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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새벽너울

겁쟁이 형사에게 귀신들이 몰려온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방탱
작품등록일 :
2024.03.28 15:35
최근연재일 :
2024.05.29 08:25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8,724
추천수 :
610
글자수 :
250,851

작성
24.04.22 08:25
조회
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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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1쪽

용의자를 찾아라.

DUMMY

"너 얼굴이 왜 그모양이냐?"


출근하자 내 얼굴을 보고 희민 선배가 처음 한 말이다.


"잠을 못잤어요."

"왜. 어제도 귀신들 왔냐?"


희민 선배는 귓속말로 내게 속삭였다.


"이번엔 개 귀신이라 밤새 짖어서..."

"개?"


희민 선배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개~나리가 피었나?"

"왜 아주 귀신 보는 형사라고 소문을 내지 그러세요."

"미안. 그래서 개 귀신 일은 해결됐어?"

"대충? 오늘 퇴근하면 이제 끝이죠."

"퇴근은 무슨 퇴근"


우리의 대화에 갑자기 반장님이 끼어들었다.


"네?"

"퇴근은 무슨 퇴근이라뇨?"

"2팀에서 하는 사건 알지?"

"택시 강도 살인사건이요?"

"응. 거기 너희팀도 같이 합류하기로 했어. 어제 사건 하나가 더 일어났거든."

"그럼 연쇄예요 또?"


나와 희민 선배는 연쇄 사건이라면 지긋지긋했다.


"일단은 범행 방법이 똑같다니까."

"근데 저희는 왜요."

"왜요오?"


반장님은 까라면 까야지 왜라고 묻느냐 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인력이 부족하니까 그렇지? 아무튼 성훈이한테 수사기록 받아서 같이 움직여."


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성훈을 바라 보았다.


"우리팀끼리 할 수 있어요 반장님."

"알지. 그런데 시간이 문제야 시간이. 빨리 잡아야 할거 아니야. 오늘도 보니까 뉴스 곳곳에서 메인으로 다루던데. 이러면 욕먹는건 우리야. 빨리 못잡아서 그렇다는 둥, 경찰들 직무 유기라는 둥. 잔말말고 전부 다 이 사건에 붙어."

"하."


김성훈이 좋아할 리가 없지. 만약에라도 나나 희민 선배가 범인을 잡거나 어떠한 단서를 찾기만 해도 그야말로 낭패니까.


"한 달이야. 한달안에 범인 잡아내. 한달이란건 맥시멈으로 주는거니까."


반장은 이에 낀 고춧가루를 빼내듯 혀로 이를 한 번 쑥 훑고는 우리 앞을 지나갔다.


"김성훈. 사건 기록지 줘봐."


희민 선배의 말에 김성훈은 마지 못해 주는 듯 표정을 구기며 서류를 건네었다.

김성훈의 손은 희민 선배에게로 향했지만 눈은 내게로 향하고 있었다. 니가 왜 끼어드냐 이런 표정?


"자세한 건 이따 회의할 때 설명드릴게요."

"그래. 잘해보자. 그나저나 아리는 어디갔어?"


아 그러고보니 그때 이후로 아리씨를 못봤네.


"민아리 아버님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있어."

"아버님이요?"


나와 희민 선배는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아무리 온지 얼마 안된 신입 후배지만 너무 신경을 안썼구나 싶은 마음이었다.


"응. 간호할 사람이 아리밖에 없어서 며칠 휴가 낼 수 있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어. 괜찮지?"

"그럼요. 반장님이 어쩐일로 따뜻... 아니. 반장님 따듯하시네요."


반장은 나를 노려보았지만 더이상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저 차가운 양반이 어쩐 일이래. 혹시 많이 심각하신가. 이따 전화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택시 강도 살인사건에 대한 전체 회의가 시작되었다. 팀이 합해졌기 때문에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나누는 브리핑이었다. 그런데 아직 용의자를 특정하지도 못한 사건이었다.


"택시 강도의 목적은 돈이었습니다. 사망한 택시 기사 두 명의 지갑이 사라졌고 차 내의 현금이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동전까지도요. 첫번째 피해자는 뒷좌석에서 목을 조른 흔적이 있었고 두번째 피해자는 시신 훼손이 심해 부검 중입니다."

"피해액은 어느 정도인가?"

"첫 번째 택시의 경우 현금이 거의 없었던 걸로 파악됩니다. 요즘은 대부분 카드 결제를 하니 현금이 많이 없었겠죠. 그리고 두번째 택시에서도 마찬가지고요. 동전까지 싹다 쓸어간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아니 이 멍청한 놈들이 요즘 누가 현금내고 택시탄다고 쓸데없이 택시 강도짓을 하냐. 나참."


피해를 당한 택시들의 동선을 따라 cctv 장면이 나왔다. 검은 모자에 마스크, 그리고 빨간 운동화를 착용했고 장갑을 끼고 있었다. 장갑을 확대해 분석한 결과 주로 등산할 때 착용하는 장갑으로 밝혀졌다.

각각 다른 위치이지만 인적 드문 저수지가 살해 현장이라는 것은 동일했다.


"특정된 범인의 지문은 그럼 나오지 않았겠네."

"네 없습니다. 그리고 택시가 저수지 방향으로 간 것까지 cctv에 포착되었지만 저수지는 cctv가 없기 때문에 그 후의 기록은 알 수 없습니다. 범인이 도보로 내려와 차를 타고 갔는지 미리 차를 준비해 두었다가 도주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저수지로 향하는 길에 있는 cctv는 저수지와는 꽤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느 차 하나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인상착의는?"

"키는 178정도. 조금 마른 체형의 남자입니다. 두번째 일어난 사건도 같은 범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불에 탄 택시를 감식한 결과 안에서 얇은 철 와이어가 발견됐습니다. 처음 살해당한 택시기사의 목에 남은 흔적과 대조해 본 결과 비슷한 재질이란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거 너무 증거가 없는거 아닌가."

"택시에 타기 전 범인의 행적을 cctv로 확인해봤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중간중간 옷을 갈아입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딱히 잡은 정황은 없고?"

"네.. 아직 없습니다."


브리핑장은 조용했다. 이런 범죄는 간혹 미제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첫번째 택시기사의 손에서 머리카락 몇 가닥이 발견됐습니다. 아무래도 저항하다 손에 쥐게 된 것 같습니다."

"DNA결과는?"

"현재 출소한 동종 전과의 사람들과는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흠. 그거라도 나와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자. 일단 2팀까지 합류했으니 수사에 속력을 내보자고."


반장의 마지막 한마디로 아무 이득 없이 브리핑은 끝이 났다. 나와 희민 선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합류된 사건이지만 특정 용의자도 없고 메모 하려고 들고 온 수첩이 민망할 정도였다. 회의실을 빠져나오자 희민 선배는 대뜸 저수지로 가보자고 했다.


"왜요?"

"혹시 귀신이 아직 거기 있을지도 모르잖아."

"선배. 우리 과학 수사 좀 합시다 제발."

"귀신도 과학이야. 몰랐어?"


희민 선배는 내 뒤통수를 탁 치고는 앞장서 갔다. 물론 내가 가서 귀신을 만날 수 있다면 쉽게 범인을 잡겠지만 자꾸 이런 방법으로 잡는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귀신들의 한 풀어주고 나는 사건 해결하고 상부상조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시 했다.


"선배. 그럼 가봐요 저수지."


내가 희민 선배를 부르자 앞서 가던 성훈이 뒤돌아봤다. 아무래도 우리가 뭐라도 할까봐 계속 신경쓰이는 모양이었다.


"자꾸 그렇게 뾰족하게 보지마. 혹시 단서라도 찾아내면 내가 꼭 너한테 먼저 알려줄테니까."

"풉. 됐어요. 우리팀끼리로도 충분하니까."


더 이상 말해봐야 뭐.


" 아 선배. 가기 전에 집에 잠시만 들렀다 가요."

"어디 우리집?"

"아니 우리집!"


#


아무래도 수사가 길어지면 집에 들어오기 힘들것 같다고 생각했다. 희민 선배가 차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집으로 올라갔다. 호식이와 앵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안가?"

"아직. 급히 들어오는 거 같은데 무슨 일 있는겐가."

"내가 하루 이틀 못들어 올지도 몰라서. 백구 아저씨한테 맡기려고."

"응? 지금 갑자기?"

"이런게 자연스러운거야. 따라와."


나는 바닥에서 킁킁거리고 있는 백구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윗윗층으로 올라갔다.


띵동.


초인종을 눌렀지만 안에서는 아무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띵동띵동.


연거푸 두 번을 누르자 누구세요 라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저 재혁입니다."

"어쩐일로."


아저씨는 현관문을 열었다. 오늘도 술을 드셨는지 문을 열자마자 술 냄새가 확 풍겨져 나왔다. 아저씨는 자다 일어난 모양이었다.

눈을 비비고는 나와 안겨 있는 백구를 번갈아 보았다.


"아저씨. 저 부탁드릴게 있어서요. 부탁할 사람도 없고."


아저씨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 백구 어제 누가 아파트 뒷산에 유기한 걸 제가 병원 데려가서 치료하고 왔거든요. 그런데 제가 지금 살인 사건 때문에 며칠 집을 비워야 해요."


살인 사건이라는 말에 게슴츠레 하던 아저씨의 눈이 번뜩 뜨였다.


"살인사건?"

"네. 갑자기 투입된 사건이라.. 죄송해요. 그나마 믿고 맡길 곳이 아저씨 뿐이라.."

"지금은 내가 맡아 줄 여건이 안되는데. 사료도 없고."

"아 그거라면 지금 제가 내려가서 가져올게요. 어제 병원 다녀 오면서 조금 사왔거든요. 제가 집으로 들어올 때 또 사다드릴게요.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아지도 불쌍하지만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 한 풀어 드려야죠."


최대한 불쌍한 표정과 비장한 표정을 섞어가며 이야기 했다. 아저씨라면 분명 모른 척 하지 않을거다.


"이틀.. 이면 되려나?"

"우선은요. 혹시 길어지면 전화드릴게요. 아저씨 번호 알려주세요."


핸드폰을 내밀자 아저씨는 당황하며 폰 번호를 눌러 주었다.


"감사해요. 사료는 바로 가지고 올라 올게요. 여기. 이름이 없어요. 아저씨가 이쁜 이름 지어주세요."


강아지를 건네자 아저씨는 조심스레 받았다. 기특한 백구는 아저씨의 품에 안기자마자 아저씨의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짜식. 주인이 될 사람을 알아보는구만.


"이름은.. 생각해 보겠네."

"감사합니다. 저 선배가 밑에 기다리셔서요. 빨리 갖다 드릴게요."


나는 계단을 이용해 빠르게 뛰어 내려왔다. 그리고 어제 받아온 약 봉투와 사료를 들고 다시 뛰어 올라갔다.


"아이고 다치겠어."


문을 닫지 않고 기다리시던 아저씨는 뛰어오는 나를 보고 두 손을 휘저었다.


"이거 진드기 약이예요."

"응. 우리 호식이 때도 발랐어서 알아. 얼른 가보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네. 그럼."


아저씨는 내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바라보다 현관문을 닫았다. 그 옆에는 호식이와 앵무가 행복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와. 잠깐 가자고 해놓고는."

"미안해요. 가요."


나와 희민 선배는 곧장 저수지로 향했다. 택시 기사분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귀신들 도움은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택시 기사분이라도 만났으면 좋겠어요. 미제로는 남지 않게."

"근데 재혁아. 혹시 귀신 나오면 나한테 말은 해줘야해. 알았지?"

"알겠어요. 무서워요?"

"좋은 귀신만 있는 건 아닐거 아니야."

"그런가. 지금까지 만난 귀신들은 다 좋은 귀신들이어서. 암튼 나오면 이야기 할게요."


나는 가는 동안 희민 선배에게 호식이와 앵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호식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희민 선배의 매서운 눈에 살짝 눈물이 맺힌 건 모른척 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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