.가.급.합.니.다.”

그녀의 정보 중에 하나. 이런 걸 보고 그냥 지나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

타비의 만류에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가 정확히 어디죠?”




던전 내부로 진입한 타비는 엄습해 오는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안 온지 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러 본 와 본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올 때마다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곳이었다.

“조금 더 내려가죠.”

타비는 그녀에게 그리 말하곤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사다리를 가리켰다.

“제가 먼저 갑니다.”

타비는 사다리를 타고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예전이었다면 무서워서 아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을 테지만 지금은 달랐다.

키야아악!

“아 뭐야.”

빠악. 달려드는 검은 형체의 무언가를 작은 방패로 후려친 타비는 등불로 앞을 비추었다.

지금 입고 있는 갑옷과 방패와 무기들, 마왕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장비들에서 2퍼센트 부족한 물건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기준에서 2퍼센트지 일반적인 장비와 비교했을 때 이만한 사기 장비는 없었다.

‘타비님.’

그때 누군가가 타비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타비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등불을 비췄다.

‘여깁니다.’

소리가 들리는 쪽, 바위 뒤에 이밀이 숨어 있었다. 그는 손으로 수신호를 보내며 뒤따라 내려온 리시아를 가리켰다.

‘5초후, 연출 시작.’

‘네.’

손가락을 움직여 수신호에 답을 보낸 타비는 앞을 가리키며 다시 국어책 읽기를 시전했다.

“아.저.기.뭔.가.있.는.것.같.아.요.”

“네?”

그녀가 무어라 말하려던 순간, 두 사람의 앞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 나왔다.

“저.게.뭐.죠?”

타비가 가리킨 곳에는 한 자루의 단검이 빛 안쪽에서 둥둥 떠 있었다. 검은색과 붉은색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한.번.확.인.해.보.세.요.”

당연하게도 저건 그가 만든 물건이었다. 본인 말로 칭한 이 작전의 이름은 무기 주고 궁지에 몰기.

일단 자연스레 무기를 쥐어주고 그가 출연해서 그녀와 싸우겠다는 작전이었다.

“이건······.”

그녀는 빛나는 단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참고로 이 빛은 이밀의 마법으로 연출한 것이다.

파앗. 그녀가 단검을 붙잡자 강렬한 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그 검을 잡았구나 용사여!”

이번에는 조금 약한 빛이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춰지며 어둠속에서 등장한 마왕, 그를 비추었다.

“이제 너는 나와 싸움을······.”

그는 바닥까지 내려오는 긴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평소에는 입지도 않던 것인데, 괜히 멋을 낸다고 입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독이 될 줄은 누가 알았으랴.

“억, 자, 잠깐만!”

그는 앞으로 걸음을 내딛다 자기 망토의 끝자락을 밟고 그대로 미끄러져 땅에 머리를 박았다.

“쿠허억!”

“서, 설마 그 동료분?”

그녀는 지면에 머리를 박고 있는 그에게 달려가 그를 부축하고자 했다.

“아, 아니. 나는 마, 마왕······.”

“저 좀 도와주세요. 이곳에 오래 있으셔서 머리가 이상해지신 것 같아요!”

타비는 고개를 저으며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얼마나 머리를 세게 박은 건지 그의 머리와 접촉했던 땅 부분이 살짝 갈라져 있었다.

“잠깐만, 그러니까 나는 이 미궁을 만든 사람이고 용사와 싸우고 싶어 하는 마왕······.”

“괜찮아요, 나가실 수 있을 거에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옅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타비는 그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배를 부여잡고 입을 틀어막은 채로 미친 듯이 웃어대고 있는 이밀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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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소풍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18.10.15 97 1 8쪽
15 아이는 어떻게 생기나요. +2 18.10.07 194 3 9쪽
14 회색 소녀 (2) 18.09.30 212 2 8쪽
13 회색 소녀 18.09.24 121 1 7쪽
12 회색 소녀는 배가 고프다. 18.09.17 127 2 8쪽
» 다른 방법을 써 보자. 18.09.09 137 2 8쪽
10 소녀를 용사로. 18.09.02 187 2 10쪽
9 성스러운 짱돌을 들어라 (2) 18.08.26 167 3 9쪽
8 성스러운 짱돌을 들어라 18.08.19 171 2 7쪽
7 장사 개시 18.08.12 224 4 10쪽
6 마왕의 잠꼬대는 세상을 부순다 (2) 18.08.05 246 8 8쪽
5 마왕의 잠꼬대는 세상을 부순다. 18.07.30 254 4 10쪽
4 강제 침입 (2) 18.07.28 275 6 7쪽
3 강제 침입 18.07.27 320 6 13쪽
2 장사 준비 18.07.26 509 9 11쪽
1 프롤로그 18.07.26 623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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