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가 너무 밋밋하다는 지적이 많아 한번 간단하게 만져 보았습니다. 한번 컨셉트가 정해지니 술술 2,000자가 채워지더군요. 프롤로그 변경을 제안해주신 전자석 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전의 프롤로그는 궁금하거나 다시 찾아보고 싶으신 분을 위해 아래에 남겨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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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긴···어딘가?”
“일단··· 아무리 봐도 바르셀로나는 아닌 것 같군요.”
트로츠키는 멍청한 말을 꺼낸 선원을 잠시 노려보았으나, 이내 그 황망한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럴 만하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들의 배는 파시스트들이 점령한 세우타를 끼고 지브롤터를 건너고 있었다. 곧 바르셀로나에 닿아 스페인 공화국 정부 요인들의 환영행사를 맞이할 참이었던 것이다.
물론 어디선가 날아온 어뢰에 맞아 좌초 직전에 몰리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러나 정작 지금 눈앞에 펼쳐진 것은 잔잔한 지중해보다 훨씬 깊고 푸른 물결, 남유럽의 해안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무더위, 그리고 중국산 병풍에서나 보던 빽빽한 소나무로 가득찬 미지의 대지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철갑선을 두려움에 차서 바라보는 꾀죄죄한 동양인들. 그들이 입은 삼베옷은 한눈에도 땀과 때로 얼룩져 빈곤을 짐작케 했다.
당연하게도 그들 역시 스페인인이 아니었다.
‘대체 여기가···어디지?’
트로츠키와 선원들이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몇 안 되는 의용병들이 이렇게 외쳤다.
“중국이다!”
“아니야, 멍청아! 일본제국이잖냐!”
그러나 그들도 틀렸다. 심지어 ‘지금’은, 중국도 일본제국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1452년 6월 1일, 음력으로는 5월 14일. 문종의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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