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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도감 채우는 회귀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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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은빛유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4 17:59
최근연재일 :
2024.05.28 19: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46
추천수 :
38
글자수 :
64,151

작성
24.05.28 19:20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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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아임파더(1)

DUMMY

치안경비국 1팀장.

A급 헌터, 박민철.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보름 동안 10개의 던전을 토벌해야 한다.


15일에 10개.

1.5일에 한 개꼴인 셈이다.


D급 던전 연속 격파라면 모를까 F, E급 던전을 적당히 섞어서 클리어하는 거라면.


지금의 내게는 전혀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김진택

특성: 수집

근력: 22(+1)

내구: 20

민첩: 19

체력: 23

마력: 31


컬렉션의 영향으로 현재 내 능력치는 각성 직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간 상태였다.


‘단순 수치로만 환산해도 2.5배는 우습게 넘겠어.’


이 정도면 F급 던전 정도는 혼자서도 찜쪄먹을 수 있었다. 마치 모의 토벌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단독 토벌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는 능력 문제가 아니었다.

법률상, 제도상의 문제였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단독 토벌은 허가되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부나방들이 게이트에 숱하게 꼬라박은 결과 각성자 관리 협회에서는 현재의 지침을 만들었다.


-게이트의 진입 인원은 사전 허가, 신고된 경우를 제외하면 최소 5명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즉 나는 못해도 다른 헌터 네 명과 함께 파티를 짜야 했다.


‘도움은커녕 발목만 안 잡았으면 좋겠군.’


난데없이 네 명을 어디서 모으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e-hunter가 있는 것이다.


띵!


어플리케이션을 열자마자 몇 개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속정확토벌(합정동): 혹시 첫 토벌이신가요?

해장국브라더스(망원동): 안녕하세요.

연남고원딜(연남동): ㅎㅇㅇ

공원사냥꾼(상암동): F급 게이트 관심 있으세요?


내가 받은 컨택 메시지는 10개 남짓.


E급 헌터의 위용이랄까.

e-hunter 어플에서는 E급 정도만 되어도 심심치 않게 연락이 왔다.


전부, 악성 재고처럼 쌓여있는 F급들이 깔아준 덕분이다.


‘어디······ 맛이나 한번 볼까.’


컬렉터(성산동): 안녕하세요. 기록상으로는 처음이긴 한데······.

컬렉터(성산동): 안녕하세요.

컬렉터(성산동): ㅎㅇ

컬렉터(성산동): 네, 관심 있습니다.


나는 메시지에 일일이 화답하며 선별에 들어갔다.


선별 기준은 오직 한 가지.

얼마나 빨리 토벌에 나설 수 있는가였다.


신속정확토벌(합정동): 죄송합니다. 저흰 최소 토벌 5회차 이상 경력자들만 뽑아서요.


해장국브라더스(망원동): 다른 팀원 분들이랑 조율해봐야 하는데 최소 3일 후에 출발할 것 같네요.


연남고원딜(연남동): 29살 E급? ㅈㅅㅈㅅ 틀딱은 안 뽑음.


“······.”


매칭실패.


생각보다 조건이 빡빡했다.


‘자칫 잘못했다간 세상 하직하는 게 헌터 일이니까 조심스러운 것도 당연하지.’


[급하게 전위 한 명 구해요, 이틀 뒤 출발 예정, 미뤄질 수 있음]

[환희 인턴 면접 탈락자가 파티원 모집해봅니다. 던전 초심자 환영. 여성 우대. 증명사진 먼저 보내주시면 가입 절차 도와드려요]

[신인 드래프트 대비는 역시 헌터 아카데미. 다년간의 노하우로 기출 풀이부터 면접 요령까지······]


“여미새에 광고에, 참······.”


e-hunter의 모집글을 정독하며 급한 대로 이틀 뒤 공략이라도 참가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찰나.


띵!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임파더(망원동): 오늘 당장. 지금부터 2시간 뒤. 가능하십니까?


“당연하지.”


컬렉터(성산동): 네, 가능합니다.

아임파더(망원동): (입력중)

컬렉터(성산동): 웬만한 조건은 다 괜찮습니다. 일단 만나서 얘기하시죠.

아임파더(망원동): 아. 네. 그럼 우선······.


약속을 잡고 즉시 나갈 채비를 했다.

아임파더와 동료들은 내 자취방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한 공사장에 모여 있다고 했다.


***


“컬렉터님?”


공사장에 들어서자 중년 사내 한 명이 나를 반겼다.


“네,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임파더입니다.”


아임파더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허름한 정장, 밑창이 떨어져 가는 구두, 출근룩에 어울리는 낡은 서류 가방까지.


그는 샐러리맨 복장 위로 보급형 갑옷을 덧대 입은 채 마찬가지로 보급형 검을 들고 있다.


‘던전에 정장, 독특한 패션이군.’


나는 아임파더의 안내에 따라 공사장 한쪽의 컨테이너로 이동했다.


“왔다.”

“장비가 뭐 저리 부실해.”

“나? 일하고 있지. 우리 공주 이제 일어났어?”


컨테이너 안에 있던 나머지 동료들이 나를 보고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다들 잠깐만요. 먼저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아임파더는 그들을 달래며 내게 현 상황을 설명했다.


“신고 및 허가는 다 받아놨고 추정치 F급 게이트입니다.”


아임파더가 컨테이너 유리창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건축자재 위로 푸른색 게이트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F급이라.’


혼자서도 문제없었다.


그런 만큼 괜찮은 F급, 그리고 E급에 적당히 턱걸이하고 있는 이들을 끌고 클리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우리 팀은 똑같은 멤버로 F급 던전 5개를 토벌했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펑크를 내버려서요. 급하게 전위 한 분을 더 구하게 되었습니다.”

“쯧, 술병이 뭐야 술병이. 신 씨, 그 새끼 이참에 아예 빼버리자고. 다들 목숨 걸고 일하는데······.”

“······물론이죠.”


크흠.


아임파더가 헛기침을 하며 설명을 계속했다.


“적당히 긁어모으고 최대한 빨리 토벌하는 게 목표입니다. 분배 기준은 정확히 N분의 1. 정산은 오늘 중으로 될 거고요.”

“일 처리가 빨라서 좋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저흰 생계형 헌터라서요. 그래서 욕심 안 부리고 후딱 해치우는 거죠.”


‘생계형 헌터라.’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출발하려는 것도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토벌은 보통 며칠에 걸쳐 진행된다.

한 번 닫히면 끝이기에 최대한 뽕을 뽑는 것이다.


던전 구조와 출현 몬스터를 파악하고, 최적의 동선을 짠 뒤, 최대한 부산물을 챙긴다.


시간을 오래 들일수록 파이가 커지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하지만 모든 헌터가 이처럼 주도면밀한 것은 아니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특히나 급전이 필요한 자들은 마정석 조금과 아티팩트 몇 개만 챙겨 코어를 파괴하는 일도 잦았다.


보아하니 아임파더의 파티는 그런 부류인 듯했다.


“언제 출발해요? 저 빨리 물 타야 되는데······.”

“그놈의 코인은 지겹지도 않냐? 돈 쓰고 마음 쓸 바에는 시원하게 술이나 퍼마시는 게 낫지.”

“응, 오늘 밤에는 스테이크 먹으러 가자. 파스타도 좋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헌터들.


다른 사람들이 보면 한심하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나야 토벌기록만 채우면 그만이니까.’


“여기 신고 서류와 토벌 계획안입니다.”


나는 아임파더가 건넨 서류들을 찬찬히 살폈다.


‘e-hunter 즉석 모임치고는 썩 괜찮네. 딱히 거슬리는 부분도 없고. 꼼꼼하기까지······.’


“좋습니다. 이대로 가시죠. 여기 제 헌터증입니다.”

“네. 인원 추가 등록만 하고 바로······ 어?”


아임파더가 내 헌터 자격증을 보고는 눈을 치켜떴다.


“······1번? 혹시 수석 합격자십니까?”

“수석이라고?”

“미친.”


무미건조하던 팀원들이 수석이라는 말을 듣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수석이라고요? 수석이 왜 이런 하꼬 파티에?”

“······끊어봐. 오빠가 지금 급하게 회의가 잡혀서. 어, 나중에 연락할게.”

“어디, 줘봐. 와······ 진짜네. 진짜 수석이야.”


팀원들의 눈빛이 싹 바뀌었다.

감탄과 동경, 약간의 질투심이 섞인 눈빛.


다소 삐딱하던 자세와 태도가 바로잡혔다.


아임파더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브리핑에 들어갔다.


“돌입 전 마지막으로 포메이션을 점검해 보겠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도 겸해서요.”

“저부터 할게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잡다한 소개를 다 쳐내고 핵심 정보만을 추렸다.


포지션, 그리고 e-hunter 닉네임.


아임파더 팀은 나를 포함해 총 5명, 그 구성은 이러했다.


전위-컬렉터(나), 아임파더, 아톰,

후위-레골라스, 굿맨


‘아임파더는 검사, 아톰은 탱커. 후위직은 나란히 활과 마법인가.’


“오늘은 감이 좋은데? 한번 잘 해봅시다.”


메인 탱커 아톰의 입에서는 옅은 술 냄새가 풍겼다.


“이래 봬도 토벌기록이 진작에 두 자릿수를 넘었지. 나만 믿고 따라오쇼.”

“······하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최전방에 서는 탱커가 리더를 맡는 경우는 허다했다.


탱커가 무너지면 전위 대열이 흐트러지고 후위는 당연히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탱커는 전열의 중심.


앞장서서 막아내는 만큼 완급 조절 또한 그의 몫이었기에, 탱커가 파티를 리드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돌파가 주 전략인 아임파더 팀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런데 탱커도 탱커 나름이다.


이렇게 술에 찌들어 있는 사람에게 진두지휘를 맡기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기량이 조금 떨어지긴 해도 차라리 아임파더가 지시를 내리는 게 좋아 보이지만······ 이미 주도권을 뺏겼군.’


“신 씨는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내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어? 응?”

“아하하······ 맞습니다. 예.”


아임파더는 헤실거리며 웃기만 했다.


그는 행정적인 절차를 도맡고는 있었지만 실질적인 리더는 탱커, 아톰으로 보였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그는 모질지 못하다.


누군가의 멱살을 잡아채서 끌고 갈 만한 위인이 못 된다.


“그럼 들어가 볼까? 컬렉터. 우리 E급 님은 내 옆에 딱 붙어 있으쇼. 내가 하란 대로만 하면 되니까 너무 긴장하진 말고.”


그러나 나는 아니다.


잠자코 끌려가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았다.


‘이런 코딱지만한 파티의 완장에는 관심 없지만 영 미덥지 못해서 말이지.’


츠츠츠츠!


게이트 돌입. 직후 푸르른 신록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숲, 생태형 던전이다.


탱커 아톰이 조금 알딸딸한 목소리로 외쳤다.


“다들 내 뒤로 모여! 우선 상황 파악부터 한 다음에······.”


상황 파악은 무슨.

보자마자 견적이 나왔어야지.


스릉!


나는 바스타드 소드를 빼 들고 즉시 근처의 수풀로 뛰어들었다.


“야! E급! 귀 먹었어?”


안 먹었다.


안 먹었으니 들을 수 있지 않았겠나.


케륵!


수풀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고블린의 숨소리를.


켁?


촤악!


일검에 목을 날렸다. 잘린 목이 데구르르 굴러 파티원들 사이로 도착했다.


“······.”

“······.”

“······.”


다들 합죽이라도 된 것처럼 입을 닫았다.


“척후가 있었습니다. 돌입지점에 척후라, 하마터면 이놈이 난리를 피워 귀찮아질 뻔했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척하면 척이죠.”


나는 아임파더에게 웃어준 뒤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보셨다시피 제가 귀가 좀 밝습니다. 눈도 좋고, 마력 감지도 꽤 하는 편이죠.”


탱커 아톰이 성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엄연히······.”

“빨리, 안전하게 토벌하면 장땡 아닙니까?”

“뭐?”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따라오시죠.”

“미친! 여기가 씨발, 무슨 놀이터인 줄 알아. 나랑 지금 장난······.”


펑!


나는 땅을 딛고 날듯이 반대편 수풀로 도약했다.


촤아악!

켁!


바스타드 소드 끝으로 고블린이 꼬치처럼 꿰어 있었다.


“알고 계시겠지만 고블린 척후는 보통 두 마리에서 세 마리가 함께 움직이죠.”


촥!


나는 바스타드 소드를 회수하며 핏물과 뇌수를 털어냈다.


“여긴 두 마리밖에 없더군요. 다행입니다. 고함을 질러도 들을 놈이 없으니 망정이지.”

“······.”

“앞으로는 헌터 공용 수신호로 언질을 드리겠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죠?”


쇼 앤 프루브.


성과로 증명하자 팀원들이 저절로 따라붙었다.


“에이, 씨발. 어린놈이 건방지게. 핏덩이 새끼가······ 내가 누군 줄 알고······.”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는 아톰은 가뿐하게 무시했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수신호, 대기.


촤아악!


수신호, 전방에 셋.

대기할 것.


촤아악!


우리는 가다가 서기를 반복하며 던전을 주파했다.


나는 팀원들이 나서기도 전에 고블린들을 전부 베어 넘겼다.


“저희야 편해서 좋긴 한데, 이래도 괜찮습니까?”

“뭐가요?”


아임파더는 걱정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아무리 E급이라도 해도 너무 오버 페이스 아닙니까? 슬슬 숨 좀 돌리시죠. 휴식하시는 동안 따로 던전 코어를 찾아보겠습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네?”

“고작 이 정도로는 힘쓴 것 같지도 않고, 던전 코어는······ 바로 코앞이거든요.”

“무슨······.”

“이쪽으로, 부지런히 가면 한 10분쯤 걸리겠네요.”


나는 손가락으로 전방을 가리키며 싱긋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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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선물(2) 24.05.27 21 2 13쪽
9 선물(1) 24.05.24 28 1 13쪽
8 헌터 자격시험(3) 24.05.23 34 4 13쪽
7 헌터 자격시험(2) 24.05.22 38 4 13쪽
6 헌터 자격시험(1) 24.05.21 39 3 13쪽
5 수집 시작(2) 24.05.20 42 3 12쪽
4 수집 시작(1) 24.05.17 44 3 13쪽
3 서든 게이트 토벌 24.05.16 51 6 13쪽
2 각성자 등록 24.05.15 57 6 12쪽
1 재도전 24.05.14 77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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