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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na

귀신 잡는 제584 특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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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na
작품등록일 :
2019.02.12 02:59
최근연재일 :
2019.05.24 14:15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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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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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4,613

작성
19.03.05 13:1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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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소중한 나의 병영일기 (나)

DUMMY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닌데···”


자신의 관사에 돌아와 아직 군복도 벗지 않은 채 황 준위는 책상 앞에 앉아 요 근래 584 부대 출동보고서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이 몇 달간 급격히 늘어간 출동 건수는 잠깐 제쳐 두고라도 1소대와 2소대가 잡은 귀신이나 요괴의 수준은 분명 범상치 않았다.


“호랑이 요괴라··· 그러고 보면 그 석우 녀석이 주어 온 화염의 혈도 좀 말이 안 되긴 했지. 게다가 대지의 힘까지 획득하더니···”


서류에는 미처 담지 못한 내용들을 생각해보니 분명 무언가 일어나고 있는 느낌을 받은 황 준위였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오행석이라니, 아련한 추억과 함께 가슴 한 켠이 시려왔다.


“다시 떠올리기는 싫었는데···”


옛 생각에 괴로워하며 두 눈을 질끈 감은 황 준위는 갑자기 음산한 기운이 자신을 덮쳐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황급히 눈을 떠보니 그곳은 방금까지 앉아있던 자신의 책상 앞이 아닌 암흑만이 가득한 곳이었다.

황 준위는 침착하게 염주를 꺼내 반야심경을 외기 시작했다.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그러자 그를 감싼 검은 기운이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하더니 어딘가 눈에 익은 곳에 와 있음을 황 준위는 깨달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비명을 질러대는 낡은 나무 바닥, 언제라도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썩은 기둥과 그사이 집을 지은 거미들 그리고 밖에서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마치 자동문처럼 열리고 닫힘을 반복하는 한쪽만 외롭게 남아있는 양쪽문은 분명 그때의 그 곳이었다.


“이 기분 나쁜 퀴퀴한 냄새는 여전하군. 그렇지 않은가?”


황 준위는 응당 부처나 보살이 앉아있어야 할 텅 빈 대좌를 향해 말을 했다. 그러자 마치 그 말에 응답이라도 한 듯 붉은 기운이 마치 아지랑이가 올라오듯 나무바닥에서 스물스물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빈 대좌가 마치 자신의 자리인 양 자리를 잡더니 점점 사람의 형태로 변해갔다.


“오래간만이군.”


예전 정규방송이 끝난 낡은 티비 방송처럼 온몸이 지지직거리는 붉은 기운이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더 이상 너를 볼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건 너무 큰 바람이었나보군.”


황 준위의 말에 붉은 기운은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어찌나 크게 웃었는지 뻥 뚫린 입 뒤로 색이 바랜 탱화가 다 보일 정도였다.


“인간이란 참 시간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이란 말이야. 예전 같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채고도 남았을 인간이었는데 말야.”


황 준위는 붉은 기운의 말에 관사에서 느꼈던 불안감이 확신으로 변해갔다.


“사람을 미혹하려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하지만 애써 부정하려는 듯 그럴 리 없다고 말을 뱉은 황 준위였다.

그러나 붉은 기운은 여전히 기분 나쁜 입을 벌리며 웃고 있었다.


“곧 다시 만나게 될 거다. 얼마 남지 않았군,”

“뭐라고?”


당황한 황 준위가 급히 붉은 기운을 잡으려 앞으로 다가서자 다시금 검은 연기가 그를 감쌌다. 그리고 검은 연기가 ‘펑’하고 사라지자 자신의 책상 앞에 서 있는 모습만이 거울에 비칠 뿐이었다.


**


석우는 지금 이 자리가 더럽게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오랜만에 1소대와 2소대가 출동이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또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누구 것인지도 모를 남의 팬티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새 팬티를 꺼내 입으려 관물대를 뒤졌지만, A급 새 팬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낡은 팬티만이 남아있던 것이다.


“그러길래 팬티에도 이름을 써 놨어야지.” 라고 혀를 끌끌 차는 수호를 뒤로하고 100번은 입었을 법한 낡은 팬티를 눈물을 감추며 입은 석우였다.


시발놈의 새끼들. 도대체 가져갈 게 없어서 팬티를 훔쳐 가? 시발. 진짜 팬티에도 이름을 써야 되는 거야?


지금 석우가 입고 팬티에 적힌 이름을 찾아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하지만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이 비단 팬티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금 옆자리에는 왠지 모르게 어색한 자신의 동기 진열이가 있었고, 그리고 앞자리에는 황 준위가 차를 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석우, 김진열. 황 준위님에게 가봐”라는 당직사관이자 2소대 소대장 최철규 중위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와 영문도 모른 채 차를 타고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 진짜 존나 어색하네.


석우는 똥고에 낀 팬티를 슬쩍 잡아당기며 불편한 자세로 계속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한 곳은 해인사였다.


왠 갑자기 해인사여. 무슨 수학여행 온 거야?


황 준위의 의도를 도대체 알 수가 없어 석우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하지만 저 오만하고 뻣뻣한 자세의 김진열은 개의치 않은 듯 황 준위의 뒤를 아무 말 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하나 밖에 없는 동기란 놈이 저 꼬라지라니···참 내 팔자도···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석우도 황 준위와 진열이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갔다.

한참을 걸어 해인사에 도착한 석우 일행은 일주문을 지나 봉황문으로 들어갔다. 봉황문에는 마치 해인사에 부정한 것들은 범접도 못 하겠다는 의지로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사천왕의 벽화가 석우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석우는 약간 한기를 느끼며 얼른 봉황문을 벗어났다.

봉황문을 벗어나자 동자승 하나가 마치 황 준위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조용히 합장을 하며 석우 일행을 맞이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리로 오시지요.”


황 준위도 가볍게 합장으로 답례를 하고 꼬마 동자승을 따라 해인사의 대웅전인 대적광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동자승은 열려있던 문을 닫고 조용히 물러갔다.

절 앞에서 서성이는 관광객의 발걸음과 수다가 들렸지만 황 준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로자나불 앞에서 조용히 삼배를 했다.

삼배를 마치자 오른쪽 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구만. 그동안 잘 지냈셨나.”


목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아마 주지스님인 듯한 늙은 스님 하나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황 준위에게로 다가왔다.


“예. 제가 좀 늦게 찾아뵙습니다. 스님. 아직까지 정정하신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허허. 너무 오래 사는 것도 그리 좋지만은 않다네. 업보에 헤매는 인생이 뭐 그리 좋겠는가.”


스님은 고개를 돌려 비로자나불을 향해 목탁을 ‘딱딱’ 두드렸다.

그러자 비로자나불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불상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헉.”


석우는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질 뻔했다.

하지만 스님은 그런 석우의 모습에 전혀 개의치 않고 할 말을 계속 이었다.


“준비는 다 되어 있네.”


의미심장한 주지 스님의 말에 황 준위는 합장으로 인사를 대신하며 조용히 제단 위로 올라 불상 뒤로 사라졌다. 그 광경을 석우와 진열이는 아무런 말도 없이 당황하며 지켜보고 있기만 했다.


“뭐 하는건가. 어서 따라 들어가야지.”


주지스님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석우와 진열이는 얼떨결에 황 준위가 사라진 곳으로 허겁지겁 따라들어갔다.


**


불상 뒤로 연결된 지하 통로를 보며 석우는 혀를 내둘렀다.


와. 시바. 해인사가 이런 곳이었어? 마치 만화 같네. 그래도 통로에 형광등 달아 놓은 건 좀 깬다.


석우는 어두운 통로를 밝히기 위해 달아 놓은 형광등이 예전 자신이 상상했던 지하 통로와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기에 조금 실망한 것도 있었다. 마치 북한이 파 놓은 땅굴을 방문하는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이런 곳에는 아무렴 횃불 같은 걸 들고 가야 제맛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다짜고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이 곳에 데려와서 놀랐나?”


예상치 못한 황 준위의 질문에 석우는 깜짝 놀라 움찔했다. 하지만 진열이는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대답했다.


“해인사가 수호사찰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곳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수호사찰은 또 뭐야. 절이면 다 절이지. 그냥 여긴 팔만대장경 있는 곳 아니냐고.


아무 말도 못 하고 석우는 그저 묵묵히 황 준위의 뒤통수만 바라봤다.

어느 정도 내려갔을까? 커다란 입구에 스님 두 명이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명의 스님은 황 준위와 일행을 보자 조용히 합장을 하고 굳게 닫혀 있던 문을 열었다.

끼이익거리며 흙과 먼지가 흩날리는 것을 보니 아마 한참을 열지 않은 문이 분명했다.

황 준위 일행이 문 안으로 들어서자 뒤에서 다시 끼이익거리며 문을 닫았다.

문지방 하나 넘었을 뿐인데 방금 전 있던 곳과는 사뭇 공기가 달랐다. 지하 통로라 그런지 쌀쌀한 기운은 그대로였지만, 무엇인가 이 세상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또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이 흐른다는 것을 석우는 알 수 있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에 온 거야, 너희들은.”


황 준위는 앞장을 서며 말했다.


“일종의 이승과 명계의 경계선을 지키는 곳이라고 할 수 있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황영준 준위는 석우와 진열이 두 명을 뒤에 두고 계속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 법력이 높으신 대사님과 도사님들이 이 땅 곳곳에 이런 수호사찰을 여러 지으셨다. 지금은 남아있는 사찰이 해인사를 포함해서 6개 남짓 밖에 남지가 않았다.”


황 준위의 말에 약간의 걱정이 섞여 있다는 것을 두 명의 이등병은 알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또 깊게 걸어 들어가니 커다란 홀이 하나 나왔다. 그 홀 가운데에는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파일런과 같이 투명한 수정 기둥이 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물론 파일런처럼 푸른색이 아닌 호박색이라는 것이 다른 점이지만.

석우가 자세히 보니 그 수정 기둥에는 뭐라고 쓰여있는지 알 수도 없는 부적이 덕지덕지 잔뜩 붙어있었다.

그런 수정 기둥을 황 준위는 유심히 둘러보며 살펴봤다.


“아.”


황 준위의 짧은 탄식이 홀에 울려 퍼졌다.

확인해야만 할 것을 기여이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한 듯한 얼굴이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황영준 준위가 갑자기 법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박색 수정기둥의 색이 이리저리 바뀌는 것이 아닌가.


“이 수정 기둥에 오른손을 가져다 대 봐.”


황 준위가 석우와 진열이를 보며 말했다.

시키는 데로 손을 수정기둥에 대니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이 확 자신에게 오는 것을 느낀 석우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황 준위는 다시 아무 말 없이 왔던 곳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황아저..아니 황영준 준위님. 대체 저희를 이곳에 데리고 오신 이유가 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진열이가 물었지만 역시 묵묵답답이었다.

그렇게 다시 처음 들어왔던 커다란 문 앞에 다다르자 황 준위는 오른손 주먹으로 ‘쾅쾅’ 두드리며 볼일이 끝났음을 알렸다. 낡은 문이 열리고 다시금 대적광전에 자리 잡고 있는 비로자나불 밖으로 나간 후에도 여전히 황 준위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뭐야 대체? 왜 굳이 혼자 와도 될 것을 우리를 이렇게 데리고 온 거야?


못마땅한 석우였지만 그렇다고 입 밖으로 낼 용기는 없었다.

진열이도 마찬가지였는지 석우처럼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걷고만 있었다.

마침내 황 준위가 주차해 놓은 차 앞으로 왔을 때에야 입을 열었다.


“진열이, 석우.”

“이병, 강석우.”

“이병, 김진열.”


황 준위의 부름에 대답한 두 명이었다.


“우린 이곳에 온 적이 없는 거다.”


시펄. 진짜 사람 가지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라고 생각할 찰나 황 준위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말했다.


“그리고 항상 오늘 있었던 일, 생각, 느낌. 절대 잊지말도록.”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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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취서생
    작성일
    19.03.06 00:02
    No. 1

    황원사 황준위 두 번이나 섞여 사용하였습니다. 원사와 준위는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MaUna
    작성일
    19.03.06 14:41
    No. 2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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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한 밤의 방문자 (3) +2 19.03.01 1,046 20 12쪽
24 한 밤의 방문자 (2) 19.02.28 1,026 18 13쪽
23 한 밤의 방문자 (1) 19.02.27 1,156 15 14쪽
22 반짝반짝 빛나는 (4) +1 19.02.26 1,160 19 11쪽
21 반짝반짝 빛나는 (3) 19.02.26 1,081 17 8쪽
20 반짝반짝 빛나는 (2) +6 19.02.25 1,202 16 14쪽
19 반짝반짝 빛나는 (1) 19.02.24 1,309 20 13쪽
18 어서와, 그림은 처음이지? (4) +1 19.02.23 1,247 23 12쪽
17 어서와, 그림은 처음이지? (3) +1 19.02.22 1,289 21 16쪽
16 어서와, 그림은 처음이지? (2) 19.02.21 1,314 22 12쪽
15 어서와, 그림은 처음이지? (1) 19.02.20 1,424 23 13쪽
14 소중한 나의 병영일기 (가) 19.02.19 1,491 25 11쪽
13 너의 이름은 (4) +2 19.02.19 1,528 27 18쪽
12 너의 이름은 (3) 19.02.18 1,526 23 17쪽
11 너의 이름은 (2) 19.02.17 1,533 25 10쪽
10 너의 이름은 (1) 19.02.16 1,597 24 13쪽
9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닷! (4) +2 19.02.15 1,688 27 16쪽
8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닷! (3) +1 19.02.14 1,651 24 13쪽
7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닷! (2) +2 19.02.13 1,709 23 12쪽
6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닷! (1) +1 19.02.12 1,872 2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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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신병 받아라! (3) +2 19.02.12 2,222 27 13쪽
3 신병 받아라! (2) 19.02.12 2,285 31 7쪽
2 신병 받아라! (1) 19.02.12 2,921 32 14쪽
1 프롤로그 +3 19.02.12 3,241 27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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