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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밀크 님의 서재입니다.

더 챔피언(The Champ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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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밀크
작품등록일 :
2019.05.10 13:01
최근연재일 :
2019.05.17 13:03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081
추천수 :
19
글자수 :
51,910

작성
19.05.11 10:00
조회
73
추천
2
글자
12쪽

첫 걸음

DUMMY

“입 벌리고, 아~ 하세요.”

“아~”


교육이 끝난 뒤, 신성과 은혜는 스파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입을 벌린 신성의 입사이로 그녀는 실리콘으로 만든 새하얀 물체. 마우스 피스를 집어넣었다.


“어금니로 꽉꽉 눌러서 고정하시고, 입에 안맞으면 지금 말해요.”

“아야, 딱 마자.”


입에 거대한 이물질이 들어가 혀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지 신성의 발음이 샌다.


“흠······.”


근처에서는 큰 고민을 하기라도 하는 듯, 신음소리를 흘리는 석진이 있었다.

인상을 잔뜩 쓴 얼굴, 지금껏 보았던 석진 중 가장 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임은 틀림없었다.

결국, 참을 수 없다는 듯 성큼거리는 걸음으로 신성과 은혜가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야.”

“에?”


진지한 어투로 석진이 말하자, 신성이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가져온 글러브를 두 개 들어올리며 말한다.


“이 글러브랑, 이 글러브 중 뭐가 더 마음에 드냐?”


석진은 자신이 가져온 글러브 두 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지금까지와 사뭇 다르게 진지한 표정을 짓던 이유가 저것 탓인가?

아니······ 다른 이유가 있겠지 하며 신성은 생각했지만, 식은 땀이 흐를 정도로 진지한 석진의 표정을 보니 글러브탓이 맞나보다.


“어······ 이거오.”


하나는 심플한 파란색에 상표가 박혀있는 것.

다른 하나는······ 빨간색과 금색으로 이루어진 캐릭터. 자세히 보니, ‘아이언 맨’이 틀림없다.

신성은 새는 발음으로 두 개의 글러브중 ‘아이언 맨’이 있는 쪽을 가리킨다.


“그렇지? 역시 아이언 맨이지? 이야······ 내가 사놓은건데 아무도 안쓰더라고. 그래서 내 센스가 이상하나 생각했지! 봐, 존나 멋있지?”


한심하다는 듯, 은혜는 쳐다보았지만 석진은 끈임없이 ‘아이언 맨’의 좋은 점을 피력했다.

그리고는······.


“근데, 내거니까 쓰면 뒤진다? 사실 자랑하려고 갖다둔거거든.”


이 정신나간 새끼를 봤나······ 신성은 어이가 없는 나머지 입밖으로 욕이 튀어나올뻔 했으나, 가까스로 참아낸다.

마우스 피스 다음에는 헤드 기어(머리 보호구)를, 그 다음에는 조금 전에 가져온 글러브를 착용하기 시작한다.


“16온스라 무거울거에요.”


은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도움을 받아 글러브를 착용한다.

무겁다. 묵직하다. 마치 물을 잔뜩 머금은 진흙을 손에 두른 것 같이 무겁다.


“그런데, 진짜 기본기만 알려줬는데······ 스파링 상대는 누구에요?”

“어? 아······ 상웅이.”

“상웅······ 오빠라면 괜찮겠네요.”

“그 새끼, 저번 전국 선수권 대회 라이트 웰터 급 우승했던가?”

“네.”


전국 선수권 대회. 말그대로,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모두 모이는 장소다.

이곳에서 우승한 사람은 국가 대표 선발전의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체급 내에서는 가장 강한 선수라고도 말할 수 있다.

즉, 신성의 상대는 한국에서 제일 강한 아마추어 중 한명이다.


“상웅 오빠니까, 알아서 힘 조절 하겠죠?”

“당연하지. 선수가 양아치도 아니고, 일반인을 줘 패겠어?”


대화를 듣던 신성은 놀이터에서 일진의 턱주가리에 주먹을 꽂은 남자가 생각났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땡! 타임벨이 울리자 신성은 링 안쪽으로 발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석진은 은혜만 들을 수 있도록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아무리 단련한 선수라고해도 머리에 꼭지가 돌아가는 순간이 있긴하지.”

“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성인군자는 폭력을 멀리한다. 복서는 성인도 아니고, 군자도 아니야. 링 밖은 몰라도, 링 안에서는 폭력성의 괴물이어야해.”

“······ 아저씨, 그런 이상한 말이나 하니 그러니까 선아 누나랑 헤어졌죠.”

“야이 씹, 그 말이 지금 왜나와!”


성을 내던 석진은 다시 링으로 고개를 돌렸다.

청코너에선 신성이, 홍코너에서는 그의 상대인 상웅이 올라왔다.


“서로가 괴물이라는 걸 누가 먼저 눈치챌까?”


***


타임벨 소리와 함께 링 위로 올라간 상웅은 자신 앞에 대면한 신성을 보았다.

말 그대로 기본의 ‘기’만 때려박은 것 같은 자세는 빈틈이 모조리 보일 정도로 허술했다.

석진과 약속한 것은 아마추어 룰 스파링. 3분의 스파링과 1분의 휴식으로 구성된 3라운드다.


‘하루 배운 것 치고는 괜찮네.’


툭, 툭, 신성의 풋내기와 같은 펀치를 대충 받아내던 상웅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배운 원 투를 최대한 사용하기위한 발버둥, 몸에 익숙하지않은 그 동작은 풋내가 자욱했다.


‘가드를 저렇게 잡으면 안되는데······.’


분명, 신성은 턱을 가리는 오른손이 열려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16온스짜리 글러브에 허우적거리며 끌려다니는 몸이 익숙하지 않겠지.

하지만, 이 라운드는 원투만을 가르치도록 하자.


“허리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써봐.”


압도적인 실력차탓에 헤드기어와 마우스 피스를 착용하지않은 상웅은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신성은 고개를 끄덕인 뒤, 원을 상웅의 가드위에 박는다.

그리고, 투!


‘오우!’


놀라울정도로 돌아가는 허리의 가동범위에 상웅은 뒤로 한발짝 물러선다.


‘허리가 엄청 유연하네.’


300도는 족히 돌아가는 허리, 그리고 교정되지않은 자세임에도 나오는 타격력은 그에게 타격에 대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땡! 공(Gong)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1라운드가 끝나고 다시금 2라운드가 시작된다.

계속해서 펀치를 맞아주던 상웅은 자신도 약하게 펀치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퍽! 주먹에 맞은 신성의 고개가 뒤로 젖혀진다.


“윽.”


뻗는 펀치에 족족 얻어맞는 신성. 자신의 미숙한 가드를 인식했는지 몸을 웅크린다.


“그렇게 가리면······.”


모든 펀치의 시작은 원, 아직 배움이 부족한 신성은 그런 식으로 고정관념이 잡혀있었다.

그렇기에 마땅한 순서를 거치지않고 난데없이 튀어나온 상웅의 투(Two), 오른손을 인식하지 못했다.

팡! 신성이 자신의 가드위에 오른손이 꽂히자 적지않은 당황을 느낀다.


“보디(Body)가 드러나지.”

“컥······!”


투(오른손)으로 상체를 일으켜세운다음, 레프트를 신성의 복부를 집어넣는다.

살살 휘두른 공격이었지만, 선수의 주먹. 무방비 상태에서 맞은 신성은 신음을 흘린다.


“끄으으으윽······.”

“아!”


너무 성급했다.

허리를 숙이지않고 잡는 가드는 위험하다고 알려주기 위함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힘을 실었다.

상웅은 신성이 괜찮은지 다가가려던 찰나, 한기를 느낀다.


‘······ 웃어?’


웃고 있다.

펀치를 맞은, 선수의 주먹을 받아낸, 무려 나, 이상웅의 보디블로(Body Blow)를 맞았는데 웃고 있다.

정신나간 새끼,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신성이 휘두르는 글러브가 눈앞까지 당도했다.


“헛!”


상웅은 주먹을 피하기위해 뒤로 물러섰다.


“휘유~ 일반인 상대로 혼신을 다하는 상웅이 멋져부려~”


링 밖에서 석진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한다.

왜 웃고 있었지? 나를 얕잡아보고 있는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엉성한 신성의 파이팅(Fighting)자세를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이건 교육의 일환일 뿐이다.

이제 막 운동을 시작한 초보자가 아드레날린이 잔뜩 분비되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나온 웃음일 것이다.

팡!


“으으윽······.”


원 잽을 신성의 가드위에 넣자, 몸을 웅크려 전신을 가드한다.

아까의 실수를 하지않기위해서 허리도 제대로 숙인 탓에 조금 전에 작렬한 보디블로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다 방법이 있지.’


상웅은 저도 모르게 장난기가 발동했다.

퍽, 왼손을 신성의 가드 위로 맞춘 뒤, 허리를 틀기 시작한다.

이제 막 복싱을 배우기 시작하는 수강생들이 자주하는 실수, 가드를 할 때 힘을 꽉 주지 않는다는 점.

그 점을 노려 옆에서 라이트 훅(hook)을 강하게 휘두르면, 가드가 벗겨져 무방비 상태.

즉, 와이드-오픈(Wide-open)상태가 된다.


‘교육을 위해서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힘껏 휘두른 라이트 훅이 신성의 가드위에 작렬한다.

하지만, 상웅이 마냥 간과한 것이 있다.

신성은 자주 맞는다.

아주 많이 맞아보았다.

존나 많이 맞아보았기 때문에 어떻게하면 안아프게, 어떻게하면 덜 아프게 맞을 수 있는지 몸으로 기억하고 있다.

가드 위에 상웅의 훅이 작렬하는 순간, 그는 어깨를 비틀어 공격을 흘려보냈다.


‘미친, 숄더 롤!?’


최고 랭킹의 복서들도 사용하기 어려워한다는 숄더 롤(shoulder roll).

상대적으로 관절 가동 범위가 넓은 어깨로 공격을 받아낸 뒤, 그것을 흘려보내는 가드법.

신성은 이런 기술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학교 폭력 피해자의 생존 본능일 뿐이었다.

전신의 힘을 실은 훅이 흘려지자, 상웅의 균형이 무너져 휘청거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마추어 최고의 선수답게 눈은 신성의 몸을 쫓는다.


‘저렇게 어깨가 돌아간 상태에서는 공격을 못해.’


숄더 롤은 깜짝 놀랐지만, 그것 뿐이다.

결국 복싱은 상대를 쓰러뜨리기위한 공격이 중요한 스포츠. 방어만 잘해선 의미가 없다.

그리고, 빙글 돌아가는 신성의 몸을 보며 상웅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불과 몇 분 전에도 생각하던 일이었는데, 왜 그걸 까먹고 있었을까?


- 허리가 엄청 유연하네.


이상할 정도로 뒤틀린 허리는 ‘펀치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펀치가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뛰어난 선수, 상웅은 균형잃은 몸으로 쫓는 신성의 얼굴에서 조금 전과 같은 ‘웃음’을 보았다.


‘괴, 괴물같은 새끼.’


그리고, 신성의 주먹이 상웅의 얼굴에 꽂힌다.

툭, 솜사탕처럼 가벼운 주먹이.


“어······.”


어이없는 주먹에 상웅이 놀란다.

마우스 피스를 착용한 자와, 착용하지 않은 자.

헤드기어를 착용한 자와, 착용하지 않은 자.

실력이 형편없는 자와, 뛰어난 자.

둘 중에서 전자. 실력이 형편없는 자가 입을 연다.


“헤으 기어랑 아우스 히스.”


툭툭, 자신의 헤드기어를 치며 말하는 신성. ‘헤드 기어와 마우스 피스를 착용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


잠자코 말을 듣던 상웅은 크게 헛웃음을 한번 했다. 그리고는, 다시금 파이팅(fighting)자세를 잡는다.

자세가 아까와는 다르다, 왼손을 앞으로 뻗고 오른손은 자신의 가슴팍에 가져다대었다.

신성은 자신이 배운 ‘정석’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신경쓰지 않고 파이팅 자세를 잡았다.

팡! 진심을 다한 상웅의 원 잽이 닿자, 신성의 몸이 휘청거린다.

무게가 틀리다. 발이 뒤틀려 균형을 잡기 힘들다. 하지만, 아직 상웅은 투(라이트)를 내밀지 않은 상태다.

팡!!


***


땡!


“커억······ 허억······.”


1분이라는 시간동안 상웅의 진심을 다한 공격을 온 몸으로 받아내던 신성.

타임벨이 스파링 종료를 알리자, 그의 몸이 링 위에 고꾸라진다.

괴로운 듯, 빠른 들숨과 날숨을 쉬는 그를 보며 은혜가 소리친다.


“과, 과호흡(hyperventilation)이에요!”


당황한 그녀를 뒤로하고, 재빨리 석진이 링 위로 올라간다.

몸을 비틀며 연신 괴로운 숨을 쉬는 신성은 입에서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찐따! 정신차려! 전신에 힘 빼! 몸 세워!”

“허억······ 허억······.”


신속하게 달려온 석진은 신성의 목과 식도, 기관지를 일직선으로 만든 뒤 로프에 기대게한다.


“괴롭지만, 천천히 숨셔. 후우~ 하아~ 예아~”

“후우······ 하아······ 예아······?”

“아니 예아~ 는 따라하지마 병신아.”


천천히 호흡이 안정되는 신성.

‘과호흡’은 재빠른 조치가 없을 경우, 최악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증상이다.

짓누르는 듯한 고통, 산소가 전신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통증, 폐가 뒤틀릴 정도로 끔찍한 경험이 틀림없다.


“보, 복싱······.”


그럼에도 신성은 통증을 억누르며 말한다.


“하, 할만하네요.”


일그러진 얼굴 사이로 약간의 웃음이 보인다.

석진은 저도 모르게 씨익 웃고 말았다.


“기특한 새끼.”


작가의말

기특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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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걸음 19.05.11 74 2 12쪽
3 꿈과 열정 (2) 19.05.10 97 3 12쪽
2 꿈과 열정 (1) 19.05.10 200 3 12쪽
1 내 사부가 너무 쌤 19.05.10 335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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