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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선인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성기사적전설
작품등록일 :
2021.01.21 10:17
최근연재일 :
2021.02.24 09: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67,818
추천수 :
1,439
글자수 :
288,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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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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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자객의 습격

DUMMY

밤이 깊어지자 매미와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밤의 장막 속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그림자가 조용히 남학생 기숙사로 접근했다. 그리고 그는 송서항의 기숙사 아래에서 멈춰 섰다.


“저기가 맞겠군.”


검은 그림자는 씽 하고 살짝 뛰어올라 송서항의 기숙사 베란다에 착지했다.


남학생 기숙사의 2층은 높이가 3.5m, 난간의 높이까지 더해지면 무려 4m나 된다. 그러나 검은 그림자는 아무런 도움 없이 가뿐히 2층 높이를 뛰어올랐다.


이런 점프력으로 국가를 대표하여 출전한다면 세계 챔피언은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높이뛰기 선수가 이 장면을 봤다면 얼마나 좌절에 빠지겠는가! 물론 이렇게 되면 전 세계 사람들은 분명히 그가 약을 먹었거나 근육 속에 무슨 최첨단 과학 기술 제품을 심어 놓았을 것이라고 의심했을 것이다.


기숙사 베란다의 문은 통유리로 되어 있는 간결하고 튼튼한 창문이었다.


검은 그림자는 경계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주위를 둘러보았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허리에서 얇은 칼자루를 뽑아 창문 틈에 꽂아 넣았다.


그가 무슨 기술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창문의 잠금장치는 쉽게 열렸고, 보아하니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검은 그림자는 살며시 창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왔다. 그의 동작은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작은 발자국 소리 하나도 내지 않았다.


침실에서 송서항은 대(大)자 모양으로 누워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


아침 댓바람부터 약사를 도와 집을 구하고 연단까지 했으니 쓰러질 만도 했다. 게다가 기초권법과 명상법을 배웠고 기숙사로 돌아오기 전에는 웬 남학생과 싸움까지 붙는 등 많은 일을 겪었으니 그의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것이었다.


지금은 그 누가 와서 송서항의 두 뺨을 여러 차례 때린다 해도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송서항은 수행자로서 경험과 경계 의식이 아직 많이 부족한 풋내기여서 더 많은 수련이 필요했다. 이 말은 즉, 풋내기 수행자가 다른 고수들처럼 수면 상태에서 아주 작은 소리 하나 들을 수 있을 짬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음, 이 사람이 확실하군.”


검은 그림자는 송서항을 한참 바라보며 머릿속에 있는 ‘송서항’의 증명사진을 떠올렸다.


검은 그림자는 자신이 왔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쿨쿨 자고 있는 송서항을 보며,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아 매우 흡족했다.


하지만 검은 그림자가 아직 안심하지 못한 이유는 단주가 이 평범해 보이는 ‘송서항’이 미스터리한 존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단주는 검은 그림자에게 상황을 봐 가며 일을 처리하고 혹시 상대방에게 발각되면 즉시 철수하라고 당부했었다.


그래서 검은 그림자는 기숙사에 들어와서부터 지금까지 숨죽이며 조심했다.


“그럼, 봉혼빙주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검은 그림자는 송서항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봉혼빙주를 얘기하는 걸 보니 그는 역시 전설의 영귀를 데려오기 위해 단주의 지시를 받고 송서항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크지 않은 방에서 영귀를 봉인한 봉혼빙주가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채 송서항 목에 걸려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검은 그림자는 설레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완수하겠군. 잘됐어.”


검은 그림자는 매우 기뻐하며 송서항을 다시 한번 보았다.


이렇게 시체처럼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전혀 고수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어째서 단주께서는 이런 평범한 사람을 꺼렸던 걸까? 이해할 수 없군.


검은 그림자는 손을 내밀며 송서항의 목에 걸려 있는 봉혼빙주를 빼내려 했다. 그런데, 그때 그의 마음은 갑자기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귀 하나만 되찾으면 기껏해야 단주의 임무를 완수했다는 인센티브 정도만 받는 셈이었다. 하지만 송서항의 머리도 함께 가져간다면?


어쩌면 그는 이 기회에 단주의 큰 신임을 얻어 심도 깊은 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임무를 완수하고 조직 내 최우수 멤버로 승진하여 단주의 오른팔이 된다면 단주처럼 장생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검은 그림자는 오른손으로 칼자루를 잡았다. 그는 살기 가득한 눈빛을 띠며 오른손 칼끝을 송서항의 목에 갖다 대었고 왼손을 내밀어 봉혼빙주가 매달린 끈을 붙잡았다.


영귀를 얻고 소년의 목을 가르면 부귀영화가 곧 내 손 안에 들어온다!


검은 그림자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마음속으로 창창한 앞날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그의 손이 막 봉혼빙주에 닿았다. 그 순간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더니 참을 수 없는 두통이 밀려왔다. 누군가가 그의 머리에 막대기를 꽂고 강하게 휘젓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서 비명이 나올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그는 이를 꾹 악물고 참았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내 무거운 기운이 그의 몸을 감싸면서 메스꺼움과 구토까지 동반했다. 손에서 힘이 점점 빠지면서 그의 손에 잡혀 있던 칼이 땅에 떨어졌다.


“이 느낌은 뭐지? 독극물에 중독된 건가? 젠장, 독이 어디에 있길래 내가 걸려든 거지?”


온갖 혹독한 훈련을 받아 왔던 그는 자신이 독극물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곧이어 발작이 일어나자, 기혈의 에너지를 모으는 마음도 더 이상 움직여지지 않았고 그의 몸은 급속도로 쇠약해졌다.


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송서항을 노려보았다.


그때 잠든 줄 알았던 송서항의 입가가 휘어지며 미소를 그리는 것이 보였다.


웃네?


“계략에 걸려들었군!”


검은 그림자는 이쯤에서 물러나기로 결단을 내렸고, 몸이 쓰러지기 전에 베란다를 즉시 빠져나갔다.


“웩!”


착지한 후 그가 피를 토하자 얼굴에 쓰고 있었던 그의 복면이 붉게 물들었다. 그는 황급히 주머니에서 해독용 알약 몇 개를 꺼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할 새 없이 한입에 삼켜 버렸다.


그러나 두통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베란다에서 뛰어내릴 때 다리를 접질러 약간의 부상까지 입었다.


방금 먹었던 해독제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검은 그림자는 극심한 통증으로 정신이 점점 혼미해졌고, 마치 술에 취한 주정뱅이처럼 판단력을 잃어 갔다.


‘윽, 안 돼. 독극물이 온몸에 퍼지기 전에 당장 단주님께 돌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해.’


그는 중독된 몸을 이끌고 단주가 있는 곳을 향해 질주했다.


검은 그림자가 지금 정신이 멀쩡했다면 단주에게 빨리 가야겠다는 잘못된 결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주의 은신처만 드러나게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단주에게 향했다.


***


단주는 강남대학교 외곽의 한 호텔에 잠시 머무르고 있었다.


그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편히 쉬고 있는 것 같이 보였지만 사실은 약사의 검은 눈빛을 계속 떠올리는 중이었다. 그 공포스러운 두 눈이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의 눈빛을 생각하면 온몸이 파르르 떨릴 정도였다.


감히 약사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그와 함께 있는 송서항에게도 접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송서항이 고수인지 보통 사람인지 도무지 확인할 수 없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송서항과 약사가 드디어 헤어졌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는 영귀를 빨리 되찾고 싶은 마음에 새로 훈련된 부하를 송서항에게 보냈다.


아직 송서항의 실력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 자신의 엘리트 부하를 그에게 보내는 것은 많이 아까웠다. 단주는 부하 직원들을 양성하는 것은 돈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힘든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올 때가 되긴 했는데. 만약 순조롭게 완수했다면 보고를 하러 오고 있겠지?”


하지만 만약 실패했다면 참혹하게 죽여서 묻어 버릴 것이다. 수행자의 세계는 보통 사람들의 세계보다 훨씬 더 가혹하고 잔인했다.


바로 그 순간 방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돌아온 건가?


“들어 오거라.”


단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문밖에서는 쿵 하는 소리 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단주는 눈썹을 찡그리면서 자신의 외투에서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방문 가까이 다가가 도어스코프를 통해 문밖을 바라보았다.


문밖에는 자기가 보낸 부하가 문에 기대 꼼짝도 하지 않는 것만 보였고, 주위에 다른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영귀를 입수한 것인가?


하지만 단주는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어 재빨리 방문을 열고 온몸의 근육을 팽팽히 당겨 싸울 준비를 했다.


방문이 열리자 문에 기대고 있던 부하가 그에게로 쓰러졌다. 단주는 문밖을 자세히 살펴 다른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무슨 일이냐.”


그는 부하를 바라보며 엄하게 물었다. 그러나 그의 부하는 대답도 없이 경련을 일으키며 바닥에 쓰러졌고, 단주는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바로 부하의 손목을 짚어 보았다. 맥박은 이미 멈추었고 몸속의 기혈은 완전히 사라졌다.


죽었다고? 아직 한마디도 듣지 못했는데?


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부하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고 누군가와 싸운 흔적도 없었지만 유독 얼굴 복면에 피가 많이 묻어 있었다.


단주가 조심스럽게 복면을 벗기자 부하의 시퍼렇게 멍든 얼굴과 두 눈을 부릅떠서 생긴 핏발들이 보였고, 입에서는 피가 잔뜩 흘러나왔다.


단주는 피 속에서 이상한 비린내가 느껴져 냄새를 한 번 맡아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독극물이다!”


부하는 굉장히 독한 독극물에 중독되어 죽은 것이었다. 부하의 몸속에 흐르던 모든 혈액을 독혈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독한 것이었다. 잘못하면 부하의 피비린내를 통해 2차 독소가 배출될 수도 있었다.


단주는 급히 해독제를 복용해 자신의 몸에 퍼졌을 수도 있는 독소를 제거하려고 했다.


2차 독소가 이 정도로 독하면 이 독극물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송서항 이 자식,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었군.”


망할 놈! 무슨 ‘강남대학교 1학년에 20세 청년이니 뭐니, 부모님은 건재하시고 온화하시다.’ 이딴 말은 모두 가짜였던 것이다. 그 망할 놈이 ‘배려 깊고 친절한 사람’이라고? 이렇게 지독한 독극물을 쓰면서 어떻게 배려 깊은 사람이라는 거지?


이 정보들은 모두 송서항의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 확실했다. 그는 속세 수련 중인 것이 분명했다.


젠장! 속세 수련자가 왜 이렇게 평범하게 생겼어? 아, 망했다.


“하. 이 독은 쉽게 제거할 수 없잖아!”


단주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몸속에는 독소가 점점 퍼지고 있어 혼자 제거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독소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폐관수련을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내가 이 어리석은 부하 놈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독극물에 중독되다니. 그리고 독에 당한 후 곧장 여기로 달려왔다면 상대가 곧 이곳을 눈치챌 것 아닌가!


아마도 송서항 놈은 벌써 자신의 부하를 따라 이리로 달려왔을 것이다.


더 이상 머물러 있으면 안 돼!


단주는 자신의 짐들을 빠르게 정리한 후 부하의 시체를 불에 태워 흔적을 없앴다.



모든 뒷정리를 끝낸 단주는 입과 코를 막고 호텔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겨우 점프 몇 번만 했을 뿐인데 그는 금세 호텔에서 멀어졌다.


몸속의 독극물이 빠져나가면 다른 방법으로 다시 송서항에게 접근하고 영귀를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


밤은 너무나 길었다.


어두운 밤 속에서 누군가는 즐거워하고, 누군가는 괴로워하고, 누군가는 근심하고 인생무상이로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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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뜻밖의 단서 +1 21.02.19 843 19 13쪽
42 약사의 도움 +1 21.02.18 910 24 13쪽
41 추궁하다 21.02.18 833 22 13쪽
40 자객의 뒤를 쫓다 +1 21.02.17 878 24 13쪽
» 자객의 습격 +1 21.02.17 842 21 12쪽
38 불길한 예감 +1 21.02.16 935 26 12쪽
37 남호맹 +1 21.02.16 916 24 12쪽
36 조아아의 등장 +1 21.02.15 975 25 12쪽
35 백일축기 첫 단계 진입 21.02.13 1,003 30 13쪽
34 진아명상경 21.02.12 1,000 33 13쪽
33 놓칠 수 없는 기회 +1 21.02.11 1,037 3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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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두 번째 만남 +6 21.02.08 1,142 28 13쪽
29 다시 단약을 만들다 +2 21.02.05 1,216 32 13쪽
28 집 구하기 +1 21.02.04 1,163 28 13쪽
27 독룡초의 대가 +2 21.02.03 1,201 27 13쪽
26 약사와의 만남 +1 21.02.02 1,183 30 13쪽
25 불량배를 해치우다 +2 21.02.01 1,216 29 13쪽
24 친절한 선배들 (2) +1 21.01.29 1,264 29 12쪽
23 친절한 선배들 (1) +2 21.01.29 1,261 24 13쪽
22 자가 수련 +4 21.01.28 1,373 37 14쪽
21 첫인사 21.01.28 1,301 2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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