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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봄바람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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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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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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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대부신룡 (3)

DUMMY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도여운과 조령은 가짜 대부신룡의 허황된 말에 발끈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영은 차가운 미소와 함께 그를 조롱했다.


“네가 대부신룡이라면 난 네 할머니다. 앞으로 날 ‘할머니’라고 부르도록 해.”


그와 동시에 서영은 뒤를 돌아보며 도여운에게 말했다.


“도소협, 난 대부신룡의 턱수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왜 마음에 들지 않는 거요?”

“더러워. 물론, 그 털에 가려진 뚫린 구멍에서 나오는 말이 더 더럽지만.”


거구는 버럭 화내며 손을 뻗어 가녀린 서영의 목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서영은 몸을 살짝 비틀며 그의 기습을 피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노팔룡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녀님이 네 수염이 더럽다고 하신다. 나도 더러워 만지고 싶지는 않지만, 선녀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지.”


싸움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8척에 구레나룻이 있는 노팔룡이 커다란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거구와 서영의 사이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거구의 몸은 비슷하지만, 야비하게 생긴 가짜와 달리 노팔룡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장수처럼 늠름하고 용맹해 보였다.


그 자리에 있던 어느 누구도 노팔룡이 언제 그 자리에 왔는지 본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서영과 조령은 도여운이 노팔룡으로 변장한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가짜 대부신룡은 노팔룡의 등장에 당황했고 그 와중에 손이 허전해서 더 당혹스러웠다. 그가 들고 있던 커다란 도끼가 어느새 작은 손도끼로 뒤바뀌어 있었다.


“헉! 내 도끼가 어떻게 된 거야?”


노팔룡은 어깨에 메고 있던 도끼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 도끼가 네 도끼냐?”


그 후 거구가 든 손도끼를 가리켰다.


“아니면 그 도끼가 네 도끼냐?”


노팔룡은 수목이 흔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웃었다.


“이 도끼는 대부신룡 노팔룡의 신물이다. 네 놈에겐 손도끼가 더 어울려.”


노팔룡이 거드름을 피며 왼손을 펼치자 한 뭉치의 검은 털이 부스스 떨어졌다.


“지저분한 수염을 없애줬는데도 넌 여전히 못생겼구나!”


이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어느새 거구의 수염이 뭉텅 잘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처음엔 놀랐고 그다음엔 감탄하다가 마침내는 가짜 대부신룡의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여 포복절도하였다.


싸움을 구경하러 나왔던 진원룡이 소리쳤다.


“저기 있는 대협이 진짜 대부신룡이다!”


그의 말에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대부신룡의 별호를 소리높여 외쳤다.


“대부신룡 대협 만세!”

“진짜 대부신룡 노팔룡 대협이 오셨다.”

“진짜가 손가락 하나로 가짜를 눌렀다.”


서영은 노팔룡으로 변장한 도여운이 조령이 옆에 있어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말을 할 수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마도 도여운은 가면에 가려진 얼굴로 쑥스러움을 이겼거나 노팔룡의 연기에 진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서영은 변장한 도여운이 조령앞에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노팔룡! 조령에게도 한마디 해줘.”


노팔룡이 조령을 보며 말했다.


“영아, 많이 놀랐지? 내가 왔으니 안심해라.”


서영은 조령의 두 손을 잡고 기뻐했다.


“드디어 도소협의 병이 해결되었어.”


갑자기 수염이 없어진 가짜 대부신룡은 겁이 더럭 났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도끼를 던져 버리고 쌍괴를 보며 말했다.


“X됐다, 도망가자.”


서영이 재빨리 신법을 펼쳐 그들을 가로막았다.


“명망 높은 대부신룡께서 이대로 도망을 가시겠다고?”


가짜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대체 나한테 왜 이래? 이 정도로 망신 줬으면 충분하지 않아?”

“그걸 몰라서 물어? 감히 대부신룡의 이름을 팔아 못된 짓을 자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지.”


가짜는 노팔룡의 눈치를 살폈다. 그때 쌍괴 중 덩치가 소리쳤다.


“두목! 우리 셋이 저 여자 하나를 못 감당 못하겠소? 저 여자를 인질로 잡은 후에 우리 목숨과 바꾸자고 합시다.”

“과연 그게 먹힐까?”

“당연히 먹히죠. 서둘러요.”


세 사람이 서로 모의하는 말을 도여운도 들었다. 사실 도여운의 무공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기에 그의 실력으로는 세 사람과 싸울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하필 이면 세 사람이 이 중에 가장 강한 서영을 잡겠다고 하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래 봬도 대부신룡인 내가 체면이 있지. 어떻게 너희들 같은 조무래기들과 싸우겠느냐? 그래도 내 이름으로 함부로 사용한 죄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가짜 대부신룡은 운이 좋으면 살아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는 도여운에게 아부하는 척하면서 자신이 빠져나갈 기회를 엿보았다.


“맞는 말입니다. 대부신룡님이 어떤 분이신데, 우리 같은 하수들을 상대하시겠습니까? 여기 있는 사람 중 대리인을 세워 주시면 저희가 힘껏 싸워 보겠습니다. 운이 좋아 우리가 살아난다면, 저희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노팔룡으로 변한 도여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가짜 대부신룡은 자신들이 유리하기 위해 쐐기를 박았다.


“저희는 대부신룡님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셋이 함께 싸우겠습니다. 이제 대리인을 선정해 주시지요.”


그 말을 들은 진원룡이 발끈하여 소리쳤다.


“대부신룡이 직접 싸울 것도 아닌데 왜 세 명이 동시에 싸우겠다는 거요? 정말 도둑 심보가 따로 없구나.”


도여운은 진원룡이 자기를 도둑이라고 은근히 욕하는 것처럼 들려 찔끔했다. 그는 괜히 헛기침하며 진원룡에게 속삭였다.


“진형은 진정하시오. 저자들은 도둑만도 못한 자들이오. 그런 자들은 셋이든 다섯이든 상관없소. 몇 명이 덤벼도 이길 수 없을 것이오.”


그는 서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 앞에 있는 낭자를 내 대리인으로 내 세우마.”


그 말이 무섭게 가짜 대부신룡과 쌍괴는 서영을 노려보며 삼면으로 그녀를 포위하였다.


이 모습을 본 진원룡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내 셋이 동시에 여인을 공격하는 게 말이 되느냐? 차라리 내가 네 놈들과 싸우겠다.”


도여운은 당황했다. 그가 아는 진원룡의 무공은 별로 신통치 못했기 때문에 급히 제지했다.


“진형! 참으시오. 진형이 문무를 겸비한 걸 모르는 바는 아니나, 나 노팔룡이 이미 대리인을 결정했으니 내 얼굴을 봐 서라도 내 결정을 믿어 주시오.”


이때, 구경하던 사람들이 소리쳤다.


“맞소! 대부신룡 대협의 결정이니 존중해야 하오.”

“대부신룡은 한 입으로 두말하실 분이 아니시지.”

“낭자는 저자들을 혼내 주시오.”

“여차하면 대부신룡이 도와주실 거요. 낭자, 힘내시오!”


진원룡은 자기가 나설 분위기가 아님을 느끼고 노기를 꾹 눌러 참았다. 그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언제든 출수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여전히 그가 긴장한 상태로 있는 걸 본 도여운은 진원룡에게 속삭였다.


“형님. 걱정하지 마시고 지금부터 즐기며 보시오.”

“여운아, 그게 무슨 소리냐?”

“저 낭자가 진짜 대부신룡이오.”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튼 지켜보시오. 저 낭자가 대부신룡이라는 사실은 절대 비밀이니 누구에게도 발설하면 안 되오.”


삼면이 포위된 서영은 자신만만하게 양손을 허리에 노팔룡을 쳐다 보다가 소리쳤다.


“뭐라고요? 일 초에 끝내라고요?”


그녀는 이번엔 가짜 대부신룡을 향해 말했다.


“대부신룡께서 일 초에 너희들을 모두 끝내라고 했다. 본 낭자도 귀찮게 오래 싸우고 싶지 않으니 한꺼번에 덤벼라.”


서영이 단 일 초 만에 제압하겠다는 말에 도여운도 서서히 걱정되기 시작했다. 진원룡에게까지 큰소리쳤는데 서영이 일 초 만에 제압하지 못하면 체면이 서지 않을 것 같았다.


쌍괴중 덩치가 가장 먼저 곤봉을 휘둘러 서영을 공격했다. 서영은 재빨리 그를 잡아 공중으로 던졌다.


덩치는 공중에서 높이 하늘 위를 올라가다가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서영이 마른 자를 잡아끌어 던지자 덩치의 무거운 몸은 마른 자의 얼굴로 떨어졌다.


서영은 그 순간에 마른 자와 덩치를 동시에 공중으로 던져 올리며, 가짜 대부신룡도 잡아 공중으로 던졌다.


거구는 자기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게 되어서야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의 머리통이 깨질까 두려워 비명을 지르다가 쌍괴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다치지 않으려면 떨어질 때 낙법을 써야 해.”


하지만 세 사람은 낙법을 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서영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그들을 한 사람씩 잡으며 그들을 땅에 내리찍었기 때문이었다.


세 악당은 온몸이 크게 다쳐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혼절해 버렸다.


서영은 두 손을 털면서 쓰러진 세 악당에게 차갑게 말했다.


“대부신룡 이름을 함부로 사칭해서 용서할 수 없지만, 너희 인생이 불쌍해 이 정도로 끝내겠다.”


세 악당이 공중으로 떴다가 땅에 패대기쳐지는 모습이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나 제대로 본 사람이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어떤 사람이 소리쳤다.


“대부신룡이 낭자에게 잠시 힘을 빌려준 거 아니겠어?”

“그럼 그렇지. 그렇지 않고야 어찌 여인이 저런 엄청난 힘이 있겠어?”


너도나도 대부신룡을 찬양하고 있는데, 이때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노인이 말했다.


“최근에 나는 괴이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네. 믿기지 않아서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군.”

“노인장, 그게 무슨 소문이오?”

“동해에 홍건적이 몰려들었다는 소문은 모두 들었을 걸세. 그들은 기마병만 오백이 넘었다고 하네.”

“오백 명이라고요?”

“그냥 오백 명이 아니라 오백 기병일세. 기병은 일반 보졸과 달라. 기병 하나가 열 명, 스무 명의 보졸을 상대할 수 있지.”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모두 노인의 말에 집중했다. 모두의 과심을 끈 노인은 신나서 말했다.


“오백 기병이 어떤 표물을 노리려고 했는데, 대부신룡이라는 대협이 그들 앞에 나타났어.”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어. 대부신룡 대협이 오백 기병을 모조리 전멸시켰다고 하더군.”


한 중년인이 노인에게 반박했다.


“말도 안 됩니다. 모두 전멸했는데도 노인께서는 그 사실을 어찌 알고 계신 것이오?”


노인이 말했다.


“우리 동네에 정이삼이라는 건달 녀석이 지난 몇 년간 홍건적 노릇을 했어. 방금 있었던 일은 그가 직접 격은 일이야. 정이삼은 대부신룡의 위용에 겁을 집어먹고 처음부터 싸움터에서 숨어 있는 바람에 목숨을 건졌다고 하더군. 그러나 싸움이 끝난 후에 대부신룡과 맞닥뜨렸지.”

“그럼, 정이삼은 어떻게 되었소?”

“녀석이 자기는 노모를 모셔야 하니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했어. 그래서 간신히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사실은 정이삼의 모친은 5년 전에 역병으로 죽었어.”


노인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던 한 청년이 분개하며 소리쳤다.


“대부신룡한테 감히 거짓말하다니···. 진짜 나쁜 놈이군요.”

“원래 그 녀석은 나쁜 놈이었어. 그러나 대부신룡의 의로움에 감동해서 그 후로 사람이 변했어.”

“그러면 대부신룡이 그가 개과천선할 거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대부신룡 대협은 그런 사람이야. 믿기지 않을 것 같아서 나도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어.”


노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금 대부신룡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노인의 말은 점차 과장되어 사람들 입을 통해 전해졌다. 원래 160명이었던 기병은 정이삼에 의해 300명으로 늘어났고, 노인에 의해 어느덧 500명의 기병으로 바뀌었다. 훗날, 1,000명의 기병으로 수가 늘어 대부신룡의 전설이 되었다.


그날 이후, 호사가들은 구패검 여봉수와 대부신룡 노팔룡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지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


서영은 조령, 도여운, 진원룡을 모두 데리고 주루로 들어와 앉았다.


노팔룡으로 변장했던 도여운은 이미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도여운이 다시 입을 다물고 있자 서영이 도여운에게 귓속말했다.


“이번에는 모광으로 변하는 게 어때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여운이 소매로 얼굴을 가렸다 내리자 모광으로 변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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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호랑이 사냥 (2) 24.09.06 14 0 12쪽
155 호랑이 사냥 (1) 24.09.05 15 0 12쪽
154 무림대회를 둘러싼 암투 (2) 24.09.04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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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떠나는 사람들 (2) 24.09.02 14 0 12쪽
151 떠나는 사람들 (1) 24.09.01 14 0 13쪽
150 금무혁을 만나다 (2) 24.08.31 15 0 13쪽
149 금무혁을 만나다 (1) 24.08.30 16 0 13쪽
148 여우요괴 (3) 24.08.29 17 0 14쪽
147 여우요괴 (2) 24.08.28 19 0 12쪽
146 여우요괴 (1) 24.08.27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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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내공심결을 익히다 (2) 24.08.25 17 0 12쪽
143 내공심결을 익히다 (1) 24.08.24 22 0 13쪽
142 요동표국의 처분 (2) 24.08.23 18 0 13쪽
141 요동표국의 처분 (1) 24.08.22 15 0 13쪽
140 최악의 싸움 (3) 24.08.21 21 0 12쪽
139 최악의 싸움 (2) 24.08.19 17 0 12쪽
138 최악의 싸움 (1) 24.08.18 2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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