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계들판 님의 서재입니다.

달 여신네 자식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기계들판
작품등록일 :
2021.04.23 23:39
최근연재일 :
2021.04.27 06:0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269
추천수 :
1
글자수 :
21,460

작성
21.04.27 06:00
조회
42
추천
0
글자
11쪽

산란 (3)

DUMMY

[조금이라도 늦으면 곧 저혈당 쇼크가 올겁니다. 하지만 바이오매스 카트리지에 당이 좀 섞여 있고 의료용 바이오매스 파츠는 위장으로의 흡수율도 매우 높으니 일단은 괜찮을 겁니다.]


벌써부터 손발이 떨리고 점차 눈이 캄캄해지는 기분이다. 위장에서 느끼는 기아보다 직접적으로 쓸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소리다. 그래서 자원상으로 크게 손해볼 수 있다는 걸 알고 미지근하고 맛도 없는 식량을 입에 물고 어떻게 해서든 뱃속에 우겨 넣었다. 꿀럭꿀럭.

태어나자마자 밥을 못먹었다는 이유로 죽어버리거나 뇌에 손상을 먹어버리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아마 눈치채셨겠지만, 이건 긴급 수단입니다. 지상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보통은 여기까지 위험한 적이 등장할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당연히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래. 이건 당장 타고 있는 택시를 내릴때 보니 택시비가 부족해서 난데없이 고금리의 사채업자에게 돈을 끌어다 쓰는 수준으로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택시비를 내지 않으면 잠깐 잠들었다가 뇌사 상태로 빠져 버릴 것 같으면 신장 한 짝을 담보로 바치고 사채라도 써야지.


[그리고 이렇게 위험한데 비해서 정확하게 알아야 할 정보 수준이 너무 많아서 마법에 대해서는 천천히 제가 설명할 예정이었습니다.]


원래는 그 편리한 '마법'에 대한 정보가 오버라이드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은 꽤 음모론 스러운 무언가가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포아의 변명은 납득이 가는 수준이었다.


[어차피 당장은 제가 강제 구동한 기능이므로 혼자 사용하지는 못하실 겁니다. 앞으로 나중에 좀 이해가 깊어지더라도 제가 보조하는 상태에서, 아주 안전한 상태가 아니면 사용할 생각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맛은 없는 주제에 어마어마하게 비싼 식사를 모두 끝내고 대충 손과 모래로 원시적인 뒷처리를 한 다음 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 혹시 이녀석의 생체 조직을 마이닝해서 충전이 되긴 하려나?"


[아직 부패하지 않은 생물 조직이니······ 일단 전환재료 저장소에 넣어 두시면 재료 전환기가 우선적으로 바이오매스 카트리지 충전을 할 겁니다. 하지만 효율이 어느정도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구성성분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일단 녀석의 몸을 뜯어 전환재료 저장소에 넣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야. 근데 왜 저 채광 로봇은 안 움직이냐?"


[일단은 명령을 내리셔야 합니다.]


"뭣"


아니 왜. 지금 내릴 명령이라고는 당장 필요한 모든 자원을 모아 넣거라! 하는 정보량 0의 뻔한 명령 뿐일텐데 수동으로 내려야 되는 거지?


"흠······ 허흠······ 헤이, 채광 로봇?"


왜 수동 명령 입력 과정을 따로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무슨 AI 어시스턴트 부르듯 불러보니 어쨌거나 녀석의 눈에 LED 조명 같은 낮은 광도의 빛이 들어온다.


"이 생물의 생체조직 수집을 실행하도록."


명령은 특별히 이상한 부작용 없이 실행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이녹은 더더욱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며, 포아는 그런 제이녹의 마음을 읽었는 듯 즉시 그에 대한 답변부터 준다.


[주인님의 생각대로 상황에 무관하게 무조건 할 일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명령 없이 우리 모두 즉각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L001이 아니므로 본격적인 자원 채집 활동을 시작하도록 예정된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이동할 타이밍이라면 채광 로봇이 활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 예정대로라면 여기서 '사냥'은 안하고 바로 짐싸고 목표 지점으로 이동할 수도 있기 때문에 괜히 짐푸는 짓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착륙지점은 어디까지나 주변에서 불필요하게 현지의 지성체들에게 목격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지정된 장소입니다. 물론 L001로 이동하기에 그리 먼 곳은 아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식량을 좀이라도 챙기지 못한 상태로 움직이긴 좀 그렇겠지."


제이녹은 드디어 진짜로 완전히 안심했다.


자리에 앉아 채광 로봇이 그 망할놈의 샌드웜의 각 부분을 마치 샘플과 같은 사이즈로 먼저 조각낸 다음 스스로의 분석기 같은 포켓에 넣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잠시동안 채광 로봇은 분석을 우선시 하는 것인지 잠깐 가만히 있었다. 입으로 먹는 것도 아닌데 말 그대로 맛이라도 보고 있는 듯한 느긋한 시간이 지나간 뒤, 채광 로봇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필요한 생체 조직들이 발견된 것이 확실한 모양이다. 채광 로봇은 낭비없는 움직임으로 샌드웜의 살을 작은 큐브 모양으로 조각내어 전환재료 저장소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무슨 일이 어떻게 되는지 이해한 제이녹은 그동안 그 무엇보다도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 근데 정말 묻고 싶었던게 있는데, 난 왜 대머리냐?"


[그게······ 아무리 그래도 목적이 있어서 보낸 것이라 그렇습니다.]


여태 한번도 말을 뜸들이지 않았던 포아가 조금 뜸을 들였다. 게다가 꽤나 말 뜻이 알기 어렵다.


"엥? 무슨 말이야?"


[······ 즉, 목적을 달성하시고 신호를 보내면 보상으로 치료법을 보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뭣?!"


다소 어이없는 소리라 잠시 어안이 벙벙한 제이녹은 마른세수를 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침이라도 뱉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다 허탈하게 웃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아니, 사실 의외로 현실적인 해법이기도 하다. 실제로 뭔가 보상이 주어졌을 때, 사람은 더 열심히 일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 세상에.


분자 조립기가 있으면 그가 스스로 사용하기로 마음 먹는 한 어차피 세상의 모든 부는 그의 것이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도록 보장해야 할 터이니 필요한 청사진을 덜 제공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 물질적인 보상은 그렇게 끌리지 않을 것이다.


오, 빌어먹을. 아니 세상에나.


그래서 그의 신체에 뭔가 불편한 걸 만드는 것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말 그대로의 결함이 되면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니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다. 게다가 가능한한 빠르게 해결하게 하고 싶긴 한데 그렇다고 직접적인 시간제한 - 무슨 암 같은 - 을 걸면 또 심리적인 압력으로 일해 문제가 될 수가 있다.


물론 성적으로 불구로 만든다던가 하는 좀 극단적인 방법도 있을만 하긴 하지만 일단 불구 상태가 되면 호르몬 밸런스가 망가지면 행동 패턴이 큰 폭으로 변경되고 욕구 자체부터 거세 되어버려 목표의식을 돕겠다는 효과로 자리잡지 못하게 될 위험도 있다.


그러니 이 이상한 해법은 뭐, 실제로도 의외로 쓸만한 해법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이유는 사족으로 보인다.


[아마 여신님의 어머니로써 아들에게 날리는 뒤틀린 유머감각이라고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아악! 어머니!"


그는 기어코 정확한 달의 위치를 찾지 못하면서도 하늘을 쳐다보며 외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제이녹은 씩씩 거리면서 하늘을 쳐다보고 삿대질과 스스로의 모친 안부를 묻는 폐륜적인 욕설을 실컷 하다가 결국 스스로 지쳐 자리에 주저 앉아 멍하니 채광 로봇이 일하는 장면이나 마저 지켜보기로 했다.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의 대낮이지만 강화복은 내부의 온도를 꽤 서늘하게 유지해 주는 데다가 수분 여과 및 재활용 처리 기능까지 꽤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으니 심심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렇게 어려울 건 없는 대기시간이었다.


이놈의 강화복 함부로 다뤄서 내열 방벽 깨지면 참 곤란할 뻔 했다.


"······ 일단 어쨌거나 출발은 좀 늦은데다가 당장 급한 유기물은 구했으니 저걸로 바이오매스 파츠랑 식료 블록 같은 것도 만들어 충전하고 출발하는게 맞겠지?"


[사막인 만큼 태양광 발전 장치 역시 꽤 좋은 편이니, 어느 정도의 보급을 생각하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긴 합니다.]


"이목도 끌지 않는 곳이겠다 연료 확보도 잘 되겠다. 자원도 일단 저어기 샌드웜 같은 애들이 계속 제공해 줄 것 같으니 그냥 여기를 베이스 캠프로 만드는 건 안되나? ······아니, 엄마말 안 듣는 청소년 같은 이유는 아니고."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주인님은 청소년기는 원래부터 넘긴 상태입니다. 질풍노도의 호르몬 작용을 버텨야 하는 아이를 에이전트로 보내기도 힘들겠지만 그 이상으로 원본 뇌가 감당할 범위에서 가장 젊은 나이가 되려면 대부분의 성장이 끝난 육체여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베이스 캠프는 좀 힘듭니다.]


"아니 왜. 여기 좋구만. 아니, 뭐, 저거 들고 움직이는게 힘들다는 이야기도 아니야."


[강화복도 있겠지만 저건 자율적으로도 움직입니다. 움직이는 동안 주변으로부터 감추고 이동 시켜야 하는 불편함은 있겠습니다만. 그보다는 이 주변은 위험 요소도 높은데다가 앞으로 얻을 자원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에너지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뭣? 햇빛이 빵빵하기 짝이 없는 사막에서 에너지원이 부족하다니?"


[태양광 발전은 면적 대비 발전 효율 한계가 상당히 낮습니다. 물론 면적이 넓다면 저장만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한 사막에서 태양광 발전은 굉장히 좋은 에너지원이긴 합니다만 현지민들에게 너무 쉽게 들키게 될 겁니다.]


"L001에는 다른 에너지원이 있나 보구만?"


[지열 발전이 가능합니다. 즉, 지하에 아무도 모르는 대형 기지 설립이 가능합니다.]


"쩝······"


포아가 이 근방의 땅값이 왜 싸고 엄마가 살라고 하는 땅이 왜 금싸라기 땅인지 설명해 주는 동안, 채광 로봇은 어느덧 그놈의 샌드웜 사체 피부쪽을 알뜰하게 잘라내 열심히 저장소 고 있었다.


제이녹은 또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며 다시 뭐 부터 물어볼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지만 뭔가 묘한 것이 시야에 들어와서 시야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하지만 채광로봇에 가려지는지라 잘 안보인다고 보고 일어나 샌드웜의 사체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간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이······ 무슨?!"


[이건······ 좀 놀랍군요.]


생물일지라도 행동을 보면 사실상 AI 같은 포아조차 이 광경에 놀라움을 표한다.


SF라면 사실 그렇게까지 흔치 않은 케이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스럽게는 발견하기 힘든 상황이다. 샌드웜의 몸은 생체조직만이 아니라 아예 금속으로 된 전선과 같은 기관과 보석과 같은 것들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규소생물······ 은 아니겠지?"


명백히 헤모글로빈이 들어있는 듯한 붉은 피와 다소 물컹거리는 살을 볼 때, 저 생물은 기본적으로 탄소기반 생물일 것이다.


[아뇨. 채광 로봇으로부터 전달된 정보를 봐도 대부분은 탄소기반 생물입니다. 저건 인공 기관(Cybernetic-Organism)을 가진 생물, 즉 사이보그 생명체일겁니다.]


기술 수준이 고전 말기 시대라며?! 고전 말기 시대면 씨발 사이보그가 튀어나오면 안되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달 여신네 자식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글은 비정기 연재글입니다. 22.05.18 22 0 -
» 산란 (3) 21.04.27 43 0 11쪽
3 산란 (2) 21.04.26 40 0 13쪽
2 산란 (1) 21.04.25 47 0 14쪽
1 프롤로그 21.04.24 137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