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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여신네 자식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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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들판
작품등록일 :
2021.04.23 23:39
최근연재일 :
2021.04.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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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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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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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 (2)

DUMMY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에서 나오는 아라키스 행성의 거대생물.

지금 눈 앞에 있는 놈에 대해 몽골리안 데스웜 같은 괴담적인 원전이 따로 있던, 그냥 자연 발생한 생물을 누가 직접 목격하고 공식 명칭을 붙였던, 아마 현지 이름은 다르겠지만 뭘로 불리던 이 이름보다 그 이미지를 잘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이 '사막 바닥을 헤엄쳐 다니다가 필요할 때 지상의 모든 것을 삼키는 거대 생물'은 어쨌거나 소설 이후 높은 비율로 다른 매체에 비슷한 것으로 꼭꼭 등장하는데, 당연하겠지만 '어느 정도 있을 법한' 생물스러움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모래 사막이라면 파고 움직이는 거대 환형 동물이 헤엄치기 좋은 환경 아닌가.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 생물이 SF니 판타지니 하는 곳에서 인기가 있는 이유는 그만큼 무시무시하고 끔찍하기 때문이겠지. 어떻게 봐도 지나가는 길에 위에 있는 놈 삼키고 살지 않겠는가. 근데 그 놈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이런 씨······ 무기는?"


[원래라면 분자 조립기에서 제작될 예정이라 아직 없습니다. 웬만하면 강화복으로 될 거라고 봐서······ 그보다는 분자 조립기에서 떨어져야 합니다.]


맞다. 저 귀중하디 귀중한 빌어먹을 분자 조립기가 고장나면 큰일이다.


"그렇지. 사실 나보다 더 귀중한 놈일테니."


제이녹은 포아의 말을 따라 일부러 진동을 일으키며 분자 조립기를 비롯한 중요 물품들이 있는 곳에서 천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녀석은 가만히 있는 것 보다는 움직이는 걸 먹을 것으로 여기는 듯 제이녹 쪽으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거기까지 비하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여신님 입장에서도 소요 자원이나 사용된 기술 수준 면에서 주인님 쪽이 높거든요.]


"아 제길 고마우셔라. 게다가 저놈도 나를 더 비싸게 여기는 것 까지는 좋은데 어떻게 해야 이 귀중한 제이녹이라는 자원이 살아남을 수 있겠냐? 강화복 장갑을 믿고 먹혀볼까?"


[현재 장갑은 내열 성능이 더 우선시 된 대기권 강하 사양의 캡슐 외벽으로 만들어진 거라 그리 추천하기 힘듭니다. 규소와 산화철을 씹으며 헤엄치는 생물이 세라믹을 못 씹지는 않겠지요. 일단 이빨만 피하면 반응성도 낮은 편이라 소화액은 버틸 수 있겠습니다만.....]


만화나 영화에서라면 어마어마하게 큰 생물에게 먹히지만 이빨에 씹히지 않고 위장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장면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멀리서 잠깐 고개를 내밀때 본 결과 딱 낙타 정도만 삼킬 사이즈라 아마 먹히는 동안 아예 씹히지 않고 만화마냥 소화 안되는 건 무리일 것이다. 게다가 멀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촘촘하게 박혀있는 이빨들도 보인 것 같다.


[일단 강화복의 악력은 꽤 단단한 편입니다. 저쪽 피부가 단단해 보이긴 하지만 틈을 봐서 조르거나 해 볼 수 있..... 아, 둘레가 너무 넓군요.]


샌드웜의 속도가 빠르지만 강화복의 운동 성능 역시 좋아 타이밍을 너무 망치지 않으면 회피는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왓!”


그리고 제이녹은 그 타이밍을 못 맞출 정도로 몸치는 아니었다. 도대체 배양 과정에서 어떻게 근육을 생성했는지는 몰라도 어머니 감사합니다!


놈은 끔찍하게 생긴 주둥이를 위로 치솟았다가 다시 옆으로 부드럽게 떨어진다. 제법 멀리 거리를 벌린 제이녹의 방향을 감지하고 다시 그쪽으로 향해 온다.


일단 강화복의 성능 덕에 제법 떨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계속 피하기만 하면 저놈의 지구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는 상황이라 앞으로 슬슬 위험해질 수도 있다.


[아직 강화복의 전력은 충분합니다만 아끼지 않고 쓰면 곤란해 질 겁니다.]


제이녹 스스로의 체력 문제도 있다. 식료를 당장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끌며 싸워다니는 건 결코 상책이 되지 못하리라. 문제는 사막을 뚫고 다니는 생물의 겉 껍데기가 결코 약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생각이 아니라 보기만 해도 알겠다. 저건 씨······ 제이녹은 두번째로 녀석의 공격을 회피하며 주먹질이라도 날리려다 포기하고 몸을 멀리 날렸다.


"아니 쟤 철도 먹나. 왜 껍질이 반짝 거려."


석회 수준이 아니라 결정화 된 철편 같은게 껍데기에 섞여 있는 모양이다. 어떻게 생체조직에 산화철도 아니고 반짝거리는 금속을 껍질로 형성 가능한지는 상상조차 가지 않지만 꽤 삐죽 거리기까지 하는게 세라믹 장갑판을 믿고 주먹질 할만한 몸뚱이는 아니다.


물론 강화복으로 향상된 근력을 볼 때 아무리 상대의 껍질이 단단하다고 해도 살아있는 놈인 만큼 타점을 줄여 피해는 줄 수 있겠지만 이쪽도 피해를 입으면 당장은 복구가 어렵다. 분자 조립기는 그야말로 만능의 기기이긴 하지만 조립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느리다는 문제가 있다.


".....아 씨, 총, 아니 칼만 있어도 좋겠는데엣!"


일단 다시한번 피하면서 외쳤다.


칼로 치면 날은 나가겠지만 강화복의 완력에 맞춰 한번은 베어 나갈 수 있을 거고, 운이 좋다면 베인 상처로 인해 죽을 수도 있겠거니와 못해도 피해 때문에 도망치게 만들 여지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다치지 않고 피해를 줄만한 뭔가가 필요하다.


"야 뭐 없냐!"


[아직 단계가 좀 빠릅니다만 할 수 없군요. 급한데로 명령 단말(Command Terminal)을 강제 활성화 해 보죠.]


명령 단말? 이건 제이녹의 머릿속에 아예 들어가 있지 않던 정보였다. 왜지?


[장갑복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하면서 시간을 좀 벌어야 합니다.]


아니, 의문은 뒷전이다.


일단 적어도 근접 거리에 대해 GPS 비슷한게 있는지 HUD에 분자 조립기의 위치는 마커 마냥 증강현실 상태로 표시되는 걸 보면 길을 잃지는 않을 것 같다. 또 '적'으로 인식된 생물의 위치는 다행히도 증강 현실 형식으로 표기가 된다. 당장은 이것과 한번 제자리 뜀뛰기에 5미터 가량의 너비를 폴짝폴짝 뛰게 해 주는 이 강화복의 성능을 믿고 버티기는 되리라.


물론 그냥 무시하고 도망가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다른 모든 것을 잃어도 분자 조립장치를 잃어버리면 정말로 큰일나는 거다. 결국 제이녹은 뭔지는 몰라도 포아에게 계책이 있을거라는 말을 믿고 적당히 시간을 끌기 위해 한동안 폼 안나게 이리저리 다시 뛰어야 했다.


[됐습니다. 이제 충분히 거리를 벌린 다음 바닥의 모래에 손을 대십시오.]


최대한 거리를 떨어뜨려놓고 바닥에 손을 댄 다음 시키는 대로 해 봤다. 뭐랄까, 뭔지 좀 마법스러운 무언가를 사용하는 듯한 의식같은데? 그리고 그 결과도 왠지 굉장히 마법스러웠다.


"오우?"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어떤 영문인지 바닥의 모래가 천천히 뭉치며 짧은 단검 길이의 무기로 바뀌어 나가 굳어지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세상에 태어나다 보니 뭔가 서브컬쳐스러운 걸 상상하긴 했는데, 이거 설마 진짜로 마법인가?


[오래 사용하진 못하겠지만 보기보다 꽤나 단단할 겁니다. 급한대로 이걸 사용해 공격하시면 장갑에 피해 없이 녀석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이게 뭔지는 급한 불 끄면 설명해 주겠지?"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게 왜 내 머릿속에는 없······"


말 끝나기 전에 녀석이 다시 발 밑에서 아가리를 벌리며 위로 치솟았다. 그놈 참 끈기있게 잘도 덤비는구만. 어쨌거나 이번에는 여유있게 살짝 피한 다음 다시 뛰어들며 손에 든 모래칼을 뛰어들때의 추진력에 팔을 뻗는 운동력을 합쳐 녀석의 배라 할만한 장소에 콱 찔러 넣었다.


"으쌰!"


척, 촤학! 외침과 함께 녀석의 몸에 제대로 박힌 모래 단검을 확 빼내니 놈의 몸에서 붉은 체액이 솟구쳐 나온다. 다행이도 산성피 같은 건 아니었던 모양인지 강화복에 확 붙고, 바이저에 있는 걸 왼손으로 좌악 벗겨내도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놈은 찔린 곳에서 확실히 고통을 느끼는 건지 아까처럼 곧추 세운 몸을 다소 비틀거리며 정확한 각도로 떨어지지 못해 바로 지하로 숨지 못했다. 찬스였다.


"으야아아!"


모래칼은 꽤, 아니 굉장히 날카로웠다. 이걸 만드는 좋은 기술을 왜 아꼈니 포아야. 제이녹은 칼을 다시 찔러 넣고 그대로 녀석의 둥근 몸 주변을 달리면서 빙그르 돌았다. 녀석이 제대로 모래속으로 못 도망가고 비틀거리는 틈에 껍질을 일정한 높이로 확 잘라내 버리는 것이다. 전부 베어내고 강화복의 손가락을 헤집어 넣고 위아래로 찢어벌리려고 하자 녀석은 기어코 고통을 못이겼는 듯 한쪽으로 쓰러지듯 몸을 뉘인다. 제이녹은 놈의 위로 기어 올라가 상처가 있는 곳에 다시 모래칼로 상처를 내고 온 힘을 다해 벌려댄다.


"으이······.. 씨발 새끼야! 죽어! 추거어어!"


제이녹의 머릿속에 입력된 칸타르어는 한국어만큼이나 욕설이 풍부한 편이었다. 그래서 뭐 하나 붙잡고 위에 올라타 푹푹 찔러대며 외칠 때 자연스럽게 꽤나 제대로 된 비속어가 기합마냥 튀어 나온다. 난생 처음으로 - 그의 원본 기억을 통틀어서 - 바퀴벌레보다 큰 생물을 직접 죽여 본 적이 없는 도시 사람 입장에서는 비교적 단단한 생물 조직을 찢어내는 느낌이 참 그랬고, 그놈의 욕설을 외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나마 녀석은 어떤 음성기관도 없었던 모양이다. 놈의 겉 가죽을 넘어 아예 안쪽의 장기로 보이는 곳까지 찌르고 헤집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게 오히려 굉장히 비정상적인 느낌이었다. 뜬금 없지만 이놈이 도대체 짝짓기는 어떻게 하고 사는건지에 대한 의문이 잠깐 지나갔다.


[······ 죽은 듯 합니다.]


"······헉.....헉....."


뚫린 자국이 깨끗하게 원형으로 베어진 건 아니지만 일단 몸이 찢어지다 말고 달랑거리면서 기워져 있는 상태까지는 만들었다. 그 상황에서도 움찔거리긴 하지만 앞으로도 뒤로도 못가고 옆으로 뒹굴어 깔고 뭉개는 짓도 안하고 있다.


이 정도면 생물로써 '죽었다'는 표현은 그렇게 잘못된 건 아니리라.


거칠게 숨을 내쉬며 방해된다는 듯 바이저를 올리고, 있는 힘껏 숨을 들이 쉰다. 그리고 기어코 정신적인 쇼크와 너무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인한 구토감이 몰려왔다. 이런 빌어먹을.


"우웨에에엑······ 켁..... 켁······"


제이녹은 사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으니 실제로 구토를 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래도 어떻게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된 위는 위액을 분출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제 시간 내에 바이저를 올려 강화복 내부를 위산 투성이로 만드는 짓은 무사히 피했다. 거기에 서둘러 뛰어 내려 뭐라도 건질 것 있을지도 모르는 샌드웜 녀석의 시체에 뱉는 것도 피했다. 제이녹은 정신없이 토하면서도 그나마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할 틈은 찾았다.


"크헤에에엑······"


[주인님, 지금 구토하시느라 힘든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급한 일이 남았으므로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먹은 것도 없는 상태로 있는 힘껏 뭔가를 뱉듯 아래를 쳐다보고 있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발 이상태로 뭐 또 급한게 있다고?


[지금 당장 의료 캡슐로 가서 바이오매스 카트리지에 입을 대세요.]


뭐?

제이녹의 입은 현재 바쁜 상태였으므로 이 말은 입 바깥으로 나간 건 아니었지만 포아는 어떻게 그 '말'을 알아 들은 듯 하다.


[시간이 없습니다. 바이오매스 카트리지에 입을 대세요. 빨리!]


뭐가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포아 말을 들어 나쁠건 없었다. 제이녹의 머릿속에 박혀들어간 본능에 가까운 무언가는 지금 이 말을 당장 들어야 한다고 명령하고 있었고, 제이녹은 진짜 본능인 구토증상을 억누르고 그 말을 일단 듣기 위해 몸을 비틀거리며 이동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의료캡슐의 바이오매스 카트리지를 꺼낸 순간, 맹렬한 공복감과 함께 온 몸의 힘이 고갈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즉시 헬멧을 완전히 벗고 바이오매스 카트리지의 주둥이에 입을 댓다.


[긴급 기아 증상입니다. '마법'을 쓸 때 몸의 칼로리를 빼앗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 그의 원본 기억을 통털어도 이와 같은 체험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건 너무 빠르게 닥쳐와서 일반적인 느낌과는 다르지만 강렬한 기아감이다.

즉, 지금 포아가 시키는 건.


벌컥벌컥.


현재 기술수준을 기준으로 볼 때 제조비용으로 본다면 어마무시하게 비싼 생명보험이자, 기본적으로 먹을 것이 없냐고 물어볼때에는 선뜻 먹을 것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젤 상의 단백질 부속품이라 맛도 없는 바이오매스 스프를 일단 먹어 배나 채우라는 소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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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1.04.24 10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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