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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밀크 님의 서재입니다.

더 챔피언(The Champ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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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밀크
작품등록일 :
2019.05.10 13:01
최근연재일 :
2019.05.17 13:03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083
추천수 :
19
글자수 :
51,910

작성
19.05.12 12:34
조회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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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입 험한 사람들

DUMMY

이른 새벽, 온전히 깨지못한 몸으로 뒤척이며 이불을 걷어낸 신성은 시계를 쳐다본다.

작은 바늘이 5에, 큰 바늘은 1, 5시 5분 쯤이다.


“윽.”


자리에서 일어나기위해 몸을 움직이던 신성은 전신을 달리는 통증에 신음을 흘린다.

목에서부터 허벅지, 그리고 발까지 이어지는 모든 근육에서 비명을 지른다.

어제 체육관에서 했던 스파링과 이후 석진의 귀신표 마무리 운동탓에 근육통이 온 것이다.


‘목 말라.’


돌아오자 기절하듯 쓰러진 탓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잠들었다.

그렇기에 공복은 당연한 것이지만, 우선 타는 듯한 갈증을 없애고 싶다.

어찌저찌 자리에서 일어난 신성은 거실로 나간 뒤, 물을 한잔 마셨다.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흘러가자, 전신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한다.

5시 10분, 슬슬 나가야한다.


“벌써 나가니 신성아?”


먼저 일어난 신성의 어머니, 지연이 나갈 채비를 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두어번 끄덕인 신성은 물을 마신 잔을 싱크대에 올려두었다.


“새벽 기도 나가시는 거에요?”


신성의 가방 안에 있는 십자가는 건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 지연이 넣어둔 것이다.

되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듣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 신성은 자신도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우리 신성이, 이 돈 어디서 난거야?”


이제 막 집을 나서려던 찰나, 현관문에서 기다리던 지연은 들고 있던 봉투를 보여주며 말했다.

어제 상천 체육관에서 석진에게 받은 10만원 수표가 25장 들어있는 그 봉투다.

순간, 어디서 받았는지 말을 하려던 신성은 기묘함을 느꼈다.

어떤 정신나간 남자가 복싱을 가르쳐주는 조건으로 250만원을 달마다 지급해주기로 했다.

괴상하다. 어떤 정신나간 남자가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어······.”

“도둑질이나 나쁜 짓해서 얻은 거 아니지?”


탁! 수표가 담긴 봉투를 손에 대자 종이에서 청량한 소리가 울린다.


“네.”


현관 근처에 있던 책상 위에 봉투를 올려둔 지연은 먼저 나갈 생각인지 가방을 챙겼다.

근처 시장에서 구매해 10년 넘게 사용한 허름한 손가방. 여러번 꿰맨 탓에 색이 다른 곳이 부분 부분 보인다.


“그런데, 그건 그렇고 이 수표······ 누가 써준거야?”

“네?”

“사인란 좀 봐. ‘세계최강 광석진’······ 정말 이상한 일로 받은 거 아니지?”


푸핫, 신성은 어머니의 말에 웃음이 나올뻔했지만 겨우 참아냈다.


“이상한 일로 받아낸 것 아니에요. 새로 일 시작했는데, 거기서 선금을 줬어요.”

“선금으로 250을 덜컥 준단 말이야? 사장이 좋은 사람이거나······ 정신나간 사람이니?”


둘 다죠. 그렇게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겨우 참아낸다.

어머니, 지연은 조금 미심쩍은 듯 신성을 쳐다보았지만 이내 추궁하는 것을 단념한 듯 하다.


“착하게 살라는 게 아니야. 나쁜 일만 안하면 돼. 엄마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네 알아요.”


슬쩍, 지연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 신성을 바라보았다.


“또, 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이 화상아!”


신성의 양볼을 부여잡은 뒤, 이리저리 흔들던 지연은 ‘엄마 먼저 나간다’라고 말한 뒤,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머리를 긁적이던 신성도 시간을 본 뒤, 급하게 집을 나섰다.


***


“후우······ 후우······.”


신성이 눈을 뜨자 시작하는 일은 신문을 돌리는 것이다.

인터넷 뉴스가 굉장히 활성화된 시기에도 활자를 읽고 싶어하는 사람은 있는 법.

그런 사람들을 위해 보급소에서 일당을 받고, 신문을 돌리는 것이 신성의 일이다.


“후우······.”


골목 틈새로 새어나오는 차가운 바람이 땀에 흠뻑 젖은 몸을 훑고 지나간다.

근육통탓에 몸을 움직일때마다 오랫동안 기름칠을 안한 기계를 움직이는 듯 했다.

하지만, 몸에 열기가 돌기 시작하자 천천히 나아진다.

원래라면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편이 좋지만, 신성이 맡은 이 구역은 무분별한 건설 허가탓에 길이 이리저리 꼬여있다.

그렇기에 빠른 배달을 위해선 골목을 지나야하는데, 자전거와 오토바이로는 넘어가기 힘든 곳이다.


“읏차······.”


가슴팍까지 오는 담, 이런 것들을 여러개 넘어가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석진은 새벽 운동을 하기위해 복싱을 제외한 모든 일들을 그만두라고 했으며, 그 조건에 신문 배달도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오늘이 마지막이다.

착, 이번에는 가슴팍이 아닌 어깨 높이의 담을 넘어간다.

옆으로는 이것보다 작은 것들이 있긴 하지만, 굳이 이 담을 넘어가는 이유가 있다.


“또 흙발로 들어오는구만.”


굳이 어깨 높이의 담을 넘어간 이유는 이 탓이다.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손님 중 한명이 담 너머의 단독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흰 머리가 잔뜩 나있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

밴댕이 소갈딱지마냥 꽉막히게 생긴 외모는 다른 사람과 엮이는 것에 질색할 듯 했다.

그러나, 꽉막힌 외모와는 달리 그는 새벽부터 신문을 배달하는 신성을 꽤 마음에 들어했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늙으면 잠이 없어.”“평소에는 주무시고 계셔서 마루 위에 올려두고 가잖아요.”


굳이 담을 넘어서 다니는 이유는 이 탓이다.

노인은 바깥까지 나가서 신문을 받기 귀찮으니, 안에 넣어달라 부탁을 한 것이다.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항상 일어나자마자 마당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노인에게 흙발로 담을 넘어오는 침입자란 달갑지않은 존재다.

그리고, 신성의 입장에서도 담을 넘어가면 시간을 5분이나 단축할 수 있어서 좋았다.


“뭐 어떠냐, 대낮부터 노인네 얼굴봐서 기분이 나쁘냐?”

“아, 아뇨. 그럴 리 가요.”

“흥, 재미없는 놈.”


척, 신문을 달라며 손을 내미는 노인을 보며 신성은 들고 있던 신문 뭉치에서 하나를 꺼내 건내주었다.


“저 오늘로 마지막이에요. 지금까지 마당 쪽 담을 넘어다닐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신성의 말에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자글거리는 주름사이로 조금 드러났다.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노인은 말한다.


“뭐 어쩌라는 거냐. 더 이상 흙 묻은 발이 안들어오니 기분이 후련하다 이놈아.”

“하하······.”


어색하게 웃은 신성은 다음 부를 배달하기위해 재빨리 빠져나갈 준비를 한다.


“이 건방진 놈!”


노인의 욕지거리에 뒤를 돌아본 신성은 무엇인가가 날아드는 것을 보았다.

유연한 허리를 돌려 그것을 겨우 잡아내자, 쿠퍼스라는 이름의 비싼 요구르트라는 것을 인식한다.


“몸 관리 잘해라 이놈아. 너 같은 놈이 괜히 몸 굴리다 훅 가기 좋은 체질이야.”


신성은 하하, 하고 웃더니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담을 넘어갔다.


***


“뭘 그런 눈으로 봐요?”


호평 고등학교 하교 시간.

평소 시비를 걸던 강호는 석진에게 두들겨맞은 탓에 학교를 결석한 듯 했다.

그 덕에 평화로운 하교를 하던 와중 신성의 앞에 한 여성이 나타났다.

풀어헤친 머리와 등에 맨 책가방, 풋풋한 평호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여성이다.

긴 속눈썹,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다. 그래서, 골똘히 생각하며 쳐다보자 그녀가 먼저 입을 연 것이다.


“아······ 체육관?”


이름이 잘 기억나지않아 의문형으로 말하자 그녀는 한숨을 내쉰다.


“은혜, 오은혜에요 선배님.”

“맞다, 은혜. 머리를 풀어헤쳐서 못알아봤어.”


체육관에서 보던 은혜는 편하게 운동하기위해 머리를 묶고 있었다.

지금 호평 고등학교에서 만난 그녀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었으며, 그 탓에 신성은 알아보는 것이 힘들었다.


“이 머리가 안 어울린다는 소리처럼 들리는데요 선배님.”


표정으로는 드러나지않았지만, 은혜가 약간 뾰로통해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은혜는 워낙 예뻐서 어떤 머리를 해도 어울리는 것 같아.”


신성의 솔직한 말에 은혜는 조금 놀란 듯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한숨을 푸욱 쉬더니 별 일 없다는 듯 조용히 중얼거린다.


“너무 건조하게 말하는 것 아니에요? 그 아저씨가 데려와서 그런지 말을 너무 쉽게해요.”

“하하······ 그런데, 우리 학교였어?”

“네.”


그러고보니, 초면에 반말을 했음에도 은혜는 끝까지 존댓말을 고집했다.

다짜고짜 반말을 때려박은 자신이 문제겠지. 이건 나중에 사과할 수 있으면 사과하자고 신성은 생각했다.

은혜의 왼쪽 가슴팍에는 1학년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있었다.

2학년인 신성에게 선배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탓인 듯 하다.


“사실 처음에 체육관에 왔을 때부터 알아봤어요. 선배 호평 고등학교에서 조금 유명하잖아요?”


안 좋은 의미로 유명하다. 그 사실을 신성도 모를 리 없다.


“맞아.”


하지만, 그는 별로 신경쓰지않는다는 듯 대답했다.

흐음, 신기하다는 듯 은혜가 쳐다보았지만 금세 흥미를 잃은 듯 앞장선다.

신성이 뒤에서 멀뚱멀뚱 쳐다보자 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말한다.


“빨리 따라와요. 체육관 가는 것 아니였어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따라오는 신성, 은혜는 그런 신성을 다시한번 힐끔 쳐다보았다.


- 복, 복싱······.


상웅의 노도와도 같은 맹공에 정신을 못차리며 얻어맞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찾아온 과호흡 증상은 신성이 다시금 체육관에 발을 들이밀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도 안겨주었다.


- 하, 할만하네요.


폐가 쥐어짜이는 고통속에서, 찡그린 얼굴을 한 신성은 웃고 있었다.

아주 작지만, 아주 해맑게.


‘내가 가지지 못한 것······.’


어제부터 계속 석진의 비웃음과 함께 입에 담은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뭐지?

난 선배보다 복싱도 많이 했고, 대회 출전 경험도 다양하고······ 또, 또······.


“은혜야?”

“네?”


근처에 있던 신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파란불이 껌뻑거리는 횡단 보도가 눈에 들어온다.


“아!”


신성의 말에 정신을 차린 은혜는 그와 함께 횡단보도를 건넜다.

다른 생각하지말자, 우선 석진이 말해준대로 신성에게서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을 가르쳐주고,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워보자.

그런 생각을 하며 은혜는 신성에게 말한다.


“학교에서는 선배가 선배지만, 체육관에서는 제가 경험이 더 많으니 제가 선배에요. 아시겠어요 선배?”


무슨 이상한 말을 하냐는 듯, 신성은 쳐다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후배 님.”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뭐가 그리 기쁜지 귀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을정도로 작은 소리로 ‘에헴’거리는 은혜는 앞장서 체육관으로 향했다.

슬슬 저 멀리서부터 목적지인 ‘상천 체육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햇다.

그러던 도중, 무엇인가 기억이 난 듯 입을 연다.


“그러고보니, 관장 님은 아직 안만나보셨죠?”

“어, 난 스승님이 관장인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고.”


스승······ 선배보다 위네. 그렇게 중얼거린 은혜는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그런 정신나간 양반이 체육관 관장을 맡으면 얼마 못가 망해요. 아저씨는 복싱 선수로서나 일류지 교육자로선······.”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녀는 나지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에 비하면 관장 님은 정말 훌륭한 교육자세요. 그 아저씨······ 정신나간 미들급 세계 챔프를 키운 것도 관장 님이니까요. 조금 입이 험하신 것 빼면······.”

“광석진 이 좆 같은 새끼야! 니가 사무실 서랍에 넣어둔 근무 계약서 찢어놓았냐!”

“여, 영감탱이! 나이도 있으면서 진정해!”

“차라리 어제 아침에 찢어놓았으면 사무실 용품 사러 갔을 때 같이 가져왔을텐데! 좋다. 니가 근로 계약서 찢어둔 것처럼, 니 새끼도 찢어주마!”


쾅,쾅! 체육관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와 함께 떨떠름한 웃음을 짓던 은혜가 말했다.


“입이······ 조금 험하신 것 빼면 좋으신 분이에요.”

“어?”


그때, 바깥으로 나온 광석진과 관장으로 보이는 노인 한명이 체육관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노인의 얼굴은 굉장히 익숙한 얼굴이었다. 무려 오늘 아침에도 본 얼굴이다.

거대한 단독 주택에서 혼자 거주하는 영감.

오늘 아침, 신성에게 쿠퍼스 요구르트를 건넨 그 영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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