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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관련] 1-1. 5장. "이슈타르의 위기"의 배경 신화

이슈타르의 명계 하강 신화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여왕은 성미가 악독한 에레슈키갈로 이슈타르의 언니였다. 이슈타르는 명계로 간 애인 탐무즈(수메르에서는 두무지)를 만나보기 위하여 지하세계에 가기로 하고 신들에게 동의를 구하였다.

신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이 요청을 마지못해 들어주었다. 여신은 시녀 닌슈부르에게 만약 3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을 경우 해야 할 일들을 지시해 놓고 길을 떠났다. 성미 급한 이슈타르는 저승으로 들어가는 문 간지르에 닿자마자 문을 격렬히 두드리며 열지 않으면 때려 부수겠다고 소리쳤다. 수문장 네티가 여왕 에레슈키갈에게 아름다운 동생이 찾아왔다고 알리자 전혀 반가워하는 기색 없이 "그 아이의 마음을 나한테 쏠리게 한 게 누구지? 무엇이 그 아이 마음을 여기에 끌여들였을까?"하며 "그 아이가 명계의 법도를 따를 경우에만 들여보내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지하세계로 들어가는 문은 일곱 개가 있고 문을 통과할 때마다 일곱가지 상징적 권위를 하나씩 버려야 했다.

죽은 자들은 지상에서 누리던 권세의 흔적과 재물을 모두 버리는 것이 규칙이었던 것이다. 이슈타르는 먼저 왕관을 벗어 놓고 첫문을 들어선 후 차례로 문을 통과할 때마다 보석장신구를 비롯하여 몸에 지닌 것을 하나하나 풀어놓고 마지막 일곱 번째 문앞에서는 입은 옷마저 벗어 완전히 알몸이 되었다. 문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사악한 언니는 동생을 보며 "여긴 무엇하러 왔느냐"며 소리쳤다. 에레슈키갈은 지하계의 신들인 아눈다(천상의 신들은 이기기라 한다)를 시켜 죽은 자들의 죄를 처벌하는 형벌(60가지 질병)을 안겨 주라고 하였다. 이에 따라 이슈타르는 형벌의 고통으로 초죽음이 된 채 축 늘어져 갈고리에 매달린 신세가 되었다.

한편 이슈타르가 명계에 있는 동안 지상의 농작물은 전혀 자라지 않았으며 모든 동물의 생식작용도 정지되었다. 남자들은 더 이상 여자들에게 씨를 뿌리지 않았으며 소나 말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흘 밤과 사흘 낮이 지났는데도 이슈타르 여신은 나타나지도 않았고 소식 또한 깜깜하였다. 그래서 닌슈부르는 여주인이 떠나기 전 지시한 대로 일을 진행하였다. 그녀는 먼저 니푸르의 엔릴(대기의 신으로 우주 창조신) 신전을 찾아갔다. 그러나 엔릴 신은 분노에 차 있어서 도움을 주기는커녕 지하세계까지 지배하려는 이슈타르의 욕심을 저주하며 지하세계의 권력을 탐내는 자는 누구든 지하계에 머물러야 한다고 호통을 쳤다. 우르의 난나(엔릴이 닌릴에게서 낳은 소생)의 대답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혜의 신 엔키를 찾아갔다. 엔키는 이슈타르가 지하계로 떠나기 전에 그녀의 간청으로 방책을 일러준 바 있었던 신이다.

엔키는 두 허수아비 피조물 쿠르 가르 라와 갈라 투르 라를, 혹은 일설에는 거세한 남자피조물로 지상에서 가장 잘 생긴 아수슈마미르를 만들어 딸려 보내며 동시에 생명을 소생시키는 약초와 약수를 주어 이슈타르의 삶을 확실히 소생시키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해서 지하세계로 들어오니 이곳은 알몸인 채로 중노동에 시달리는 모든 죽은 자들이 내는 비탄의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에레슈키갈은 지상에서 온 이들이 가지고 온 선물이 자신을 매우 즐겁해 해 주는 선물임을 알고 자신도 그 보답으로 선물을 내려 주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하사품을 사양하고 대신 이미 숨이 끊어진 이슈타르의 시신을 넘겨줄 것을 부탁하였다. 돌려받은 이슈타르의 시신에 자신들이 가지고 온 약수를 뿌리고 약초를 먹이니 놀랍게도 그녀의 생명이 소생하였다. 이슈타르가 다시 살아난 것에 놀란 명계의 신들 아눈다는"지하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은 아직껏 없었다. 더구나 살아 일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항의하며 그녀를 붙들고 만약 이 곳을 떠나려면 대신할 자를 내놓으라고 요구하였다. 몰인정하고 적의에 찬 귀신들도 다시 소생한 이슈타르의 뒤를 따르며 대신할 자를 요구하였다. 그때 이슈타르의 눈에 먼저 띈 것은 바로 누더기를 둘러쓰고 그 속을 기어오는 닌슈부르였다.

그러나 자신을 대신할 사람으로 이 충실한 시녀를 아귀다툼하는 귀신들에게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참에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고 찾아헤매던 그녀의 애인 탐무즈가 눈에 띄었다. 그는 쿨라브 들판에 있는 사과나무 거목 아래 찬란한 의상을 걸친채 옥좌에 앉아 있었다. 이 무정한 애인에 격분한 이슈타르는 귀신들에게 탐무즈를 넘겨줘 버렸다. 놀란 탐무즈가 처남이자 해신인 샤마시(야간에는 지하세계로 이동하여 빛을 비춰 주고 죽은 자들을 양육한다. 수메르의 우투)에게 구해 달라고 애원하여 뱀으로 변신, 도피하지만 결국 귀신들의 추격으로 붙잡히고 말았다. 그 다음 이야기는 단편만 남아 있어 확실치 않으나 추측에 의하면 이슈타르 혹은 에레슈키갈이 개입하여 탐무즈는 한 해의 6개월은 명계에서 지내고 나머지 반은 탐무즈의 자매 게슈틴안나가 맡도록 하였다. 어쨋든 이슈타르는 이로써 명계를 벗어나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 때는 지하세계로 들어갈 때와 반대로 첫문을 나와 옷을 돌려받고 다음 문을 나와서는 팔찌와 발찌를, 그 밖의 소지품도 문을 나올 때마다 다시 돌려받아 마지막 지상으로 통하는 문을 나왔을 때는 왕관을 쓰고 일곱 가지 신권을 모두 되찾았다. 마침내 이슈타르가 지상으로 돌아오자 모든 생명체는 다시 생기를 되찾아 열매를 맺고 암수 동물은 생식을 위하여 한 쌍이 되고 남녀는 사랑하여 모든 생물은 지상의 풍요를 구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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