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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영(靑英)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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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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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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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여우요괴 (2)

DUMMY

한치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미자중이 갑자기 활을 쏘겠다고 말하자, 서영은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손님 앞에서 낭랑하게 웃던 서영은 큰 실례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사과했다.


“미안해요. 눈이 안 좋으시다고 하시길래.”

“맞습니다. 당장 눈앞의 있는 두 사람을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이니 눈뜬 소경이 따로 없습죠.”

“그런데 백 보 거리의 과녁을 맞히겠다고요?”


미자중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가 뒤이어 기이한 대답을 했다.


“하하하. 세상엔 별 이상한 일이 다 있습니다, 눈뜬 소경인 주제에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과녁은 보이니까요.”


자호는 여전히 그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었으나 서영은 그에게 흥미가 생겼다.


“눈은 선천적으로 나빴어요?”

“아닙니다.”

“그럼 어쩌다가···?”

“몇 달 전에 요괴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운이 좋아 살아났지만, 그 후부터 내 눈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요괴라고요?”


미자중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지금은 당장 활 솜씨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요괴 이야기는 나중에 말하겠습니다.”


소이가 웃으며 농담했다.


“관직이 문관이시라니 생각나는 말이 있어요. 문관은 활을 쏠 때 화살촉에 먹물을 바르고 쏜다고 들었어요. 먹물 묻은 화살촉에 맞으면 먹물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미자중은 소이의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대체 누가 그러디?”

“제 선임이었던 투덜이로부터 들었어요.”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알고 보니 병사였었군. 병사들 간에 그런 농담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지.”

“죄송해요. 말도 안 되지만 궁금했었거든요.”

“나는 감찰관 노릇을 하고 있다네. 너의 말대로 나는 문관이니 먹물 묻혀 쏘아야겠지만, 나는 그럴 마음이 없네.”


서영은 눈이 안 좋은 그가 어떻게 활을 쏠지 궁금해서 재빨리 활을 건네고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미자중은 활을 받고는 손으로 탁자 위를 더듬어 화살을 하나 잡았다.


그가 크게 활시위를 당겼다 놓으니 정확하게 표적에 맞았다. 다음 화살도 마찬가지로 표적의 정중앙을 맞혔다. 이를 본 서영이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정말 잘 쏘시네요. 이렇게 활을 잘 쏘는 소경··· 아니, 문관은 처음 봐요.”


비록 서영이 말실수를 했지만, 서영의 칭찬에 미자중은 쑥스러운 듯 말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무예를 익혀서 말타기는 물론이고 활, 검을 제법 잘 다룹니다. 어려서는 장수가 되고 싶었지만, 무예를 한다고 해서 장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먹고 살려고 하다 보니 지금은 문관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소이가 말했다.


“이 정도면 꽤 잘 쏘시는 거예요. 눈이 안 보이시는데 과녁은 잘 보이신다는 게 신기하네요.”


미자중은 무예에 대한 자존심이 남아있어서 ‘최고’가 아닌 ‘꽤 잘한다’라는 표현에 조금 기분이 상했다.


“저와 대결해 보실 분 계시나요?”


화살에 자신이 있던 소이가 말했다.


“제가 해볼게요.”


소이가 화살 세 개를 들고 연이어 쏘니 세 발 모두 표적의 가운데에 박혔다.


이를 본 미자중이 감탄했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군요. 사실 대결해 보자고 한 것은 제가 잠시 농을 했을 뿐입니다. 문관이 무슨 화살을 쏘겠습니까?”


이때 서영이 활시위를 당겨 쏜 게 명중했다. 서영은 신이 나서 말했다.


“처음으로 명중시켰어요.”


미자중이 말했다.


“초보자의 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낭자가 검을 잘 쓰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실 활이라는 건 한 두 시진 안으로 배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말을 하는 와중에 두 번째 날아간 화살도 명중했다. 서영은 깡충깡충 뛰면서 좋아했다. 이를 본 미자중은 시기하는 마음을 떨치지 못했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대부신룡답군요. 약관의 나이에 엄청난 검술을 지닌 이유를 이제 알겠습니다.”


서영이 말했다.


“저는 한서영이에요. 대부신룡 노팔룡 대협을 소개해 드릴까요?”

“저는 낭자께서 혈귀마를 쓰러뜨릴 때 전양국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거리가 멀었어도 낭자가 뛰어난 검술로 혈귀마를 쫓아내는 걸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미자중은 남들과 달리 멀리 보는 시력은 좋았고 검술에 대한 이해도 뛰어났기에 서영의 실력을 제대로 본 것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날 이후부터 대부신룡의 신화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눈에는 검을 휘두르는 낭자만 보였을 뿐입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천방지축 한낭자가 어쩌다가 요동표국의 주인이 된 겁니까?”


천방지축이라는 말에 소이와 자호는 서영의 눈치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서영은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미자중은 이야기를 듣고는 감탄했다.


“처음에 만났을 때만 해도 낭자가 오만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간 사정을 들어 보니 한낭자야말로 대협의 풍모를 갖추고 있었군요.”


그는 품속의 서류를 꺼내 서영에게 보여주었다. 서영이 펼쳐 보니 합비를 관장하는 절도사의 관인이 찍혀 있는 공문이었다.


서영이 어리둥절해하자, 미자중이 설명했다.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표물의 물건 목록을 얻으러 왔습니다. 공손문이 제갈가문에 보낸 선물이라 들었기에 절도사께서 목록을 미리 확보하여 합비로 통과할 허가증을 내시겠다고 지시하셨습니다.”


서영은 여태까지 통과증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기에 다른 사정이 있을 거라 짐작했다.


“관직이 별가이면 꽤 높은 자리 아닌가요?”

“현위보다 위이고 현령과 비슷합니다.”

“그런 높은 분이 이렇게 직접 오시다니 영광이네요. 그런데 직접 오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미자중은 서영이 자기 관직을 짐작해내는 것을 보고 이미 합비에 관한 여러 정보를 알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속으로 한서영에 대해 감탄하며 대답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전양국이 낭자를 극찬했고, 장진덕이 내게 협박 서신을 보냈습니다.”


서영은 장진덕의 소식을 듣게 되자 반가웠다.


“장진덕 대협을 아세요?”

“물론 잘 압니다. 요괴로부터 구해 준 사람이 그 사람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뭔가요?”

“조기룡의 아우를 만나러 왔습니다.”


자호가 나서며 말했다.


“제가 그 아우인 조자호입니다.”


미자중이 말했다.


“기룡은 아우 자호가 보게 되면 잘 부탁한다고 했소. 나는 기룡과 매우 친하니 나를 형처럼 대하면 좋겠네.”


이때 오장의 모습을 보게 된 서영은 그를 불러 표물 목록을 미자중에게 주라고 말했다. 그런 후, 그녀는 미자중에게 세 번째 이유를 물었다.


“셋째는 진원룡이 한낭자가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염치없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근처 숲속에 사람의 배를 가르고 죽이는 요괴가 있습니다. 그 요괴는 밤에만 나타난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의 눈을 멀게 한 요괴인가 보군요?”

“맞습니다.”


미자중은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가 설명을 마친 후 서영이 물었다.


“그럼 수고비는 얼마나 되나요?”

“섭섭하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


그날 밤, 자호가 노팔룡과 함께 서영을 찾아왔다. 서영은 이미 자객이 입는 경장 차림에 고가검을 등 뒤에 맨 채 기다리고 있었다.


자호는 그녀가 나가는 것에 반대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는 아직 회복 중이니까 나 혼자 가는 게 좋겠어.”

“노대협은 왜 왔어?”


노팔룡은 웃으며 말했다.


“자호가 조무래기 하나를 잡겠다고 하더군. 그렇다면 이 대부신룡이 제대로 잡는지를 봐줘야 하지 않겠어?”


자호가 노팔룡한테 화를 내며 말했다.


“조무래기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요. 우리도 어떤 자인지 몰라요.”

“난 상관없다니까. 이번엔 내가 무조건 선녀님을 호위할 수만 있으면 돼.”


서영은 노팔룡은 위험을 감수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상하게 여겼다. 그녀는 자호한테 물었다.


“노대협에게 제대로 말한 거 맞아?”


자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의 일은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해 낼 수 있다고 말했어. 하지만 노대협은 너와 자기가 꼭 필요할 거라고 우기고 있어.”


미자중은 숲속의 요괴가 세 명 이상의 사람에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호와 소이를 데리고 가려고 했다.


“소이는?”


노팔룡이 웃으며 대답했다.


“완전히 곯아떨어졌어.”


서영은 자호를 책망하듯 말했다.


“깨웠어야지.”

“그게···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노팔룡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많이 피곤한가 보지. 자라고 놔둬. 아직 어리니 잠이 많은가 보지. 그 아이 보다는 이 대부신룡의 무위가 더 도움이 될 거야.”



세 사람이 숲 속에 도착했을 때는 삼경이 넘어가고 있었다. 커다란 도끼를 짊어지고 따라오던 노팔룡이 가쁘게 숨을 헐떡거렸다.


산속으로 들어오자 숲은 어둠으로 가득하였다. 초승달이 은은한 빛을 비추고 있었지만, 그조차도 숲의 어둠을 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영 일행은 숲을 살피며 걷다가 길을 잃게 되었다. 너무 어두워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자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지 몰랐다.


이때 서영이 무슨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자호와 노팔룡에게 조용히 하라고 신호를 주었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서영은 자호에게 전음을 날렸다.


- 들리지?


- 뭐가?


자호는 아직 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서영이 다시 전음을 보냈다.


- 여기서 대기하자. 수상한 녀석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잠시 후, 노팔룡이 말했다.


“늑대 소리인 것 같은데?”


그의 말이 맞았다. 늑대의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노팔룡이 인기척을 냈는데도 늑대는 겁도 없는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서영은 미자중이 말한 요괴가 혹시 늑대와 비슷한 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늑대 요괴가 사람의 배를 갈라 죽였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았다.


노팔룡은 어깨에 맨 도끼를 꺼내 손에 쥐며 말했다.


“소리로 들어보면 한 마리인 것 같아. 저 늑대를 내게 맡기고, 자호 너는 선녀님을 모시고 앞으로 가.”

“괜찮겠어요?”

“난 요동에 있을 때 매일같이 늑대를 사냥했어.”


자호는 속으로 ‘매일 술이나 마셨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미자중이 말한 요괴를 잡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노팔룡이 천천히 걷다 보니 갑자기 서영과 자호가 보이지 않았다.


노팔룡은 늑대의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기척 없이 움직였지만, 늑대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늑대의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노팔룡은 순간 아차 싶었다. 늑대가 자기를 내버려 두고 서영을 뒤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숨을 죽이며 늑대의 소리를 뒤쫓아 움직였지만, 여전히 늑대는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서영의 비명이 들렸다.


“설마 선녀님이 늑대한테 공격 받고 있는 건가?”


노팔룡은 비명이 난 곳으로 뛰어갔다. 그는 급히 앞만 보고 달리느라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그때, 노팔룡은 눈앞의 구덩이를 보고 놀라서 멈춰 섰지만, 이미 늦었었다.


결국 그는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바닥은 부드러웠고 축축한 물기가 느껴졌다.


“십년감수했네.”


노팔룡은 아프고 당황스러웠지만, 서영을 늑대로부터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간신히 몸을 치켜 세우고 손으로 바닥을 짚자 젖은 흙이 느껴졌다.


노팔룡은 계속 일어나려고 했지만, 바닥이 너무 미끄러워 자꾸 쓰러졌다.


“제길. 혼자서는 무리야. 여긴 너무 미끄러워.”


노팔룡은 허우적대다가 물컹한 무언가를 만지게 되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평소 가장 무서워하던 뱀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뱀, 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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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희지근 (1) 24.09.08 16 0 12쪽
157 호랑이 사냥 (3) 24.09.07 14 0 14쪽
156 호랑이 사냥 (2) 24.09.06 14 0 12쪽
155 호랑이 사냥 (1) 24.09.05 15 0 12쪽
154 무림대회를 둘러싼 암투 (2) 24.09.04 14 0 12쪽
153 무림대회를 둘러싼 암투 (1) 24.09.03 15 0 12쪽
152 떠나는 사람들 (2) 24.09.02 14 0 12쪽
151 떠나는 사람들 (1) 24.09.01 14 0 13쪽
150 금무혁을 만나다 (2) 24.08.31 15 0 13쪽
149 금무혁을 만나다 (1) 24.08.30 16 0 13쪽
148 여우요괴 (3) 24.08.29 17 0 14쪽
» 여우요괴 (2) 24.08.28 19 0 12쪽
146 여우요괴 (1) 24.08.27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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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내공심결을 익히다 (2) 24.08.25 17 0 12쪽
143 내공심결을 익히다 (1) 24.08.24 22 0 13쪽
142 요동표국의 처분 (2) 24.08.23 18 0 13쪽
141 요동표국의 처분 (1) 24.08.22 15 0 13쪽
140 최악의 싸움 (3) 24.08.21 21 0 12쪽
139 최악의 싸움 (2) 24.08.19 17 0 12쪽
138 최악의 싸움 (1) 24.08.18 23 0 13쪽
137 서영의 위기 (3) 24.08.17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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