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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용감한황소 님의 서재입니다.

괴담 도감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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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황소
작품등록일 :
2024.09.04 06:41
최근연재일 :
2024.09.17 18: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97
추천수 :
0
글자수 :
60,226

작성
24.09.15 18:05
조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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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홍청전(紅靑戰)

DUMMY

아침 댓바람부터 괴담을 기록하고 학교로 떠났다.


교실 문을 열자마자 남자애들의 하울링이 귀를 자극했다.


"Siu~~"

"Siu~~"

"우~~"


남자애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분을 위한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여자애들은 화장품, 아이돌, 그 외 가십거리를 주제 삼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이었지만 난 이 평화가 너무 그리웠다.


"제갈재인이!"

"뭐야. 샘은 어디 가고 너 혼자 있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사책이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분위기를 잡았다.


뻔하다. 이 새끼는 진지해질수록 장난기가 도드라진다.


"Siu~~~"

"어 시우."

"그게 아니지! 잘 따라 해 봐. Siu~"

"S..i..u."


만족했는지 흐뭇한 얼굴로 사라졌다. 그래 너라도 좋았으면 된 거지.. 그나저나 다들 괜찮은 건가?


창가에서 여자애들과 떠들고 있는 소리도, 다짜고짜 그분을 찬양하고 사라진 사책이도 도깨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있는 건지. 기억을 못 하는 건지 감이 오지 않는다.


날짜는 도깨비 사건 기준 바로 다음 날인데.. 모른 척하기에는 그 충격이 다 가시지 않았을 테고 시간상으로 말이 안 된다.


"자- 수업 시작하자. 반장 인사."


선생님의 등장으로 1교시가 시작됐다.


***


"쉬는 시간에 매점 갈 생각만 하지 말고. 틈틈이 복습도 좀 하자."


... 1교시가 다 끝나가도록 샘이 나타나지 않았다.


"소리야. 샘 어디 아파? 여태 등교를 안 하네."

"그러게.. 선생님한테 무슨 일 있는지 여쭤볼까?"


샘에 대한 걱정이 한창일 때 사책이가 말했다.


"샘? 걔 학교 왔어."

"왔다고? 근데 왜 수업에 안 들어와."

"그야 나도 모르지. 똥 싼다고 화장실 가지 않았나?"


나는 불길한 예감에 1학년이 이용하는 2층 복도 화장실을 모조리 둘러봤다.


"샘 찾았어?"

"아니 안 보여. 정말 화장실 간 거 맞아?"

"맞다니까. 나한테 휴지도 빌려 갔어. 화장실 둘러본 거 맞아?

"2층 화장실 전체를 다 둘러봤어."

"2층? 샘은 우리 층 화장실 안 써."

"그럼 어딜 간 건데? 설마 2•3학년 화장실을 쓰는 거?"


사책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관 말고, 지금은 폐관한 옛날 건물 있잖아."

"그 철거한다고 말 많던?"

"응. 가끔 행사 있을 때나 쓰고, 사실상 방치해둔 곳."

"거기까지 가서 똥을 싼다고?"

"걔 원래 사람 많은 곳에서 똥을 못 싸. 그래서 사람 없는 곳 골라서 가는 거야."


....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 읊는다.


괴담 세 개를 파헤쳤더니 슬슬 감이란 게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안고 교실 문을 나섰다.


"재인아, 어디가?! 2교시 수업 종 울렸잖아."

"선생님께는 배 아파서 양호실 갔다고 전해 줘."

"샘이 찾으러 가려고?"


가볍게 고개만 끄덕인 채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었다.


***


"야! 양샘!"


폐관 건물은 총 3층으로 구성되었고, 층마다 화장실이 2개가 있었다.


2×3=6


샘을 찾으려면 총 6개의 화장실을 둘러봐야 한다.


"여기 있냐? 있으면 좀 대답해."


6개 중 5개를 뒤져갈 때까지 대답도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화장실에 들어갔다.


"새... 샘?! 너 여기 있는 거야??"


드디어 드디어 화장실 네 번째 칸에 걸려 있는 샘의 마이를 찾아냈다.


샘은 분명 이곳에 있었다. 하지만 왜 마이만 두고 사라진 거지?


"야!! 양샘?! 여기 있으면 좀 나와 봐."


흔적은 찾았지만, 대답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엄한 게 들려왔다.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시.. ㅂ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설마 샘이 이놈한테 당한 걸까?


[] 임무 []


화장실 괴담으로부터 살아남으십시오.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셔도 됩니다.


[] 닫기 []


나는 임무를 받는 그 즉시 빨간 휴지를 달라고 했다.


역시 괴담대로 화장실에서 손이 튀어나와 내 모가지을 비틀며 피를 흩뿌렸다.


부활한 나는 아까와는 반대로 파란 휴지를 달라고 했다.


또 괴담대로다. 이번엔 내 얼굴이 시퍼렇게 물들되까지 목 졸랐다.


화장실 괴담은 무슨 휴지를 선택한들 죽을 수밖에 없다.


[부활합니다.]


***


빨간 휴지도 죽고 파란 휴지도 죽는다면 남은 선택지는 뭐가 있을까?


소문으로는 하얀 휴지를 달라고 하면 된다는데.


사실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므로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하.. 하얀 휴지 주세요."


잔뜩 긴장한 채 기다려봤다.


한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하얀 휴지가 정답이었나?


"흐흐흐흐흐흐흐."


변기통 깊숙한 곳에서부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흐흐흐흐흐흐흐. 하... 하얀..흐흐흐흐흐"

"...네 하얀 휴지를 부탁드.."

"왜!!! 왜?!! 내가 빨간 휴지하고 파란 휴지 중에 고르라고 했잖아!! 근데 왜 내 말 안 들어?!"


[사망하셨습니다.]


[사인: 익사]


***


하얀 휴지를 골랐더니 변기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한참이나 물속에서 허우적거린 끝에 숨이 막혀 죽어버렸다.


젠장.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Siu~~"

"Siu~~~"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생각해 보자. 일단 괴인을 봉인하는 것보다 우선인 건 샘의 목숨을 구하는 거다.


"제갈재인이!"

"샘!! 샘은 어디 갔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하니까 대답해. 샘 어디 갔냐고?!"

"야 왜 정색을 다 하냐.. 그 새끼 똥 싸러 갔어."

"언제? 방금 전이야? 아니면 시간 좀 지났어."

"한 10분 전에 교실에서 나갔는데.."


교실에서 나간 지는 10분.


본관에서 폐관까지 6~7분 거리.


지금 달려가면 샘을 붙잡을 수 있다.


"야! 재인아 너 어디가?"


사책이를 뒤로 하고 존나 뛰었고 폐관 1층 현관문에 닿기 직전이었다.


"너 혼자 어디가?"


난데없이 나타난 추기구가 날 붙잡아 세웠다.


"비켜 봐. 급하게 갈 때가 있어."

"어디 가는데?"

"아 시발 똥 싸러 가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좀 비키라고."


기구를 밀치고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원래 기구 몸이 이렇게 힘이 좋았던가?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인 기구가 꿈쩍도 안 한다.


"여기는 폐관이야. 학생들이 들어가면 안 돼."

"아.. 알겠다니까. 잠깐만 볼일만 해결하고 나올 거니까 좀 비켜 봐.."


기구 옆을 스치듯 지나가고나서야 폐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근데 저 새끼는 수업 종이 울렸는데 왜 여기 있는 거지?


***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누.. 누 누구세요?"

"빨간 휴지와 파란 휴지 중에••"


화장실 네 번째 칸에서 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부리나케 달려가 화장실 두드렸다.


"야!! 거기서 당장 나와."

"넌 또 누구야?"

"재인이니까 빨리 나와."

"나 아직 똥을 못 닦았어.."

"지금 네 똥 기저귀 걱정할 때야?"


부서져라 문을 당겼다. 샘이 허겁지겁 바지를 추켜올리고 밖으로 나왔다.


"재인아 그.. 화장실에 누가 이.. 있어."

"알겠으니깐. 너는 바로 교실로 들어가."

"너는 같이 안 가고?"

"나도 곧장 따라갈게."


이대로 두 사람 다 화장실을 나갔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적어도 한 명은 이곳에 남아 저 괴인을 상대해야 한다.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나는 설정창을 열고 되는대로 설정을 바꿔봤다.


뭐 하나라도 얻어걸려라. 제발. 쫌..


[] 그래픽 []


0-1-2-3-4-5



[] 닫기 []


그래픽 설정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중 의아한 구석을 발견했다.


그래픽 수치가 낮을수록 주변 지형지물이 엷게 보이기 시작한 거다.


화장실 네 번째 칸 문을 열고 변기통을 들여다봤다.


?!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변기통 안으로 빠져들었을 때 괴인의 형태는 오직 손만 보였다.


지금 변기통 안을 투시하고 있을 때도 똑같다.


저놈은 손밖에 없다. 그럼, 나머지 신체 부위는 어디 간 거지?


설마 읽어버린 신체를 찾겠다고 우릴 죽인 건 아닐까?


그래. 빨간 휴지를 주겠다며 내 몸을 절단냈을 때를 되새겨 봐.


죽기 직전의 기억으로는, 조각난 내 몸통을 가져다가 자기 팔을 이어 붙이려고 했잖아.


어쩌면 저놈이 진짜 원하는 거는?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네 몸통을 돌려줄게."


왜 아무런 말이 없지. 또.. 내 답이 틀린 건가?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변기통에서 튀어나온 팔이 마구잡이로 뒤흔들렸다.


"거짓말이 아니야! 정말 네 몸을 돌려줄 수 있다고!"

"거짓말. 돌려줘. 내 몸. 내 몸. 얼굴이 가지고 싶어. 몸통이 가지고 싶어. 다리가 필요해."


나는 상태창을 열고 상점을 펼쳤다.


몸통이 될 만한 것들을 뒤져가며 스크롤을 내렸다.


[] 상점 []


•나무막대기 03만 원

•스케이트 보드 72만 원

•마이크 34만 원

•인체 표본 110만 원

•유레카의 물약 ???만 원


[] 닫기 []


인체 표본???


과학실에서 보던 그 사람 모형 아닌가?


저거라면 사람 육체 흉내라도 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문제는 110만 원이라는 거금을 줘야 한다.


나 같은 학생한테 무슨 돈이 있다고..


"재인아 너 아까부터 왜 안 나와?"

"뭐야?! 교실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

"너 냅두고 나 혼자 어떻게 돌아가.. 빨리 가자..나 솔직히 너무 무서워."


샘의 아버지가 사업으로 잘 나간다고 하셨는데. 혹시 샘이라면 돈이 있지 않을까.


"샘아 어 돈 좀 있냐?"

"있기야 있는데···?"

"얼마?"


샘이 호주머니를 뒤적거렸다.


"67,000원."


그래.. 애들 용돈치고는 많긴 많다.


하지만 110만 원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다.


"더 없어???"

"얼마나 더 필요한데?"

"되는대로!!"

"그럼 카드라도 줄까? 엄마가 곤 부족하면 가져다 쓰라고 주셨는데."


에라이.


죽는 것보다 돈 좀 쓰고 혼나는 게 낫지.


나는 샘에게 건네받은 카드를 상태창에 긁어버렸다.


[인체 모형을 구입하시겠습니까?]


[5만 원 이상 결제 시 서명이 필요합니다.]


[아래 서명란에 서명 부탁드립니다]


급한 대로 무작정 이름을 새겨 넣었다.


[110만 원이 결제되었습니다.]


[인체 모형이 구현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1초. 2초. 3초.


허공에서 환한 빛이 분산되더니 순식간에 인체모형으로 재탄생했다.


"재인아 이게 뭐야? 저 인형 같은 게 왜 나타나?"

"됐고 넌 카드나 받아. 아 그리고 미리 미안하다."

"뭐가?"

"엄마한테는 잘 말씀드려. 아들 목숨값으로 110만 원이면 싸게 먹혔다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인체 모형 집어 들었다.


"자,이게 네 몸통이다."


때려 박듯이 변기통 안으로 인체 모형을 밀어 넣었다.


[] 임무 []


화장실 괴담으로부터 살아남으셨습니다!


[] 닫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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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에필로그 24.09.17 3 0 2쪽
14 도깨비 터(完) 24.09.17 3 0 14쪽
13 귀접(鬼接) 24.09.16 3 0 14쪽
» 홍청전(紅靑戰) 24.09.15 7 0 12쪽
11 소꿉놀이 II 24.09.14 8 0 7쪽
10 소꿉 놀이 I 24.09.13 6 0 5쪽
9 눈먼 자들의 괴담 II 24.09.12 6 0 9쪽
8 눈먼 자들의 괴담 I 24.09.11 6 0 6쪽
7 자살 좋아하세요 IV 24.09.10 6 0 12쪽
6 자살 좋아하세요? III 24.09.09 6 0 11쪽
5 자살 좋아하세요? II 24.09.08 6 0 9쪽
4 자살 좋아하세요? I 24.09.07 6 0 15쪽
3 흉가 체험 Ⅲ 24.09.06 7 0 8쪽
2 흉가 체험 Ⅱ 24.09.05 7 0 7쪽
1 흉가 체험 Ⅰ 24.09.04 17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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