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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은 개인주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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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형제
작품등록일 :
2020.05.11 20:00
최근연재일 :
2020.08.11 20: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7,943
추천수 :
448
글자수 :
297,438

작성
20.05.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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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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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1쪽

챕터 0. 튜 토 리 얼 (3)

DUMMY

나를 끝으로 숫자 매기기가 끝났다.



“333님이 해주실 일은─”



번호 매기기가 끝나자 시작된 역할 분담.


원, 그는 숫자 순으로 열 명씩 한 조로 지정했다.


그렇게 한 조가 된 이들에게 일이 배정되었다.


십의 자리가 홀수인 인원은 나무 베는 일을, 짝수인 이들은 홀수 인원이 벤 나무를 옮기는 일을 하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마지막 번호는 333.


나를 포함해 단 세 명뿐인 조가 탄생 한 것이다.


잠시 뜸을 들이던 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333님은 조금 특별한 일을 맡게 되실 겁니다”


“...특별한 일이라면?”



‘특별’이란 단어가 불길했다.


내 질문에 답하지 않고 조용히 앞을 가리키는 원.


그의 손가락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뭘 할지 듣지도 않았는데 벌써 귀찮다.



“저는 저기 계시는 두 분은 지속적인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군요”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걸까?


오랜만에 탈주 욕구가 샘솟는다.


원이 가리키는 두 남녀.


그중 한 사람은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저분은... 확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332님 말씀이시군요? 혹시 아는 사이신가요?”


“모릅니다”


“...?”



너무 칼같이 대답했다.


그러나 나는 저 여자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날 뛰어다니게 만든 장본인이었으니까.



“332는 그렇다 치고, 저 남성분은 멀쩡해 보입니다만?”


“331님 말씀이시군요”


“네, 331님은 아주 멀쩡해 보이는데 어느 부분이...?”


“331님은─”


『쓰읍─! ! ! 그러면 안 돼요 ! ! ! !』



갑작스러운 소란에 대화가 끊겼다.


하지만 나는 어째서 331이 보호 관찰 대상으로 찍혔는지 이해했다.



“───”


“안돼요! 어서 손 떼세요!!!”


“......”



황급히 331의 입에 문 무언가를 빼앗는 한 여성.


그녀가 빼앗은 물건은 다름 아닌 잡초.


331, 그는 바닥에 난 풀을 닥치는 대로 뜯어서 먹고 있었다.



“제발 잡초 같은 거 좀 입에 넣지 마세요!!!!”


“우읍읍읍─! ! !”



잡초를 빼앗기자 331이 선택한 것은 바로 나무껍질이었다.


물론 옆에서 지켜보던 여성이 재빠르게 막았지만.


...일단 저 사람도 미친 게 확실하네.



“구와아아악─! ! !”


“대체 돌 같은 걸 왜 드시는 거예요?!”



잠깐 사이 그의 입을 거친 것들이 다섯 개가 넘는다.


그중 그나마 정상적인 게 잡초밖에 없었다.



“333님이 맡으실 역할은 저 두 분을 돌보는 일입니다”


“......”



도망칠까?


역시 집단행동은 나랑 맞지 않는다.


저, 여기서 나갈게요.


이런 내 망설임을 알았는지 원이 행동에 나섰다.



“333님!”


“──?!”



내 손을 잡으며 그가 말했다.



“저는 333님을 믿습니다!”



이야, 이렇게 나오다니...


귀찮은데.


특히나 주변에서 날 시샘하는 이들이 보였다.


이래서 주목 같은 건 받기 싫다니까.


우선 지금 상황을 넘기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성인 두 명의 보모가 된 나.


저 골칫거리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갑작스레 한 남자가 나타났다.



“원! 저는 이런 보잘것없는 일보다 당신을 곁에서 보좌하고 싶습니다! ! ! ! !”



손에 도끼를 든 채 씩씩대는 남자.


보아하니 나무꾼 파트로 보인다.


순간, 내 앞을 지나치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저런 눈빛, 어디서 많이 봤더라?



“298님, 나무 패는 일도 중요한 일입니다”


“압니다! 중요한 거!!! 하지만 저는 당신 곁에서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아, 생각났다.


조별 과제에서 내게 다 떠넘기던 선배 새끼와 닮았다.


그보다 방금은 보잘것없는 일이며?


저런 놈들은 자신이 ‘직접’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


성급한 일반화라고?


그러기엔 저놈이 하는 짓이 너무 속 보였다.



“저 사람들이랑 제가 다른 점이 뭔가요! 저도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나와 함께 331과 332를 돌보는 여성과 주변 이들을 가리키는 남성.


녀석이 보기엔 저들이 편해 보였나 보다.


그보다 너 때문에 분위기 이상해지는 거 못 느끼냐?


나였으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돌려보냈을 놈이다.


그러나 원은 설득하는 것을 선택했다.



“298님이 맡은 바를 성실히 임 해주시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리고 이곳에 계신 분들은 제가 먼저 도와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


“부족한 저를 도와주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돌려서 말하는 거 잘하네.


덕분에 이상해져 가던 주변 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슬슬 주변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298.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의 행동이 갑자기 돌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내 생각보다 저 남자는 눈치가 빠른 놈이었다.


주변 분위기가 자신에게 불리해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바로 발언을 철회, 바로 다음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나는 상상도 못 한 일을 벌였다.



“대신! 제게 조장을 주셨으면 합니다!!!”


“...조장?”



남자의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하는 원.


사람 위에 사람 없다.


개소리.


저 남자의 쓸데없는 욕심 때문에 방금 계급이 생겨버렸다.


사람들은 누구나 남들보다 나은 삶을 지향한다.


그렇기에 지위라는 것은 참 좋은 차별 수단이다.


책임감도 없이 무턱대고 지위만 바라는 멍청한 놈들.


그런 놈들이 내 생각보다 많았나보다.



“맞습니다! 조별로 조장을 선출해야 합니다!!!”


“옳은 소리!!! 누군 일하고 누군 노는 꼴 못 보게 감시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왜 이리 짖어들 대시는지 모르겠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리고 이 상황이 곤란한지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는 원.



“민주주의 시민답게 투표합시다! 투표!!!”


“그래요! 공평하게 갑시다!!!”



이리하여 진행되던 모든 일들 다 그만두고 투표를 시작했다.


그렇게 뽑힌 서른 명의 조장.


진짜 어이가 없었다.


이럴 시간에 나무 하나라도 더 패겠다.



“원, 저 남자는 뭐 하는 사람입니까?”


“예? 아... 333님은 다른 중요한 일을 맡고 계십니다”


“...그게 무슨 일인지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억지로 투표까지 한 298.


이번에는 나를 가리키며 트집을 잡았다.


현재 나는 331과 332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아마 자기 딴에는 열심히 일하는 자신과 다르게 놀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나 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건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저 사람도 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선동질 좀 해본 솜씨다.


원에 대답은 애초에 관심도 없다는 듯이 자신의 조원들을 돌아보는 298.


그리고 이에 맞는 말이라며 호응하는 조원들.


...저 빌어먹을 새끼, 이딴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그에게 반박하기 위해 입 떼다 다시 닫아야 했다.



“298!!! 더는 두고 볼 수 없겠네요, 적당히 하세요!!!!”


“...그쪽은 하던 일이나 마저 하시지?”



원을 보좌하던 여성이 먼저 나선 탓이었다.


그녀는 못 볼 걸 보는 것처럼 한껏 찡그린 표정으로 298을 올려다봤다.


싸움이 일어난 조짐이 보이자,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원.


그러나 그의 중재에도 둘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시작된 그룹 내 첫 번째 다툼.


동시에 나는 조금 궁금해졌다.


과연 원, 그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298!!! 당신의 억지는 이미 충분히 들어줬습니다! 이 이상 분란 일으키지 말고 맡은 바를 다하세요!!!!”


“공정하게 하자는 겁니다! 공─정─하─게─! 누군 일하고 누군 놀면 일하는 사람들이 억울하지 않습니까!!!!”


“저분은 원에게 따로 부탁을 받으신 일을 하시는 겁니다! 그걸 보고 놀고 있다고 주장하는 건 일을 맡긴 원을 욕하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쓸데없는 트집 잡지 말고 어서 조원들 데리고 가세요!!!!!”



점점 커지는 언성.


소란스러워지는 주변.


솔직히 이게 게임이었으면 이 시점에서 나는 포기했다.


하지만 원은 아니었나 보다.



“거기까지!”


『───! ! ! !』



두 사람의 말다툼을 끝낸 것은 원의 뜬금없는 행동이었다.


귀가 찡─하고 울리는 소음에 귀를 막았다.


소리의 원인은 그의 손에 들린 검과 방패였다.



“298님? 세븐(SEVEN)님?”


“예, 예?!”


“......”



빙긋 웃으며 말하는 원.


그러나 저 웃음에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없었다.


한기만 가득할 뿐.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둘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 여기서 시원하게 한 번 터트려 줘야지!


하지만 내 기대는 빗나갔다.



“죄송합니다!”


『───?!』



갑자기 사과하는 원.


그가 고개를 90도 가까이 숙이며 사과를 하자, 당황하는 사람들.



“두 분을 싸우게 하다니! 이게 다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며 그가 외쳤다.


...천잰데?


설마 여기서 사과를 할 줄은 몰랐다.


스스로 자책하여 양심의 가책을 노리다니, 생각보다 엉큼한 생각을 해내는데?


이러면 저 두 사람이 무안해질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 화를 내는 것보다는 이렇게 뜻밖의 행동이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 그룹에는 가장 좋은 해답이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고개 숙이지 말아주시죠!!!”


“죄송해요, 원. 순간 화가 나서 그만...”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은 답이었다.


뭐, 이 이후는 뻔했다.


사과하는 298과 세븐이란 여자가 화해하는 장면을 연출.


그렇게 첫 번째 다툼이 끝났다.


이 일로 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더 좋아졌다.


그리고 내 생각보다 원은 뛰어난 리더였다.


그렇기에 조금 도움을 줄까 한다.



“원, 298의 말도 어떻게 보면 맞는 말입니다. 다른 이들이 보면 특혜라고 착각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333님!”



이때 나는 이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니 만약, 298과 그의 조원들이 도와준다면 저도 일을 돕겠습니다”


“333님...”



내 말에 감동하는 원.


제발 닥치고 맡은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해줘!


그러나 그는 배려심이 넘치는 남자였다.



“좋습니다! 298님과 조원분들! 333님을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렇게 나는 내 발로 똥통에 들어갔다.


작가의말

어제 글을 올리고 확인해보니 글이 띄워져 있어서 그런지 웹에서 가독성이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한 번 바꿔봤습니다.

어느 게 더 나을지 한 번 고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즐겁게 읽으셨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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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챕터 0. 튜 토 리 얼 (6) 20.05.18 482 7 8쪽
6 챕터 0. 튜 토 리 얼 (5) 20.05.15 560 11 11쪽
5 챕터 0. 튜 토 리 얼 (4) 20.05.14 661 12 13쪽
» 챕터 0. 튜 토 리 얼 (3) +1 20.05.13 958 23 11쪽
3 챕터 0. 튜 토 리 얼 (2) +4 20.05.12 1,310 29 8쪽
2 챕터 0. 튜 토 리 얼 +1 20.05.11 1,859 3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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