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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건영(建榮) 님의 서재입니다.

패국통천가(覇國通天歌)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드라마

건영(建榮)
작품등록일 :
2021.05.12 10:33
최근연재일 :
2021.06.25 10: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2,462
추천수 :
390
글자수 :
249,672

작성
21.05.20 10:02
조회
374
추천
10
글자
16쪽

포고문(布告文)

DUMMY

“장인. 기별도 없이 어인 일이십니까?”


새하얀 침의를 입고 머리를 단정히 묶어 내린 연정백이 손님을 맞아 예를 갖춘다.


광안공 여문기.


난데없이 진왕부를 찾아온 자는 연정백의 장인이었다.


술시(戌時)가 넘은 야심한 시각에 찾아온 불청객이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연정백의 얼굴에는 보드라운 미소가 자리했다.


“진왕 전하. 이 늙은이가 너무 늦어 짐짓 불편을 드린 것은 아닌지 염려되옵니다.”


여문기는 한 치의 어긋남 없이 격식을 차려 고개를 숙였고 그것은 연정백의 눈꼴을 시리게 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친왕(親王)이지만 세력이 없어 빛 좋은 개살구 취급을 받는 사위.


육공(六公)이라는 거대한 위명과 세력을 가진 장인.


누가 고개를 숙여야 마땅하겠는가.


재빨리 표정을 고친 연정백은 여문기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세우고 공손히 본인의 몸을 굽혔다.


“어찌 이러십니까? 소식을 몰라 미처 마중나가지 못해 송구할 따름입니다. 보는 눈도 없으니 장인께서는 부디 본왕을 편히 대해 주십시오. 헌데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연정백의 도움으로 마지 못해 몸을 일으킨 여문기는 다음 거동에 거침이 없었다.


곧장 기다란 탁자로 걸어가더니 본디 연정백의 자리인 상석에 떡하니 앉는게 아닌가.


‘저자가 감히.’


부글거리는 속마음과 달리 연정백은 입가에 띈 미소를 잃지 않고 여문기의 곁에 착석했다.


“우리가 남이었던가? 우연히 발길이 닿아 차나 한잔 하러 온 것일세. 환복을 한 것을 보니 내가 너무 늦었나 모르겠군.”


“늦다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마침 좋은 차가 들어온 것이 있으니 준비시키겠습니다.”


차가 들어온지 일 각.


여문기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차를 음미하기만 했다. 연정백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기 직전에서야 그의 목소리가 낮게 발했다.


“그날을 기억하는가. 벌써 십 년이 다 되어 가는군.”


난데없는 말이었지만 연정백은 그가 말한 시기를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어찌 잊겠습니까.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그렇지. 잊어서는 안되지. 그날이 있었기에 자네 머리 위에 보석이 다섯 개나 자리잡지 않았나. 세상 일이란 참 재밌단 말이지. 그것을 자네가 얻을 수 있을지 누가 상상했겠는가.”


지난날 제백왕 환중길과 용연군(龍淵軍)은 북량(北涼)과의 전투를 위해 움직였고, 연정백은 그들을 급습했다.


그는 아군으로 다가가 적보다 더 몰인정한 검을 휘둘렀고 끝내 그들을 차디찬 황무지에 눕혔다.


전장에서 아군의 배신보다 두려운 것이 있을까.


허나 가볍게 봤던 그날의 전투는 처절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제백은 알려진 것보다 배는 강했고 끈질겼으며 결코 꺾이지 않았다.


회상에 빠졌던 연정백은 곧 고개를 흔들어 기억을 흩뜨렸다.


눈 앞의 늙은이는 호락호락하기는 커녕 잠시만 방심해도 목덜미를 물어 뜯는 맹수다.


주의하지 않았다간 우리에 갇혀 그의 뜻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될 터.


연정백은 여문기의 의도를 읽는 데 전념했다.


“물론 그 정도로 은밀한 계획을 수행하려면 황자 만한 존재가 없었겠지. 허나 그 계획을 수행하고자 하는 황자가 누가 있었겠나. 힘있는 황자들은 모두들 각각 오소국의 사위였으니 태자나 기왕, 영왕이 설사 폐하의 명을 받았다 하더라도 쉽게 나섰겠는가. 언젠가는 그 칼이 자신들의 처가를 향할 수도 있다는 불안. 그리고 실패했을 때의 손실. 쉽지 않아. 쉬울 수가 없지. 아, 물론 기왕은 처음부터 배제되었겠지만 말일세. 허나 자네는 잃을 것이 없었지. 그날의 용맹했던 진왕 전하께서는 제백의 왕족들을 모조리 몰살시키고 그 전리품으로 오류친왕이 되었지. 허허. 다시 돌이켜 봐도 진정 자랑스러운 일이야. 암.”


여문기의 눈은 진정 과거를 바라보는 것처럼 일렁였지만 연정백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독사같은 놈. 무슨 말이 하고 싶은게냐.’


이 늙은이는 쓸데없이 얘기를 지껄이며 시간을 버리는 인간이 못된다.


퀴퀴한 냄새가 날 정도로 오래된 옛 이야기를 무엇 때문에 꺼내는 것인가.


연정백은 입가에 미소를 더 크게 그렸다.


“다 지난 일이지만 이리 꺼내어 금칠을 해주시니 본왕은 감읍할 뿐입니다. 헌데 어찌···”


“물론! 그때까지는 태자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으니, 오류친왕 자리 하나 쯤은 내어줄 만도 했겠지. 형제들의 반목을 염려하던 그 폐하께서 말이야.”


연정백이 찻잔을 들었다. 그리고 잔에 든 것이 술이 아닌 차라는 것을 아쉬워하며 단번에 비웠다.


“헌데 말이야. 조금 문제가 생겼단 말이지.”


“무슨 문제 말씀이십니까?”


“그 중 하나가 버젓이 살아있다네.”


“그게 무슨···”


영문을 몰라 미간을 찌푸린 연정백을 보며 여문기는 혀를 찼다.


“쯧쯧. 제백의 왕족 말일세. 이리 정보가 늦어서야··· 지금 제백령에 환소백의 셋째 아들이 나타났다네.”


연정백은 더이상 표정관리를 하지 못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그의 표정은 악귀처럼 변했고 그것을 본 여문기의 입가엔 엷은 웃음이 번졌다.


“그런 말도 안되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환소백의 아들이라니요. 저는 그자에게 셋째 아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사실유무는 이미 확인했네. 믿을 만한 정보에 따르면 환소백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을 정도로 아비의 용모를 빼다 박았다더군.”


순간의 격정을 누르지 못한 연정백이 고성을 토했지만 여문기의 목소리는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자네에겐 가장 중요한 시기 아닌가? 제백의 중추를 궤멸시킨 전과로 자네는 패국 유일의 오류친왕에 올랐네. 또한 태자의 병세가 깊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야. 언제라도 태자 자리가 바뀔 수 있단 말일세. 자네에겐 다시없을 기회지. 허나 제백의 왕족, 그것도 순혈 중의 순혈이 살아있다는 소문이 이곳 수도 진천에 퍼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겠나? 팔 년 전의 자네는 잃을 것이 없었지만, 지금의 자네는 잃을 것이 많이 늘었을테지.”


연정백의 머릿속은 터질 듯이 복잡하게 돌고 있었다.


자신의 위치.


사람들의 시선.


부황(父皇)의 격노.


특히 황제이자 부친인 연권의 격노를 상상한 연정백은 전신을 떨면서 흥분했다.


‘쓸모없는 놈··· 쓸모없는 놈. 쓸모없는 놈!’


오랜 기억에서 튀어나온 부황의 목소리가 그의 가슴 속 깊숙한 곳을 헤집었다.


연정백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아니다. 더이상 작아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머리를 숙여야 한다. 이 빌어먹을 장인은 소득이 없는 걸음을 하지 않는다. 분명 찾아온 까닭이 있을 터.


전쟁터나 다름없는 머릿속을 깔끔히 비운 연정백이 여문기를 향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장인어른. 가르침을 주시지요. 제가 해야될 일이 무엇입니까?”


여문기는 오연한 자세로 다시 찻잔을 들어올렸다. 그의 습관과도 같았다.


상대가 지쳐 자진해서 무릎을 꿇게 만드는 가진 자만의 여유.


연정백은 기다림에 지쳐 깊게 숙인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보았다. 아무 표정도 없이 자신을 내려다 보는 여문기의 차디찬 눈빛을.


‘그래. 이자는 원래 이런 자였지.’


서릿발처럼 냉철한 이성과 칼같은 판단력으로 무장된 자.


끝도 없는 욕망과 철저한 이기심. 그 모든 것은 오직 자신의 가문 여가(呂家)를 위한 것이다.


지금껏 자신의 딸 여운향의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


저자에게 여운향은 출가외인. 즉 여가의 사람이 아니며 그것은 곧 연정백과 이어진다.


어금니를 앙다문 연정백이 다시 머리를 숙였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이마가 거의 바닥에 닿았다는 점이다.


“광안공! 공께서 하시는 일이라면 이 연정백 무슨 일이든 따르겠습니다. 가르침을 주십시오.”


이제야 마음에 든 것일까.


여문기는 마침내 찻잔을 내려 놓았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고 있는 연정백의 곁으로 다가왔다.


“허허허. 이런이런. 진왕 전하. 몸을 일으키세요. 전하께서 이사람에게 그리 머리를 숙이시면 소신이 어찌해야 하오리까. 참으로 난감하외다.”


그리고 연정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청양으로 가게. 내 이미 그곳에 안배를 해 두었으니.”





쨍그랑!


연정백이 던진 술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다시 생각해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자였다. 자신을 내려보는 그 오만한 눈빛, 자신을 깔보는 듯한 고저없는 말투.


꽤나 시간이 지났지만 그날의 치욕은 여전히 잊혀지지 않았다.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배로 갚아줄 날이 올 것이다.


연정백은 지금 있는 촉운각(觸雲閣)이 썩 마음에 들었다.


본디 청양 성주나 금서주 태수를 위한 이곳은 넓은 것은 물론 각종 장식들로 인해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게다가 내성에서도 가장 높은 이곳은 평소 높은 곳을 좋아하는 연정백의 거처로 손색이 없었다.


시비가 새로 가져온 술잔을 다시 채운 그는 창가로 다가가 아직 해가 저물지 않은 청양의 성내를 바라보았다.


숭무련 잔당들을 제법 소탕했다고는 하나 청양행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


연정백은 고개를 돌려 구석에 잘 놓여진 커다란 백자를 바라보았다.


의외의 수확.


아직 그 용도를 밝히진 못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그에게 모자란 힘을 보태주는 것 같았다.


‘전설로 내려오는 통천혼부라···’


커다란 성과였고 호기심이 끓어올랐지만 그는 결코 무지한 상태로 혼부에 붙어있는 부적들을 뜯지 않았다.


굴러들어온 복덩어리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우(愚)를 범할 순 없다. 언젠가는···


“전하. 소신이옵니다.”


그의 사색을 깨뜨린 것은 그의 심복 이악이었다.


연정백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인 이악은 말 그대로 연정백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수족이었다.


말수는 없고 발이 빠른 수하만큼 든든한 존재는 천금을 주고도 찾기 힘든 법.


연정백은 그런 이악을 크게 아꼈다.


“뭔가?”


“지시하신대로 환소백을 본 적이 있는 화공을 구해 그놈의 용모파기를 완성했습니다. 이대인의 부상이 예상보다 심각하여 작업이 더뎠습니다.”


“심각해?”


“예. 거동이 불편한 수준이라 합니다.”


“그거 안됐군. 크큭.”


연정백은 이악이 건네는 족자를 받으며 오랜만에 기분좋게 웃었다.


장인 여문기의 수족을 자주 보는 것이 영 께름칙했던 그에겐 재미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웃음은 짧았고 잔뜩 찌푸려진 미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펼쳐진 족자에 영락없는 환소백의 아들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이 내린 인재라는 소문은 그를 수식하기도 부족한 자.


패국이라는 커다란 나라의 정점에 위치한 부황의 두려움을 자아냈던 자.


족자에 그려진 소년은 그자의 아들임이 분명했다.


“이낙현 그놈이 확인한 것이더냐?”


“예. 화공의 실력이 워낙 출중하여 이대인이 거듭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래. 그렇단 말이지.”


“진왕은 어디있느냐! 이놈! 비키거라!”


밖에서 한차례 소란이 일었다.


이윽고 병사들의 제지를 물리치고 한 중년사내가 내실에 들어섰다.


이곳은 청양 관저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여기까지 제지없이 올라온 것을 보통 인물은 아닐 것이다.


그자는 곧 묻지 않아도 자신을 밝혔다.


“금서주 태수 함충식이오. 진왕 전하되시오?”


그자의 이름 한마디에 연정백은 상황 파악을 모두 마쳤다. 저놈은 제 동생의 일로 찾아온 것이었다.


함충식은 제 동생과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았고 또 달랐다. 동생처럼 살집이 많았지만 그를 상쇄할 만한 키가 있었고 이목구비가 닮았지만 동생에겐 없는 기상이 있었다.


“본왕이 진왕 연정백이다. 무슨 일이냐?”


“금서주의 태수로써 전하가 이곳 청양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내 알아야겠소. 무고한 백성들 수백 명이 죽었다고 들었소. 그 일이 적법하지 않을 시에는 내 직접 황제 폐하께 상소를 올려 전하가 행한 모든 폐단을 알리고 말 것이오.”


함충식은 청양뿐 아니라 이 넓은 금서주에서 가장 지고한 위치에 있는 자.


큰소리를 낼 만한 자격은 충분했다. 게다가 이곳은 그의 안방이 아닌가.


허나 황제에게 알린다니. 이자는 내가 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내 외모를 보고 다른 놈들이 지껄이듯 ‘이방인’이라 간주하고 대놓고 무시하는 것인가.


연정백의 입가에 뒤틀린 미소가 흘렀다.


“백성들이라니. 동생이 죽어서 온 것이 아니었나?”


“······당신이 내 아우를 죽인게 맞소?”


“크크큭. 역시 그렇군.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구만. 혼자왔는가?”


실제로 혼자 들어온 함충식은 그 물음에 껄껄 웃었다.


“혼자왔냐고? 나 금서주 태수 함충식이오. 청양성에 있는 모든 병사들이 내 권속이고 지금 당신이 있는 이 관저를 지키는 병사들 역시 내 병사들이요. 혼자왔냐고? 그럼. 혼자 왔지. 내가 내 집을 돌아다니는데 거리낄게 있겠소?”


함충식의 기세등등한 목소리에 연정백은 미소지으며 이악을 바라보았다.


이심전심이라 했던가.


이악은 대번에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 수신호를 하여 뜻을 확인한다.


“동생이 왜 죽었는지 아는가?”


연정백의 고개가 가볍게 까닥이자 이악이 움직였다.


그것은 흥분한 함충식이 조금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했고 자연스러웠다.


“살이 디룩디룩 찐 그 놈 말이지? 그래. 기억난다. 그놈은 죽을 때도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더군. 아아. 정말이지 듣기 싫은 소리였어.”


연정백은 기어이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함충식의 얼굴은 붉다 못해 곧 터질 듯이 퍼렇게 변했고 그의 손은 즉시 허리 춤에 찬 검으로 움직였다.


기세로만 보자면 마치 색목인처럼 보이는 잘생긴 황자에게 곧 검을 휘두를 기세였다.


하지만 연정백의 말은 끊어지지 않았다.


“왜 죽었냐고?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끊임없이 주제파악을 못해서 죽었지.”


푸우욱!


“이렇게.”


함충식의 가슴을 뚫고 검이 튀어나왔다. 주인의 지시에 조금의 망설임도 가지지 않은 이악의 솜씨였다.


이악의 검이 거두어지자 함충식은 서서히 뒤로 쓰러졌고 꺼져가는 그의 눈빛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어느 누가 자신의 병사 수천이 위치한 자기 집 안방에서 죽음을 예상하겠는가.


커억커억 소리 외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는 숨이 멎을 때까지 연정백을 노려보았지만 상대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숭무련 잔당에게 죽은 태수 함충식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르도록 준비해라.”


“예. 부족함 없이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비상상황이니 모든 청양의 관리와 병사들에게 전해라. 지금부터 내가 금서주 태수를 대신한다. 그리고 청양성의 모든 병사들은 맡은 임무를 멈추고 성내에 있는 제백의 왕손을 찾는데 전력을 다한다.”


“예. 즉시 전달하겠습니다. 비영사들은 어찌할까요?”


“남은 비영사들이 몇이냐?”


“열댓 명입니다.”


“장인이 어찌 붙여줬는지는 모르나 그놈들은 본디 부황의 눈과 귀라 볼 수 있으니··· 밖으로 돌려라. 그놈들이 가까이 있어 좋을 것이 없다.”


“예.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악.”


“예.”


“청양뿐 아니라 금서주 모든 지역에 빠짐없이 용모파기와 함께 포고문을 붙여라. 제백의 왕손이라는 말은 생략하고 현상금은 황금 일천 냥이다.”


“황금 일천··· 냥 입니까?”


단 한번도 반문하지 않았던 이악이 되묻자 연정백은 그저 고개를 까닥였다.


그도 이해했던 것이다. 그만큼 일천 냥은 거대한 액수였다.


이악은 두번 묻지 않았다. 고개를 허리까지 숙여 공손히 예를 갖춘 뒤 움직인 그는 날랜 비호와도 같았다. 그리고···


청양성의 넓은 지역에 빼곡히 포고문이 붙었다.


황금 일천 냥이라는 거금은 가난으로 희망이 없던 제백령 백성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병사들은 자꾸만 사라지는 용모파기를 다시 붙이고 또 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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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혼부(魂瓿) +2 21.05.19 397 11 13쪽
12 진왕 연정백 +4 21.05.18 402 10 15쪽
11 호정 +2 21.05.17 415 10 14쪽
10 무투장 +1 21.05.16 417 12 12쪽
9 회서파(淮西波) - 2 +1 21.05.15 415 12 13쪽
8 회서파(淮西波) - 1 +2 21.05.15 433 13 12쪽
7 배신자 +2 21.05.14 455 14 14쪽
6 첫 만남 +4 21.05.14 527 16 14쪽
5 가족 +3 21.05.13 512 16 11쪽
4 탈환 +1 21.05.12 519 15 15쪽
3 이씨철방(李氏鐵房) +1 21.05.12 548 16 11쪽
2 비영사(秘影社) +3 21.05.12 646 21 16쪽
1 서(序) +4 21.05.12 764 2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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