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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은 개인주의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Write형제
작품등록일 :
2020.05.11 20:00
최근연재일 :
2020.08.11 20:0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17,964
추천수 :
448
글자수 :
297,438

작성
20.05.12 20:10
조회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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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8쪽

챕터 0. 튜 토 리 얼 (2)

DUMMY

“무겁다”



처음 검을 잡아본 소감이었다.


생각 이상으로 묵직한 무게감.


한 번 휘둘러 볼까? 했지만, 그만뒀다.


어차피 곧 다른 걸 질리도록 휘두를 테니까.



“인벤토리”



알고 있는 데로 허공에 형성된 검은 공간.


거기에 검을 가져가자, 서서히 모습을 감췄다.


홀가분해진 몸으로 바닥에 주저앉는다.


자, 이제 어쩌지?


현재 목표는 생존이다.


내가 알고 있는 데로 진행된다면, 생존 자체는 힘들지 않다.


다만 조금이라도 확률을 높이려면 사람들과 협동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협동이 싫다.


만약 이게 게임이라면 눈 감고 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건 게임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으려나”



나는 날 잘 아는 편이다.


그렇기에 자부한다.


나라는 사람에게 ‘리더’는 맞지 않는 옷이란 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불편해하는 내가 누군가를 이끈다?


그거참 욕먹기 좋은 포지션이네.


내가 될 만한 위치는 답안지다.


그리고 답안지는 쓰고 버려진다.



‘그것도 몰라?’


“......”



나는 이미 실패한 전적이 있다.


그렇기에 고민한다.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구심점.


누군가는 이들을 이끌어야 했다.



【 지금부터 첫 번째 임무를 시작합니다 】


§ 【 튜토리얼 – 건 축 】 §


[ 《 나무꾼의 도끼 》를 이용해 나무를 패서 옮겨라]


▶ (확 인) ◀



시작을 알리는 문장이 떴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의 앞에 도끼가 떨어졌다.


별다른 설명 없이 도끼를 던져주고 끝.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나중 가면 뭘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을 테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나와 다르게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선택해야 했다.


나서서 저들을 이끌지.


아니면 침묵할지.


사실 튜토리얼이라 어려운 건 없다.


마지막에 몰려오는 몬스터한테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움직임도 둔하고 보는 사람이 속 터질 만큼 느리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게 있다.


여기서 무언갈 죽여본 이가 몇이나 될까?


...끔찍하다.


누군가 내 어깨를 떠미는 기분이다.


폐에서부터 한숨이 강제로 끌려 나온다.


결국, 나는 또다시 답안지로 전락ㅎ─



“잠시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그때였다.


비명과 욕설이 난무하는 공간.


그 추잡한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맑은소리가 들렸다.


절로 시선이 갔다.


그곳엔 막 성인이 된 듯 보이는 청년이 서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그는 손을 떨었다.


겁에 질린 모습이 내가 다 안타까울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눈만은



“제게 3분만 주세요!”



누구보다도 당당했다.


하나둘 입을 다무는 사람들.


그 이상한 상황에 놀랄 틈도 없이 나는 입을 벌려야 했다.



“저는 건물 옥상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졌습니다”


“──!!!!”



순간 내 머리가 새하얘졌다.


설마 저 사람─



“바닥과 충돌한 저는 심장을 비롯한 내장이 뼈와 살을 짓누르는 고통 속에 천천히... 죽어갔습니다”



자신의 사망원인을 읽고 있는 거야?



“온몸이 뭉개진 제 시체는 검사를 통해 신원 확인이 끝나기 전까지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조금씩 떨리던 목소리가 점점 침착해진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사망원인은 이 세계의 금기다.


알고 있었지만, 직접 대상자가 되니 알겠다.



“사체의 모습이 너무나 끔찍했기에 장례를 위해 화장부터 진행해야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죽은 이유와 그 이후 벌어진 일을 이렇게 생생히 알고 싶을까?


그랬어야 했다.


아니 모두 그랬다.



“사실 저는 아직 제가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



저 남자만 빼고.


분명 내게도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있다.


사실 이 모든 게 꿈은 아닐까?


아프다고 느낀 건 내 뇌가 착각한 게 아닐까?



“네, 저희는 도망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남자는 달랐다.



“사실 다들 알고 있잖아요”


“───”


“그러니 인정합시다”



천천히 자신의 얘기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그는 선언했다.



“「죽었다는 사실을」”


“──!!!!”



이들의 죽음을.


어느새 주위를 가득 채운 적막.


불편할 정도로 조용한 상황이 짜증 났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도 모자란 상황에서 이게 무슨 횡포?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뱉었다.



“분명 힘들 겁니다. 놓고 온 가족이 발목을 잡을 테니까요”


“...?”



자신이 만든 적막을 깨는 남자.



“저도 제 하나뿐인 여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거참 안타까운데, 어쩌란 걸까?


이곳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그 이유로 저 남자가 이 많은 사람의 상처를 들쑤실 이유는 되지 않았다.



“슬퍼하실 분들은 계속 슬퍼하세요”



남자가 냉담하게 외쳤다.


상처를 벌려 고통을 주더니 이제는 소금까지 뿌리는 거냐?


욕보다 더한 짓을 하는군.


내가 인상을 찌푸리기도 전에 주변에서 항의가 빗발친다.


그런데 그는



“절망하실 분들은 계속 절망하시기 바랍니다”



원색적인 욕설과 비난을 들으며



“저는 이 새로운 삶을 즐길 테니까!”



웃고 있었다.


그것도 너무 환하게


지금 이 상황이 기뻐 미치겠다는 듯이.



“그래요! 죽었습니다! 제 마지막을 장식하던 그 끔찍한 아스팔트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 여러분”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그는 말했다.



“제가 죽은 사람처럼 보이십니까?”


“──!!!!”



비난과 욕을 뱉던 모두가 그의 외침에 놀란다.


그 순간, 그가 왜 이런 짓을 벌인 건지 눈치챘다.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저희는 되살아난 겁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절망에 빠져 계실 겁니까?!”



짜증 나던 그의 미소가 다르게 보인다.



“예, 여러분은 계속 절망이나 하세요! 저는!”



어느새 그를 보며 나는



“새로운 삶을 살 테니까!!!”



웃고 있었다.



「......」



다시 내려앉은 적막


하지만 아까와 같은 기분 더러운 적막이 아니다.


그렇게 삼 분이 채 되지 않는 연설이 끝나자



“...그래! 이전처럼 비참한 삶이 아닌 끝내주는 삶을 살겠어!!!”


“나, 나도! 이참에 새 삶을 살 거야!!!!”



부정하기 바쁘던 이들이 모두



“좋아! 한번 해보자고!!!!”



새로운 삶의 이유를 찾았다.


믿기 힘든 광경이다.


99번이 넘게 깬 게임 속에서도 본 적 없는 모습.



“저는 과거를 버리기 위해 이름을 버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외치는 남자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내 상상 속 리더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진취적인 사람이 이들을 이끌기를 바라였다.


하지만 그는 완벽하지도 진취적이지도 않은 사람이다.



“저는 언제나 첫 번째를 꿈꿨습니다!”



여전히 미소 짓고 있지만, 그의 눈은 눈물로 가득차 있었고


손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



“그러니 저를 1(ONE)이라 불러주세요!”



불안하고 못 미덥지만 누구보다 앞서서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



“그럼 저는 TWO(2)라고 불러주세요!!”


“나는 THREE(3)라 불러주게!!!”



그게 내가 본 ONE이라는 남자였다.



“원! 저한테도 번호를 붙여주세요!!!!”


“그럼 나도!!!!!”



어느새 사람들은 그와 같이 번호로 불리기를 바랐다.


자신의 생전 이름이 아닌 번호로 서로를 부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 번호는 다름 아닌 원이 직접 붙여주었다.


많은 사람이 그에게 번호를 부여받기를 원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줄을 섰고, 나는 길게 늘어선 줄의 맨 끝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



“거기! 새치기하지 마세요!”



친절히도 한명 한명 번호를 붙여주는 원,


나는 그 모습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마지막 분이시군요!”


“어쩌다 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많은 사람을 상대해 분명 힘들 텐데도 그는 날 보며 웃었다.


천천히 손을 내밀며 그가 말했다.



“당신은 333번입니다”



【임시 명칭이 정해졌습니다】


그렇게 나는



“잘 부탁드립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합니다”



333번이 되었다.


작가의말

2화 입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좋겠습니다.

내일 비슷한 시간에 돌아오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9 세살
    작성일
    20.05.29 20:26
    No. 1

    갑자기 333이되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라그곤
    작성일
    20.06.16 09:19
    No. 2

    벌써부터 읽고싶은 마음 싹 가시네... 저런상황에서 저렇게 나서는 사람이 어딧고 원 투 쓰리?
    황당해서 말이 안나오네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76 치킨제조기
    작성일
    20.06.16 20:31
    No. 3

    양아치냐 333 바닥이 되라는거야?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1 n5******..
    작성일
    20.07.07 21:41
    No. 4

    집에서 게임하다 사망하더니 갑자기 답안지가 되기싫다 타령하더니 숫자로 불리게 되었다 재미란 1도없네요 리더도 싫고 답안지도 싫고 솔로도 싫다면 주인공 왜 시켜요 시작부터 개노잼이네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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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챕터 0. 튜 토 리 얼 (10) 20.05.25 350 5 15쪽
10 챕터 0. 튜 토 리 얼 (9) 20.05.22 354 7 18쪽
9 챕터 0. 튜 토 리 얼 (8) +1 20.05.21 383 8 11쪽
8 챕터 0. 튜 토 리 얼 (7) 20.05.20 419 8 10쪽
7 챕터 0. 튜 토 리 얼 (6) 20.05.18 483 7 8쪽
6 챕터 0. 튜 토 리 얼 (5) 20.05.15 561 11 11쪽
5 챕터 0. 튜 토 리 얼 (4) 20.05.14 663 12 13쪽
4 챕터 0. 튜 토 리 얼 (3) +1 20.05.13 959 23 11쪽
» 챕터 0. 튜 토 리 얼 (2) +4 20.05.12 1,313 29 8쪽
2 챕터 0. 튜 토 리 얼 +1 20.05.11 1,862 39 10쪽
1 프롤로그 +1 20.05.11 2,022 5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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