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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도감 채우는 회귀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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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은빛유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4 17:59
최근연재일 :
2024.05.28 19: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38
추천수 :
38
글자수 :
64,151

작성
24.05.16 19:20
조회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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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3쪽

서든 게이트 토벌

DUMMY

경기 외곽, 양평.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한 시간 가까이 걸은 뒤에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성진기공>


간판에는 녹이 잔뜩 슬어있었다.


커다란 철문에는 굵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는데 그 또한 녹슬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꽤 두꺼운걸.’


마력을 사용하기에는 이르다.


무려 마력 수치 9에 달하는 나다.


신체 강화와 마력 방출을 단 한 번도 낭비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렇기에 나는 옆의 무너져내리는 담벼락을 기어 올라갔다.


덮어 눌러쓴 후드.

큼직한 배낭.

그리고 기다란 물건이 든 천주머니까지.


목격자가 즉시 경찰을 불러도 할 말이 없는 행동과 복장이다.


‘인적이 드물어서 다행이야.’


공장 부지는 꽤 넓었다.


나는 부지를 가로질러 붉게 녹슬어가는 슬레이트 지붕 아래로 들어갔다.


스러져 가는 건물에도 무슨 사연이 있을 테지만 이유는 아무래도 좋았다.


세상에는 때로, 이유가 아무래도 좋을 일들이 있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일들.

고민해봐야 결론이 나오지 않는 일들처럼.


내가 이곳에 온 것은 그런 우연의 산물 때문이다.


서든 게이트.


전조 없이 우연히 생성되는 게이트를 인류는 그렇게 불렀다.


게이트의 생성 원리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인류에게 서든 게이트는 자연재해와도 같았다.


서든 게이트는 통상적인 게이트와 달리 예측해서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나처럼 미리 알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직은 잠잠하다.’


시간이 조금 남은 것일까.


스르륵.


나는 복장을 점검하며 천 주머니를 끌렀다.


염가 구매한 싸구려 검이 손에 착 달라붙었다.


‘슬슬 길이 들 때가 됐지. 마력의 흐름도 문제없고, 좋아······.’


나는 폐공장 한쪽에 자리 잡은 채 하염없이 때를 기다렸다.


허름한 손목시계 기준으로 두 시간쯤 지나자.


파직!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돌연 스파크가 튀었다.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즉시 자세를 잡았다.


파직!

파지직!


한 줄기.

두 줄기.

세 줄기.


스파크가 늘어난다.


푸른 스파크는 사라지지 않고, 서로 엮이며 모여들었다.


마치 그물과도 같은 형상.


파지지지지직!


그물이 점차 넓어지며 공간을, 일대를 집어삼킨다.


“······온다.”


나는 피하는 대신 전신의 감각을 끌어올렸다.


쉬이이이익!


기이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진다 싶더니 나는 웬 숲속에 도착해 있었다.


사방을 둘러싼 식생은 지구에서 보던 그것과는 상당히 달랐고.


케륵!


저 멀리서, 헛기침 소리 같은 울음이 들려왔다.


눅진한 마력의 밀도.

그 밀도는 폐공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농밀하다.


추정치 D급에 상당하는 던전.


스릉!


나는 검을 빼 들고 숲의 심부로 향했다.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


헌터 제도가 정착한 뒤 많은 법정 공방이 오갔다.


그중 가장 치열했던 것은 역시 게이트의 소유권 문제였다.


게이트는 전대미문의 재앙임과 동시에 그 이상의 재화를 쏟아내는 보물창고였기 때문이다.


기존의 사법체계로는 그 소유권을 정하는 데 한계가 뚜렷했기에 정부, 협회, 길드, 대기업은 각축을 벌인 끝에 하나의 대원칙을 만들어냈다.


게이트 부산물의 소유권은 토벌 주체가 전부 갖는다.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공개 입찰을 하지만······ 서든 게이트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


서든 게이트는 그 특성상 사전 입찰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열린 게이트를 앞에 두고 누가 처리할지 갑론을박을 벌이는 것도 이상한 노릇.


하여 서든 게이트는 그게 누구든, 먼저 먹는 놈이 임자다.


다시 말해.


일대의 헌터들이 전부 이곳으로 몰려들 것이다.


‘던전은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다. 몬스터뿐만 아니라 인간끼리도.’


홀로 토벌한다 해도 부산물을 지켜낼 힘과 영향력이 없다면 눈 뜨고 코 베이는 게 이쪽 업계다.


‘아직 헌터조차 못 된 F급 각성자는 말할 필요도 없지.’


노리는 물건을 챙겨서, 최대한 빨리 게이트를 닫아야 한다.


타임 리미트는 대략 30분 정도.


이보다 더 지체되면 다른 헌터들이 도착할 공산이 컸다.


파앗!


여유를 부릴 생각은 없다.


나는 ‘신체 강화’를 사용해 다리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강화의 공능을 가진 마력이 뼈와 근육을 보강한다.


마력 수치는 불과 9밖에 되지 않지만 정교한 컨트롤이 더해지면 이것만으로도 웬만한 금메달리스트의 신체 능력을 상회 한다.


정면승부는 무리였지만 속전속결이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숲을 주파한 지 5분 정도 지났을 무렵. 전방에 초록 피부의 소인들이 보였다.


케르륵!

케륵!


놈들은 헛기침 같은 울음을 주고받으며 각자 곤봉과 날붙이를 휘적거리고 있었다.


케르르륵?


놈들과 눈이 마주쳤다.


고블린.

몬스터 중 최약체 종족으로 손꼽히는 녀석들이다.


개별 능력치는 전부 바닥을 기지만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다. 놈들의 진가는 무리 사냥에서 드러난다.


지금처럼 10마리가량 모여 있으면 웬만한 F급 헌터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너무 방심한다거나, 기습을 허용한다는 등의 악재가 겹치면 D급 헌터도 죽일 수 있는 게 바로 고블린들이었다.


‘물론 썰어버리는 건 일도 아니지만.’


놈들을 일일이 상대해줄 필요는 없다.


케륵!


고블린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땅을 박찬 후였다.


펑!


내 몸이 훌쩍 치솟으며 놈들을 뛰어넘었다.


마력 방출.


신체 강화와 더불어 헌터들이 가장 먼저 습득하는 양대 스킬이다.


널리 알려진 사용법은 마력을 쏘아내 공격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그 위력은 다른 공격 스킬보다 훨씬 떨어진다.


가성비가 썩 좋지 않다는 소리다.


하지만 이렇게 체술과 병용해서 사용하면 순간적으로 기동력이 올라가는 장점도 있다.


경험 많은 헌터는 이런 식으로 마력 방출을 사용하곤 했다.


‘한 번. 남은 건 다섯 번 정도다. 마지막까지 생각하면 상한선은 세 번 정도겠지.’


기억에 따르면 조금만 더 들어가면 게이트의 핵이 나온다.


몬스터는 본능적으로 게이트의 핵, 코어를 지키게 설계되어 있다.


즉 코어에 접근할수록 몬스터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는 뜻이다.


펑!


펑!


나는 두 무리의 고블린을 더 지나친 다음에야 게이트의 최심부에 도착했다.


숲속의 외딴 공터. 원시적인 형태의 집이 사방에 널려있다.


여긴 고블린의 집락이었다.


케르르륵!


놈들이 뜻 모를 울음을 내지르며 한데 뭉쳤다.


크륵! 크르르륵!


다른 놈들보다 덩치가 좀 더 크고, 괜찮은 상태의 무기를 지닌 놈들이 눈에 띄었다.


고블린 전사.


고블린 중에서는 끗발깨나 있는 개체들이다.


그리고 고블린 전사들이 둘러싸고 있는 놈이야말로 이 게이트의 주인.


케르르르륵!


보스, 고블린 주술사다.


고블린 주술사 뒤편으로 옅은 보랏빛 광채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코어.’


저것을 깨뜨리면 던전이 소멸하고 게이트가 닫힌다. 이젠 물건을 찾아서 나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케르그!


고블린 주술사가 흉성을 터뜨리자 고블린들이 화답하듯 고함을 질렀다.


케르그!

케르그!

케르그!


합창에 숲이 떠나가라 울렸다.


이는 명령이자 부름이었다.


케르그!

케르그!


측면과 후방에서도 함성이 들려왔다.


현재 집락에서 남아 있는 놈들은 물경 백 마리.


소리만으로 유추해보건대 그와 비슷한 숫자의 무리가 집락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총 300마리 이상. 서둘러야겠어.’


케르그!


나는 코어를 지키고 선 고블린들을 무시한 채 곧장 가장 가까운 움막으로 향했다.


케륵?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움막은 대단히 허술했다. 이 정도라면 검을 쓸 필요도 없다.


축구공을 걷어차듯 벽면을 발로 후렸다.


쾅!


케르그!


고블린 중 한 마리가 구슬픈 울음을 쏟아냈다.


***


쾅! 쾅! 쾅!


멍청하게 생긴 그릇, 멍청하게 생긴 항아리, 그리고 멍청하게 생긴 수납장······.


손으로, 발로, 검신으로 놈들의 세간을 보이는 족족 박살 냈다.


잔해 속에서 찾던 물건은 나오지 않았다.


기껏해야 조악한 장비들, 놈들이 쓰는 아티팩트가 전부였다.


“다음.”


쾅!


나갈 때도 곱게 나가지 않았다.


쾅!


그리고 다시 발길질을 통해 다른 집으로 들어갔다.


던전 내부의 마력 밀도 때문에 옅은 마력을 포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물며 이런 난전 속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깨부수는 게 최선이었다.


나는 한 명의 용역 깡패가 될 수밖에 없었다.


케르그!

케르그!


다음 집으로 향할수록 고블린들의 머릿수가 점점 늘어났다.


집락 밖으로 나갔던 고블린들이 빠른 속도로 합류하고 있었다.


케르르륵!


콰직!

콰지직!


머릿수가 불어난 만큼 공격성 또한 증가한다. 놈들은 내게 점점 따라붙다가 제집을 깨부수고 들이닥치기에 이르렀다.


집을 개박살 내던 중 돌연 한쪽 벽면이 허물어졌다.


케에엑!


고블린 전사가 내 검보다 조금 못한 수준의 검을 위협적으로 찔러들어왔다.


‘······위험.’


서걱!


잘린 머리카락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콰직!


나는 세간을 마저 박살 내며 다음 집으로 향했다.


‘어디냐.’


그것은 분명히 이 던전에서 발견되었다고 했다.


쾅! 쾅! 쾅!


저품질의 마정석과 쓰레기 같은 아티팩트들 사이에서.


쾅! 쾅!


유일하게 쓸 만한 것으로 여겨져 한 길드의 수집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쾅! 쾅! 쾅!


그러나 곧 별다른 기능이 없다고 판단되어 어느 헌터에게 판매되었고, 그 헌터가 팔아치워 어느 수집가의 손에 들어갔다.


그 수집가가 죽고 가족들이 그의 수집품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거래소에 잠깐 맡겨졌다가 이윽고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쾅!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내 소유가 되었다.


내 전용 아티팩트.

전지의 도감.


“······찾았다.”


유독 커다란 집을 뒤엎다가 마침내 녀석을 찾아냈다.


케르그그!


고블린 주술사가 분통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긴 주술사의 집이었던 걸까.

그래도 보스답게 물건 보는 눈은 있는 모양이다.


촤르륵!


도감은 당연하게도 텅 비어 있었다.


이 상태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특정 물건을 채워 넣어야 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케륵!


도망칠 이유가 없다.


나는 고블린 전사 한 마리의 목에 염가 구매한 검을 쑤셔 넣었다.


콰직!

끄윽.


고블린 전사가 숨을 깔딱거리며 쓰러졌다.


날이 워낙 무딘 탓에 피부를 뚫다 말고 궤도가 뒤틀렸다.


‘심각하긴 하네.’


콰직! 콰직!


나는 검을 두어 번 더 휘둘러 놈을 완전히 끝장냈다.


그러자 줄곧 고대했던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일반 등급 ‘고블린 전사’ 카드를 획득했습니다.]


빛무리와 함께 고블린의 사체 위로 카드 하나가 나타났다.


탁!


나는 카드를 낚아채고 곧장 도감에 넣었다. 카드는 미끄러지듯, 도감의 홈 안으로 안착했다.


[일반 등급 ‘고블린 전사’ 카드를 수집했습니다.]


내 특성 ‘수집’은 패시브.


그러나 아티팩트가 더해지면 액티브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전지의 도감의 힘으로 해당 몬스터의 능력 중 일부를 가져오는 것이다.


“수집 활성화.”


[‘고블린 전사’ 카드가 활성화됩니다.]

[힘 수치가 3 증가합니다.]


도감이 내 마력을 대가로 능력치를 증폭시킨다.


일시적인 도핑.


가성비는 신체 강화나 마력 방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마력 방출 한 번에 해당하는 마력으로 몇 분 동안의 도핑이 가능하다.


쾅!


나는 가벼운 발길질만으로 벽을 전부 뜯어낸 뒤 밖으로 나왔다.


서걱!


나온 직후 고블린 하나의 목을 썰었다.


그러자 어김없이 메시지가 떴다.


[일반 등급 ‘고블린’ 카드를 획득했습니다.]


칼은 그대로였지만 칼질은 이전보다 더 수월했다.


움찔.


일격에 목을 날려서인지 고블린들이 잠시 주춤거렸다. 나는 그 틈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카드와 도감을 아무렇게나 배낭에 쑤셔 넣었다.


‘카드도, 도감도 일일이 챙겨야 하니 거추장스럽네.’


해결 방안은 알고 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어쨌든 챙길 것은 거의 다 챙겼으니, 마무리할 시간이었다.


타다닥!


추격전으로 인해 포위망은 굉장히 흐트러져 있었다. 나는 고블린들의 틈바구니를 헤쳐가며 조용히 그들의 보스를 응시했다.


고블린 주술사, 놈이 잔뜩 성이 난 채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화르륵!


놈의 지팡이 끝에서 불덩이가 만들어졌다.


케루!


고블린 전사와 다른 고블린들이 황급히 물러섰다. 나를 구워버릴 생각인 것 같지만 어쩌나.


저건 악수다. 놈은 부하들로 고기 방패를 세웠어야 했다.


펑!

펑!


나는 아껴놓았던 마력을 전부 다리에 때려 박았다.


한걸음에 수십 마리를, 또 한걸음에 수십 마리를 뛰어넘는다.


케······.


고블린 주술사가 아차 싶은 표정을 짓지만 늦었다. 화염구는 아직 예열 중이었다.


서걱!


날아가는 기세를 살려 주술사의 목을 떨어트렸다.


탁.


한 손으로 놈의 지팡이를 챙기고 다른 한 손의 검으로, 전력으로 코어를 내리쳤다.


깡!

쨍그랑!


나풀거리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카드는, 입에 물었다.


[일반 등급 ‘고블린 주술사’ 카드를 획득했습니다.]


츠츠츠츠츠!


시야가 일렁이며 변화한다.


손목시계의 분침은 아주 조금 움직였을 뿐이다.


19분.


서든 게이트 토벌 사상 유례없는 대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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