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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열연 님의 서재입니다.

잊지못할 그날의 기억에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열연
작품등록일 :
2022.05.1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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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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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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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back(5)

전쟁,판타지




DUMMY

갑자기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잔해와 가루가 떨어져 연막이 펼쳐졌고 순식간에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잔해가 떨어지는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로스웨스트를 죽이려 했으나 그는 순식간에 인공 혈관을 잘라내고 바로 앞에 있던 카만베르의 남은 왼팔을 잘라내고 검을 가슴에 꽂았다.


검이 닿기까지 0.32초 정도. 카만베르가 부상자라지만 그 정도는 여유롭게 피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무너진 천장에 신경이 분산되고 곧바로 적을 죽여야 한다는 다급함이 그의 시야를 좁혀버렸다. 하지만 어떻게? 검이 사라지는 것은 보지도 못했다. 그런 게 가능한 건가? 그러고 보니 자힘을 죽일 때도···!! 리코타는 순간 기척을 느꼈다.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약 0.4초. 그 이후 천장의 잔해와 가루들이 떨어져 퍼지기까지 0.3초. 충분히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시간을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데 날려버리고 말았다. 어느샌가 적은 리코타 앞에 있었고 검들은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캘러웨이-“넌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죽여야겠다. 그래야 내가 좀 편해질 것 같아.”


칼이 다트처럼 날아와 몸에 하나씩 꽂혔다. 팔, 다리, 복부, 허벅지, 가슴. 피가 너무 빠져나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럼에도 의식은 살아있어 아주 천천히, 죽어가는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남은 힘을 짜내어 자신의 팔을 잘라냈다.



검으로 먼지를 걷어낸 랑갈과 졸라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느새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리코타였다. 그의 속박이 가장 큰 변수였는데 그것마저 차단당해버렸으니 최악의 위기상황이었다. 이제 둘만으로 버텨야 한다니. 로스웨스트는 천천히 두 사람 앞으로 걸어왔다. 그렇게 오래 싸웠는데 아직도 특이한 트랜센드를 유지 중이다.


졸라가 다급하게 외쳤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졸라의 간절한 다급함에 돌아온 것은 상대의 섬뜩한 미소와 일렁이듯 춤을 추는 검들이었다.


캘러웨이-“뭐해? 어서 덤벼. 난 아직 이렇게 커헉·········!!”


아직 변수는 남아있었다. 잘라낸 리코타의 팔에 남아있는 신경절이 로스웨스트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인조 혈관은 예비혈액의 공급뿐만이 아니라 곤충의 신경절 같이 전기신호로 신체의 일부를 움직이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거기에


커하악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졸라의 돌려차기가 상단 옆구리에 완벽하게 적중하고 로스웨스트는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랑갈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서둘러 대검을 휘둘렀다. 칼등으로 막아내 스스로 밀려났지만 졸라는 서둘러 쫓아가 등을 짓밟았다.


“검들이 다 사라졌네? 이제 구현할 여력도 없다는 거냐?”


하지만 트랜센드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건가? 랑갈은 칼을 높이 치켜들어 로스웨스트의 목을 쳐내려는 순간


“다들, 거기서 멈춰! 더 이상 섣부른 행동 하지 마!”


위에서 들리는 몬테레이의 외침에 두 사람은 하던 것들을 멈추고 그를 쳐다봤다. 랑갈이 그에게 말했다.


“지금 안 죽이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없어! 지금까지 빠져 있다가 지금에 와서 배신하는 거냐?!”


“네가 지금 저걸 봤으면 나랑 똑같이 말했을걸?”


그러면서 몬테레이는 내려와 로스웨스트를 내려봤다.


“이쯤에서 거래하죠. 여기서 그만두고 당신을 무사히 돌려보낼 테니 하늘에 있는 저 검 좀 치워 주시죠.”


두 사람은 놀라 서둘러 하늘을 주시했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검은 그가 들고 있던 것이 아닌 달도 충분히 가릴 정도의 크기의 커다란 검이었다. 만일 저걸 내리꽂는다면 바벨은 무너질 것이다.


졸라는 서둘러 로스웨스트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팔을 떼어놓고 물었다.


“야, 너 진짜 저거 찍어버릴 생각이었어? 전쟁이건 뭐건 나라가 망하든 말든 씨발 다 죽일 심산이었냐고?”


피범벅의 얼굴인 그의 얼굴에는 어떤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그에게서 다급함이나 공포심이 생겼다는 인상은 전혀 없었다. 그저 다음 수를 생각하고 침착함과 여유로 싸움을 풀어나갔다.


로스웨스트가 입을 열었다.


캘러웨이-“나도 놀랐어. 이렇게 궁지에 몰릴 줄 생각도 못 했거든. 인정할게. 너희를 너무 얕봤어.”



캘러웨이는 이 싸움 전까지는 그 누구도 자신을 이길 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죽이려는 자를 상대로 통하지 않을 도덕심을 발휘하다 죽을 뻔했고 어중간한 동정으로 또다시 죽을 뻔했다.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권력자, 지배계층에 충성을 보여 그들의 눈에 들려는 추종자, 자기 힘을 과시하려는 지배자계층의 인간들도 모두 죽이고 살인의 죄악감과 철저한 목적과 정의감의 충돌로 극심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무엇보다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삶을 지내 경험으로나 실력으로나 자신이 우세하다고 캘러웨이는 생각해왔다.


캘러웨이-“너희는 내가 싸워본 상대와 달랐어. 미오들이랑 싸우는데 예전 방식을 골랐으니 애를 먹을 수밖에. 내 각오가 부족했어.”


거기에, 관계없는 사람은 휘말려선 안 된다, 거물을 무너트려서는 안 된다, 같은 대비책을 찾는 미숙함이 스스로의 목을 조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테라노스도 그런 미숙함을 가지지 않았다면 죽는 것은 자신이라 캘러웨이는 생각했다.


캘러웨이-“그런데 지금이 날 죽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는 데 왜 실행하지 않은 거지? 내가 너희한테 다음 기회라는 걸 줄 것 같아?”


“여기 이 녀석들은 몰라도 전 살고 싶거든요. 그리고 이 이상 일이 벌어지면 저희들의 권력으로 이 사태를 덮을 수도 없고요. 그래서 제안하는데 서로 여기까지 하는 게 어떨까요?”


캘러웨이-“말했지? 난 내 가족들의 복수를 하려고 여기에 왔고 너희를 용서할 생각 없다고.”


“저는 용서해 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거래하러 온 거지. 그리고 당신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옥상에서 내려온 남자는 품 안의 칼을 꺼내더니 자신의 목을 피가 흐를 정도로만 살짝 그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캘러웨이는 잠시 놀라 그에게 물었다.


캘러웨이-“원하는 게 뭐야? 아무 메리트도 없는 짓을 왜 하는 거지? 네가 죽는다고 내가 그만둘 거란······”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죽어버리면 하나밖에 없는 여성 동료가 이 모든 걸 수습해야 하는데 당신은 그게 가능할 거라 봅니까? 그리고 이제 거래가 아니라 협박이야.”


캘러웨이는 순간 대답이 망설여졌다. 왜 순간 망설임이 생긴 거지? 그냥 죽여버리면 되는 거잖아. 하지만 가슴의 답답함이 그를 막아 세우고 있었다.



몬테레이 녀석 무슨 생각인 거지? 졸라는 그의 행동에 의문이 갔다. 지금 건물을 무너트려서라도 자신들을 죽이려는 그를 저런 방법으로 막겠다는 건가? 하지만 졸라의 예상과 달리 그의 작전은 먹혀들었다.


“당신은 처음부터 우리를 죽일 수 있었어. 혼란을 만들고 거기에 우리가 방심하면 그 사이에 반 이상을 죽였겠지. 그러고나서 나머지 반을 쓸어버리는 것 또한 쉬웠을 테고.”


여기서 말을 꺼내는 것은 안된다. 졸라는 침묵으로 그에게 협조하기로 했다. 로스웨스트가 말했다.


캘러웨이-“괜히 지원군 같은 게 오면 귀찮거든. 그래서 너흴 죽이려는 날 상대로 자살 협박 같은 게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제가 거래하는 건 당신의 고국에 남아있는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양국의 무관계한 일반인들입니다.”


“잠깐 기다려! 너 전쟁이라도 벌이겠다는 거야? 이건 여기 있는 사람들이 침묵하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수 있는 문제야. 굳이 그렇게 크게 키울 일이······”


랑갈이 끼어들었지만 몬테레이의 눈빛에 금세 가만히 있게 되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왜 전쟁을 두려워하는 거지? 우리가 죽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애초에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전쟁의 대비해 화력과 군사력을 키우는 거다. 그게 조금 앞당겨 졌을 뿐이야. 오히려 좋아해야지. 우리의 일이 결실을 맺게 되는 거라고.”


“새끼가, 미친 소리 좀 적당히 해. 그동안의 연구랑 무기 개발은 타국에 얕보이지 않기 위한 위협과 블러핑이야.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는 우리도 그 선 안 넘으려고 이러고 있는 거잖아!”


몬테레이의 광기 어린 미소와 말에 졸라가 결국 참다못해 폭발해 버렸다. 로스웨스트도 상당히 망설이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몬테레이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봐 부자 양반 그리고 너희도 잘 들어. 한 번 미치기로 결정했으면 되돌아갈 길 같은 거 찾지 마.”


그러더니 몬테레이는 칼로 자신의 목을 그어버렸다. 아니, 자신의 목을 완전히 동강 내 버렸다.



눈앞에서 죽은 생쥐 같은 남자의 행동에 다른 두 명도 심하게 혼란이 생긴 것 같아 보였다. 상황이 점점 심연으로 빠지고 말았다.


애초에 캘러웨이의 계획은 아이자가 배상금을 요구하게 끔 하는 것이었다. 에버램은 이를 거절할 것이고 캘러웨이가 이를 배상해 전쟁의 명분을 완전히 없애 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아이자에 길을 잃은 분노를 표출하지 못 하는 굴욕을 맛보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남자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누구도 진압할 수 없는 바벨에서의 전투 열기는 순식간에 꺼져버리고 말았다. 캘러웨이는 전투모드를 해제하며 남은 생존자 둘을 바라봤다.


캘러웨이-“그렇게 경계하지마. 복수는 이제 여기까지니까. 그 녀석 정말이지 미친놈이더군. 혹시 그보다 심한 녀석이 아직 남아있나?”


“이제 와서 뭘 혼자 끝내겠다는 거야? 우리는 아직·········”


“랑갈! 거기까지 해. 이제 우리 둘 밖에 안 남았어. 죽는 한이 있더라니, 서로 끝을 보자느니, 난 그럴 생각 없어. 이 기회를 그냥 날리려 하면 이번엔 내가 널 죽이겠어.”


다행히 정상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인간이 남아있었다. 캘러웨이가 돌아가려는 순간


“이봐, 오늘 있었던 일은 절대 잊지 않을 거야. 몇 년이 걸리든 오늘 있었던 일을 후회하게 해줄 테니까.”


캘러웨이-“······그러든가.”


캘러웨이는 무심하게 답하며 검을 타고 바벨을 나갔다. 쫓아오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나머지 두 사람의 살기가 아주 따갑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캘러웨이는 개의치 않았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상관없었다. 로스웨스트 가문의 재산은 여전히 넘쳐났고 이곳에서 어떤 금액을 요구하든,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든 이제 아무런 상관도 걱정도 불안도 관심도 없으니까.


너무나 지쳤다.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아프고 호흡도 괴로워졌다. 트랜센드-이그니션을 너무 오래 유지한 것이 원인이지만 지금 여기서 쓰러지면 안 된다. 국경을 넘을 때까지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시 사용해 너희를 다 쓸어버릴 수 있다고.


캘러웨이는 드디어 숲에 도착했다. 달은 미약하게나마 숲을 밝혔고 적막함이 왠지 모를 안정감을 줬다. 캘러웨이는 끝내 지쳐 근처 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이번 일로 뭘 얻었나? 그동안의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얻은 것은 없었다. 계획은 완전히 틀어져 복수는 불완전 연소로 끝나고 정체 모를 불안감이 가슴속에 응어리로 남아버렸다. 괜한 짓을 해버린 걸까? 그냥 가만히 있어야 했던 걸까? 차라리 날 죽이지, 왜 내 식구들을 죽인 거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좋지? 그러나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지 못했다는 것을 캘러웨이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억울하고 두렵고 허망하기만 할 뿐이었다.


자신을 위로해주고 다독여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명쾌한 해답을 내줄 사람도, 품을 내줘 마음껏 울게 해주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캘러웨이는 그저 어두운 숲속에서 혼자 슬픔에 잠겨 아무도 듣지 못할, 보지 못할 흐느낌을 내뱉고 있었다.

아무런 보답도 돌아오지 않은 밤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 날 아이자에서는 바벨의 일을 세상에 공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버램의 상층부에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였고 그들은 모두 캘러웨이를 비난했다. 물론 당연한 소리지만 이들은 배상금을 무러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결국, 배상금은 예상대로 캘러웨이가 지불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캘러웨이가 벌인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국가위기를 초래할 뻔한 점, 그러나 그동안 국가의 발전에 공헌한 점을 들어 페토미아로 추방할 것을 명령했다. 살아있는 그가 돌연 전 재산을 반납하면 온갖 잡음과 음모론이 돌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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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막(지도자들의 회의) +1 22.05.11 2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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