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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7,961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9.24 21:30
조회
358
추천
3
글자
11쪽

228화

DUMMY

[60층에 진입했습니다.]

[60층은 스토리 모드입니다.]

[플레이어의 상태창이 모드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목표 : 스토리를 끝마치십시오.]


허여멀건 빛이 눈앞을 메웠다.

빙의 과정에서 잠시 사라진 육체는 설진에게 있어 아무런 감각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저 시야가 꺼졌다 켜져, 점멸하기를 반복할 뿐.


딸칵-.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마치 뚜껑을 뜯은 듯했다.


딸칵- 딸칵- 딸칵-.


시계침이 움직이는 것 같기도 했다. 간헐적으로 울리는 소리에 설진은 원인을 찾고자 고개를 젖혔으나, 보이는 건 단지 하얀 빛이었다.


[미르반(lv.59)]

[직업 : 암살자]

[보유 스킬 : 어둠을 좀먹는 검사, 흑익만개(黑翼滿開)···.]

[능력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빛의 점멸이 계속되기를 잠시, 또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미르반. 처음으로 빙의했던 인물인 아퀴넬이 아닌 다른 인물이었다.


‘다크 엘프인가?’


스킬을 보니 엘프가 아닌 다크 엘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속성의 정령을 사용하는 엘프와는 달리, 다크 엘프는 오직 어둠 정령만을 사용해 마법을 행사하니까.


우웅-.


한 차례 진동이 울려 퍼진 직후, 그들은 드디어 빛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몸이 보였다. 손과 발이 보였다. 움직일 수 있었고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설진은 자신의 추측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크 엘프··· 맞구나.’


전체적으로 검은 색상의 피부.

붕괴된 잿빛 성에 옅은 빛이 들어오면 이런 느낌일는지, 다크 엘프는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색상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꽈악-.


무망중 손을 쥐락펴락했다. 몸의 제어권이 넘어온 것을 확인한 설진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젖힌 설진은 끝난 줄로만 알았던 시스템 메시지의 남은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은 다크 엘프의 영역, 정토(淨土)입니다.]

[정토의 주인이며 다크 엘프들의 왕이기도 한 설야의 행동을 지켜보십시오.]


클리어 조건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55층과 거의 똑같았다.

어떠한 행동을 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아닌 관망. 마치 지금까지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니, 그저 지켜보기만 하라고 말하는 듯했다.


설진은 메시지를 읽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이번 층까지는 어떠한 사건이 직접적으로 일어나진 않는 모양.


그저 사건이 일어나기를 암시하거나 전조 현상을 보여줄 것으로 추정됐다.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히려 좋다고도 할 수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이르게 사건이 발생하는 건 그야말로 최악의 경우니.


스윽-.


오른쪽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확인을 마친 설진은 재차 고개를 돌렸다.

반대쪽인 왼쪽으로. 그곳에는 설진과 함께 빙의한 일행들과, 그들의 앞에서 고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다.


‘저건···.’


보이는 것은 뒷모습이었다.

단지 검고 긴 생머리를 하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설진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게임에서의 선 경험으로, 단순히 보이는 것 이상의 정보를 추측해 냈다.


‘설야.’


다크 엘프, 설야.

정토의 주인이며 다크 엘프들의 왕인 여인.


동시에 영주 연화와 대적하게 될 적이기도 했다.

설진은 옅은 호흡을 내쉬며 설야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일행 또한 그리하자, 시선을 느낀 설야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스윽-.


그러자 설야의 얼굴이 드러났다.

차가운 인상. 잿빛이 얼어버린다면 그런 느낌이지 싶었다.


머리색은 여전히 흑(黑)빛을 띠고 있었다. 그 상태 그대로 가슴께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은 설야의 양쪽 뺨을 가렸다.

돌연 위압감이 부닥쳐 왔다. 차갑디차가운 인상과 눈동자는 마주한 것만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전신이 얼어버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설야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군주였다. 시선, 자세, 기백과 기세.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강고한 군주를 연상케 했다.


재차 올려다본 설야의 얼굴에서는 또 하나의 특징이 보였다.

눈동자. 정확히는 눈동자의 색이었다.


‘오드 아이.’


좌우로 난 눈동자는 제각각의 색을 하고 있었다.

왼쪽은 머리색과 같은 흑색이었다. 어두컴컴해진 새벽을 한눈에 담기라도 한 양, 왼쪽 눈동자는 고요함과 동시에 어두웠다.


반면 오른쪽 눈동자는 영주 연화와 비슷한 색이었다.

녹(綠). 초록빛이었으되 밝기에 따라 연두색으로도 변할 수 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건 검게 칠한 세상에서의 유일한 밝음이기도 했다.

싱그러운 잎사귀를 고이 포갠 듯한 눈동자가 한 차례 빛을 뽐냈다. 어둠이 아닌 빛. 아직은 해가 뜬 하늘을 바라보며 설야가 입을 열었다.


“오늘이다.”


무엇이 오늘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애당초 게임에서의 내용과 똑같았다. 판이하지 않은 내용과 스토리는, 그것만으로도 다음 내용을 유추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하늘의 해가 가라앉고, 다음 동이 트기 전.”


해가 저음과 떠오름.

그 일련의 과정 속에는 하나의 현상이 존재했다.


밤. 하늘도 땅도 건물도 사람도, 모든 것의 색이 탁해지는 밤이었다.

설야는 유독 그 밤을 강조했다. 무언가 사건이라도 일으키려는 듯이.


스윽-.


내뻗은 손은 이미 하늘을 향해 있었다. 빛나는 머리카락과 초록의 눈동자 사이, 곧게 뻗어 나간 손바닥은 태양을 가렸다.


그러자 역광이 차올랐다. 순간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떠올랐다.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모든 것이 어두워졌다.


“밤이 되었을 때, 우린 세계수를 친다.”


이윽고 밤을 거론함과 동시에 목적을 내뱉은 순간,


오오오오!!!


다크 엘프가,

아니, 다크 엘프들이.


설진과 시연, 채린과 찬우를 포함한 다크 엘프들이 열광을 토해냈다.

목소리만으로도 안에 든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설야의 말 앞에서, 태양과 마주 본 잿빛 앞에서, 그들은 소리를 질렀다.


검과 창이 하늘을 향했다. 금속이 태양과 맞물려 빛을 반사시켰다.

정령들이 솟구친다. 위로 올라간 정령은 어둠을 토해냈고, 정토의 하늘은 또다시 흑으로 물들었다.


“미르반.”

“예.”


뒤를 돌아본 설야는 설진을 불렀다.


“지금 수도는 어떤 분위기지?”

“세계수의 이상 흐름을 감지했습니다. 방비를 시작하려 할 테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현재 세계수를 방비하는 건 소수의 인원들뿐입니다.”

“그런가.”


제멋대로 말이 나왔다. 아마 설진이 수도에 도착하기 전 미르반이라는 다크 엘프는 수도에 침입해 정보를 얻었을 터.

그리하여 지금의 보고가 이뤄졌을 것이다. 튀어나오는 말과 동시에 다른 생각을 품은 설진은 이윽고 설야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다른 다크 엘프. 즉, 설진의 일행에게 한 마디씩 말을 건넨다.

맡긴 바 일에 대한 성과를 확인한 그녀는 다시금 몸을 돌렸다.


“영주 연화···.”


그 위선으로 가득 찬 얼굴을 떠올리며 연화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잘근거리는 입술이 꼭 원망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설야는 살이 뭉개질 정도로 주먹을 쥔 채 냉혹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시점에서, 둘은 불구대천의 원수였다.

연화의 입장에선 설야는 제 여동생을 죽인 원수였으니.


“그렇게도 나를 내보내고 싶었나.”


그러나 설야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설야는 연화의 여동생을 죽이지 않았으며, 그저 누명을 쓴 것일 뿐이다.


그리하여 설야는 연화가 자신을 추방하기 위한 명분을 만든 것이라 생각했고, 연나비에서 추방되어 지금의 상황까지 온 것이라 알고 있었다.

설진은 그런 설야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서로를 증오하는 엘프들이라···.’


지금 상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연화는 설야가 제 여동생을 죽였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설야는 연화의 여동생을 죽인 기억이 없었다.


엇갈린 두 주장 끝에 연화는 설야를 추방했다. 그리하여서 다크 엘프가 만들어졌고, 그리되어서 세계수의 습격이 이뤄지려 하고 있었다.


설진은 눈을 감았다.

단지 그걸로 끝이었다. 설야의 얼굴과 목적, 동기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시스템은 60층 스토리 모드의 클리어를 인정했다.


[60층이 클리어되었습니다.]

[10000G를 획득하셨습니다.]


[61층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

[5 : 00]


시작된 초읽기는 층의 클리어를 재차 증명하고 있었다.

쐐기를 박듯 시간이 흘렀다. 내려가고 있는 시간은 무색하리마치 공정하게 흘러서, 단 한 치의 엇갈림도 허하지 않았다.


[2: 36]


결국 기억이었다.

연화의 머릿속에 든 것도, 설야의 머릿속에 든 것도.

과거의 일은 기억으로 남아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기억···.’


그리고 기억이란 언제든지 엇갈릴 수 있는 법이며,

간혹 사실이 왜곡될 만큼 큰 편차가 일어나기도 한다.


다만 그것이 자의에 의해 이루어진 일인지, 혹은 타인에 의해 조작된 것일지는 도저히 알 수 없어서 지금까지의 갈등이 이어지게 되었다.

이어진 갈등은 길었다. 길고 길어 세월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로.


‘몇 년이었지.’


엘프는 인간의 배의 삶을 살 수 있었다.

백 살을 넘기는 경우는 다반사며, 드물게 천 살 이상을 살기도 한다.


설진이 알기로 연화가 설야를 추방한 지는 약 99년.

이제 막 백 년이 되려 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응어러지다 못해 꽁꽁 감싸 매인 두 엘프의 원한이 풀어헤쳐 질 전조가 보였다.


[1 : 12]


솔직히 말해 두려웠다.

스테이지 클리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설진의 무력은 최상위급에 다다라 있으니, 무력에서 곤란해질 일은 아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토리가 문제였다. 플레임 왕국 때도 헤임 제국 때도 그러했듯이, 그리고 앞서 전술했듯이 연나비 에피소드의 스토리는 밝지 않기 때문이다.

두 개의 에피소드보다 훨씬 어두운 시간이 시작될 것이다.

그런 과정이 다시금 재개되려 하고 있었다. 과연 설진은 그러한 스토리를 겪으며 맨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고, 한편으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미르반의 몸 그대로 입술을 씹었다. 알게 모르게 주먹을 쥐었으며, 결심한 양 결의에 찬 눈빛을 하기도 했다.


‘후.’


숨을 내쉬었다. 쉬고 내쉬고를 반복하며 심호흡했다.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니 긴장이 상당수 풀린 것이 느껴졌다. 아직 어둠이 찾아오지 않은 낮의 시간에, 해가 점차 서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둠이 만연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터.

설진은 제로에 가까워져 가는 시간을 바라보았다. 오 분에서 시작된 시간은, 어느덧 일 분을 넘겨 불과 몇 초의 유예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0 : 30]


삼십 초가 남았을 즈음에는, 긴장이 전부 풀려 있었다.


[0 : 20]


이십 초가 남았을 즈음에는, 다진 각오를 재확인하고 있었다.


[0 : 10]


십 초가 남았을 즈음에는 굳게 먹은 마음이 생겼고, 삼 초와 이 초를 지나 단 하나의 초만을 남겨두고 있었을 즈음에는,


[0 : 01]


이미, 해피 엔딩을 위한 길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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