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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킹 님의 서재입니다.

외계행성에서 연인과 떨어졌을 때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조율킹
작품등록일 :
2021.06.22 08:13
최근연재일 :
2021.10.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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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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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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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화-다시 만난 두 사람

DUMMY

“관측팀, 상황은 어떻습니까?”

[공중에 그대로 있습니다.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황.]


케이시가 받은 보고는 황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글러트니에게 있어서 공중부양이 딱히 대단한 기예는 아니었다.


‘전투력이라···’


글러트니가 목숨을 걸고 끌어올리는 전투력. 사실 굉장히 애매한 단어였다. 이 전투력이란 게 어디 사전 같은 곳에 실린 단어도 아니었고, 단지 글러트니 자신이 ‘전투력이라고 생각하는 능력’이 올라가는 거라 막상 뭐라 정의하려고 하면 상당히 난감했다.


‘지구에서 발행한 무슨 만화를 보고 영향을 받은 거 같긴 한데···’


심지어 케이시조차도 전투력이 뭔지 잘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마법사의 정확한 제약이나 능력의 범위는 불문에 부치는 게 원칙이었으니까.


‘글러트니를 제압할 생각은 하지 말자. 지금처럼 감시가 최선의 방식이야. 아무리 괴물 같은 능력이라지만 잔여 마법이 무한은 아닐 거야. 글러트니의 마법은 지난 180일간 섭취한 칼로리를 모두 전투력을 바꾸는 신체 계통의 마법이지. 바디캠으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면 소크라테스에서 이미 47분 27초의 변신을 유지했어. 그리고 애덤에서 날 구할 때도 잠깐이지만 변신을 했고. 길어도 10분 내로 저 변신은 풀릴 거야.’


케이시가 글러트니에 대한 분석을 마칠 즈음에 표적의 움직임을 포착한 관측병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표적이 움직입니다. 방향으로 볼 때 서쪽 게이트입니다.]

“알겠다. 나도 움직이지.”


케이시는 휘하의 병사들을 이끌고 옥상을 뛰어넘으며 서쪽 게이트를 향했다.



**


“난리가 났군.”


쐐애애액-


도약용 외골격의 최대 속도는 ‘따위’로 취급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글러트니였으나 마법으로 향상된 그의 반사신경은 도시의 하늘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알 수 있게 해줬다.

지금 테무친에서는 공화국의 자랑인 마법사들이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민간인 피해는 양측이 신경을 쓰고 있어서 시민들은 좀 소란스러운 일이 있나 싶을 뿐이었으나 마법사 중에서는 응급실로 워프된 인원까지 나오고 있었다.


“아마 곧 사망자도 나올 수도 있겠다.”

“씨뱅아, 그보다 너 뭐야? 왜 우릴 구해준 건데?”


유미는 글러트니의 팔에 매달린 채로 그를 째려보며 물었다. 표정만큼은 적의만으로 상대가 주눅을 들게 만들 정도였으나···


“누나, 그렇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땐, 뭘 해도 쪽팔려. 걍 가만히···”

“싸물어!”

“나는 따른다.”

“응?”

“예?”


뜬금없는 글러트니의 말에 철수와 유미 모두 글러트니를 쳐다봤다.


“나는 정의를 따른다. 내가 판단하기에 염사는 악당이었다. 소크라테스에서부터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아, 혹시 그래서···”


철수는 크리스에게서 글러트니가 어정쩡한 태도로 작전에 임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떠올랐다.


“정의의 편이 살인을 의뢰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랬군요. 덕분에 누나 애인이 글러트니에게 걸리고도 살아남았구나.”

“넌 뭘 맞장구를 치고 있어? 그냥 중2병이잖아?”

“중2병?”

“됐고, 그래서 넌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흠···”


글러트니는 병원이 보이는 건물의 옥상에 착지할 때까지 유미의 질문에 뜸을 들이다가 유미와 철수를 놔준 후에야 질문에 답했다.


“쿠란티노로 갈 생각이다. 군인은 그만둘 생각이지만. 그럼 부탁하지.”

“부탁? 뭘?”

“오케이-”


유미와 철수는 갑자기 끼어드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그곳엔 익숙한 얼굴이 막 착지를 한 상태였다. 양쪽 뺨에 그려진 홍조가 눈에 띄는 뚜렷한 이목구비의 마법사, 더 루피였다.


“더 루피? 아, 아까는 감사했습니다.”

“나야말로 고맙지. 김철수, 네가 퍼뜨린 정보가 아니었으면 난 아직도 이놈들 인형 노릇이나 했을 테니까.”


콰가가각!


철수와 더 루피가 인사를 나누는 사이 글러트니는 이곳으로 올 때와 같은 방법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친 후 비행했다. 삽시간에 멀어진 그의 모습을 보고 유미는 헛웃음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허, 작별 인사도 없이 가네. 원래 저놈 성격이 저래?”

“아···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아싸긴 하지.”

“하여튼, 병원은 저기 앞이니까 얼른 내려가자. 누나, 외골격이랑 슈트 다 착용했지?”

“응, 긴급탈출기는 못 챙겼는데, 뭐, 안 죽으면 되겠···”


푸슝- 푸푸푸슝- 푸슝-


유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소나기처럼 빗발치는 E-9 소총의 탄환. 일행보다 조금 더 높은 옆 건물 옥상에는 역시 그들에게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크하하하하! 반란군 놈들, 놓치지 않겠다.”

“아수라?”


상의를 탈의한 채 근육을 뽐내고 있는 청발의 사내, 아수라는 여섯 개의 팔과 여섯 개의 소총을 더 루피를 향해 겨눴다. 그리고 이어지는 약식 주문 마법.


“십이식전수(十二式戰手)”


스스로 분열하여 열두 개로 변한 아수라의 손은 그가 바닥에 두었던 여섯 개의 소총을 추가로 들어서 사정없는 연사를 시작했다.


“글러트니가 갈 때까지 기다린 건 좋았는데, 여전히 머리가 나쁘네.”


더 루피는 아수라가 입은 슈트의 손목 부분을 조절해 탄환이 모두 빗나가게 했다.


“이, 이런···”


엉뚱한 곳을 노리고 허망하게 날아간 아수라의 탄환들은 반란군의 격퇴라는 초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으나 아예 아무런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더 루피가 자신을 노리고 쏜 손을 틀어버린다는 게 그만 유미를 향하게 한 것이다.


“크윽···”

“세, 세상에, 본 크러셔.”


옆구리를 꿰뚫린 유미는 더 루피의 사과를 듣기도 전에 건물 아래로 추락했고, 철수는 그런 유미를 구하기 위해 뛰어내렸다. 더 루피는 계속해서 아수라를 상대하는 게 돕는 거라 여기고 교전을 지속했다.


“웃차, 3D 프린터로 지혈용 거즈 꺼내서 출혈만 막아. 병원까지 가면 지원군이 한 명 더 있을 거야.”

“엑? 핑 푸티오?”


건물 아래에는 핑 푸티오가 트레이더와 살벌한 마법전을 펼치고 있었다.


“오버 차지(Over Charge) 200%”


핑 푸티오의 왼쪽 손등의 숫자가 100을 넘어서 200%를 나타내자 그녀와 거리를 벌렸던 정장 차림의 트레이더는 자석에 이끌리는 물체처럼 그녀에게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트레이더는 핑 푸티오의 후속타가 이어지기 직전에 마법을 써서 탈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아, 진짜 안 맞네. 본 크러셔 몸 상태를 보니까 자력으로 가는 데엔 시간이 걸리려나? 잠깐만, 오버 차지 170%”


이번에는 그녀의 오른손이 나섰다.


쿵!


“으악!”


핑 푸티오가 손을 뻗자 유미와 철수는 마치 덤프트럭에 치인 것처럼 직선으로 날아가 건물의 외벽과 충돌했다. 만일 그 둘이 충격 제거 슈트를 입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 온몸의 뼈가 부서져 사망했으리라.


“아오, 저 여자가···”

“얼른 병원 안으로 들어가서 메디컬 머신을 써라! 2~3분이면 회복될 거야.”


철수는 새로운 목소리가 나타난 곳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철수가 아는 얼굴이었다.


“트러블러? 근데 소믈리에르랑 다른 병사들이 왜···”


트러블러의 주변엔 공화국 마법사인 소믈리에르를 비롯한 다수의 병사가 바닥에 몸을 비비고 있었다. 괴로운 표정을 소믈리에르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트러블러를 노려보았다.


“크윽··· 트러블··· 러, 당신··· 분명 물질···” “뭐 해? 얼른 들어가.”

“아, 예.”


철수는 유미를 부축한 채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자동문이 열리고 나타난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진 침대형 메디컬 머신 중 하나에 유미를 눕힌 철수는 무사히 작동하는 기계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휴- 다행히 이것까지 막지는 않았군. 반란군인 걸 감지하고 폭발하거나 하지는 않겠··· 응?”


철수는 긴장이 풀리자 페어리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느꼈다. 그가 본 페어리는 이미 많은 메시지가 와 있었고 이제는 전화까지 오는 참이었는데, 그 발신자는 케이시였다.


“용살 쪽이 도착한 건가? 때마침 전화를 주네.”


철수는 전화를 받은 후 상처를 치료하느라 똥 씹은 표정을 한 유미에게 말했다.


“이거 다 치료하고 같이 어디 좀 가자.”



**



“이것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소크라테스로 갔다는 소식을 들은 게 한 시간 전인데?”


땅속에서 나타난 용살부대는 자신의 주특기들을 유감없이 펼쳤다. 공중을 장악한 비브라토와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적들의 시야를 가린 엘리제와 음역, 때를 놓치지 않은 숭과 라르고의 근접. 니겔룬은 곧바로 드론들을 작동시켜 주변을 탐지하기 시작했고, 찬희는 백발백중의 사격으로 적들의 전의를 꺾어버렸다.


“후- 쉬워- 쉬워-”

“니겔룬, 김철수와의 연락은?”

“지금 시도 중입니다.”

“전 케이시 님에게 가겠습니다.”


크리스는 용살부대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도약했다.

크리스의 모습을 빤히 지켜본 언더그라운드도 다시 땅굴을 파면서 말했다.


“나도 가보겠쓰. 아군 마법사들 도우러 가야지. 댁들도 잘 해보소.”

“으아, 정 없어.”


언더그라운드가 땅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진 것과 음역의 불평, 니겔룬의 통화 시도가 성공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니겔룬은 페어리 너머의 김철수에게 위치와 상황을 물어보다가 이내 철수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구겨지지 않고 깔끔한 그의 미간이 나쁘지 않은 제안을 받았음을 나타냈다.


“흠··· 마법사들이 도와준 거로군. 개 같은 거, 그럼 우린 소크라테스로 돌아가는 길만 마련한다면··· 알겠다. 그럼 그쪽으로 보내지. 찬희!”

“예?”


니겔룬의 뜻밖의 호명에 주변을 경계하던 찬희가 니겔룬을 돌아봤다. 니겔룬은 자세히 봐야만 알 수 있을 정도로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손가락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건물을 가리켰다.


“저기 옥상으로 도약해라.”

“저곳은 왜··· 아!”


찬희는 니겔룬의 태도에서 그가 무엇을 위해 자신에게 이동 명령을 내린 건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평소라면 꿈도 못 꿀 그의 희미한 미소와 말투에서 느껴지는 격려의 느낌. 찬희는 원래 명령권을 가져야 할 클라우디아를 바라보았으나 그녀도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클라우디아는 니겔룬의 통화를 같이 듣고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찬희는 어느 때보다 힘찬 도약을 했다. 키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가까워지는 니겔룬이 지목한 8층짜리 건물. 찬희의 가슴은 가득히 찬 기대감으로 용량초과를 나타냈으나 상관없는 일이었다.


“유미야···”


그곳엔 유미가 있었다. 그녀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는 듯한 와인색의 머리, 매력적으로 찢어진 가느다란 눈과 찬희와 함께 마라탕을 먹으러 간 날과 정확히 일치하는 인상착의, 그리고 그 옷 위로도 느껴지는 유미의 강인한 육체.


“찬희···”


그곳엔 찬희가 있었다. 자신이 본적 없는 기묘한 패션과 많이 자란 머리카락, 그리고 못 본 새에 훈련으로 붙은 근육들, 하지만 찬희를 알아보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오뚝한 코, 두툼한 입술, 그리고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자신의 가치관을 통째로 뒤흔들었던 상냥함까지.


유미와 찬희는 서로를 향해 걸어갔다. 오렌지색 머리의 아줌마랑 무슨 관계냐, 염사가 지껄였던 새로운 연애는 진짜냐, 그런 의문들은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눈빛에서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왔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으니까.

마침내 손을 맞잡을 곳까지 도달한 찬희는 유미에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마침 시간이 그 시간인 게 기가 막힌다고 생각했다.


“유미야, 지금··· 점심 기분은?”

“풉.”


유미는 웃었다. 가슴에 쌓인 답답함과 설움이 한 번에 폭발하며 눈물도 같이 흘렀으나 눈물은 찬희의 눈에서도 흐르고 있었으므로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이거.”


유미는 대답과 동시에 찬희의 멱살을 잡아끌어서 입을 맞췄다.




43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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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화-하비 크리스 21.10.27 33 0 12쪽
» 42화-다시 만난 두 사람 21.10.22 29 0 12쪽
42 41화-반란(5) 악당 21.10.21 29 0 11쪽
41 40화-반란(4) 21.10.20 29 0 12쪽
40 39화-반란(3) 누구보다 강하게 21.10.15 35 0 12쪽
39 38화-반란(2) 21.10.14 25 0 12쪽
38 37화-반란(1) 21.10.13 29 0 11쪽
37 36화-진실에 다가가는 사람들 21.09.11 35 0 12쪽
36 35화-확신 21.09.09 31 0 12쪽
35 34화-찬희가 간과한 것 21.09.08 30 0 12쪽
34 33화-의심 21.09.03 31 0 12쪽
33 32화-재회 21.09.02 35 0 13쪽
32 31화-에우클레이데스 구역으로 21.09.01 26 0 13쪽
31 30화-공화국 최강의 마법사 21.08.25 32 0 12쪽
30 29화-작전명 바이러스(7) 역습 21.08.20 34 0 13쪽
29 28화-클라우디아 노트 이자벨라 21.08.19 30 0 12쪽
28 27화-작전명 바이러스(6) 등장 21.08.18 30 0 13쪽
27 26화-작전명 바이러스(5) 술래잡기, 대리석 디펜스 21.08.13 27 0 12쪽
26 25화-작전명 바이러스(4) 숨바꼭질 21.08.12 25 0 12쪽
25 24화-작전명 바이러스(3) 크세노폰,에우클레이데스 구역 21.08.11 26 0 12쪽
24 23화-작전명 바이러스(2) 플라톤, 알키비아데스 구역 21.08.06 31 0 12쪽
23 22화-작전명 바이러스(1) 21.08.05 30 0 12쪽
22 21화-고찬희 21.08.04 33 0 13쪽
21 20화-집결 21.07.31 25 0 12쪽
20 19화-내분 21.07.30 32 0 13쪽
19 18화-안유미 21.07.29 34 0 12쪽
18 17화-원주민 21.07.28 37 0 13쪽
17 16화-마르크스 전투(4) 유미vs겐지 21.07.27 34 0 13쪽
16 15화-마르크스 전투(3) +1 21.07.23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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