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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용감한황소 님의 서재입니다.

괴담 도감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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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황소
작품등록일 :
2024.09.04 06:41
최근연재일 :
2024.09.17 18: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99
추천수 :
0
글자수 :
60,226

작성
24.09.13 18:05
조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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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5쪽

소꿉 놀이 I

DUMMY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출장 가셨다.


정신없이 지낸 나머지 부모님의 입국 날짜를 잊어버렸던가.


달력을 확인해 봤다. 역시 입국일은 오늘이 아니다.


그러면 대체 거실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누구의 것일 테지?


"호호호호홍 아들~ 일어나야지."


경박한 웃음소리에 확신했다. 저 녀석은 엄마가 아니다. 우리 엄마는 저딴 근본 없는 소리를 내시지 않는다.


엄마 연기를 할 거면 좀 제대로 할 것이지. 누가 봐도 작위적인 엄마 흉내다.


"너~ 정말로~ 이 개구쟁이. 안 되겠다, 엄마가 직접 깨우러 가야지."


인기척이 가까워진다. 아마 내 방문 앞으로 걸어오는 것이겠지.


"아들 자니? 엄마가 깨우러 왔는데 방문도 안 열어줄 거야?"


긴장감 탓에 온몸이 경직된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시체마냥 침대에 누워있는 게 전부다.


이 상황을 빠져나갈 궁리를 해야 하는데 뇌조차 멈춰 버린 거 같다.


[] 임무 []


임무 -소꿉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맡은 역할에 충실하십쇼.


[] 닫기 []


역시 자칭 엄마라고 하던 녀석은 괴담이었다.


그나저나 방금 막 임무를 완수했는데 곧바로 다음 임무라니 숨 쉴 틈조차 안 주는구나.


[] 요령전수 []


상태창에는 다양한 기능이 내포되었습니다.


소유자의 역량에 따라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으니 잦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 확인 []


요령 전수대로 상태창을 쭉 한 번 훑어봤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아들 자니? 혹시 어디 아픈 거야? 엄마가 걱정되잖아, 문 좀 열어줘 봐."


문고리를 잡아끄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지, 문고리를 밀어내는 소리인가?


"아들~ 아들~~ 우리 예쁜 아들~ 왜 엄마가 하는 말 다 들었으면 못 들은 척하는 거야?"


퍽 퍽 퍽.


자칭 엄마라 부르는 존재가 방문을 두들겼다.


손으로 두들겼다기엔 소리가 둔탁하다. 이건 마치 이마빡으로 찍어 누르는 것 같았다.


"너~어~ 마지막 경고다! 지금 문 안 열면 엄마가 맴매할 거예요~ 호호호호홍"


결국 방문이 자칭 엄마의 힘에 못 이겨 부서졌다.


"너~어. 엄.마.한.테. 혼나야지-"


시발. 시발. 시발.


역시나 저 새끼는 엄마인 척 날 속일 생각이 없었다.


속일 생각이 있었다면 최소한 엄마 모습으로 나타났어야 한다.


분명 목 위로는 엄마 얼굴인데, 그 아래로는 팔 세 개, 다리 한 짝반으로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거기다가 몸통은 만들다 만 것처럼 장기가 배 밖으로 돌출되어 있었다.


"왜 문 안 열어줘? 너 내가 우스워? 엄마가 네 친구야? 불효자 자식.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다 사줬더니 네가 엄마를 투명 인간 취급을 해?"


차마 사람 같지도 않은 저 모습을 정면으로 볼 용기기 안 났다.


녀석의 손가락이 눈에 밟혔다. 손목마다 손가락은 한 개 혹은 많아야 두 개뿐이다.

하물며 그 팔목도 반쯤 날아가 있었다.


마네킹처럼 한 발 한 발 부자연스럽게 다리를 떼며 걸어온다.


점차 가까워지더니 침대맡에 나란히 섰다.


"엄마 얼굴 봐 봐!! 얼굴 얼굴 보라고!!"


아니, 봐선 안 된다.


저게 괴물인지 귀신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살려면 최대한 못 본 척 숨죽여 있어야 한다.


나는 눈을 꼬옥 감고 숫자를 셌다.


열 일곱(17)을 세어갈 때 동안 자칭 엄마는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대신 누워있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녀석의 콧바람이 내 인증에 닿는다. 눈을 뜨지 않아서 불확실하지만, 아마 내 코앞에 있겠지.


"진짜 자나 보내~호호홍. 우리 아기 코~ 잘 자요."


인중에서 느껴지던 콧바람이 사라졌다. 질척질척 바닥을 걷는 소리가 들린다. 끝으로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나간 걸까? 인기척은 사라졌지만, 어딘가 불안하다. 분명 사람은 없는데 시선은 느껴진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실눈을 떴다.


"시...바.ㄹㄹㄹ아."


어디 갔나 했더니 녀석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얇게 뜬 눈꺼풀 사이로 녀석의 동공과 딱 마주쳤다.


"호호호호홍."


녀석의 세 팔 중 하나가 안 보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팔 하나만 우두커니 선 채 문지방을 오가고 있었다.


"아들 자는 척했어?"

"........"

"왜 자는 척했냐고!!!!! 호호호호홓호홍"

"........"

"못된 아기는 엄마한테 혼나야 해요!! !! !!! 호호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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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 24.09.04 5 0 -
15 에필로그 24.09.17 3 0 2쪽
14 도깨비 터(完) 24.09.17 3 0 14쪽
13 귀접(鬼接) 24.09.16 3 0 14쪽
12 홍청전(紅靑戰) 24.09.15 7 0 12쪽
11 소꿉놀이 II 24.09.14 8 0 7쪽
» 소꿉 놀이 I 24.09.13 7 0 5쪽
9 눈먼 자들의 괴담 II 24.09.12 6 0 9쪽
8 눈먼 자들의 괴담 I 24.09.11 6 0 6쪽
7 자살 좋아하세요 IV 24.09.10 6 0 12쪽
6 자살 좋아하세요? III 24.09.09 6 0 11쪽
5 자살 좋아하세요? II 24.09.08 6 0 9쪽
4 자살 좋아하세요? I 24.09.07 7 0 15쪽
3 흉가 체험 Ⅲ 24.09.06 7 0 8쪽
2 흉가 체험 Ⅱ 24.09.05 7 0 7쪽
1 흉가 체험 Ⅰ 24.09.04 17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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