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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시스의 서재입니다.

능력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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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시스
작품등록일 :
2018.07.15 08:52
최근연재일 :
2019.03.19 12:1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27,651
추천수 :
1,756
글자수 :
237,838

작성
18.09.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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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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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9쪽

능력 포식자 - 38

DUMMY

*****


"조금 전의 그 신호는 뭐였지?"


"정찰대에서 온 지원 요청입니다."


"그래서 반 이상이나 되는 부하들을 저리로 보낸건가?"


"맞습니다."


마스터는 자신이 잘라낸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자신의 앞에 부복해 있는 하파엘만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법사의 말이 계속 신경 쓰였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인간이라······.'


그래서 자신의 충직한 부하인 하파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같이 나왔다. 이곳까지 올 때도 자신의 관심을 가질만한 일은 없었다. 몇몇 소규모 인간 무리들을 보긴 했지만 그들은 한순간에 신체와 영혼이 분리가 되었다. 자신이 나설 것도 없었다. 대규모 엘프들의 힘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렇게나 많은 수를 보낼 필요가 있었나?"


"정찰대 구성원들이 젊은 애들이다 보니 조금 불안했습니다. 경험 시켜줄 겸 정찰대로 구성했는데 지원 요청이 오는 것을 봐선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보냈지?"


"장로님이 인솔해서 300 정도를 보냈습니다."


"300이라······."


"왜 그러십니까?"


"저기서 느껴지는 기운은 200 정도 밖에 되지 않는군."


"네?"


보낸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100에 가까운 숫자가 줄어 들었다는 것을 하파엘은 믿을 수 없었다.


"한 순간에 숫자가 확 줄었어. 분명 저기에 뭔가가 있기는 한 모양이야."


"몬스터들이 그랬을리는 없고 그래봐야 인간일텐데 그게 가능합니까?"


"날 못 믿나?"


마스터의 말에 하파엘은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다만 의문이 가시질 않아서······."


"하이 엘프들이 전투에 능한 종족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간에게 당할 정도로 약한 종족도 아니지. 호기심이 생기는군."


"제가 가서 상황을 보고 오겠습니다."


"아니. 내가 가지."


마스터는 몸을 일으켰다. 오랜 시간을 살아 오면서 호기심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었다. 그런데 잊었던 그 단어가 지금 다시 떠오른 것이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마스터가 일어나자 부복해 있던 하파엘도 일어났다. 한 순간에 그 많은 숫자가 당했다면 이건 분명 큰일이었다. 직접 눈으로 봐야 했다.


"하파엘. 가기 전에 한 가지 약속을 하자꾸나."


"어떤?"


"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한테 맡기라는 것."


"어찌 마스터가 직접 행동하시려는 겁니까? 제가 하겠습니다."


"너무 가만히 있어도 몸이 굳어. 한번 씩은 움직여줘야지."


마스터의 몸이 천천히 땅에서 떠올랐다.


"텔레포트 하시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럴까도 생각했는데 모처럼 관심을 끈 일인데 빨리 끝나면 재미없지 않나?"


'제 동료들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차마 하파엘은 마음속의 말을 내뱉지 못했다. 대신 공중에 뜬 채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는 마스터의 뒤를 따랐다.


*****


"멍청한 놈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들!"


명혜는 잔뜩 얼굴을 구긴 채 손에 닿는 것들을 모두 집어 던지고 있었다. 그녀로써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힘들게 몬스터들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쇼핑몰로 돌아왔건만 그녀를 반긴 것은 부서진 식량 창고뿐이었다.


"다들 힘들게 모은 식량을 고작 한 놈에게 털려?"


옆에서 무석이도 거들었다. 그 역시 식량을 구하는 것에 일조를 한 사람으로써 현재 화가 나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 모든 이의 생각이 그러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얼굴이 퉁퉁 부은 채 무릎을 꿇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일환에게 뺨을 여러 차례 맞은 남자였다.


"죄송하다고 될 일이 아니다. 복구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고······. 그보다 저만큼의 식량을 다시 구하는 건 매우 어렵지."


무석은 아직도 물건을 집어 던지고 있는 명혜를 힐끗 쳐다봤다. 자존심 강한 그녀로써는 이 일이 납득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지금이 기회인 것 같군.'


"아가씨."


"왜요!"


"진정하시고 일단은 식량이 우선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요?"


"제가 나가서 구해 오겠습니다."


명혜는 웬일로 적극적인 무석을 보며 동작을 멈췄다. 무석을 한번 훑어보니 전투 중에 다친 상처는 이미 모두 나은 듯 했다.


"무석 아저씨가 웬일이에요? 먼저 나서시다니?"


명혜는 의심스런 눈빛으로 무석을 바라봤다. 명혜의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무석은 대답했다.


"그나마 지금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더 있습니까?"


"그거야 그렇죠."


무석의 말대로 몬스터들과의 전투로 다들 매우 지친 상태였다. 당장 먹을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미리 구해놓는다고 나쁠 것은 없었다.


"그런데 저희가 죽인 그 놈들은 못 먹어요? 수도 많아서 양은 충분할 듯 한데요?"


"못 먹을 겁니다. 바질리스크가 내뿜은 독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확실치도 않아서 괜히 잘못 먹었다간 돌이킬 수 없습니다."


"하~. 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나저나 나도 새 애완동물을 구해야 할텐데."

"경숙이랑 제 동생들 데리고 갔다 와도 되겠습니까?"


"또 경숙 언니요?"


"몬스터를 찾으려면 경숙이가 최고잖습니까? 가뜩이나 이 주변은 이제 아무것도 없으니······."


"알겠어요. 같이 다녀와요. 기왕이면 빨리 다녀오는 게 나으니까 이번에는 차도 한 대 끌고 가시구요."


"오! 고맙습니다."


무석은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풀리자 기분이 좋아졌다. 명혜와의 대화가 끝나고 그는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였다. 오래 전부터 함께한 동생들과 몇 가지 도구들을 준비했고 마지막으로 경숙을 불러왔다.


"왜 또 너랑 같이 가야하는데?"


귀찮다는 것을 얼굴 가득 표현하며 경숙은 무석을 노려봤다.


"어쩔 수 없잖아? 저번 그 놈이 식량 창고를 박살 내버렸으니까."


"그래서 식량을 구해야 한다?"


"그렇지. 넌 위치만 말해주면 일은 우리가 할게."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조금만 기다려."


경숙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눈을 감았다. 그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 경숙이 눈을 떴을 때 그녀의 얼굴에는 굵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있어?"


경숙이 눈을 뜨자마자 무석은 다급히 물었다.


"있어. 있는데······."


"그런데?"


"숫자가 너무 많아."


"또 여길 쳐들어 오려는 놈들인가?"


"그건 아닌 것 같아. 우리 쪽보다는 명선이 쪽에 가까이 있어."


"얼마나 되는데?"


재촉하듯 물어오는 무석을 향해 살짝 인상을 쓰며 경숙은 말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한 2, 300 정도?"


"오~. 제법 많네. 일단 가보자. 차로 가면 그리 오래 걸리진 안잖아?"


"영 내키지 않는데?"


"그럼 거기 말고 또 다른 곳에도 있어?"


"아니, 없어."


"선택권이 없네. 가보자. 인간들은 아닐테니 살펴보다가 안되겠다 싶으면 돌아오면 되겠지."


무석은 근처에 있던 남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승합차 한대를 끌고 왔고 안에는 무석의 도끼부터 해서 다양한 무기들이 실려 있었다. 무석에게 건장한 남자 한 명이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형님. 준비 끝났습니다."


"케이블은 어디까지 빼 놨어?"


"저 곳입니다."


남자는 손가락으로 나무 하나를 가리켰다. 오래 전에 죽어 기둥만 휑하니 남아 있던 나무였다.


"그럼 너랑 나만 남고 나머지는 먼저 출발하라고 해. 괜히 경숙이가 알면 골치 아파진다."


"네."


멀어져 가는 남자의 등을 보는 무석은 입 꼬리를 올렸다.


'오랜 시간이었어. 이 지긋지긋한 곳도 이제 끝이군.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이곳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지.'


이곳에 무석이 있던 시간이 벌써 1년이 지나 있었다. 세계가 완전히 부서지기 전까지는 건달과 같은 생활을 하던 무석이었다. 그가 한참 어린 명혜 밑에서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있던 것도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잘 있어라. 빌어먹을 놈들아."


무석은 혼잣말을 하며 남자가 가리켰던 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오늘을 위해 채석장에서 발파공으로 일하던 남자를 예전부터 회유했고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버튼을 누르는 것 뿐.


나무 앞에는 조금 전 그 남자가 상기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스위치 같은 것이 있었다.


"내가 누르지."


무석은 남자의 손에서 스위치를 뺏다시피 건네 받고는 주저하지 않고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지축을 흔드는 듯한 진동과 함께 요란한 소리가 쇼핑몰에서부터 들려왔다.


- 콰콰쾅!


쇼핑몰의 한쪽 벽면부터 해서 큰 폭발이 연이어 발생했다. 콘크리트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쇼핑몰 건물은 크게 휘청이더니 그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뿌연 먼지가 하늘로 치솟았다.


"저기서 살아 남는다면 운이 좋은 거겠군. 이제 가자."


무석은 쇼핑몰을 잠시 쳐다보다 등을 돌려 걸어갔다. 이곳과의 연을 이제야 끊은 것이다. 비록 격한 방법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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