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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허명의 서재입니다.

암살자가 만드는 천하제일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진허명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4
최근연재일 :
2023.06.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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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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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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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50화 - 대장장이(4) / 수혈(輸血)

DUMMY

150









스스로 천마신교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것은 여러 개의 바늘구멍을 단번에 통과하는 것과 같아서,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한들 알맞은 시기와 천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몹시 요원한 일이라 하였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천마신교의 백대 고수라 불리우는 마단장이 자신의 종마를 들이는 방식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각양각색이었으니.



어떤 이는 그저 눈에 집히는 대로 집어다가 그 머릿수를 채워 넣는 것에 급급하기도,


또 어떤 이는 심혈을 기울여 자신의 취향에 맞는 종마만 엄선하여 수집하기도 하였으니,


그 와중에 한 가지 공통적인 점은 절대 자신의 사적인 시간을 허비하면서까지 공을 들이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종복을 거느린다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누군가의 허락이나 재가(裁可) 따위는 일절 필요치 않았기에,


내킨다면 외벽에 칩거하는 아무 마졸이나 덥석 데려다가 자신의 종마로 삼을 수도 있는 노릇이며,


여차해서는 직접 밖으로 나가 싹수가 보이는 종자를 회유하든, 겁박을 하든, 그도 아니면 납치라도 감행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세를 불려도 상관이 없었다.



그 대상이 꼭 마인이거나 준마촌의 준마여야 할 필요도 없으며, 그저 마단장 하나가 거느릴 수 있는 40명 한도를 넘지 않는다면,


개인의 능력이 닿는 한 무림맹주라도 데려다가 자신의 종마로 삼는다 한들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토록 공식적인 과정을 전혀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마단장에게 부여된 엄청난 특혜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물론 그렇게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까지 자신의 세를 불리고자 성심성의껏 노력하는 백대 고수는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 작금의 천하가 어지럽지 않은 이유일 터였다.



"아니, 이 늦은 밤중에 주군께서 오신단 말이냐? 그것도 새로운 종마와 함께?"



헝클어진 머리와 지독한 술 냄새를 풍기며 허둥지둥거리는 단우의 몰골이 꼴사납기 그지없었으나, 갑작스러운 언질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다른 종마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저희도 방금 연통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어서 서두르셔야 합니다!"



차마 저들이 모시는 주군께 선임 종마가 술에 절어있는 꼴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떻게든 조금에라도 단정한 차림새를 갖추기 위하여 허담과 단우가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던 중이었다.



"문제가 있소이다."



이제 겨우 무복을 새로이 갈아입은 단우는 정신이 산만하여 장사위의 가라앉은 목소리 안에 담긴 심각성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 지금 내 몰골보다 더 문제가 될만한 것이 여기 남아있기라도 하던가?"



자조 섞인 농담으로 암울한 처지를 한탄하는 선임 종마의 비아냥을 가볍게 묵살한 장사위가 더더욱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천마노호(天魔爐戶)에 병기들을 맡겨두고 왔소. 그러니 이대로는 맨손으로 내벽의 밤을 활보해야 할 판이외다."



"......"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은 단우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낯빛이 어두운 장사위를 한동안 말없이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몸에 지닌 날붙이가 하나도 없다는 말이더냐?"



"변명은 않겠소. 내 실수요."



비록 단우가 술독에 빠져 살지언정 단 한시도 검을 몸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다는 것은 지극히 사실이니 장사위가 순순히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였다.



"차라리 제가 지금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장사위님에 비하면 제 기운이 옅고 미천하여 잘만 기척을 숨긴다면 큰 어려움 없이 천마노호에 다녀올 수 있을 것입니다!"



"안된다. 시간이 없어. 주군께서 얼마나 무심하신 분인지 너희도 잘 알지 않더냐? 조금이라도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가지 않는다면 당장 눈앞에서 새로운 종마의 사지가 찢겨나간들 주군께서는 눈길도 주지 않고서 천마옥으로 올라가 버리실게다."



질겅 질겅



말을 할수록 더더욱 초조해진다는 듯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한 단우의 공허했던 눈에 조금씩 광기랄 것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아니 될 일이지.. 절대 그리 되게 두지는 않을 테다...."



어느덧 술기운이 전부 달아나버린 것인지 붉게 충혈된 단우의 눈동자는 한 가지에 꽂힌 자의 집요함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제 곧 주군께서 새로운 종마를 데리고 오실 터인데... 오랜만에 들어온 종마의 얼굴을 볼 기회도 없이 그 자리에서 뒤져버리게 둘 수는 없단 말이다!!!"



"문제없소이다! 맨손이라 할지라도 저깟 놈들은 몇이고 충분히 상대해 줄 수 있단 말이오!"



"아닙니다! 제가 최대한 빨리 다녀오겠-"



쿵쿵쿵



고작 셋 밖에 되지 않은 머릿 수 내에서도 의견이 한데 모아지지 않아 아수라장이 되어가던 와중에 난데없이 누군가가 두터운 철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시선을 한데 사로잡았다.



쿵쿵쿵쿵-



혼란스러움을 잠재워주는 봉창 두들기는 소리가 일순간 정적을 불러왔으니, 가만히 숨을 죽인 이들은 이 패잔병들의 처소에 누가 찾아온 것인지 알 길이 없어 잔뜩 날을 세우던 참이었다.



"접니다!"



이 시간에 결코 들려서는 아니 될 저 낯익은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마치 감미로운 음률처럼 느껴질 따름이었다.



"접니다! 마철입니다!"










드드드드드득-



걸쇠를 풀고 있는 힘껏 밀어젖힌 철문 뒤로 반가운 얼굴이 고개를 들이밀었으니, 어째서인지 지금쯤 천마노호에 있어야 할 마철이 허담과 장사위의 병기를 바리바리 싸 든 채로 서있었다.



"마철님!!"



때마침 가장 필요했던 때에, 그것도 가장 필요한 것들을 챙겨온 마철을 보며 허담이 반색을 하던 것도 잠시,


당장 한 줌의 내력도 끌어올릴 수 없는 몸으로 무법천지인 이 내벽의 밤을 어떻게 활보하고 다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곧바로 뒤따랐다.



"아니, 근데 마철님께서 어찌..."



"천야장(天冶匠) 어르신께서 일러주셨다. 새로운 종마가 들어온다고?"



불쑥



"그 말이 아니지 않더냐! 그 몸으로 이 야밤에 홀로 싸돌아다니다니? 이제는 아예 뒤져버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버린게냐?!"



허담을 밀치며 튀어나온 장사위가 눈에 쌍심지를 키고서 윽박을 질러대니, 그러한 거친 언행과 달리 그 안에 담긴 속뜻은 오로지 마철에 대한 순수한 걱정과 염려로 가득 차 있었다.



"하하하.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제는 한낱 대장장이나 다를 바 없는 불구에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으니 말입니다."


"도리어 이따금씩 저들의 무구 좀 손봐달라며 친근하게 말을 붙여오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만큼 마철의 현 상태가 구태여 관심을 줄만한 가치도 없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이를 마냥 기뻐하지 못하던 허담과 장사위 사이로 지독한 술 냄새가 파고들어왔다.



"그러면 이제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의미겠지?"



끄덕끄덕



어느덧 그들이 익히 아는 선임 종마의 모습으로 돌아와있는 단우의 질문에 허담과 장사위가 마철이 가져온 장비를 갖춘 채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네놈은 여기 남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오거라. 오랜만의 밤 나들이니만큼, 재미라도 봐야 하지 않겠느냐?"



바깥에 어떤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를 상황이지만, 밀실에 갇혀 하루하루 술독에 빠져 느릿하게 죽어가던 단우는 근래 들어 가장 활력이 넘쳐 보였다.











새빨간 피가 튀기고, 살점이 도려내지며, 서로의 장기를 파헤치는 것으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시간.



날붙이가 부딪치며 나는 날카로운 소음과 고통으로 가득 찬 비명소리로 얼룩지는 비탄의 순간들.



비릿한 피 냄새와 죽음에서 비롯되는 악취가 옅어질 겨를도 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무한하게 이어지는 이 암중의 사투야말로 오로지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진정한 강자존(強者存)의 영역이라 할 수 있었다.



내벽의 밤



단우가 기억하는 내벽의 밤은 그토록 처절하고도 잔혹한 것이었으나, 그가 술독에 빠져 보낸 세월만큼 이 밖의 세계 또한 질서라는 이름의 독(毒)에 저며들고 있던 모양이었다.



"내가 아직 술이 덜 깬 것이냐? 그게 아니라면 꿈이라도 꾸고 있다거나?"



오직 달빛에만 의존해야 할 만큼 어두운 밤길을 거닐던 치재의 종마들은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은 채 신중하게 전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고요한 암중에는 멀찍이서 소소하게 푸닥거리는 소리만 근근하게 들려올 뿐,


그마저도 몇 안 되는 인기척 대부분은 저들끼리 한데 모여 시시덕거리는 것으로 대충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다들 모르고 계셨습니까?"



유사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뻔한 마철을 떼어놓고 오려고 했던 단우는 되려 그 점 덕분에 운신의 폭이 자유로웠던 대장장이가 바깥의 동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점을 높게 샀다.



"모르다니? 무엇을?"



"제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 어두컴컴한 내벽의 어둠 속에는 항시 날카롭게 벼려져 있는 마인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구태여 상대의 전력을 가늠하지도 않은 채 덤벼드는 이들은 하나같이 호전적인 투사요, 마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용맹한 무모함을 지닌 전사들뿐이었습니다."


"우두커니 서서 숨만 쉬고 있어도 어디선가 칼날이 날아들었으니, 그때는 누구나 밤의 정점이라는 단 하나의 권좌(權座)에 오르고자 끝없는 투쟁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까?"



마철이 직접 겪은 내벽의 밤은 단 하룻밤에 지나지 않았으나, 그 강렬했던 순간은 쉽사리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는 듯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이 밤에도 혼란의 끝이 찾아왔고, 마침내 질서가 도래했습니다."


"하나뿐이어야 할 권좌는 여러 부분으로 쪼개져 비열한 찬탈자들의 엉덩이 아래 그 머리를 조아리게 되었으니."


"진거갈마(進去褐馬) 표거아의 선임종마인 간용을 필두로 한 마장 연합에 의해 이 내벽의 밤은 진작에 평정되었습니다."



으득



"간용, 이 간사한 놈이...."



유구한 전통을 무시하고서 오직 머릿수로만 밀어붙인 간용의 수작질에 단우가 극도의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사실 이같이 정치적인 접근 또한 아무런 법률이나 제한도 존재하지 않는 이 무법천지에서는 수많은 수단 중 하나의 갈래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게 싫다면 수적 열세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무력을 갖추거나, 저 또한 세력을 모아 대항하면 될 일이었다.



이곳은 마곤혈도(魔崑血道)와 같이 공정한 대결을 보장해 주는 철창 속이 아니니만큼, 단지 비겁함을 입에 올리며 눈앞에 놓인 현실을 부정하는 것 또한 진정한 마인의 자세는 아니니라.



"됐다. 도리어 잘 되었어. 덕분에 새로운 종마는 몸 성한 상태로 받아볼 수 있게 될 것 같으니.



"그 점을 감안해 봐도 조금 이상하긴 합니다. 평정이 되었다 한들 아직도 어느 정도의 분쟁은 여전히 존재할 터인데..."



위화감을 근거로 마철이 구체적인 추론을 이어나가기도 전에 외벽에서 내벽으로 통하는 관문이 슬슬 가시거리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치재의 종마들은 한시라도 빨리 저들의 주군을 만나 뵙기 위하여 발길을 서두르던 참이었다.



찰박



앞장서 걷던 단우가 정체불명의 웅덩이를 밟자마자 자리에 멈춰 섰으니, 그 소리와 냄새만으로도 이 어둠 너머에 무엇이 널려있는지 똑똑하게 알 수 있었다.



"온다."



잠시 느슨해졌다지만 그 본질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 법이라 했던가.



가까워져오는 모종의 존재감 덕분에 항시 짙은 피 냄새로 자욱해야 할 이 내벽의 밤에 발을 들인 것이 드디어 실감이 난 단우가 오랜만에 전력으로 마기를 끌어올리려던 참이었다.



"인사 올립니다."



찰박 찰박



도처에 깔린 피웅덩이를 주저 없이 밟으며 다가오는 목소리에는 당장에라도 분내를 풍길 것만 같은 간드러짐이 섞여 있었다.



"치재님의 넓으신 아량에 은혜를 입은."



그토록 단우가 바라마지않던 새로운 종마가 계집년일 것이라고는 그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느냔 말이다.



"소녀, 전려라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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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166화 - 이란격석(2) 23.05.31 72 1 10쪽
272 165화 - 이란격석(1) 23.05.22 64 1 10쪽
271 164화 - 개미지옥의 악령 23.05.09 87 0 12쪽
270 163화 - 암막(暗幕) : 검은 장막 23.05.05 65 0 11쪽
269 162화 - 기회를 쫓아서 23.05.04 61 0 11쪽
268 161화 - 고울 려(麗) 23.05.02 85 0 11쪽
267 160화 - 괴담(怪談) 23.05.01 65 0 12쪽
266 159화 - 완벽한 준비 23.04.28 73 0 10쪽
265 158화 - 대장장이의 노래 23.04.27 57 0 10쪽
264 157화 - 생환. 혹은 탈환(奪還) 23.04.26 62 0 10쪽
263 156화 - 목표는 생환(6) 23.04.25 63 0 11쪽
262 155화 - 목표는 생환(5) 23.04.24 65 0 11쪽
261 154화 - 목표는 생환(4) 23.04.21 72 0 11쪽
260 153화 - 목표는 생환(3) 23.04.20 78 0 11쪽
259 152화 - 목표는 생환(2) 23.04.19 68 0 10쪽
258 151화 - 목표는 생환(1) 23.04.18 81 0 9쪽
» 150화 - 대장장이(4) / 수혈(輸血) 23.04.14 94 0 12쪽
256 149화 - 대장장이(3) 23.04.13 78 0 12쪽
255 148화 - 대장장이(2) 23.04.12 78 0 10쪽
254 147화 - 대장장이(1) 23.04.11 83 0 11쪽
253 146화 - 태풍의 눈 / 생존기(生存記) 23.04.07 87 0 10쪽
252 145화 - 엄지손가락 23.04.06 76 0 10쪽
251 144화 - 100번째 마인(魔人) 23.04.05 91 0 10쪽
250 143화 - 비단길 23.04.04 77 0 12쪽
249 142화 - 쓸모의 정의 23.04.03 7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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