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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119_changkhan 1004 님의 서재입니다.

제국의 사이보그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전쟁·밀리터리

이창창
작품등록일 :
2020.11.03 20:14
최근연재일 :
2020.12.22 23:55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371
추천수 :
56
글자수 :
160,706

작성
20.12.1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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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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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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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얀 데 로젤린 3

DUMMY

“네놈이 결정한 거니, 나를 원망하지 마라.”

로젤린이 중량감이 느껴지는 사브르를 들어올려 한터에게 겨눴다.


한터는 집중력 증폭 주사를 맞고, 이제서야 머릿속이 맑아진 느낌이 들었다.

사브르에 새겨진 길쭉길쭉한 문양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 자신의 왼발을 대체한 의족과 비슷한 문양이었다.

‘저 검도 일종의 의체인 건가?’


생각하기가 무섭게, 로젤린이 왼발을 박차며 사브르로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페로몬 측정기 바늘이 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450!’


파괴력측정기를 곁눈질하는 한터를 향해 로젤린이 일갈했다.

“왜 한눈을 팔고 있는 거야?”

로젤린은 푸른 검기로 둘러싸인 사브르를 종횡무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터는 집중력을 발휘하여 노도처럼 쇄도하는 칼을 모두 회피했다.


그런 한터를 보고 데가 놀랐다.

“아니.. 저런 움직임을 할 수 있었던 건가?”


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싸울 때와는 뭔가 달라. 상당히 움직임이 절제돼 있어.”


로젤린의 검이 닿는 곳은 여지없이 잘리고 부서지며 폭발했다. 폭연 때문에 시야가 가려진 로젤린은 두어 걸음 물러나 숨을 골랐다.

“계속 피해서 어쩌자는 거지? 죽을 때까지 피할 수는 있을 거다.”


데는 로젤린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과연 로젤린...”


폭연이 조금 가라앉아 한터의 실루엣이 보이자, 로젤린은 다시 뛰어들어갔다.

“프러시아대(代)부터 전승된 검술이다!”


로젤린은 독특한 몸짓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종횡으로 베는 사이사이 어떤 틈도 보이지 않았다.

한터는 규칙적인 로젤린의 검술을 눈에 익히고는 있었지만, 알고도 피할 수 없는 그런 틈 없는 공격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런 회피행동을 취하는 동안, 한터는 새로운 왼쪽 의족에 상당히 적응하고 있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느낀 한터는 과감하게 왼손을 뻗어 로젤린의 빈틈을 노리려고 했다.


로젤린은 그런 한터의 움직임을 보고 즐거운 듯이 외쳤다.

“잡았다!”

로젤린의 검이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 한터의 왼 손 칼을 갈랐다.

먹이를 낚아채는 사마귀 같은 공격!

한터의 왼손 칼은 수 많은 파편을 만들며 반 쪽으로 부서져 버렸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한터는 저만치 나가 떨어지게 되었다.


로젤린은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게걸스럽게 웃어댔다.

“하!하!하! 봤느냐?”


한터는 가까운 곳에 탄약상자와 총검이 있음을 발견했다. 무거운 총검을 허리에 꽂고, 탄약상자 속에서 ‘충격신관’수류탄을 몇 개 꺼내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손에 들고 있는 몇 개의 수류탄에서 안전핀을 뽑아 로젤린과 그녀가 서있는 곳 주변에 흩뿌렸다.


로젤린은 당황했지만, 날아오는 수류탄을 검으로 깔끔하게 베어버렸다. 그리고는 후회했다.

수류탄의 작약이 공중에 뿌려진 상태에서 신관이 폭발하면서 더 큰 면적의 폭발을 야기했기 때문이었다.

공중에서 터진 수류탄과 맹렬이 비산하는 파편들.

“으악... 누..눈이..”

로젤린은 모래같은 파편이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잠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동시에 폭발하는 수류탄들과 그 때문에 생긴 폭연, 먼지 때문에 로젤린의 주위는 회색 어둠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눈을 가리고 있던 한터는 로젤린의 위치를 기억하고, 먼지와 폭연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로젤린이 인기척을 느끼고 검을 마구 휘둘렀지만, 한터의 옷을 베었을 뿐,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한터는 부서진 칼날을 가지고 로젤린의 옆구리를 찔렀다.

온 힘을 다 한 일격. 몸통을 찔러 들어가던 뭉툭한 칼날은 알 수 없는 금속성 저항에 가로막혀 더 이상 몸에 들어가지 않았다.

‘의체였구나!’

뭉툭한 칼로는 더 이상 로젤린에게 피해를 입히기 어렵다고 생각한 한터는,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수류탄을 재빨리 꺼내, 그녀의 옆구리의 벌어진 상처 사이에 집어넣고 두드렸다.

하지만 안전장치 겪으로 마련해 놓은 지연신관 때문에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차..”

한터는 로젤린의 서슬퍼런 검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한터를 노려 검을 휘두르는 로젤린.

마구잡이로 휘둘러지는 사브르를 피한 뒤, 한터는 뒤돌려차기로 멋지게 로젤린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옆구리에 심어진 수류탄은 충격신관이 동작하면서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고, 몸통의 의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로젤린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제..제길...”

끝까지 놓지 않고 있던 사브르를 쥐고 한터를 노리려고 했지만, 로젤린의 하체는 더 이상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얀이 놀랐다.

“오.. 실력은 한 단계 아래인 것 같은데, 운이 좋았군요.”

얀이 비아냥거리듯 박수를 쳤다. 로젤린은 분하다는 듯이 계속 일어서려고 했지만,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데가 분을 못 이기겠다는 듯이 전면에 나섰다.

그러자 얀이 로젤린을 좀 더 뒤쪽으로 부랴부랴 데리고 갔다.

마치 큰 재앙으로부터 대피하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데가 커다란 입을 열자, 얼기설기 엮어진 그로테스크한 금속성 치아 속에서 파란 불꽃이 이글거렸다.


‘이 곳을 날려버리겠다는 건가?’

한터는 놀라서 주위를 둘러봤다. 고농축 니트로, 수류탄이 굴러다니는 영사관 지하.

저 공격을 피하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거라고 생각한 한터는, 필사적으로 구덩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렸다.

얀, 그리고 쓰러져있는 로젤린을 지나 한터는 데의 사선(射線)에서 벗어나 달렸다. 구덩이를 기어올라 밖으로 나오니, 새카만 하늘 아래 부서져 있는 영사관과 미군 시체들이 보였다.


데가 낑낑대며 육중한 몸을 이끌고 구덩이 밖으로 나왔다.

“뭐야? 싸울 마음이 없는 거냐?”


“아니. 네놈의 커다란 입에 수류탄을 집어넣어주고 싶은데?”


“하하하.. 과연.. 우리의 스타가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군.”


데는 다시 입을 크게 벌렸다. 턱이 90도로 꺾이며 입 안에 머금은 파란 불꽃이 드러났다.

한터는 재빨리 도로쪽으로 달렸고, 데의 입에서 묵직한 푸른 불꽃이 발사되었다.

“퍼엉!”

푸른 불꽃은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며 도로를 산산히 부숴버렸다.

폭연이 자욱한 도로를 보며 데가 혼잣말을 했다.

“흠.. 해낸 건가?”


기력을 써서 안색이 좀 더 창백해진 데가 포연 주변을 둘러봤지만, 한터의 그림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얀이 조용히 걸어와 데의 어깨를 두드렸다.

“한터는 민첩한 녀석이에요. 자네의 상대로는 맞지 않아요.”


데가 기분나쁜 표정으로 얀을 노려봤다.

“그래서 힘을 낮추고 정확성을 높였던 거다.”


“그런가요? 건물을 부수느라 힘이 빠진 줄 알았습니다. 그럼 해 볼만 하겠네요.”


자신있다는 투로 말은 했지만, 데는 조바심이 났다. 남은 기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터가 살아있다면 조금 더 기력을 나누어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신 차리시죠. 한터는 폭연 속에서 공격할겁니다.”

자신의 어지러운 컨디션 때문에 정신을 집중하지 못했던 데가 다시 눈을 뜨고 사라져가는 폭연을 응시했다.


얀의 말대로 폭연이 걷히기 전에 수류탄이 하나 둘 날아왔다. 몸이 가벼운 얀은 쉽게 피할 수 있었지만, 데는 예상을 하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왼 팔로 얼굴과 상반신을 가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피해를 최소화 하려고 했다.

수류탄이 폭발하고 난 뒤에, 데의 팔과 허벅지에 깊은 찰과상들이 생겼다. 찢어진 옷 사이로 은 빛 기계부품이 드러났다.


“그것 보세요. 그럴 때에는 거리를 벌려서 기다리던가, 아니면 치고 들어가 끝짱을 내야 하는 겁니다.”


데는 사나운 눈빛으로 얀을 살짝 노려본 뒤에, 입을 벌렸다.

벌어진 데의 입에서 작은 불꽃이 튀어나갔다. 예전보다 빠르지만 상당히 가벼운 무게감의 공격!

그리고서 한터의 회피를 예상한다는 듯이, 데는 자신의 손바닥에서 생성되는 작은 불꽃을 잡아 거칠게 던져댔다.

한터의 주위로 불꽃들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한터를 스치거나 빗맞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적은 위력 때문에 큰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한터는 데의 불꽃을 피하거나 막으며 돌진했다.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데는 어떻게 싸워야 할지 난감해졌다.

이어지는 한터의 육탄전.

한터의 발과 주먹이 예리하게 데를 노렸다.

하지만 데의 몸은 무쇠처럼 단단해서, 한터가 여러 군데를 공략해 봤지만 약점을 딱히 찾을 수가 없었다.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한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데와의 거리를 벌렸다.


“훗··· 그게 다냐?”


“아니. 하나 남았다.”

한터는 왼 손 약지의 라이터를 켜고 손목 버튼을 눌렀다.

불타는 휘발유가 정확히 데를 덮쳤다. 데가 재빨리 왼팔로 불길을 막았지만, 팔과 다리에 번지는 불길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데는 불이 붙은 상태에서도 온 힘을 짜내어 오른 손에 파란 에너지 구슬을 만들어냈다. 그 크기와 무게감은 최초에 비해서 현저히 줄어들어 있었다.


“퍼엉!”

얀이 갑자기 던진 작은 에너지 구슬이 데 앞에서 폭발하면서 커다란 충격을 만들어냈다. 충격파 때문에 데를 태우고 있던 불길이 단 번에 사라져 버렸다. 그렇지만 그 충격에 의해 데의 몸에도 손상이 생겼다. 데가 얀을 노려봤다.


얀이 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정도면 잘 하셨어요. 좀 쉬어야 돼요. 기력을 모두 써버렸지 않습니까?”


얀은 한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왜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 거죠? 나라나 민족을 위해 싸우는 것보다, 인류와 우리를 위해서 싸우는 게 더 현명하지 않나요?


“··· 끔찍한 전쟁을 끝내는 게 인류를 위한 일이다.”


얀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럼 이건 어땠나요?”

얀이 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개의 구덩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굉장하지 않나요? 이런 데의 초인적인 힘이나 로젤린의 날카로움을 얻고 싶지 않나요?”


“너희들이 나보다 강하다고 하는 건가?”

한터가 쓰러진 로젤린과 기력이 쇠한 데를 둘러보며 이야기했다.


“그렇군요.. 이러니 설득이 되지 않는 거였군요. 그렇다면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알려주겠습니다.”


“흠.. 뜸들이지 말고 보여줘. 또 너의 설렁설렁한 움직임이겠지만. 강한 모습이 뭔지 보여줘.”

한터는 허릿춤에 꽂혀있던 총검을 뽑아 오른손에 쥐었다. 엄청난 무게감이 피로감과 더해져, 오른손을 지탱하기 힘들게 했다.

수류탄도 모두 사용했고, 여분의 화염방사 카트리지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의수에 장착된 칼날도 반 이상 부서져 없어진 상황에서, 한터에게는 오직 무식하게 무거운 총검만이 있을 뿐이었다.


얀이 기를 끌어올리듯 양팔을 휘저으면서 말했다.

“부드럽고 강한 것이 다르지 않지요.”


얀이 뱀 같은 보법으로 한터를 삼킬 듯 다가올 때, 한터는 재빨리 쓰러져 있는 미국 헌병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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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 데 로젤린 3 20.12.15 24 1 11쪽
24 얀 데 로젤린 2 20.12.13 31 1 11쪽
23 얀 데 로젤린 1 20.12.10 24 1 11쪽
22 왼발 20.12.10 19 1 13쪽
21 정보 20.12.08 41 1 12쪽
20 對 국민당 2 20.12.06 25 1 13쪽
19 對 국민당 1 20.12.03 34 1 12쪽
18 다리파괴 2 20.12.02 26 1 13쪽
17 다리파괴 1 20.11.29 40 1 13쪽
16 리쿠르팅 20.11.26 3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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