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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도감 채우는 회귀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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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은빛유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14 17:59
최근연재일 :
2024.05.28 19:2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47
추천수 :
38
글자수 :
64,151

작성
24.05.22 19:20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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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헌터 자격시험(2)

DUMMY

2차 시험 종료 후, 응시자들에겐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죽는 줄 알았네, 진짜.”

“차라리 1차 시험을 한 번 더 치르고 말지. 괜히 악명 높은 게 아니었어.”


응시자들은 푸념과 함께 저마다 개인정비 시간을 가졌다.


“후우우.”


누군가는 제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한편.


“어우.”


누군가는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이제 시험도 막바진가.’


나는 몸도 마음도 만전에 가까웠기에 적당히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텅!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근처 벤치에 앉았다.


꿀꺽.


“하.”


이온 음료, 새큼한 맛이 일품이다.

가뜩이나 쌩쌩하던 몸에 더욱 힘이 샘솟는다.


‘역시 능력치는 올리고 볼 일이야. 피곤하기는커녕 움직인 것 같지도 않으니. 이 정도 컨디션이면 3차 시험도 너끈하겠어.’


3차 시험은 실전을 상정한 헌터 자격시험의 대미, 모의 토벌이다.


응시자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킬과 특성을 비롯해 마력의 사용을 허가받는다.


보급형 아티팩트 한 종류를 골라 지참한 뒤 홀로 던전 토벌에 나서는 것이다.


‘당연히 실제로 들어가는 건 아니다. 윤리적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으니까. 2차 시험과 비슷한, 말하자면 증강 현실 쪽에 가깝지.’


현대 기술로 재현한 유사 던전.

랭크는 F급 던전 평균치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


3차 시험의 심사 기준은 2차 시험과 비슷하다.


이 유사 던전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


그리고 이에 더해 몬스터를 얼마나 더 많이 토벌하고, 더 적절히 대처했느냐를 점수화해 채점한다.


‘토벌률 20% 정도가 상위권, 30%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고 수석쯤 되려면······ 무조건 절반은 넘겨야 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에 불과했다.


지역마다, 그리고 기수마다 기록은 들쭉날쭉하게 변했다.


‘당장 우리 기수만 해도 완전 토벌을 넘볼 수 있는 사람이 두 명은 있으니까.’


물론 나는 이 두 명에 들어가지 않는다.


회귀 후 이미 D급 하나를 비롯해 E급 던전도 3개나 클리어한 나다.


완전 토벌이 아니라 아티팩트와 컬렉션을 위한 스피드런에 가까웠지만, 지금이라면 완전 토벌도 무난히 가능한 수준.


‘F급 던전쯤이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음료수를 들이켜는데 누군가가 내게로 다가왔다.


“이봐.”


완전 토벌의 가능성을 내비친 두 명 중 한 명, 도도한 안경잡이였다.


안경잡이는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너, 뭐 하는 놈이냐?”


아까 먼빛으로 보았을 때와는 표정이 확연히 달랐다.


여유는 사라지고 살기가 번들거린다.

단단히 배알이 꼴린 듯한 얼굴이었다.


‘갑자기 왜······ 아.’


짚이는 바가 있었다.


이 남자, 1차 시험 때는 나 다음으로 결승선에 통과했고 2차 시험 때는 다른 한 명, 어린 여자와 간발의 차이로 쓰러졌다.


1차 시험 2등, 2차 시험 3등.


굉장히 준수한 성적이지만 차석이라면 몰라도, 수석을 노리기에는 조금 아쉬운 응시자였다.


“박유진이다.”

“박유진?”

“환희 길드 박유진, 몰라? 환희 길드 인턴 자체 평가에서 전부 1등을 차지한 대형 루키잖아.”


제법 유명하기는 한 모양.

그러나 내 기억에는 박유진이라는 이름이 없다.


굵직한 사건은 물론 계획에 있어 변수가 될 만한 자들의 신상명세를 전부 긁어모았지만 그중 박유진의 이름과 얼굴은 존재하지 않았다.


즉, 그다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환희 길드라······ 잘 어울리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경 너머 뱀 눈깔이 움찔, 떨렸다.


“무슨 뜻이지?”

“초면에 말을 찍찍 놓는 것도 그렇고, 굳이 으악 주러 행차하신 거도 그렇고······ 너희 길드 이미지랑 잘 어울린다고.”

“이 새끼······.”

“저렴한 양아치 근성, 이제 버릴 때도 되지 않았나?”


사람들이 헛숨을 들이켜며 웅성거렸다.


하지만 나는 팩트만 말했다.


환희 길드의 전신은 환락의 밤 길드.


지금에야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환락의 밤 길드의 근간은 수원에서도 유명한 조직 폭력배에 있었다.


‘각성은 남녀노소는 물론 직업도 가리지 않으니까.’


수원 환락파는 각성자들을 대거 포섭해 수원의 유흥가를 장악, 그 자금력을 바탕으로 몸집을 불려 게이트 산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현재의 환희 길드다.


번듯한 법인에 멋들어진 사옥, 풍족한 지원과 정형화된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그 본성이 어디 갈 리 있나.


길드 자체의 행보는 물론이고 이런 새끼 조직원의 행동거지만 봐도 이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나는 솔직담백하게 그 점을 언급한 것이다.


박유진이 눈의 흰자를 번뜩이며 말했다.


“216번. 뒷배가 누군지는 몰라도 네 번호, 기억했다. 나대지 마라. 평생 후회하면서 살고 싶지 않으면.”

“뒷배는 무슨. 헌터가 어디 뒷배 믿고 싸우나. 요새 깡패들 참 성실해? 응? 자격증도 열심히, 게다가 수석으로 따려고 이렇게 노력하는데······ 안 됐어.”


나는 놈의 눈을 노려보며 분명하게 말했다.


“수석은 내가 가져간다. 차석으로 만족해라.”

“미친놈. 끝까지······.”


다들 지켜보고만 있는데 한 여자가 우리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만하시죠. 쪽팔리게 뭐 하는 짓입니까.”


나머지 한 명.

앳된 여자였다.


“신하림.”


박유진이 으르렁거리며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말했다.


“216번, 당신도 그쯤 해두세요. 괜한 분란을 조장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신하림, 또 다른 유력 차석 후보 또한 내게 얼마간의 적의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말투에 묘하게 가시가 돋쳐 있었다.


“당신도 대형 길드 소속입니까?”

“AR. 일단은, 인턴입니다.”

“AR이라······.”

AR.

풀네임은 ALL-ROUNDER 길드.


대한민국의 대형 길드는 크게 ‘3강 5중’으로 구성되어 있다.


AR은 환희 길드와 더불어 ‘5중’에 속해 있는 대형 길드였다.


‘모토는 이름처럼 다재다능, 그리고 전천후. 웬만한 던전 유형에 능동적으로 대처 가능한, 가장 밸런스가 좋은 길드다.’


AR의 최소 공략팀은 3인 1조.


전위, 후위, 보조 계열 헌터를 조합한 AR 길드만의 독창적인 편제다.


AR 길드는 이 조 여러 개를 조합하고 배치함으로써 공략 능률을 끌어올린다.


‘환희 길드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AR도 풍문이 그리 좋진 않아.’


서로 끈끈하고 단합이 잘 되는 만큼 폐쇄적이다. 대형 길드 특유의 선민의식과 맞물려 AR은 굉장히 배타적인 조직 문화를 갖고 있었다.


중재에 나선 것도 상대적 약자인-겉보기에- 나를 구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박유진과 싸잡아서 매도당하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대형 길드의 숙명.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그녀도 꽤 유명한 루키인 것 같았으니까.


‘이래서 대형 길드 놈들은······.’


박유진도 신하림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들끼리 해쳐 먹으며 위화감을 조성하는 모습은 현대 헌터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했다.


세계가 멸망한 것은 이들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대형 길드들끼리의 이권 다툼이 심화 되지 않았다면.


그들이 마지막까지 무의미한 눈치싸움만 반복하지 않고,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면.


흑색 게이트에 그다지도 무력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터였다.


“10분 뒤, 3차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응시자 여러분께서는 운동장 뒤편의 대강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일촉즉발의 상황.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자 박유진과 신하림이 훌쩍 떠나갔다.


“216번.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대지 마라. 나는 분명 경고했다.”

“쯧. 수준 떨어지긴······.”

“······좋아.”


원래 수석을 차지하려 했지만 계획이 조금 바뀌었다.


그들과는 곧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여기처럼 조악한 간이 무대가 아니라 메인 스테이지, 신인 드래프트에서.


어차피 밟아놓을 거라면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려주겠다.


너희의 알량한 우위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나와 너희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를.


‘조금 진심으로 해볼까.’


꿀꺽.


남은 음료수를 한입에 털어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콰지직.


손에 힘을 조금 준 것만으로도 캔이 엉망으로 구겨졌다.


콰지지지직.


힘을 더 주자 캔이 점점 쪼그라들었다.


콰직.


“······.”


이윽고 작은 공처럼 변한 캔을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텅!


***


3차 시험은 대강당에서 조별로 진행된다.


한 개 조에 50명.


50명은 무기를 고른 뒤 개인 부스로 들어간다.


“1조,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우우웅!


부스에 설치된 아티팩트가 작동하며 응시자들은 유사 던전으로 진입한다. 감독관들은 대강당 한쪽에 마련된 모니터실에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번 부스, 31번 응시자 시험 종료. 허용치 이상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2번 부스, 몬스터 2기 격파. 50번 응시자, 계속 진행합니다.”

“3번 부스······.”


총감독 도정민은 모든 진행 상황을 살피며 적절한 지시를 내렸다.


“5번 부스, 영상 확대해주세요.”

“네.”

“수치는 아슬아슬한데 손발이 간헐적으로 떨리네요. 2차 시험의 영향이 남아 있는 거 같은데······.”

“속행할까요?”

“아뇨, 끊어주십시오. 더 진행하면 위험할 거 같습니다.”

“네. 5번 부스, 72번 응시자 시험 종료.”


‘파릇파릇하니, 좋네.’


역시 출장을 나오길 잘했다.


도정민은 모처럼 실전의 냄새를 맡고 적잖이 흥분해 있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서류, 그리고 숫자 싸움과 달리 이곳에서는 진짜 싸움을 구경할 수 있었다.


‘비록 모의 토벌이지만 이게 어디야.’


약간의, 아니 꽤 심한 스트레스를 대가로 봉급이 따박따박 나온다.


목숨이 위협받을 일도 없을뿐더러 노후에 연금도 나오니 팔자에도 없던 공무원 생활도 꽤 만족스럽긴 하지만.


이렇게도 마음이 들뜨는 것을 보면 그는 현장 체질, 천생 헌터였다.


2조, 다음 3조.

마침내 그가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4조,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4조는 오늘의 메인 디쉬다.


도정민은 총감독의 권한으로 그가 눈여겨본 응시자들을 전부 한 조로 몰아넣었다.


박유진, 25세, 101번 응시자.

환희 길드 인턴.

B급 각성자.


신하림, 23세, 389번 응시자.

AR 길드 인턴.

마찬가지로 B급 각성자.


‘그리고 29세, F급 김진택까지.’


이 세 명은 수백에 달하는 응시자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수석 합격 후보들이었다.


‘가장 흥미로운 건 김진택이다. 육체 기교와 강도는 최상, 정신력도 경악스러울 수준이야. 개인적으로는 김진택이 수석 합격을 했으면 좋겠지만······.’


도정민은 김진택이 잘해봐야 차석이 최선일 거라 확신했다.


한때 B급 헌터의 냉철한 판단이었다.


‘1차와 2차라면 몰라도 3차는 어려울 테지. 모의 토벌,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각성 후 한 달 반 남짓.


김진택은 자신의 특성을 연마하며, 또한 익숙해졌을 것이다.


그만한 기간에 이렇게 기량을 끌어올렸으니 소위 천재라고 부르는 부류에 가까울 테지만.


아쉽게도 상대가 너무 나빴다.


‘박유진과 신하림은 각성한 지 5년이 훌쩍 넘었어. 심지어 박유진은 6년 차, 학생 때부터 자신의 특성을 갈고 닦았다.’


여기에 두 사람은 대형 길드의 인턴 출신이다.


빡센 인턴 커리큘럼을 생각하면 던전에 대한 이해도가 하늘과 땅만큼 차이난다고 봐도 좋으리라.


‘김진택의 최선은 몇 번의 짐꾼 정도였겠지만, 두 사람은 그런 수준이 아니야. 모의 전투는 물론 이런 모의 토벌도 밥 먹듯 했을 테고, 실전 경험도 꽤 쌓여 있겠지. 길드 자체의 노하우와 멘토들의 조언까지 더해지면······.’


그러나 앞선 시험을 전부 1등으로 마무리했기에 그나마 가능성이 있었다.


‘못해도 5등 안에는 들어야 해. 어렵겠지만 그 방법뿐이다. 그렇게 차석이라도 확보하면 드래프트 때는 꽤 편해질 거야.’


끝내 벽에 가로막히기는 했지만 그 또한 김진택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간 몸이기에 유난히 김진택에게 마음이 쏠렸다.


도정민은 다른 화면도 힐끔거리는 척하면서 김진택의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파바박!


시작과 동시에 폭발적으로 가속하는 김진택. 여전히 신체 능력만큼은 발군이었다.


‘다시 봐도 멋지군. 그나저나 바스타드 소드라. 바스타드 소드는 다른 검에 비해 손잡이가 긴 편이다. 애매하지만······ 유용하지. 숙달되면 괜찮지만 초심자가 쓰기에는······.’


그러나 도정민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뭔.”


모니터링하던 도정민이 눈을 부릅떴다.


“총감독님?”

“크흠.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계속 진행하십시오.”


‘말도 안 돼.’


아니었다.

둘 다.


김진택은 던전의 초짜도 아니었고.

또 검의 초짜도 아니었다.


화면 속의 김진택이, 온몸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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