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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겸

진천(鎭天) : 악귀의 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재필장수
그림/삽화
윤겸
작품등록일 :
2022.05.11 14:46
최근연재일 :
2023.10.23 21:45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86,765
추천수 :
1,202
글자수 :
1,449,626

작성
22.05.11 14:49
조회
1,674
추천
33
글자
14쪽

진천 - 3화

DUMMY

진호의 무위를 넋놓고 바라보던 교주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10살이 저런 움직임에 검기까지...”


“흐흐! 아직 놀라시긴 이릅니다.”


마영이 진호의 목을 베어 들어가자 진호는 3장 뒤로 훌쩍 날아 거리를 벌림과 동시에 우측 상단에서 대각선으로 허공을 크게 베어내며 1장 반경의 검기를 엄청난 기세로 쏘아 보냈다.


후웅!


마영은 그것을 피하지 않고 힘으로 검기를 쳐내 부쉈고, 그와 동시에 다시 마영의 머리 위로 진호가 쏘아낸 여섯 가닥의 검기가 쏟아져 내렸다.


후웅, 후웅, 후웅!!!


마영은 침착하게 자신의 독문무공인 파만(破萬)을 전개해 눈 앞에 가득 찬 진호의 검기를 다지듯이 조각 내고는 섬광 같이 쏘아져 나가 우퇴로 진호의 복부를 가격했다.


콰콱-!!


마영의 발차기를 목검으로 막은 진호가 목청이 터질 듯 한 기합을 내질렀다.


“으라악!!!”


쿠우우우우우!!!


마영은 순식간에 신형을 뒤로 빼며 허공에 짧은 검을 휘둘러 응집된 기의 덩어리를 파쇄했고, 이를 보던 교주가 경악성을 내질렀다.


“사자후!!!”


“비급만 줬을 뿐인데 혼자서 4일 만에 3성을 이루었습니다.”


장적소가 뿌듯한 표정으로 답하자 교주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초식도 없이 저만한 검기를 연속으로 쏘아내고 사자후를 독학으로?”


“아직 여물지도 않은 몸에 3년도 안된 내공으로 저 정도입니다.”


“이건 말이... 이급살수 수준이라지 않았더냐?”


“내공만입니다. 실력은 일급고수를 상회합니다.”


“...”


교주가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진호를 쳐다보자 장적소가 설명을 덧붙였다.


“허나 아직 내공의 양이 미비해 오랫동안 전투를 하지는 못합니다. 이제 지칠 때가 됐습니다.”


교주가 진호의 성취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어느새 둘의 대련은 100초가 넘어갔고, 진호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며 호흡도 거칠어졌다.


“됐다. 이제 멈춰라.”


“대련을 멈춰라!”


장적소가 소리치자 마영과 진호가 목검을 거두고 서로 포권하고는 곧바로 교주를 향해 부복했다.


“천마신교의 지존을 뵈옵니다!”


“진호야. 네 성취가 너무 놀라워 본좌가 황당하면서도 기쁘기 그지없다.”


“과찬이십니다. 실망 시켜드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주가 부드럽게 진호의 어깨를 감싸고는 무릎을 낮춰 눈을 마주쳤다.


“네가 천마에 들어설 때 본좌가 직접 본교의 절정비급을 전수할 것이고, 신마를 깨우칠 때 본교의 교주직을 주마. 단, 아직 너는 몸이 여물지 않았으니 상승무공 보다는 기초를 다져야 할 때다. 절대 성급한 마음을 가지지 말고 앞으로 10년간은 기초, 또 기초만을 다지거라.”


교주는 짐짓 침착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귀까지 빨개진 그의 얼굴이 엄청난 흥분상태임을 알리고 있었다.


“드디어... 이깟 교주 자리 내던지고 내 숙원을 이룰 수 있겠어.”


장적소는 ‘이깟 교주 자리’란 말에 흠칫 놀랐지만, 교주의 오랜 숙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이 자리 모두 들으라. 백진호를 본좌 다음의 교주가 될 소교주로 임명한다."


"...!!"


실로 즉흥적이고 파격적인 임명.


하지만 바로 옆에서 진호를 가르친 사범들과 장적소는 이게 순리에 맞는 것 이란걸 잘 알고 있었기에 다음의 교주가 될 진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내,내, 내 아들이 마교 교주!! 마, 마교 왕.... 히이이익! 이걸 악야가 알면... 아 맞다! 악야!'


속으로 기겁을 하며 덜덜 떨던 진천이 순간 뭔가가 생각난 듯 교주를 향해 부복하며 소리쳤다.


“교, 교주님!!”


“음??”


“미, 미천한 제 자식놈에게 이런 은혜를 내려주시고... 소인이 몸둘 바를 모, 몸, 모르기게낑..."


"크크!! 말도 제대로 못하느냐. 그래, 진호가 너와 본교의 대홍복이다! 크크크!"


"저...근데... 혹시... 꼬... 꼭 드리고 싶은 청이 있어 아까부터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서..."


"하하하! 놈! 그래 무엇이든 말하라!"


"저... 저도 사범님하고 대련해서 이기면 소원 들어주시면 안됩니까!!”


"...?!!!"


진천의 발언에 장적소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저 모질이가!!!’


“허어?”


감히 천마신교의 교주에게 이런 황당한 요구를 한다면 당장 목이 잘려도 이상하지 않지만, 진천이 방금 소교주가 된 진호의 친부인데다 구학영도 진천이 머리가 모자란 놈인걸 알고 있었기에 불쾌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허헛, 좋다. 아무나 붙어라! 의자와 시원한 술 한 병 내오고. ”


광영이 한발 성큼 나오며 교주에게 포권했다.


“신 천마신교 호법원 4조장 광영, 지존의 명을 받습니다.”


교주는 순식간에 대령 된 의자에 앉아 장적소가 따르는 술을 넘기곤 진천의 대련엔 눈길도 안 준 채 장적소에게 말했다.


“크- 적소. 본좌가 오늘만큼 기쁘고 설레는 날이 없었다.”


“교주님.”


“네가 나의 길을 50년은 빨리 열었구나. 고맙다.”


“속하 분골쇄신 후에도 교주님을 따를 것입니다.”


“흐흐! 이놈아. 그 길은 나와 부교주 둘만 갈 것이다. 너는 여기서 늙어 죽어라.”


진천과 광영이 서로 목검을 겨누고 마주 보자 교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응? 근데 저 광영 놈 거의 극마 아니냐?”


“네. 원래라면 소성비 대신 속하 다음 우호법이 됐을 놈인데 제가 여기로 데려 왔습니다.”


“으음, 광영.”


“신, 광영.”


“훗날 본교 교주가 될 아이의 친부다. 하수라 가벼이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되, 손속은 적당히 두어 크게 상하지는 않게 하라.”


“존명!”


교주가 술 한잔을 더 따라 입에 털어 놓고는 손바닥을 마주쳤다.


짜악!


시작의 신호.


진천을 마주보고 선 광영이 목검을 중단세로 잡으며 말했다.


“5수 먼저 드리겠습니다.”


지금껏 진천을 하대했던 광영이지만, 방금 그의 아들이 소교주가 되었기에 이제 절대적인 상하관계가 형성된 터였다.


하지만 그 변화의 원인을 알지 못한 진천은 갑작스런 사범의 존대에 눈이 동그래졌다.


“엇, 사범님. 왜 갑자기 존대를 하십니까? 편하게 말씀 하십시오.”


“아니, 이제 신분이... 아무튼 그건 나중에 정리하고 대련 먼저 하겠습니다.”


"아. 네."


단순한 진천도 뭔갈 알아는 들었는지 얘기를 끌지 않고 곧바로 목검을 내밀었다.


“네, 사범님. 그럼...”


진천이 가볍게 목검을 쥐고는 자신이 배운 유일한 검법. 육방합검의 4초식, 일초필단(一剿必段)의 자세를 잡았다.


교주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음? 자세가 꽤 묵직하구나?”


“네 교주님. 몸은 정말 좋은데 머리가 참... 훗날 외공이나 몇개 가르쳐 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흠... 아니, 그게 아니라 뭔가 느낌이... 뭐지? 으음...”


교주 혼자 진천에게 요상함을 느끼고 있더 그 순간.


진천이 그렇게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광영의 정수리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우웅--


‘공진음(空震音)? 목검인데?’


광영이 깜짝 놀라 급하게 멸시지보를 밟아 2장(6m) 밖으로 물러나자, 진천은 곧바로 다시 상단세를 잡고는 겨우 두 걸음에 광영에게 따라 붙었다.


후욱!


‘어? 저건 보법이...'


교주의 눈이 부릅 떠짐과 동시에 진천의 목검이 한 번 더 광영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광영이 급하게 목검을 횡으로 올려 방어하며 곧 두 목검이 열십(十)자로 충돌했다.


꾸우웅!


“...!!!”


묵직한 충격음이 장내를 가득 메웠고, 그것이 대련의 끝이었다.


진천의 목검은 광영의 목검을 부수고 그대로 어깨를 찍었으며 광영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뼈가 박살 난 어깨를 부여 잡았다.


그 모습에 장내의 사범들과 장적소는 놀란 토끼눈이 되어서는 진천과 바닥에 쓰러진 광영을 번갈아 보며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아, 아니 사범님... 일부러 져주신 겁니까?”


“...”


팍! 팍!


점혈로 울컥 쏟아지는 환부의 피를 멈춘 광영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포권을 올렸다.


"제가 졌습니다.”


그러자 진천은 교주의 눈치를 보며 광영의 귓가에 입을 바싹 붙이고 속삭였다.


“아니 사범님. 그럴거면 좀 연기를 잘 하시지... 이러면 너무 티가 나잖아요.”


"..."


광영은 아무런 대꾸 없이 교주를 향해 포권한 후 무릎을 꿇었다.


모두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갈피를 못 잡고 어리둥절 하고 있는 사이, 교주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천. 아까 네가 광영을 쫓아 들어갈 때 쓴 것은 보법은 아니더구나.”


“예? 아, 네. 보법을 조금 큰 간격으로 더 빨리 해봤습니다. 원래 배운 보법은 너무 폭이 좁고 느려서...”


“아니, 그게 빨리 한다고 빨리 되는게... 네놈 혹 축지법을 배웠더냐?”


축지법은 경공처럼 내공을 방출해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전방의 공간과 자신 사이에 있는 공간을 ‘접어서’ 순식간에 이동하는 도사들의 술법이다.


“네? 어... 아뇨. 그런건 배운 적이 없는데요.”


“...”


교주가 말을 잇지 못하고 주변 분위기도 영 어수선해진 것을 느낀 진천이 교주의 눈치를 보다가 웅얼거렸다.


“저... 교주님. 아무래도 사범님께서 일부러 져준 것 같아서... 소원은 안들어 주셔도 됩니다. 끙... 아이 참, 연기를 할거면 좀... 아, 거 참...”


물론 아니다.


광영은 자신이 왜 당했는지도 모른 채 어깨가 부서졌다.


광영이 고개를 푹 숙이는 것을 본 교주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진천을 바라봤다.


“허, 참... 됐다. 그런 건 상관없으니까 소원이 뭔지나 말해봐라.”


"예? 아니 그래도 그게 좀..."


"괜찮대도. 어서 말해라."


진천이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그럼 저,저희 가족이 잠시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해주십시오. 저희 안사람이 항상 멋진 여행을 꿈 꿔 왔는데 천한 저를 만나 평생 굶기만 하다가... 옆 동네는 커녕 집 밖에도 쉽게 못 나올 만큼 몸이 상한 채로 살아와서...”


땅에 머리를 박고있어 보이진 않았지만 울먹이는 목소리.


교주의 얼굴이 잠시 복잡해지더니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는 입을 열었다.


“진호도 함께?”


“네, 네 교주님. 저희 안사람이 좋은 것을 보고 먹을 때 마다 아이를 떠올릴 것이 분명해서...”


“허, 그놈 참... 적소.”


“네, 교주님.”


“무림 떨거지들이 진호를 이미 알고 있지?”


“네. 속하가 진호를 처음 만났을 때도 이미 여러 문파의 미행이 붙어 있었고, 현재 외성에 기거하는 첩자들이 진호의 존재를 모를 수는 없을 듯합니다.”


“흐음... 좋아. 들어라.”


“네! 교주님!”


“네 아들 진호는 본교는 물론 전 무림이 집중하는 천하의 기재다. 중원에 나가는 순간 온갖 고수들이 네 아들을 노리고 달려들 수도 있기에 본좌로서는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어. 허나, 네놈이 세 가지를 지킨다면 본좌가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길을 만들어 주마.”


“마... 말씀 듣겠습니다!”


“좋아. 첫째, 6개월 내에 돌아오라. 둘째. 호법원과 천마대의 고수들 40명으로 호위를 붙이겠다. 셋째. 여행을 마치고 온 후에 너는 가끔씩 본좌가 시키는 일을 처리해라. 계속 공짜로 호의호식할 생각은 아니겠지?”


“어... 어이구 그럼요! 네네! 감사합니다! 교주님!”


"그래. 오늘은 둘 다 고생했으니 이만 가서 쉬거라. 여행준비는 하되, 출발은 본좌가 따로 일러 주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땅에 머리를 박으며 절을하는 진천을 마영이 억지로 끌어내 진호와 함께 집에 보내자, 그제서야 연무장 내에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광영.”


교주의 부름에 부복한 광영의 어깨와 팔엔 엄청난 피가 검게 굳어 있었다.


“신, 광영.”


“진천의 검이 네 어깨를 내려칠 때를 정확히 보았느냐?”


“속하 분명 그 검을 막았다고 생각했으나... 제 목검이 부러진 이후의 움직임은 보지 못했습니다.”


"허면 검끼리 충돌하기 전에 검기를 두를 새도 없었느냐?"


"...둘렀습니다."


“뭣... 이런 멍청한!! 이전에 아무도 저놈과 대련한 적이 없더냐?”


“죄, 죄송합니다. 워낙 바보 천치에다 3년간 수련장엔 몇번 나오지도 않았고, 또 모두 아이에게 집중하느라...”


장적소의 대답에 사범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하아... 그래. 네놈들 잘못은 없다. 본좌도 저것이 뭔지 모르겠으니... 단, 너희는 절대 오늘 일을 발설하지 말라. 또한 진천이 놈이 돌아왔을 때 부교주를 사범으로 붙일 것이다. 그 놈에겐 부교주의 무위를 기존의 사범들과 같은 신검합일로 알리고, 절대 그놈이 스스로 강하다는 인식을 갖지 못하게 언행을 조심하라. 특히 오늘의 대련은 광영이 소교주인 진호를 봐서 일부러 진 것으로 하고.”


“존명!!”


“장적소.”


“네. 교주님.”


“그놈과 대련하면 이길 수 있겠느냐?”


장적소가 발끈하며 외쳤다.


“교주님! 그, 그 무슨...!! 십초지적 입니다!”


“크크큭!! 십초? 이놈아. 아까의 대련 전이라면 일초도 많다 했을 것이다.”


“...!”


“그놈이 본교에 복일지 흉일지는 아직 모르겠는데... 다행히 6개월의 시간을 벌었으니 철저하게 조사하고 분석해라. 그리고 무림맹 놈들과 자리를 만들어 봐.”


“...존명!”


"본좌는 아까 저놈과 붙어 보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믿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연무장을 떠나는 교주.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장적소의 얼굴은, 그의 복잡한 심정을 모두 담지 못하는 바람에 아주 요상한 모양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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