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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시스의 서재입니다.

능력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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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시스
작품등록일 :
2018.07.15 08:52
최근연재일 :
2019.03.19 12:1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27,654
추천수 :
1,756
글자수 :
237,838

작성
19.02.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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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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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9쪽

능력 포식자 - 54

DUMMY

"아니 이제야 뭘 좀 배우나 싶었는데 끝이라고?"


"시간이 많다면 나도 가르쳐 주고 싶지. 허나 넌 재능이 없어. 마법이 하루 아침에 익혀지는 줄 알아? 지금 너 정도의 실력이라면 1서클의 마법을 익히는데도 반년은 걸려."


"그······. 렇게 오래 걸리나?"


"그것도 네 몸에 흐르는 방대한 마나양을 고려한 결과야. 그 마나가 없었다면 5년 이상 걸릴지도."


라그나 노인이나 너무 쉽게 마법을 사용해서 익히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그렇다고 마나만 가지고 있는다고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나만 많으면 뭐해? 쓸 수가 없는데."


"멍청하기는. 밥을 퍼서 직접 입에 넣어줘야 먹을 놈이구만."


"뭐라구?"


"마나는 네 몸에 직간접적으로 모든 영향을 미친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네 말대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겠지. 하지만 마나를 움직일 수 있고 모을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질질 끌지말고 확실히 말해봐."


라그의 말에 답답함을 느낀 나는 재촉했다. 지금까지 말로만 봐서는 분명 무언가 있기는 한 듯 했다. 아니, 무언가 있어야 했다. 지금까지 고생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말이다.


"네 녀석이 주로 사용하는 게 신체 능력인데 그것들의 힘을 강화할 수가 있지. 물론 마나를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마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 하다고 할 수 있지."


"호오? 그래서 마나를 움직이는 것까지 가르친 거야?"


"아니, 뭐 꼭 그것 때문만은 아냐. 그냥 귀찮아서 멈춘 것일 뿐."


마지막 말은 듣지 않는 것이 나을 뻔 했다.


"그래도 넌 행운이다. 드래곤의 마나를 가졌으니까.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마나조차 가져보지 못한 미개한 것들이 수두룩 했지."


마나를 이용해 신체 능력을 강화한다? 제대로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지금껏 마나를 다뤄보면서 느낀 것은 마나를 사용함에 있어 체력은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소모된 마나는 그만큼의 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모이게 되기도 하니 잘만 사용한다면 꽤나 좋은 것이 아닌가?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사용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냐는 것인데 아직은 바로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뭐, 자주 사용하다보면 익숙해 지겠지.'


사용하기 어렵더라도 없는 것보단 나았다. 온 몸에 흐르고 있는 마나를 느끼고 있던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라그가 말했다.


"일단 그 문제는 네가 해결해야 할 일이고. 충분히 쉬기도 했고 작전도 대충 짰으니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다."


"무슨 작전?"


"당한만큼 돌려 줘야지. 온 몸에 상처난 것도 모자라서 꽁지 빠지게 도망친 것만 해도 이미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으니까."


"그 놈의 자존심은······. 살아남은 것에 안도할 줄도 알아야지."


내 말에 라그의 두 눈이 커졌다. 그 역시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달갑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흠. 과거는 일단 넘기지. 그보다 몹쓸 하파엘 놈을 잡아와야겠어."


"어디 있는지는 아나? 이미 몇 일이 지나서 그들이 그곳에 계속 있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그럴 줄 알고 이미 하파엘에게 추적 마법을 걸어뒀지. 계속 이동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우리를 찾는 모양이다."


"그런 마법도 있나?"


"마법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독창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할까? 그저 추적 가능한 나의 마나를 묻혀 놨을 뿐."


"좋구나."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잘된 일이었다. 물론 라그의 입장에서지만.


"그럼 그 놈한테 갈건가?"


"가긴 가야지. 다만······."


"다만?"


"난 가까이에는 못 가고 네가 가야한다."


"엑?"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내가 왜?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이것보다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더군. 여기까지 말하면 둔한 네 녀석은 또 되물어 보겠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괜스레 기분이 나빴다.


"간단하게 설명하지. 내 몸에 흐르는 방대한 마나는 숨기려고 해도 완전히 숨겨지지 않아. 그렇기에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마법사 놈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들킬 확률이 높다는 거지."


"나도 마나란게 있잖아."


"물론 너도 있지. 다만 네 몸에 흐르는 마나는 아직 네 것이 완전히 된 것이 아닐 뿐더러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나 특성도 바뀌고 있다. 그 놈이 네 몸에 흐르는 마나를 감지하더라도 누군지 알 수 없다는 말과 같지."


"그래서 내가 움직여야 한다?"


"정답!"


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괜한 일에 휩싸이면 골치 아파질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싫다고 하면?"


"그럼 뭐······. 이렇게 하겠지."


라그가 손가락 하나를 치켜 세웠다. 그의 손가락 끝에서 푸른빛이 일렁이더니 순식간에 나의 옆으로 날아왔다. 순간 움찔했지만 피하고 말고 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잠깐이라도 몸이 반응한 것에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의 빠르기였으니까.


나를 스치듯 지나간 푸른빛은 땅에 부딪혔고 꽤나 큰 소리가 들려왔다. 흘깃 옆을 보니 빛이 날아간 땅이 검게 그을린 채 움푹 파여 있었다.


'제기랄.'


확실한 협박. 저 공격이 나를 향하는 것은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도망칠까?'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라그가 입을 열었다.


"순간이동으로 사라지거나 계획 도중에 도망치거나 하려면 그만 둬. 재미 없으니까."


설마 사람 마음까지 읽는 것은 아니겠지? 움찔하긴 했지만 최대한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라그의 황금색 눈이 나를 탐색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후~. 어차피 선택권도 없잖아? 그럼 이건 완전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나한테 이득은 하나도 없는 뭐, 그런거구만."


라그에게 괜시레 비아냥거리고 싶었다. 소심하다 욕할 수도 있지만 힘이 약한자의 한계였다. 빌어먹을.


"아니. 너한테 이득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한 가지 말 안하고 있던 게 있다. 언제 말해줄까 싶었는데 지금 말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군."


"뭔데?"


나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않는 라그를 보며 가벼운 말은 아닌 듯 싶었다. 그의 입이 천천히 다시 열렸다.


"전에······."


*****


이제 봄이 오는 것인지 제법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렇다고 춥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덜 추웠다.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빌어먹을 파충류 새끼.'


라그가 건넨 그 말이 아니었다면 흔쾌히 이 작전에 동참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협박 아닌 협박을 하던 라그였기에 반강제로 동참을 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내게도 목적의식이 생겼으니 말이다. 물론 그의 말 중 확실치는 않다라는 말이 거슬리긴 했지만.


"이 근처라고 했는데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안 보이네. 구라친거 아냐?"


라그가 알려준 곳은 산이라고 부르기엔 낮고 언덕이라고 부르기엔 높은 그런 곳이었다. 흙보다 돌들이 많아 나무들도 거의 없는 그런 돌산이었다. 그렇기에 숨어 있을 공간도 적은 곳이었건만 움직이는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만약에 대비해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탓일 수도 있었다.


'조금만 더 다가가서 본 다음에도 없으면 돌아가야지.'


하파엘이 거느린 엘프들의 숫자가 적지 않은 탓에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강력한 공격 수단이자 방어 수단인 피를 다루는 능력이 없는 지금 예전처럼 달려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연히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주먹만한 돌들이 발에 밟히기 시작할 무렵 움직이는 무언가가 눈에 보였다. 익숙한 모습이었다. 긴 머리카락에 뾰족한 귀.


'어디서 갑자기 튀어 나온거야?'


말 그대로 불쑥 모습이 나타난 것이었다. 내가 있는 곳도 탁 트인 곳인 탓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 저 엘프가 고개를 돌린다면 나를 발견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방심했나?'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이곳에 엘프들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으니 일단은 몸을 숨기는 것이 먼저였다.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나의 키만한 바위가 보였다. 숨을 곳만 있다면 이동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몸이 순식간에 그곳으로 순간 이동했다. 바위에 등을 기댄 채 한숨 돌렸다. 갑자기 나타난 엘프에게 발견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만 불쾌한 냄새가 나의 코를 자극했다.


'이 냄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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