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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밀크 님의 서재입니다.

더 챔피언(The Champ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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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밀크
작품등록일 :
2019.05.10 13:01
최근연재일 :
2019.05.17 13:03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084
추천수 :
19
글자수 :
51,910

작성
19.05.10 13:03
조회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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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꿈과 열정 (1)

DUMMY

“뭐라는거야 이 아저씨가. 정신나간거 아냐?”


자칭 복싱의 신, 타칭 정신나간 남자 석진.

훌쩍이는 그에게 조금 전까지 신성에게 주먹질을 하던 강호가 천천히 걸어간다.


“다가오지마요 학생~ 흐윽······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않아요.”

“뭔 병신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아저씨? 당장 여기서 안꺼져?”

“오지말아요 학생······.”


퍽! 껄렁한 걸음으로 걸어간 강호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석진의 몸이 기우뚱거린다.

한창 겁 없는 나이, 그리고 주위 친구들에게 과시하기위한 행동.

나는 이렇게나 막나갈 수 있다. 나에게 반항하는 녀석들은 모두 두들겨패주겠다.

그런 생각으로 뻗은 거친 주먹은 석진의 몸을 사정없이 난타한다.


“하, 학생! 그, 그만해요!”

“등신같은 새끼! 뭐? 복싱의 신? 대낮부터 개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왼손, 그리고 오른손.

정돈되지않은 주먹이지만, 휘두르는 주먹에 맞으면 그 자체로 매우 아프다.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 석진은 그런 강호의 주먹에 꼼짝없이 몸을 내주고 있었다.


“그, 그만! 그만!”

“그러게 왜 나대! 잘난 것 하나도 없는 멍청······.”


털썩.

그러던 와중에 이변이 일어났다.

지금껏 주먹을 연속해서 휘두르던 일진들의 우두머리. 강호가 휘청거리더니 석진의 옆으로 고꾸라졌다.

모래밭위에 얼굴로 완벽한 착지를 한 강호를 보며, 주위에 있던 그의 친구들이 넋이 나간 듯 쳐다본다.


“강, 강호야? 왜그래!”

“너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너무 뽑았어.”


모두의 눈이 지금껏 두들겨맞던 정신나간 아저씨, 석진에게 쏠린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주먹을 휘두르던 강호가 난데없이 개구리마냥 땅바닥에 추욱 처진 이유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 중 유일하게 신성만이 보았다.

허우적거리며 휘두르는 펀치, 그 사이로 석진의 섬광과도 같은 주먹이 강호의 턱주가리에 꽂혔다.

날카로운 단검처럼, 은밀하고, 재빠르게.

그 모습에 강호는 온몸에서 흐르는 전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펀치, 그 어떤 불필요한 동작도 없이 모든 운동에너지를 한점에 실는 공격이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미, 미친 새끼! 뭘 어떻게 한거야!”

“뭐가? 뭘 했는지 너한테도 보여줄까?”


꿀꺽, 조금 전과 똑같은 말투로 말을 했지만 강호의 동료들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말았다.

미끄럼틀에서 질질 짜며 내려왔을 때와는 말의 무게가 틀리다.

석진은 껄렁한 걸음으로 고꾸라진 강호의 뒷덜미를 잡아서 들어올렸다.

사람 하나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볍게 들어올린다. 그 의미는 보통인간이 아니라는 소리다.


“학생은 가서 구몬할 시간아니야? 가는 김에 분리수거 좀 해줘.”


읏차, 물건을 건네주듯 강호를 던져주자 일진들은 어안이 벙벙한 듯 석진을 쳐다보았다.


“뭐해? 구몬 선생님 기다린다?”


결국,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짐작못하던 일진들은 도망치듯 강호를 부축하고 아파트 단지에서 도망치듯 떠났다.


“야! 분리수거 잘해라! 일반 쓰레기! OK!?"


사라지는 그들의 등을 보며 큰 소리를 친 석진은 손을 두어번 털더니, 자신이 내려온 미끄럼틀을 올라간다.

자세히보니, 맨 꼭대기에 무엇인가가 놓여있다. 영상 촬영중인 갠역시 S9이다.


“어휴, 일주일전에 산건데 모래가 잔뜩 묻었네······ 아빠가 미안하다 애기야.”


석진을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내려와서는 영상이 잘 찍혔는지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들려오는 소리를 듣다보니,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녹화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잘 찍혔구만, 이라 중얼거린 뒤 석진은 슬쩍 미끄럼틀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강호에게 얻어맞아 몰골이 된 신성과 눈이 마주친다.


“야.”


석진은 그를 불렀다.

너, 복싱 배울 생각있냐? 라고 말하기위해서.


“저도 아저씨같이 되고싶어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신성이 입을 열었다.


“복싱 좀 가르쳐줘요.”


***


“흡흡!”

“미트를 똑바로 봐! 주먹이 자꾸 다른곳으로 흐르잖아!”


누군가가 경기도 최고의 체육관을 뽑으라고 하면, 10명 중 5명은 상천 체육관을 입에 담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호평동에 위치한 상천 체육관은 언제나 수강생으로 넘쳤다.

운동을 통해 신체에서 뿜어져나오는 뜨거움과 수강생들의 마음가짐에서 흘러나오는 열정.

체육관의 문을 열자, 그 화산과도 같은 열기에 압도될 뻔 한다.


“뭐해 찐따야, 빨리 들어가.”


퍽, 뒤에서 따라오던 석진이 엉덩이를 발로 밀어내자 신성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체육관에 들어선다.

땡! 쉬는 시간을 알리는 타임벨이 울리자 정신없이 움직이던 수강생들의 몸이 멈춘다.

그리고, 그들의 눈이 신성과 석진에게 쏠린다.


“뭘 봐 쉑기들아. 챔피언 처음 봐?”


하하, 웃으며 신성은 저도 모르게 석진을 쳐다보았다.

이렇게도 무례한 사람은 처음보는 것 같다.


“아저씨가 운영하는 체육관 아니에요?”

“내가 운영하는건 링 위에 선 나뿐이야.”


링 위에 선 나······ 병신같은 대답이었지만, 신성은 어쩐지 멋있다고 느껴졌다.

체육관 한복판을 석진이 가로질러 가기 시작하자, 신성도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이목은 여전히 이쪽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이 녀석 누구야? 뭐하는 녀석이지? 그런 느낌의 시선. 하지만, 신성은 신경쓰지 않았다.

체육관 안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무실과 휴게실을 합친 것 같은 보이는 공간이 튀어나왔다.

안쪽에는 상담을 위한 책상이 있었고, 그곳엔 스물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편한 자세로 앉아있다.


“택성!”

“네!?”


석진이 그를 보며 큰 소리를 치자, 택성이라는 남자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서, 석진이 형?”

“딱 정해. 나가서 운동할래? 아니면 줘터진 다음에 운동할래, 아니면 줘 터지고 나랑 스파링하고 운동할래?”

“하하······.”


정말 난봉꾼이 따로 없다고 신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무안하다는 듯 웃던 택성은 주섬주섬 자신의 물건을 챙기며 사무실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야, 영감탱이 어디갔어?”

“과, 관장님이라면 지금 사무실이랑 휴게소 물품사러가셨어요 형.”

“잘됬네.”


고개를 두어번 끄덕인 뒤, 석진은 우두커니 택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요 형?”

“뭐지? 왜 운동하러 나가지 않는 것이지? 혹시, 스파링을 하고싶다 암시하는건가?”

“나, 나갈게요!”


택성이 부리나케 휴게소를 빠져나가자 안은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그것도 잠시, 거북하듯 거북하지않은 침묵을 깬 것은 의외로 신성이었다.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뭔가를 배울 때가 아니었네요.”

“엥?”


처음으로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낸 석진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신성을 바라본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번 한 뒤 입을 연다.


“야, 나 세계 짬피온 광석진이야. 내가 복싱알려준다니까? 아, 혹시 사기치는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나 참, 이런 날이 오는구구만. 석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의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어떤 화면을 띄운 뒤, 그것을 신성에게 보여준다.


[미들급 세계 최강, 더 비스트(Beast) 광석진! 괴물같은 파이팅의 비법!]


유명한 포털 사이트. 그곳에서 스포츠 뉴스칸의 헤드라인을 맡고 있는 것은 신성의 눈앞에 있는 석진이 틀림없었다.

에헴, 콧대가 올라간 석진은 앉은 자리에서 다리를 한번 꼬며 말한다.


“나 같은 대단한 사람이 왜 너를 가르쳐주는지······ 그게 의심되서 그러냐? 그 이유가 듣고 싶어? 그건······.”

- 오빠! 6시 마나석 잊지않았지!


콧소리가 잔뜩 들어간 앙증맞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오자, 신성은 당황스러워했다.

석진은 당연하다는 듯, 조금 전 뉴스 기사를 보여주던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야 잠깐, 6시에 한번 들어가줘야하는 폰겜이라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건드리던 석진은 목적을 이룬 듯, 스마트폰을 책상위에 올려둔다.


“그래,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냐?”

“아뇨······ 그게 아니라, 제가 시간이 없어서요. 아까는 제 상황도 생각안하고, 그냥 아저씨가 너무 멋있어서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했어요.”


씰룩, ‘아저씨’라는 말에 얼굴을 찡그리던 석진은 ‘멋있다’라는 말에 헤벌쭉 웃는다.


“네 상황이 어떤데?”

“시간이 없어요. 집안 사정 때문에 새벽이랑 저녁에 알바를 뛰어야하거든요.”

“저녁? 지금 저녁인데 왜 여기있냐?”

“격일이거든요.”


아 그러세요? 석진은 그렇게 말한 뒤, 자신의 스마트폰을 다시금 매만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곳에 있는 것도 미련이 된다. 신성은 질척거리는 마음을 다잡기위해 체육관을 떠나기위해 발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아쉬웠다.


“그대로 살 거야?”

“네?”

“그대로 살거냐고.”


석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신성은 대강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겠어요. 저도 이게 큰 기회라고 알고 있어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권투 잘하는 아저씨가 절 가르쳐준다고 하는데 그걸 박차고 싶겠어요?”

“그런데, 왜?”

“꿈이랑 현실은 다르잖아요. 꿈은 지금 당장 밥 한끼도 해결해주지 않지만······ 현실은 빌어먹게는 만들어주니까요.”

“애새끼 입에서 나올만한 말은 아니네.”

“어쩌겠어요?”


결국, 신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새벽에도 일찍 일어나 해야할 일이 있다. 그러기위해선 오늘 일찍 자두는 것이 좋다.


“그럼 이렇게 하자.”

“네?”


인사를 하고, 휴게소에서 나가려던 신성의 발걸음을 석진이 막는다.

담백하면서도,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목소리. 그는 서랍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 책상위에 올려둔다.


***


“네 꿈, 나한테 팔아라.”

“대체 왜 그러는거에요? 오늘 아저씨랑 저는 처음 만났잖아요.”

“아까 놀이터에서 줘 터질 때, 너의 재능을 봤다.”

“······ 그게 뭔데요?”


재능? 신성은 자신에게 그런 것이 있을 리 없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오래 살아온······ 그리고, 오랜 세월 투쟁으로 보낸 사람이 재능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알고 싶냐?”

“네.”


씨익, 석진은 웃었다.


“안가르쳐 주~ 지~”


석진은 세상에서 가장 꼴불견인 사람을 본다는 듯 비웃었다.

툭, 툭, 책상위에 올려둔 서류를 손가락으로 치자 신성은 다가가 서류에 적힌 내용을 읽어본다.


[근로계약서] [후견인 동의서]


이게 어디에 사용하는 물건인지 여러 개의 알바를 경험해본 신성은 알고 있었다.


“시간대는 지금 네가 일하는 새벽이랑 저녁. 근무 내용은 새벽 운동과 체육관 정돈, 저녁은 주 운동, 체육관 정돈.”

“아니 그러니까······ 저는······.”

“맞다.”


책상 위에 있던 [근로 계약서]를 집어든 석진은 그것을 갈기갈기 찢더니 한대뭉쳐 쓰레기통에 던졌다.


“이런 계약서 작성하는 것도 귀찮으니까 깔끔하게 가자.”


그리고는, 자신의 가방에서 장지갑을 꺼내들더니 흰색 종이를 잔뜩 꺼내 책상 위에 올린다.

10만원짜리 수표가 하나 둘······ 스물 다섯장. 250만원이다.


“빠른 시일내에 일 다 그만두고, 일요일 제외하고 체육관으로 출근해.”


석진은 신성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그저, 책상 위에 놓여진 흰 수표 스물 다섯장과 그의 얼굴을 번갈아볼 뿐이었다.


“귀찮으니까 월급은 선불로 받고 다음달부터는······.”

“제가 애들한테 맞고 다니니까······ 미래 설계도 없이 알바만 하고 다니니까 불쌍해서 동정하는거에요?”


신성의 눈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석진이 그에게 복싱을 알려주고 싶은 계기 중 하나가 이것이다.

이 녀석은 동급생들에게 둘러쌓여 주먹질을 당하는 와중에도 눈빛이 죽지 않았다.


“그래, 동정하는거야.”

“그럼······.”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썩히고만 있으니 동정하지.”


석진은 책상 위에 놓여진 수표를 신성쪽으로 밀어주었다.


“그러니까, 산다고 말했잖아. 니 꿈이랑 가능성.”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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