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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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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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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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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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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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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희지근 (2)

DUMMY

진원룡과 소이가 막사에 들어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뺵곡히 앉아서 의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 사람들의 시선은 둘에게 집중되었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 중에 몇몇 사람은 검자루에 손을 대며 명령만 떨어지면 죽일 기세였다.


“여대협, 저··· 진원룡입니다.”


진원룡은 큰 소리로 인사를 하였으나 여봉수는 본체만체하고 그 옆에 선 소이를 알아보고는 입이 찢어졌다.


“소이가 웬일이냐? 한낭자와 자호도 같이 왔느냐?”

“형님, 저만 진나리를 따라서 왔어요.”

“이번 참에 보지 못해 아쉽군. 여봐라. 저 아이는 내 곁에 자리를 만들어 주고, 진가에게는 저 끝에 앉으라고 해라.”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여봉수가 소이에게 상석을 내주자, 그가 소이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멈췄던 회의가 다시 계속되었다.


여봉수의 책사인 진공대는 뒤늦게야 소이를 알아보고 눈인사했다. 소이도 진공대와는 요동표국에서 며칠간 함께 지낸 터라 그를 반기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진공대가 입을 열어 동마교 세력권에 있는 복양 땅의 인구와 식량 등의 정보를 나열하기 시작하자 여봉수는 괜히 소이의 팔과 어깨를 토닥거리며 치근덕댔다.


“형님, 왜 그러세요?”

“무료해 죽겠다. 너희들 소식이나 듣고 싶은데···. 쓸모 없는 회의가 너무 길구나.”


회의가 깊어져 진공대와 진원룡이 숫자를 나열하기 시작하자 소이는 무슨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회의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여봉수도 소이와 마찬가지로 도통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마지못해 자리에 앉아 있는 듯 보였다.


회의에 싫증이 난 여봉수는 슬며시 일어나 주위를 향해 회의를 계속하라고 손짓을 한 후, 소이의 손목을 잡아끌고 장막에서 나와버렸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여봉수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먹물들이 하는 소리가 다 거기서 거기야. 미주알고주알 말들만 많지. 내가 마음먹고 장검을 옆에 낀 채 하얀 토끼를 달리면 천하에 두려울 자가 없는데도 저들은 복양의 쌀알이 몇 개고 인구가 몇 명이라는 말들을 왜 늘어놓는지 모르겠어.”


여봉수가 말하는 하얀 토끼란 그가 아끼는 말인 ‘백토’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소이가 그의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자 갑자기 여봉수가 도여운과 조령을 보며 말했다.


“저쪽에 너를 보는 자가 있어. 혹시 아는 사람이냐?”

“저의 일행이에요. 소개해 드릴게요.”

“너의 친구라면 기꺼이 만나지.”


소이는 도여운과 조령을 손짓으로 불렀다. 두 사람이 다가오자, 소이는 서로를 소개했다.


도여운이 아무 말도 못 하자, 소이는 그가 조령 앞에서는 말을 못 하는 사정과 조금 전에 맹대를 상대했던 일까지 말했다.


여봉수가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도소협, 어디 한번 내 품속에 있는 것을 꺼내 보시게나. 물론 그 전에 내가 자네의 손목을 잡게 되겠지만 말이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여운은 죽간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바치자 여봉수가 놀라며 감탄했다.


“정말 빠른 손놀림이구나. 나도 전혀 눈치를 못 챘으니 맹대 따위가 어떻게 눈치를 채겠는가? 한낭자에게는 인재들이 많이 몰려든다고 하더니 그게 사실이구나.”


이어서 마대위가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되자 여봉수가 탄식했다.


“예전에 고대협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어. 아직 그 공을 갚지도 못했는데···. 비록 연로했지만, 나는 그를 진심으로 존경했었네.”


말을 하던 여봉수의 눈은 소이가 들고 있던 타구봉에 고정되었다. 갑자기 여봉수가 탄식하며 말했다.


“네가 가진 타구봉은 오취개 우문대협의 신물이다. 네가 그걸 가지고 있는 걸 보니 우문대협도 돌아가셨나 보군.”

“그분도 아세요?”

“잘 알지. 우문대협은 개방이 무너진 후 유일하게 남아있던 의인이셨어. 그분은 봉도라견이라는 단 일초로 강호에서 이름을 날리셨단다. 네게 타구봉을 준 걸 보니 그 초식도 전수했겠구나.”


소이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자 여봉수가 말했다.


“아우가 기연을 만났으니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한 단계 더 올라가려면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백 년 전에 벽력신개라는 개방 방주가 있었단다. 그분이 행방불명된 이후 개방의 무공은 실전되었지.”


그 말을 듣자 소이는 하마터면 벽력신개를 알고 있다고 말할 뻔했다.


그는 서영이 자기가 빙의하였다는 것을 남에게 말하지 않는 까닭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영은 소이와 – 정확히 말하면 벽력신개와 – 노팔룡에게만 그 비밀을 공유하고 있었다.


소이는 비밀을 누설하면 안 될 것 같아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여봉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만일 벽력신개의 후계자를 만난다면, 그에게 잘 보여라. 타구봉법은 구전으로만 전수하기 때문에 실전된 것이 분명하지만, 항룡십팔장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무엇보다도 백결연화신공(百結蓮花神功)을 익혀야 봉도라견을 제대로 쓸 수 있을 거야.”

“백결연화신공을 개방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요?”

“그것도 실전된 걸로 알고 있어. 무림의 장래를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지.”


소이는 여봉수에게 도발적인 질문을 했다.


“제가 백결연화신공, 항룡십팔장, 타구봉법을 모두 익히게 되면 형님을 이길 수 있을까요?”


여봉수가 큰 소리로 웃었다.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마라. 나는 구패검 여봉수야. 그래도 네가 그 무학을 모두 익혔다면, 도전은 기꺼이 받아 주겠다.”


이때 장막 안에서 진공대가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여대협, 회의가 끝나고 있으니 어서 들어오시오.”


여봉수가 장막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벽력신개의 소리가 들렸다.


[넌 아직 멀었으니 꿈도 꾸지 말아라.]


- 왜 지금까지 백결연화신공은 알려주지 않았어요?


[지금은 내게 전음도 하지 마라. 여봉수 정도의 실력이면 네 전음을 엿들을 수도 있을지 몰라.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그럼, 난 잠이나 자야겠다.]


소이는 벽력신개가 내공법은 가르쳐 주지 않는 이유가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벽력신개가 저렇게 딴전을 피우면 그 이유를 알 도리가 없었다.


장막 안에서 여봉수가 소이를 불렀다.


“왜 안 들어오냐?”


소이가 급히 장막 안으로 들어가자 여봉수는 자기 옆자리를 가리켰다. 소이가 자리에 앉자 여봉수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전에 연왕의 사람인 맹대가 찾아왔었소. 이전에 내가 연왕을 위해 상산을 쳤을 때 군량을 보내 주지 않은 걸 사과하는 서신을 주더군. 당장 서마교를 장악하라는 칙서도 줬소. 조건이 좋아서, 나는 그의 제안을 따를까 생각하는 중이오.”


그의 말을 듣고 진원룡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 첩보에 의하면 맹조덕은 이미 군사를 일으켜서 직접 서주로 밀고 들어온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동마교의 성전이 비게 됩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여봉수는 갑자기 역정을 냈다.


“맹조덕이 언제 출병하는지도 확실치 않은데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이오? 내일이오? 석 달 후요? 아니면 반년 후인가? 나는 불분명한 소문에 기대기보다는 확실하게 서마교부터 장악해야겠소.”


소이는 여봉수의 말을 듣고 보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봉수를 어떻게 말려야 할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진원룡이 큰 소리로 웃었다.


“천하의 여대협이 왜 이리 급해졌습니까? 한 달 내로 맹조덕이 출병을 안 한다면 내 목을 걸겠습니다.”


여봉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책사인 진공대에게 의견을 물었다. 진공대가 간단하게 해답을 내놓았다.


“어차피 출병하려면 한 달은 준비해야 합니다. 일단, 연왕에게는 응한다는 답을 쓰십시오. 한 달이 지나도 맹조덕이 출병하지 않으면, 그때 서마교를 치는 게 좋겠습니다.”


여봉수는 갑자기 소이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런 중요한 결정을 왜 제게 물어요?”

“누구나 반드시 중요한 결정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벽력신개의 소리가 들려왔다.


[글 쓰는 재주 밖에 없는 진원룡도 목을 내놓고 진언하고 있다. 네가 무공을 익히고도 우유부단해서야 되겠느냐?]


소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서영 누이라면 연왕의 약속은 믿지 말라고 할 겁니다.”

“왜 그렇지?”

“연왕은 이미 형님을 배신한 전력이 있습니다.”


여봉수는 웃으며 말했다.


“진공대, 우리가 세운 계책대로 진행하게.”


진공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우선 서마교의 교주를 잡으러 간다는 소문을 퍼뜨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소이는 깜짝 놀랐다. 여봉수가 귓속말로 말했다.


“서마교를 친다고 소문내야 맹조덕이 안심하지 않겠는가? 나는 동마교의 교주 노릇부터 해야겠다. 같이 나가서 사냥이나 갔다 오자.”


여봉수는 소이와 더불어 심복 몇 명과 함께 사냥을 떠났다. 하지만 짐승이 보이지 않아 허탕만 치다가 돌아오고 있을 때였다.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이 술에 취한 채 말을 타고 여봉수의 앞을 가로막았다.


“보아하니 사냥을 나오신 듯한데, 무엇을 잡으셨습니까?”


여봉수는 술에 취한 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백운공자 희지근이 여긴 웬일이냐?“


희지근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에 딴소리했다.


“보아하니 오늘 사냥은 허탕이군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대동하고도 헛고생하신듯하여 안타깝습니다.”


소이는 서영으로부터 희지근과 남삼객 묵황이 눈사태가 났을 때 사대악인을 구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서 소리쳤다.


“당신은 연왕의 개가 아니오? 여기는 무슨 일로 왔소?”


희지근은 소이를 힐끗 보다가 타구봉을 보며 말했다.


“자네가 오취개 우문응의 후계자인가? 타구봉법의 봉도라견을 배웠을 테니 나와 한판 붙어 보겠느냐?”


소이는 화가 나서 희지근 앞으로 나서려 했다. 그 순간 그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옆에 있던 여봉수가 그의 혈을 눌러 버렸기 때문이다.


“형님, 왜···?”


여봉수가 희지근에게 말했다.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너희 형을 생각하여 그대로 돌려보내 주마. 하지만 이 아이를 죽이려 한다면, 그 전에 네가 죽을 것이야.”


희지근은 간담이 서늘했지만, 구패검 여봉수 앞에서 기죽은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 그는 더욱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면서 소이에게 소리쳤다.


“내가 지금은 술에 취해서 너의 버릇을 고쳐 주지는 못하겠다. 나중에 술이 깨면, 그때 버릇을 고쳐 주마.”


여봉수가 검 자루에 손을 대며 소이 대신 대답했다.


“그거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술이 깨고도 이 여봉수와 맞설 능력이 된다고 생각되면 나를 찾아오너라.”


그 말을 듣자 희지근은 겁을 집어먹고 허둥지둥 달아나 버렸다.


그가 사라지자 여봉수는 소이의 혈도를 풀어 주었다.


“이상한 일이군. 희지근이 왜 아우를 죽이려 했을까?”


소이는 분함을 이기지 못하며 말했다.


“왜 저에게 혈도를 찍었어요?”

“희지근과 싸우면 넌 죽을 테니까.”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합니다.”

“대볼 필요도 없어. 딱 봐도 너는 삼 초도 못 버텨. 그와 싸우고 싶다면 백결연화신공과 타구봉법과 항룡십팔장을 모두 익힌 다음에 도전하거라. 그전엔 어림도 없다.”


소이는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무공을 익혀야만 희지근과 싸울 수 있단 말인가요?”

“난 이미 눈치를 챘어. 잠시 우리 둘만 있어야겠다.”


여봉수는 사냥에 동행한 사람들을 먼저 진영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모두 사라지자, 그는 소이의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너의 몸 안에 숨어있는 분과 대화 하겠네.”


소이는 여봉수가 어떻게 벽력신개의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궁금했다.


“형님···. 어떻게 아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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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합비 공성전 (2) 24.09.14 14 0 12쪽
163 합비 공성전 (1) 24.09.13 15 0 12쪽
162 심연신공 (3) 24.09.12 14 0 13쪽
161 심연신공 (2) 24.09.11 12 0 12쪽
160 심연신공 (1) 24.09.10 17 0 13쪽
» 희지근 (2) 24.09.09 22 0 12쪽
158 희지근 (1) 24.09.08 18 0 12쪽
157 호랑이 사냥 (3) 24.09.07 16 0 14쪽
156 호랑이 사냥 (2) 24.09.06 16 0 12쪽
155 호랑이 사냥 (1) 24.09.05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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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무림대회를 둘러싼 암투 (1) 24.09.03 18 0 12쪽
152 떠나는 사람들 (2) 24.09.02 18 0 12쪽
151 떠나는 사람들 (1) 24.09.01 17 0 13쪽
150 금무혁을 만나다 (2) 24.08.31 18 0 13쪽
149 금무혁을 만나다 (1) 24.08.30 19 0 13쪽
148 여우요괴 (3) 24.08.29 18 0 14쪽
147 여우요괴 (2) 24.08.28 21 0 12쪽
146 여우요괴 (1) 24.08.27 23 0 12쪽
145 내공심결을 익히다 (3) 24.08.26 22 0 12쪽
144 내공심결을 익히다 (2) 24.08.25 18 0 12쪽
143 내공심결을 익히다 (1) 24.08.24 24 0 13쪽
142 요동표국의 처분 (2) 24.08.23 19 0 13쪽
141 요동표국의 처분 (1) 24.08.22 16 0 13쪽
140 최악의 싸움 (3) 24.08.21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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