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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944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10.17 17:14
조회
332
추천
3
글자
11쪽

236화

DUMMY

[62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63층에 진입했습니다.]


62층이 클리어되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62층의 목표는 연화를 도와 상황을 해결하는 것.

아직 해결되기는커녕 시작조차 하지 않았지만, 시스템은 협력 체결이 맺어졌다는 쪽에 의의를 둔 것 같았다.


다크 엘프와의 전쟁 건이 해결된 건 아니나 연화에게 전력의 보탬이 되어, 안정감 정도는 실어줄 순 있으니 말이다.


‘이걸로 63레벨, 잔여 스텟 포인트는 세 개···.’


눈앞을 메운 시스템 메시지를 치워가며 현 상태를 떠올렸다.

체력과 근력의 스텟 수치를 끌어올리느라 사용했던 잔여 스텟을 제하면 이제 세 개가 남아 있었다.


상황을 반전시킬 정도로 커다란 수치는 아니나, 계획한 것이 예측에 맞게 흘러가게끔 상황을 굳힐 수 있을 만큼은 될 터.

어느덧 44까지 올라온 민첩 수치를 흘기며 생각을 끊었다.


휘잉-.


하늘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중이다. 인위적인 것도 정령의 짓도 아닌 온전히 자연적으로 불어오는 바람.

뺨을 스쳐 간 차가운 바람은 몸을 얼리는 양했다. 선봉을 서 전진해달라는 연화의 말을 복기하며 주먹을 쥐었다.


‘···.’


기실 여러모로 생각하긴 했다.

한쪽을 도와 일반적으로 다른 한쪽을 공격하는 게 맞을지.


아무리 연나비 에피소드의 여주인공이 연화라 한들, 그 대척점에 선 설야가 악인이라 한다면 그건 또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해자라면 피해자에 가까운 입장이지.

그걸 알고 있기에 설진은 말을 삼켰다. 이미 결정된 사항이고 항목이건만, 입가를 감도는 씁쓸함은 잔향처럼 남아 있었다.


“슬슬 준비해 주세요. 설진 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네, 이쪽의 준비는 만반입니다. 설진 님이 준비되셨다면, 그대로 공격에 나설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결정 사항을 번복하진 않을 것이다.

연화는 지금 설야를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는 상태.

아무리 그 관계가 거짓이라고 말해 봤자, 연화의 생각이 바뀌진 않을 테니.


‘설야가 제 여동생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그랬나.’


죽은 여동생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고 외쳐 봐야, 믿을 리 없으니.

그러니 입을 여는 건 충분한 신뢰를 쌓은 이후가 되어야 했다.

적어도 지금의 일시적인 전쟁이 끝난 후에 말을 건네야 할 터.


머릿속에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설진은 준비가 끝났다는 말과 함께 간헐적으로 목을 돌렸다.

뚜둑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몸이 확실히 풀렸음을 인지한 그와 일행은 앞장서 있는 연화의 옆으로 이동했다.


“자, 그럼···.”


새벽. 공간을 메우듯 잠식한 풀과 벌레 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그와 함께 공격을 위한 엘프들의 행렬이 두 눈을 장식했다.


소슬한 바람이 불었다.

으스스하고 쌀쌀한 바람이었다.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가면, 약간의 오한과 떨림이 온몸을 감싸들었다.

애써 뿌리친 설진은 고개를 위로 올렸다.


보이는 것은 세계수. 연나비의, 엘프들의 보물이자 이번 에피소드에서 필연적으로 사용하게 될 나무를 바라보았다.

아직 세계수가 오염되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단지 바람이 불어 풀과 나무를 건드리면, 그 쌀쌀함에 버티지 못한 잎사귀들이 나룻배처럼 흔들려 떨어질 뿐.


“출발할까요?”


옅게 올린 입꼬리를 내세우며 말을 마무리했다.

아직은 미심쩍은 듯한 얼굴을 한 연화의 표정이 보였다.


“···저는 당신들을 믿지 않습니다. 믿지 못하는 게 당연합니다.”

“···.”

“하지만 이렇게까지 상황을 끌고 온 이유는 당신의 무력 때문입니다. 자칫 적을 늘려 다크 엘프와 당신이 저를 공격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매몰찬 생각이네요. 동시에 합리적인 생각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마냥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이 허튼수작을 부리려 한다면, 전력을 다해 막을 겁니다. 그러니 부디 그러지 말아 주세요.”


부디.

한 마디를 더 붙여 말을 마무리한 연화였다.


설진은 연화의 저 말이 단순 협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진 일행과 다크 엘프. 새로운 적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대적해온 후자 쪽에 신경을 더 쏟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거기에다 설진이 정말로 적인지도 확인되지 않았으니, 단순 말뿐인 협박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걸 알면서도 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연화의 적이 되기 위해 찾아온 것이 아닌, 편이 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으니 말이다.


‘슬슬 설야를 만나기도 할 텐데.’


다크 엘프 설야.

연화와 설야의 전투력은 엇비슷하지만, 굳이 따져 본다면 설야 쪽이 더 높은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연화는 싸움꾼보단 지도자에 더 가까운 인물이고, 설야는 정치를 최소한으로 진행한 후 남은 시간을 온전히 싸움에 쏟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능히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닌 사실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다면···.’


혹여 그래도,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둔다고 한다면,


우웅.


[안티 바인드링]

[검은 휘두를수록, 마법은 사용할수록 강해지는 것. 옭가매는 것들을 전부 극복하며 나아가야지만 비로소 극의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장비 스킬 - ‘아드레날린’ 사용 가능]

[공격할 때마다 공격력이 상승하며 최대 다섯 번 중첩됩니다.]

[장비 스킬 - ‘안티 바인드’ 사용 가능(24시간)]

[속박류 마법을 상쇄시킵니다. 즉시 속박에서 풀려납니다.]


연나비의 상점에서 새로 얻은 장신구가 있었다.

안티 바인드링.

어둠 속성 속박 마법을 사용하는 설야의 공격을 한 번 흘릴 수 있는 장신구였다. 유리함과 카운터를 점하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을 터.


정교히 가공된 수정이 박힌 채 빛나고 있는 반지를 바라보며 저벅- 공격을 위해 발걸음을 내뻗었다.


저벅- 저벅-.


걸음 소리는 여전히 달라진 게 없었다. 당연했다. 사람이 갑작스럽게 살이 찌거나 빠지지 않는 이상에야, 발걸음은 비슷비슷할 터.

그러나 설진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아니, 감정이라기보단 이상함이려나.


‘발걸음이 조금···.’


소리가 그런 게 아니다.

체중이 늘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음에도, 설진은 제 발소리가 평소보다 무겁다고 느꼈다.

이유 모를 감정을 몸에 품은 채 다시 걸어나갔다. 이제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전쟁이 시작될 터.


엘프와 다크 엘프.

같은 엘프끼리 일어나게 될 참극을 생각하며, 설진은 전장을 향해 몸을 내뻗었다.


* * *


“얼마나 남았지?”


연화가 다크 엘프들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바로 임시 초소였고,


“곧 있으면 완성됩니다.”


지금, 그 임시 초소가 완공되려고 하고 있었다.

군대 중 상관으로 보이는 다크 엘프의 질문에 건설 역할을 맡은 다크 엘프는 그렇게 답했다.


“계속 수고해줘. 조금만 더 하면 되니까.”

“알겠습니다.”


상관은 턱을 괴며 무언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졌다.

기실 임시 초소를 세운 데에는 그리 거창한 이유가 있진 않았다.


똑같았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높은 지형을 만들어 시야 확보의 유리함을 점하려는 것과, 적의 시선을 끌어 유인하는 것. 이게 바로 임시 초소의 건설 이유였다.


다만 보통의 상황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하나.


‘곧 있으면 설야 님이 도착하신다.’


다크 엘프들의 수장 설야가 곧 세계수에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느 정도 영역 확보가 가능할 거야.’


설야의 패도적인 무력을 앞세워 세계수를 점거한다. 그걸 위한 유인이었고, 그걸 위한 임시 초소의 건설이었다.

전해 들은 계획을 복기한 상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어떻게든 시간만 잘 끌어 준다면···.’


물론 설야가 강력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연화를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승기를 점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황이 만들어져야 했다.

바로 누구도 개입하지 않는 완벽한 1대1 상황을 만드는 것.


‘연화의 최측근이 없는 지금이라면 가능할 거야.’


오랫동안 엘프의 공습을 버텨야 하는 고된 시간이겠지만 어떻게든 성공만 한다면, 전세를 뒤집어엎어 버리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터.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염원하던 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설야에게 여동생을 죽였다는 누명을 씌운 엘프들.

비로소 그들에게 복수를 일궈낼 수 터.


“정말?”

“···누구냐!?”


스윽-!


한참 공상에 젖어 있던 상관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남성의 목소리. 날카로운 저음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같은 다크 엘프가 아님을 직감한 상관은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목소리의 정체를 찾을 수 없었다.


“정말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다크 엘프의 복수를 이룰 수 있다면, 난 모든 걸 바쳐서라도 반드시 성공시킬 거다!”


조여든 공포를 떨쳐내고자 애써 큰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역부족. 그것만으로는 공포를 밀어낼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다 이거지··· 하나만 물어보자.”

“···.”


목소리는 점차 상관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보이지 않았다. 밤이라서, 또한 덧없으리마치 고요해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연화의 여동생 이름은 기억하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내게 놈의 이름을 기억할 이유 따윈···.”

“기억, 안 나지?”


연화의 여동생.

그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중요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찰나, 목소리는 점차 커져 상관의 바로 뒤까지 접근해 왔다.


팅!


쇳소리가 맞물리듯 부딪혔다. 본능적인 감각으로 겨우 설진의 검을 막아 낸 상관은 인상을 찌푸려며 반격을 준비했다.

그러나 반격은 딱 거기까지, 준비의 과정에서 그쳤다. 상관은 다음의 행동을 하지 못한 채 쓰러졌다.


상처를 입긴 했지만, 죽진 않은 상관을 내버려 두며 설진은 발을 돌렸다.

이미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이 이상 나아가는 건, 비극이었다.


“여동생 이름.”


기절해 듣지 못할 상관을 향해,

아니,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금일의 밤을 향해.


설진은 선고하듯 말했다.

선고라기보단 사실을 직시하라는 듯했다. 후우. 외마디 한숨을 내쉬며 흩뿌리듯 입을 열었다.


“그건 설야야.”


연화의 여동생.

그건 다름 아닌 설야였다.


다크 엘프의 수장이 되어버린, 그 설야 말이다.

여러모로 복잡하게 얽킨 사정을 생각하던 설진은 이내 머리를 흔들었다. 아직 전장이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죽일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격에 당해줄 생각도 없었다.

스릉-. 들어올린 검은 달빛에 비쳐 반짝였다. 일찌감치 불어간 바람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는 중이다.


“으으··· 커어억!”

“공격! 공격이다! 엘프 놈들이 공격해 왔다!”


시연의 방패와 채린의 마법.

그리고 설진의 기습까지.

그 세 가지를 앞세운 공격이, 시작을 알리듯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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