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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킹 님의 서재입니다.

외계행성에서 연인과 떨어졌을 때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조율킹
작품등록일 :
2021.06.22 08:13
최근연재일 :
2021.10.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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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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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화-작전명 바이러스(3) 크세노폰,에우클레이데스 구역

DUMMY

콰과광, 쾅, 쾅!


“끄아아악.”

“뭐, 뭐지?”

“대, 대리석이···”


7m는 족히 넘는 기다란 직사각형의 대리석이 마치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현상처럼 스스로 움직여 공화국 병사들의 뼈를 부수고 바닥을 피로 적신다.

도전부대의 뱅, 콜드 스톤이라는 이명의 마법사가 수비를 맡은 크세노폰 구역의 모습이었다.


“현대전에서는 수적 우위를 뒤집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저 꼬맹이한텐 안 통하나 보네.”


양쪽으로 땋은 머리를 한 여성에게 쏘아진 거대한 대리석 두 개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듯 튕겨서 건물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다른 대리석이 공화국 군인들을 철저히 유린하는 것까진 막지 못했다.


“제, 제길.”

“적당히 좀 날려!”


푸슝, 푸푸슝-


간혹가다 몇몇 병사들이 귀환을 각오하고 쏘는 소총이 몇 발 있었으나 콜드 스톤은 대리석 위에 선 채 파도를 타는 서퍼마냥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명중은 쉽지 않았다.


“브리핑은 받았지만, 진짜 말도 안 되는 놈이잖아?”


콜드 스톤.

물질 계통 마법사가 물질에 의지를 담을 때 기본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는 ‘조종’의 의지. 그 기본을 극한까지 갈고 닦은 마법사, 단순한 출력과 마법 용량으로는 분명한 엘리시온 최상위권 마법사.


“큭, 그 많던 군인들을 혼자서 전부 퇴장시키다니···”


콜드 스톤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크세노톤 구역의 공략을 맡은 마법사 핑 푸티오를 내려다봤다.


“이제 핑 푸티오, 너만 남았다.”


쐐액-


다시 한번 핑 푸티오를 노리고 쏘아지는 대리석.


“아직이지.”


핑 푸티오가 오른손 손바닥을 내밀자 대리석은 아까처럼 튕겨서 건물 아래로 떨어졌다.

콜드 스톤은 그녀의 마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핑 푸티오의 자료는 사령부 데이터에 등록이 되어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듣던 대로 꽤 재미있는 마법이군.”

“너한테도 재미있을까?”


핑 푸티오는 이번엔 왼손 손바닥을 펼쳐서 콜드 스톤이 허공에 띄워놓은 대리석 중 하나를 자신에게 끌어들였다. 대리석이 그녀에게 닿을 때 즈음에 오른손을 내밀자 대리석은 방향을 반대로 바꿔서 콜드 스톤에게 날아갔는데, 그 속도는 콜드 스톤이 조종할 때보다 훨씬 빨랐다.


‘흠···’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핑 푸티오의 공격이 콜드 스톤에게 위협이 된 것은 아니었다.

콜드 스톤은 대리석 세 개를 겹쳐서 핑 푸티오의 공격을 막아냈다.


‘알겠군. 양쪽 손등에 숫자가 계속 변하고 있어. 저 숫자가 100이 되면 오른손은 물체를 밀어내는 마법을, 왼손은 끌어들이는 마법을 쓰는 거야.’


전멸한 공화국의 군인들, 공중전이 가능한 콜드 스톤과 다르게 외골격을 제외하면 적에게 닿을 수단이 없는 핑 푸티오, 마법의 숙련도에서 나오는 화력 차이.

어디를 어떻게 보나, 콜드 스톤에게 유리한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어디···”


핑 푸티오는 자신의 왼쪽 손등에 새겨진 숫자가 100이 된 것을 확인했다.

본래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물건을 끌어들이거나 밀어내는 마법을 쓰던 핑 푸티오는 손을 내미는 제약과 인두로 손등에 숫자를 새겨넣는 리스크를 이용해 마법을 좀 더 편리한 방향으로 진화시켰다.

그러나 그걸로도 콜드 스톤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마법사의 상성 관계에서 신체 계통 마법사는 물질 계통 마법사에게 한없이 약했기 때문이다.


“응?”


콜드 스톤의 몸이 허공에 떠 있던 대리석에서 내려와 핑 푸티오에게 다가갔다.

핑 푸티오가 콜드 스톤의 몸 자체를 끌어들인 것이다. 교전 이후 처음 사용한 공격 방법이긴 했지만, 콜드 스톤은 피식 웃었다.


푸슝-


“큭.”


콜드 스톤은 자신이 이동하는 경로에 대리석을 세워 끌려가는 걸 저지한 후 소지한 소총으로 핑 푸티오를 쏴버렸다.

핑 푸티오는 깜짝 놀라 외골격으로 거리를 벌린 후 콜드 스톤에게 소리쳤다.


“비겁하게 마법사가 총을 쏴?”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닐 텐데?”

“뭐? 무슨··· 앗!”


핑 푸티오가 콜드 스톤의 총을 피해 달아난 건물에 은폐하고 있던 도전부대 대원들이 나타났다.


‘요란한 대리석 공격으로 나를 이곳까지 유인한 건가?’


이미 도약까지 하고 착지를 앞둔 그녀에게 피할 곳이 없는 상황.


“수고했다. 이만큼 버틴 것도···”

“영역, 옥타곤.”

“응?”


절체절명의 순간, 옥상을 점거했던 도전부대 대원들의 소총은 먹통이 됐다. 콜드 스톤이 보험용으로 던진 대리석도 옥상에 힘없이 쓰러졌다.

어느새 그들이 있는 곳에 외골격으로 새롭게 난입한 인물이 생긴 것이다. 와인 빛깔의 짧은 머리칼, 검정 슬랙스와 재킷, 영역 계통 마법사지만 이미 마르크스에서의 전투로 정보가 알려져 콜드 스톤도 알아볼 수 있는 마법사들의 천적.


“안녕? 꼬마야, 누나가 뭘 좀 묻고 싶은데, 처맞고 말할래? 아니면 그냥 말하고 꺼질래?”


본 크러셔. 안유미였다.


“당신이 소문의···”


콜드 스톤은 타고 있던 대리석을 움직여 유미의 영역 사정 범위 안에 들어가지 않도록 넉넉한 거리를 유지했다.


“어디, 그 돌덩이 날리기 계속해 보라고.”


크세노폰 구역은 유미와 핑 푸티오의 대리석 디펜스 게임이 시작됐다.



**



푸슝-


E-9 소총의 소리와 함께 공화국군 한 명과 무퇴부대 대원 한 명이 사라졌다. 소총을 쏜 마법사 아수라가 뭔가 술수를 부린 것은 아니고, 무퇴부대 대원이 공화국군을 껴안고 있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뭐 하자는 거지?”


에우클레이데스 구역의 공격을 맡은 아수라는 명성이 자자한 무퇴부대와 실제 교전을 치러보니 황당함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들에게 전략, 전술은 없었다. 그저 흩어진 대원들이 각자 보이는 적을 껴안은 후 사격을 유도, 사격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총을 쏘고 다음 표적을 찾는, 정말 단순하고 비효율적인 행동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귀환한 무퇴부대 대원은 총 7명. 이미 아수라의 적군은 대장인 MJ를 포함해 18명만 남은 상황이다. 그에 비해 공화국은 같이 7명이 귀환했으나 남은 인원은 마법사 둘을 포함해 501명의 병사가 있었고, 같은 수 만큼의 안드로이드들도 있었다.


“얼마나 대단한 놈인가 했는데, 완전 멍청이 아니야?”


파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근육질의 남성은 다른 사람과 다른 신체를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팔이 양쪽에 각각 세 개씩, 총 여섯 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신체 계통 마법사 아수라는 자신의 팔을 2개에서 6개까지 자유롭게 늘릴 수 있는 마법을 썼다.

언뜻 보면 기절초풍할 마법들이 범람하는 바이러스 작전에 어울리지 않는 심플한 마법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가 가진 6개의 팔은 전장을 휩쓸어버리기에 탁월했다.


“크하하하하, 어디 더 날뛰어 봐라.”


각 손이 E-9 소총 6개를 쥐고 도약용 외골격을 이용하는 그의 모습은 어지간한 소대가 투사하는 화력이 고속 기동까지 하는 꼴이었다.

보기만 해도 압도되는 광경에 다시 긴급탈출기에 의해 사라지는 세 명의 적과 아군.


“그만해, 이 근육 덩어리야!”


퍽!


아수라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나타난 정장 차림의 안경남, 아수라와 함께 에우클레이데스 구역의 공격을 맡은 마법사 트레이더였다.

트레이더는 무슨 일인지 굉장히 분노한 얼굴로 아수라를 노려봤다.


“뭔데? 뭐야? 배신이냐?”

“헛소리 집어치우고 페어리 켜서 네가 같이 날려버린 아군이 누구였는지 보기나 해!”

“뭐?”


아수라는 페어리를 통해 무퇴부대가 끌고 간 아군의 프로필을 봤다.


“이, 이건···”

“이제야 감이 오냐? 저놈들, 멍청이처럼 굴지만 그게 아니었어.”


MJ가 이끄는 무퇴부대의 전투 방식엔 별다른 공식이나 목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왜냐면 무퇴부대는 아무나 붙잡고 자폭을 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전부 소대장, 중대장들이라고?”

“네가 맞춘 사람 중 한 명은 대대장이야. 지금 아군들은 지휘관이 없어진 거라고.”


그 후에 이어진 광경은 기이했다.

15명의 무퇴부대는 공화국의 지휘관들을 골라서 따라가기 시작했고, 500에 가까운 아군을 거느린 공화국은 자신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병력을 피해 다녔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조심해!”


여섯 개의 총을 난사하는 아수라에게 기어이 무퇴부대 대원 하나가 접근에 성공했다.

MJ와 같은 인상착의의 남성이 근육질의 몸을 끌어안으려던 순간, 아수라의 몸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트레이더가 나타났다.


“아닛.”

“지긋지긋한 놈들.”


푸슝-


트레이더는 소총으로 무퇴부대 대원을 귀환시켰는데, 이는 오늘 처음 일어난 무퇴부대의 교환 실패였다.


“사, 살았다.”

“정신 바짝 차려.”

“오~ 네가 트레이더구나?”


MJ는 트레이더와 아수라가 있는 옥상의 맞은편에서 나타났다.

부하들과 같은 차림을 한 그는 햄버거를 입에 모조리 넣은 후 말을 이어나갔다.


“동료 마법사와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신체 계통 마법사.”

“내 소개를 대신 해주네?”

“너희들 신상 파악은 필수라고. 우리의 전공을 보고하려면 그런 걸 자세히 알아야 하거든.”


여유만만한 MJ의 말에 아수라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헹! 이따위 단순 무식한 방법만 쓰는 주제에 허세 부리지 마라.”

“단순 무식?”


MJ는 손가락을 천천히 들어 올려 트레이더와 아수라를 가리켰다.


“그 단순 무식한 방법의 다음 희생자는 바로 너희들이야.”


에우클레이데스 구역에선 15명vs498명의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



글로리아 제국의 수도 애덤.


“폐하께서는 무슨 생각이실까?”

“그러게.”


제국의 420번보다 높은 숫자의 부대는 모두 수도의 수비군 임무만을 맡는다.

구축된 매뉴얼이 없어서 용살부대가 전담한 케이시의 감시를 이젠 수비군이 담당하게 됐다.

하지만 지금 케이시를 감시하는 두 명의 병사가 의아해하는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본래 감옥이 있는 건물을 부대 전체가 지키는 형태였는데, 지금은 황제의 명령으로 둘을 제외한 모든 부대가 감옥을 벗어나 다른 임무를 수행하러 간 것이다.


“넌 마법사가 마법 쓴 거 본 적 있어?”

“마법은 개뿔, 난 소총도 쏴본 적이 없어.”


수도가 공격당하는 일은 드물다. 특히 군사 대국인 글로리아 제국의 수도는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떤 공격도 받은 바가 없었다. 당연히 수비군의 실전 경험은 한없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수비 부대 전부를 감옥에 배정해도 모자랄 판에 고작 두 명의 병사를 두라고 한 황제의 명령을 이해하기 힘든 것은 당연했다.


“근데 이 마법사 진짜 예쁘지 않냐?”

“동감. 제국군으로 돌아서진 않으려나? 이런 사람이 아군이면 그 자체만으로 전투력이 올라갈···”


쿵!


두 병사가 잡담을 나누던 중 케이시가 갇힌 방의 문이 굉음과 함께 무너졌다.


“뭐야?”

“우, 움직이지 마, 쏜···”


두 병사의 미숙함은 쉽게 드러났다.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특성을 가진 감옥에서 벽을 부수고 침입한 사람이 있다면 위협이 아니라 사격이 이어져야 했다.

물론, 두 병사가 어떤 행동을 취했던, 결과는 크게 바뀌지 않았으리라.


우드득, 퍽.


벽을 부수고 나타난 인물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여 두 병사의 긴급탈출기를 떼고 목을 꺾어버렸다. 그와 동행한 인물이 케이시에게 다가가 구속구를 풀어주자 케이시는 그들에게 말했다.


“의외로 늦었군. 어서 가자고, 글러트니.”


수도 애덤으로 케이시를 구하러 온 인물은 바로 글러트니. 공화국 최강의 마법사였다.



25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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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반란(2) 21.10.14 25 0 12쪽
38 37화-반란(1) 21.10.13 29 0 11쪽
37 36화-진실에 다가가는 사람들 21.09.11 35 0 12쪽
36 35화-확신 21.09.09 31 0 12쪽
35 34화-찬희가 간과한 것 21.09.08 30 0 12쪽
34 33화-의심 21.09.03 31 0 12쪽
33 32화-재회 21.09.02 35 0 13쪽
32 31화-에우클레이데스 구역으로 21.09.01 26 0 13쪽
31 30화-공화국 최강의 마법사 21.08.25 32 0 12쪽
30 29화-작전명 바이러스(7) 역습 21.08.20 34 0 13쪽
29 28화-클라우디아 노트 이자벨라 21.08.19 30 0 12쪽
28 27화-작전명 바이러스(6) 등장 21.08.18 30 0 13쪽
27 26화-작전명 바이러스(5) 술래잡기, 대리석 디펜스 21.08.13 27 0 12쪽
26 25화-작전명 바이러스(4) 숨바꼭질 21.08.12 25 0 12쪽
» 24화-작전명 바이러스(3) 크세노폰,에우클레이데스 구역 21.08.11 27 0 12쪽
24 23화-작전명 바이러스(2) 플라톤, 알키비아데스 구역 21.08.06 31 0 12쪽
23 22화-작전명 바이러스(1) 21.08.05 31 0 12쪽
22 21화-고찬희 21.08.04 33 0 13쪽
21 20화-집결 21.07.31 25 0 12쪽
20 19화-내분 21.07.30 32 0 13쪽
19 18화-안유미 21.07.29 34 0 12쪽
18 17화-원주민 21.07.28 37 0 13쪽
17 16화-마르크스 전투(4) 유미vs겐지 21.07.27 34 0 13쪽
16 15화-마르크스 전투(3) +1 21.07.23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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