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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선인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성기사적전설
작품등록일 :
2021.01.21 10:17
최근연재일 :
2021.02.24 09:0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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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2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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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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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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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추궁하다

DUMMY

“그럼 일단 다른 장소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때? 전부 솔직히 말해 줄게.”


임주는 탐욕에 눈이 멀어 자업자득이 되어 버린 자신의 상황에 쓴웃음을 지었다.


송서항은 문에서 손을 놓고 옥상으로 향하자는 눈짓을 보냈다. 임주는 그 순간 문을 박차고 나가 사감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옆에 서 있는 키가 2m쯤 되는 건장한 남자를 보니 감히 시도할 수가 없었다.


물론 임주는 충분히 도망갈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분명 이 2m가 넘는 남자가 뜨거운 주먹을 맛보게 해 줄 테고, 임주는 이 주먹의 맛을 보기 전에 미리 단골 병원에 있는 통풍이 잘 되고 경치 좋은 환자실을 예약해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두려움에 휩싸여 송서항과 남호맹을 따라 기숙사 옥상을 향했다.


뒤에 있던 그의 룸메이트 몇 명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덩치 큰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좋지 않은 사건에 휘말릴까 봐 감히 나서지 못했다. 임주를 도와줄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들의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


이곳도 송서항의 기숙사 옥상과 마찬가지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송서항은 한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가볍게 끌어당기며, 자신의 기숙사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문에 고정되어있던 나사들이 우수수 빠지면서 문이 열리자 남호맹과 임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송서항에게 잠긴 문을 여는 건 마치 나무에서 나뭇잎을 뽑는 것처럼 수월했다. 영화 속 히어로가 아니라면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임주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자, 그럼 이제 말해 봐. 누가 날 조사하라고 시켰지?”


옥상에 들어서자마자 송서항은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었어.”


임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송서항은 이 질문을 가장 먼저 했다. 임주에게 이건 가장 답하고 싶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송서항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잠깐만, 그 사람의 생김새가 기억나긴 해. 키는 나랑 비슷한 183cm 정도였고, 팔이 이상할 정도로 길었어. 무슨 긴팔원숭이처럼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길더라고.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얼굴 전체가 잘 보이진 않았지만 입술은 소시지같이 아주 두꺼운 편이었어.”


임주는 황급히 머리를 쥐어짜내며 회상했다.


“그게 다라고?”


송서항의 표정은 곧 폭발할 듯한 화산 같았다.


“아! 더 있어. 그 아저씨가 말을 할 때 조금 감추려는 것 같았지만 강남지역과 가장 가까운 J시 인근의 억양을 쓰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어. 왜냐하면 내가 어렸을 때부터 그곳에서 자라왔거든.”


임주는 조급해하며 말했다. 강남지역과 가장 가까운 J시 인근이면 바로 나신거리 일대였다.


역시 ‘영귀’ 때문인 거야?


“다른 건 나도 잘 몰라. 그리고 그 사람에게 너에 대해 아주 자세한 정보를 알려 준 것도 아니야. 내가 알려 준 건 단지 네가 있는 기숙사, 친한 친구 몇 명, 그리고 직계 가족 몇 명뿐이야. 이런 정보들은 네 친구들도 다 알고 있는 거잖아. 그리고 학교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간단한 정보는 모두 찾을 수 있는 거고. 다른 자세한 것들은 나오지 않는다는 거 잘 알잖아. 아 참. 이건······ 그 남자가 내게 준 돈인데 너에게 다 돌려줄게······.”


임주가 내민 지폐 묶음을 본 송서항은 이성의 끈을 곧 놓아 버릴 것 같았다.


이 돈 때문에 자신의 정보를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사람에게 준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죽을 뻔했다. 심지어 그의 친구들과 가족들마저 모두 생명의 위협을 받을 뻔했다.


나쁜 새끼!


송서항은 임주의 멱살을 세게 잡고 자신에게 끌어당기며 오른쪽 주먹으로 그의 얼굴을 힘차게 내리쳤다. 임주는 그대로 튕겨 나갔고 이빨 몇 개가 섞여 있는 피를 입에서 토해냈다.


그의 얼굴은 점점 붉어졌다.


송서항에겐 이것도 겨우 참고 가장 약한 힘으로 주먹을 날린 것이었다. 그렇지 않고 그의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여 주먹을 휘둘렀다면 임주는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큰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고작 이빨 몇 개를 부수고 얼굴이 부어오른 정도만 봐도 송서항이 얼마나 자신의 힘을 자제하며 때렸는지 알 수 있었다.


임주는 한참이 지나서야 고통이 느껴졌는지 흐느끼며 우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바닥에 제 이빨들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더 심하게 흐느꼈지만 크게 소리를 내어 울지는 못했다.


“지금부터 나에 관한 모든 것을 네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 버리는 게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주먹 한 방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네 얼굴과 이빨에 대한 변명거리는 알아서 생각해. 어디에 부딪쳤다거나 넘어졌다고 하든지. 어쨌든 나와 그 어떤 것도 연관 짓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너와 다시는 만날 일 없었으면 한다.”


다음번은 무슨! 혹시나 다음번이 또 있다면 송서항의 과격한 주먹이 나가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이라고 해도 이런 일은 세 번밖에 못 참을 테니 말이다.


송서항과 남호맹은 옥상을 떠났다.


임주는 아직 옥상에 남아 울고 있었고 바닥에는 지폐들이 널브러졌다. 이 지폐들로 과연 임플란트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까? 요즘 치과 치료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


“서항아, 넌 아까 걔가 이번 일을 학교 측에 고발할지도 모르는데 두렵지 않아? 그러다가 퇴학당하면 어쩌려고 그래?”


남호맹은 은근히 그를 걱정하며 말했다.


“응, 전혀 안 무서워.”


왠지 그의 침착함이 남호맹에게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난 걔를 때렸다는 걸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거거든. 그리고 내가 굳이 왜 너랑 여길 같이 왔을 것 같아?”


송서항은 고개를 돌려 남호맹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그냥 따라온 것뿐이잖아?”


대화를 하며 남호맹은 슬슬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보기엔 너와 나 중에 누가 더 강해 보여?”


“너 지금 나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하냐?”


“응, 너한테 뒤집어씌우려고 해. 왜 한 대 때리려고?”


나쁜 새끼! 내가 널 어떻게 때리냐?


남호맹은 이를 악물고 다시 옥상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임주라는 학생이 일을 저지르기 전에 한 번 더 위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하늘에서는 태양이 기승을 부리며 뜨거운 빛과 열을 발산했다. 이런 폭염 시기에 사람들은 모두 며칠간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강의 시간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은 송서항은 약사의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약사의 집 앞마당에는 오래된 폭스바겐 산타나가 주차되어 있었다. 십여 년 전 스쿨버스용으로 쓰였던 반듯한 네모 모양의 구식 산타나였다.


이런 구식 자동차는 이미 몇 년 전에 완전히 단종되었을 텐데? 아직도 이런 후진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 있어? 이런 차가 과연 도로에 잘 굴러다닐 수 있긴 한가 궁금했다.


“손님이 왔나?”


그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는데 안쪽에서 대문이 먼저 열렸다.


150cm 정도로 보이는 아담한 키에 긴 머리를 한 여자가 문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기세는 호랑이가 숲을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송서항을 45도 각도로 쳐다봤다가 다시 산타나 쪽으로 가서 트렁크를 열고 약 1m 크기의 연단로를 꺼냈다.


송서항은 연단로를 발로 세게 걷어차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내동댕이쳐진 연단로가 쿵 하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여자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고 성격도 아주 나빠 보였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이네.”


송서항은 그녀가 조금 두려워서 잠시 피하는 것이 낫다고 느꼈다.


송서항이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가 약사를 찾으려고 할 때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방금 발로 차였던 연단로는 마치 공기를 충전한 듯 빠르게 부풀어 올랐다가 어느새 자동차와 비슷한 크기로 커지고 있었다.


발로 한번 차니 커진 건가? 물체의 부피를 압축하는 법술이었나?


천 가지의 기법, 위대한 신통력,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상상할 수 없는 것. 이게 바로 수행의 세계지! 언젠가는 나도 선배들처럼 수많은 법술을 펼칠 수 있겠지?


기이한 광경을 바라보며 송서항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여자는 양손으로 연단로의 한쪽 부분을 끌어안고 두 걸음을 내딛다가 곧 얼굴을 찡그렸다.


쿵!


그녀는 연단로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송서항을 쳐다보았다.


“네가 송서항이니? 이리 와서 같이 좀 들어줄래? 예쁜 숙녀를 도와주는 것은 모든 신사들의 의무란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저를 아세요?”


송서항은 그녀를 도와 연단로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 연단로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피가 많이 커서 한 사람이 들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라. 딱 봐도 나와 약사 스승님이 가까운 사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겠니? 나는 한눈에 네가 송서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거든?”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아무도 당신과 약사 선배가 가까운 사이라고 전혀 눈치채지 못 할 것 같은데?!


“가까운 사이라면, 혹시 약사 선배의 정인이세요?”


송서항은 침을 꼴깍 삼키고 물었다.


“아니··· 지금은 아직 그의 제자일 뿐이야. 내 이름은 강자연이다. 적어도 이 이름은 앞으로 30년 동안 바꾸지 않을 거야. 스승님이 강남 지역으로 가서 연구를 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 그의 연단로를 가져오기 위해 나도 잠시 왔어. 일단 그 사람은 연구를 한번 시작하면 연구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래서 그의 머리 스타일을 관리해 주고 옷을 정리하고, 그의 수련과 식사 시간을 관리해 줄 사람이 꼭 필요하지.”


그녀의 말투는 송서항이 ‘정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후에 한껏 부드러워졌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3층까지 올라왔다. 이곳은 약사의 임시 단약 조제실이었다.


문이 열리자 송서항의 눈앞에는 새롭게 탈바꿈한 방 내부가 보였다.


그리고······ 새로운 모습의 약사 선배까지.


그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독특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약사 선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일단 머리부터 설명해 보자면, 원래의 긴 폭탄 머리를 정성 들여 손질을 한 것 같긴 한데······ 지금 그의 머리는 한 가닥 한 가닥 땋아서 높게 올려 묶여 있었다. 결론은 여전히 하늘을 찌를 듯한 머리였다.


무려 20여 가닥이나 땋아 올린 약사의 머리는 마치 나무숲 같이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땋아 올린 머리에는 귀여운 장식물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송서항은 진심으로 이 머리가 폭탄 머리만큼 멋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선배의 다크서클은 아직도 그대로였는데, 이번에는 다크서클이 아닌 정말로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송서항이 그걸 알아차린 건 약사가 눈을 깜빡거릴 때 그의 검은 눈언저리에서 반짝거리는 화장용 아이섀도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송서항은 조금 역겹다는 생각이 들어서 위가 비틀리는 것 같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약사 선배를 관리해 주지 않는 편이 낫지 않나. 처음의 독특했던 모습이 지금보다 훨씬 멋있던데, 이 무슨 끔찍한 꼴이야. 강자연이라는 여자, 혹시 약사 선배가 다른 여자에게 뺏길까 봐 그러는 건 아니겠지?


송서항이 보기에 그녀는 충분히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약사 선배처럼 독특한 스타일을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는가.


“음, 송 군 왔나. 지금쯤 올 것이라 생각했다.”


약사는 송서항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네? 선배는 제가 아침 일찍 찾아올 걸 알고 계셨나요?”


깜짝 놀란 송서항이 물었다.


“응, 당연하지. 어젯밤에 자네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았던가?”


약사의 표정이 어떤 의미인지 헤아릴 수 없었다.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였다. 어젯밤 자신을 보호해 준 건 약사 선배였다.


“맞아요, 어젯밤에 누군가가 제 기숙사 침실로 잠입했어요. 일어나 보니 상대방이 이 얇은 칼날을 남겼더라고요. 기숙사 방에는 아직도 옅은 피비린내가 나고 있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는 손잡이 없는 얇은 칼날을 꺼내 약사에게 건네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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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정신력 응용 연구 +1 21.02.19 897 24 12쪽
43 뜻밖의 단서 +1 21.02.19 843 19 13쪽
42 약사의 도움 +1 21.02.18 910 24 13쪽
» 추궁하다 21.02.18 834 22 13쪽
40 자객의 뒤를 쫓다 +1 21.02.17 878 24 13쪽
39 자객의 습격 +1 21.02.17 842 21 12쪽
38 불길한 예감 +1 21.02.16 935 26 12쪽
37 남호맹 +1 21.02.16 916 24 12쪽
36 조아아의 등장 +1 21.02.15 975 25 12쪽
35 백일축기 첫 단계 진입 21.02.13 1,003 30 13쪽
34 진아명상경 21.02.12 1,000 33 13쪽
33 놓칠 수 없는 기회 +1 21.02.11 1,037 3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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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다시 단약을 만들다 +2 21.02.05 1,216 32 13쪽
28 집 구하기 +1 21.02.04 1,163 28 13쪽
27 독룡초의 대가 +2 21.02.03 1,201 27 13쪽
26 약사와의 만남 +1 21.02.02 1,183 30 13쪽
25 불량배를 해치우다 +2 21.02.01 1,216 29 13쪽
24 친절한 선배들 (2) +1 21.01.29 1,264 29 12쪽
23 친절한 선배들 (1) +2 21.01.29 1,261 24 13쪽
22 자가 수련 +4 21.01.28 1,373 37 14쪽
21 첫인사 21.01.28 1,301 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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