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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시스의 서재입니다.

능력 포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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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시스
작품등록일 :
2018.07.15 08:52
최근연재일 :
2019.03.19 12:1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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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653
추천수 :
1,756
글자수 :
237,838

작성
18.09.1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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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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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9쪽

능력 포식자 - 37

DUMMY

정체모를 노인이 알 수 없는 얘기만 계속 늘어놓고 있었다. 가뜩이나 머리도 아파 정신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노인이 하는 말들이 이상하리만큼 머릿속에 새겨졌다.


"고······. 블린이었지."


"호오~. 막아놨던 첫 번째 기억이 열렸던 모양이군. 그래. 너의 아버지를 죽인 것은 고블린이라고도 할 수 있지. 허나······."


노인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시선이 고통스러워 하는 일환에게 잠시 고정되다 다시 눈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실제로 그것을 지시하고 상황을 만든 것은 나다."


"뭐?"


"네 아버지를 죽게 하고 오크가 자네에게 의뢰를 하게 만든 사람이 나라는 말이다. 이제 좀 알아 들었나?"


"개 같은 소리!"


"인간은 자신이 본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심하군. 뭐, 한 번에 믿을 것이라고는 나조차 기대하지 않았지. 두 번째 기억이 열린다면 내 말을 믿게 될거다."


믿고 싶지 않았다. 꿈처럼 떠올랐던 그 날의 기억이 일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정체가 뭐냐?"


"이 세계의 신이 될 남자라고 해두지. 그보다 저쪽에서 많은 수의 적들이 오는 모양인데 그 상태로는 아무것도 못하겠군."


노인은 일환의 옆까지 미끌어지 듯 다가왔다. 그의 손이 일환의 머리에 닿았지만 일환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곧 노인의 손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라?'


노인의 손이 자신의 머리에 닿자 지독히도 고통스럽던 통증이 사라져 갔다. 믿을 수 없었지만 사실이었다.


"이제 괜찮지 않나? 지금 오는 무리들은 솔직히 네 힘으론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중간에 도망치는 편이 나을거다. 괜히 객기 부리지 마라. 그보다 누군가를 보호해야하는 게 먼저지 않나? 어쩌면 늦었을 수도 있겠지만."


일환은 노인의 말에 동수가 떠올랐다. 이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노인의 말대로 멀리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땅이 미약하게 떨리는 것을 보아 그 수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어차피 네 운명은······. 아니다. 현재 상황에 집중해야겠지.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알려 주도록 하마. 나쁜 능력이란 것은 없다. 다만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거지. 피를 조종하려 들지 마라. 어차피 네 몸 안에 가득한 것도 피가 아니더냐? 그럼 건투를 빈다."


노인은 그 말을 끝으로 순식간에 일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일환은 노인이 있던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다 벌떡 일어났다. 정체모를 것들이 다가오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그들이 누구이건 어서 이곳을 벗어나 동수에게 가야했다.


일환은 동수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움직이는 두 다리에는 힘이 넘쳤고 달리는 속도는 평소보다 훨씬 빨랐다. 이 속도라면 동수가 있는 곳까지 금방 도착할 것 같았다.


달리는 일환의 눈은 아직 붉었지만 전보다 색이 많이 옅어졌다. 팔과 다리에 울퉁불퉁 생겨난 근육의 크기도 많이 줄어들어 이전의 일환의 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되었다.


"동수야!"


동수의 몸에는 내리는 눈이 조금 쌓여 있었다. 동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가슴 부근이 움직이고 있었고 코에서 흰 김이 나오는 것을 보아 아직 살아있는 것 같았다. 일환의 부름에도 동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수야! 정신 차려!"


동수가 누워있는 바닥에는 그의 몸에서 흘러 나온 피가 흥건했다. 추운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동수의 얼굴과 입술은 파래져 있었다.


- 슈슈슉!


익숙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환은 고개를 돌렸고 그 곳엔 하늘을 가득 덮을 정도의 많은 양의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다. 일환은 급한 마음에 동수의 팔을 잡고선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순간 이동했다.


"커헉!"


순간 이동의 충격 탓이었을까? 미동도 하지 않던 동수가 입에서 검붉은 피를 뱉어내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일환은 동수를 살필 여유가 없었다.


"윽!"


화살 비를 피했다고 생각했으나 착각이었다. 몇 발의 화살이 일환의 배와 허벅지에 박혔다.


"포위하라!"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많은 수의 엘프들이 일환과 동수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에워쌌다. 꽤나 거리가 벌어져 있다고 생각했건만 그렇지 않은 듯 했다.


일환의 눈은 빠르게 움직이며 그들의 빈틈을 찾으려 했지만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엘프들에게서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


"선발대를 죽인 것이 너희들인가?"


등에 활을 매고 손에는 긴 칼을 들고 있는 회색빛의 머리칼을 가진 엘프가 일환을 향해 한발 내딛으며 물었다.


"엘프들 말하는거겠지?"


"물론."


"내가 했다. 아까도 쪽수로 밀어 붙이더니 이번에도 쪽수로 밀어 붙이는건가?"


"아무리 약한 상대라도 최선을 다해서 임해야 한다고 아버지가 그러더군. 비록 인간 두 놈이지만 그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


"현명하군."


일환은 쓴웃음을 지었다.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근거리에서는 활은 이용가치가 떨어지지만 지금 자신의 주변에 있는 엘프들은 근접 무기까지 들고 있었다. 거기다 의식도 온전치 못한 동수까지 있는 상황이니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 동료를 죽인 대가는 확실하게 받아가겠다. 순순히 목을 내놓거라."


"지랄하고 있네."


화살이 꽂힌 배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손으로 닦아내며 일환은 말했다. 가만히 있으면서 죽을 생각은 없었다.


‘일단 하는데 까진 해보자. 조금 전 같은 힘이 생긴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겠지.’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 듯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핏방울들이 정면에 있는 엘프들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고 미처 반응하지 못한 엘프 몇 명이 피에 가슴 부근이 뚫리며 쓰러졌다.


"공격!"


그제야 엘프들은 각자 무기를 쥔 채 일환을 향해 달려 들었다. 많은 수가 한 번에 움직이니 앞과 뒤의 엘프들이 부딪히며 서로의 움직임을 방해할 법도 한데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잘 훈련된 군대처럼 서로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빠르게 일환을 덮쳐올 뿐이었다. 일환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한 번에 기세를 꺾어야 한다.'


자신의 공격으로 쓰러진 엘프들의 시체를 본 일환은 손바닥을 하늘로 향해 뻗었다.


- 쾅!


그러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엘프들의 시체가 연달아 폭발했다.


"으악!"


"폭탄인가?"


달려들던 엘프들 무리가 어수선해졌다. 폭발한 시체가 있던 곳 주변에는 멀쩡히 서 있는 엘프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 쾅! 콰쾅!


시체 폭발로 생겨난 시체들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일환의 손은 빠르게 움직여갔고 추운 날씨임에도 이마에서는 땀이 맺혔다. 공격의 효과는 훌륭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며 시체 내부에 있던 피들이 퍼져나가 근처에 있던 엘프들을 공격했고 그것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몇 번 더 시체들이 폭발하고 나서야 일환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괴물 같은 놈이구나!"


"일찍이 이런 마법은 들은 적이 없다!"


"흑마법이다! 사악한 괴물 녀석!"


일환을 포위했던 엘프들은 멀찌감치 떨어진 채 제각기 소리를 질렀다. 그들로서도 자신들의 동료 시체로 공격하리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일환의 생각대로 기세를 꺾는 것에는 성공한 모양이었다.


일환의 눈이 이제 완전히 흰색으로 돌아왔다. 의식을 잃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환은 능력 사용이 원활했고 힘도 넘쳐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피곤함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때 분명히······.'


시체들 주변에 엘프들은 없었다. 시체 내부의 피를 끓게 만들어 폭발시켜 공격하는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생각보다 사정거리가 짧았으니까. 대신에 자신이 의식을 잃을 때쯤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일환의 손이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시체들은 많았고 그와 비례해 땅에 흐르는 피의 양도 많았다. 그 피가 서서히 일환을 향해 흘러왔다.


"조심하라! 저 녀석이 또 무슨 수를 쓴다!"


엘프들은 긴장했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다만 거대한 핏덩어리가 일환을 향해 느리게 다가갈 뿐이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군. 시간을 줘서는 안되겠어.'


긴 창을 들고 있던 엘프 한 명이 손가락으로 옆에 있던 엘프들에게 무언가 지시를 했다. 지시를 받은 엘프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등에 차고 있던 활을 꺼내 화살을 채웠다. 그 사이 핏덩어리는 일환의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될까? 밑져야 본전이지.'


일환은 핏덩어리에 뛰어들 생각이었다. 찝찝하기는 했으나 달리 해볼 것이 없었다. 조금 전처럼 넘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면 할 수 밖에 없었다. 일환의 몸이 핏덩어리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 핑!


그 때 활을 들고 있던 엘프들이 화살을 쏘았다. 목표는 일환. 가까운 거리였고 핏덩어리에 들어가던 일환은 날아오는 화살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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