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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여신네 자식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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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들판
작품등록일 :
2021.04.23 23:39
최근연재일 :
2021.04.27 06:00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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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추천수 :
1
글자수 :
21,460

작성
21.04.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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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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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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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프롤로그

DUMMY

행성 북반구의 봄 하늘 저 멀리에 떠 있는 위성에서 조그마한 무언가가 지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너무 먼 거리라 망원경을 가지고 달을 목표로 관측하던 것이 아니라면 인간의 눈으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게다가 거리에 비해 그 속도가 특히 빠른 것도 아니라 어제의 작은 점과 오늘의 작은 점을 비교 기록하지 않으면 그게 움직이는 것인지 구분할 수도 없다.


하지만 칸타르 제국의 변경에는 매일같이 달을 바라보는 천문학자가 있었다.


유리 렌즈라는 것 부터가 이미 굉장한 기술이지만 그럼에도 원시적인 망원경이라 강한 광학 수차(Optical aberration)로 인해 색조와 상이 심각하게 왜곡된다. 이걸 제대로 보려면 목표물을 정확하게 가운데에 두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


커다란 달은 보름달이었으며 광도가 제법 높았다. 눈이 빠져라 달만 바라보던 그가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어두운 실내를 바라보느라 암적응 시간이 걸린다. 그의 눈에 천문대의 차가운 벽면과, 낡은 상 위에 덥힌 스튜를 야참으로 내려놓던 하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틸라야. 때가 되었구나."


하녀는 붉은 피부에 심하게 곱슬거리는 은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나암족이었다. 이국적인 외모라 피부색을 바꾸고 머리를 감추지 않으면 바깥을 다닐 때 너무 눈에 띌 수 밖에 없어 사실 외부 활동에 보내기에는 불리한 점이 많다.


그래도 그에게는 그녀외에 맡길 사람이 없었다.


"한트님. 진짜, 진심으로 제정신이세요?"


그녀는 아예 질렸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주인에게 답한다.


실제로 일을 맡아야 할 사람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오고, 왕국이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예언에는 전혀 없었던 이야기들이 더 많은 상태다.


"너도 알지 않느냐. 이제 우리 말고는 할 수 있는 자가 없다."


"우리가 아니라 저 겠죠."


당연하다. 제국 전체에서 가장 발전된 천문학 장비를 가지고 있는 졸부, 칸도 한트는 벌써 60세는 훌쩍 넘어간 노인이다. 아마 목표 지점에 가다가 쓰러지거나, 가는동안 늙어 죽을 것이다.


"그래서 안 갈테냐?"


그녀는 건방지게도 말은 그랬지만 사실 그녀의 주인의 말에 따르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작은 반항을 안해본다는 것은 아니다.


"······아드님 있잖아요. 돈도 권력도 있으신."


"쯧. 너야말로 진심 제정신이냐? 연락도 안된지 오래라 놈은 알지도 못한다. 게다가, 믿을만한 녀석도 아니지."


그녀도 그건 사실 알고 해본 소리였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놈의 예언.... 아니, 예언이면 알아서 이루어져야 되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노년의 천문학자는 코웃음을 칠 뿐이다.


"하! 당사자에게 예언을 막거나 이루는 선택지가 없다면, 도대체 예언이 무슨 쓸모가 있냐?"


예언을 듣고 막기 위해 노력해도 이루어지는 신화는 칸타르 제국에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 잘 뜯어보면 그 이야기 속의 예언들은 결과를 보고 거꾸로 만들어진 듯, 필요한 정보를 빼서 유도된다는 이야기들이다.


"편승한다든가 그러라고 있는 거일수도 있죠. 양털 값이 폭락한다는 예언이 있으면 양털을 당장 팔아먹는다든가. 솔직히 예언의 주체는 우리가 아니잖아요?"


"그래. 그런 것도 예언이라면 예언이지. 근데 예언 목표가 우리면 이야기가 다르지. 양털 값이 폭락한다는 예언이 터졌으니 주인이 양을 죽일 건데 우리가 양인 꼴이다. 우리 목숨을 위해서라도 그 놈의 양털 값을 올리던 주인을 물기라도 해야 될 거 아니냐."


노년의 천문학자는 원래 전달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를 전달자로 심은 예언자 스스로는 사라졌다. 행위자와 피해자가 정확하게 지정된, 그 놈의 '이루지 않으면 죽을 예언'만 남기고.


"아니 그래도 진짜 너무 큰 일 아닌가요? 우리는 겨우 먼저 안다는 것 말고는 뭐 있는 것도 없는데"


"그 놈의 예언을 믿을 만한 사람은 너랑 나 밖에 없으니 별 수 있겠냐?"


예언을 알고, 예언에 의해 벌어질 일을 믿고, 예언을 이루거나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그와 이 눈 앞에서 땍땍거리는 아가씨 뿐이다.


"여비도 정말 많이 들어가요?"


"가재는 내가 시켜서 다 팔아 치웠지 않냐. 그 돈들 다 싸들고 가져가라."


"미쳤나요 그 돈 들고 다니면..... "


"너야말로 미쳤냐. 상단 고용이라도 하던가 알아서 잘 해라. 아니 잘 하겠지."


"엄청 먼 길인 거 알죠?"


"돌아올 필요도 없으니 가면서 시원하게 돈이나 쓰며 잘 해봐라. 생각보다 그리 멀지도 않을 게다."


"으.... 저 가다 들키면 제 목숨도 위험할 수 있어요?"


"다른 건 못 도와주고 소식 들으면 같이 죽어주마. 사실 그래봤자 내가 먼저 죽을 거 같다만."


노인은 스스로의 농담이 맘에 들었던 듯 조용히 미소로 마무리 짓는다. 아무렇지 않게 평소처럼 땍땍거리던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 노인네와의 영원한 이별일 것이다. 주종의 관계치고는 항상 서로 떽떽거리는 사이지만 그녀는 사실상 그의 양녀나 다름없다. 그저 이민족이라 사람 구설수에 올라가지 말라고 겨우 하녀로 꾸미고 사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예언을 몰랐다면, 그리고 이 노인이 혼자 남게 될 그녀를 위해 예언을 이루도록 가라고 하지 않는다면 결코 노인의 심각한 병세를 놔두고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효성스러운 딸이었다.


그러나 평생을 하늘을 바라보던 노인의 마지막 유언을 벗어날 정도로도 효성스러운 딸이기도 했다.


노인은 당장 오늘 눈을 감지는 않겠지만, 그녀는 그의 모습을 오늘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차가운 벽만이 보이는 이 조그만 천문대만이 그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쓸쓸한 공간에서 끝내 눈을 감겠지. 그녀는 눈물이 그렁거리는 눈으로도 그녀가 사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마지막까지 눈에 담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눈물을 닦아야 했다.


그녀에게는 그 것만이 가능했다.


***


위성의 질량은 낮고 자전속도는 꽤 빠른 만큼 필요한 탈출 속도가 그렇게 높은 건 아니다. 그래서 발사체의 발사 속도 자체도 꽤 느렸다.


그래도 중력권 내에 돌입하면 행성의 중력 가속도로 인해 무시무시한 속도까지 치솟아 올라가게 된다. 대기권의 항력은 유체의 밀도와 속도에 비례하며 중력 가속도는 시간마다 속도를 가산시킨다. 이 속도는 지독한 고온의 열로 변환되어 낙하하는 물체를 태워버린다. 아무리 강력한 내열 소재를 쓴다 해도 수직으로 떨어진다면 한번에 감당 못할 온도까지 올라가며 내부의 물체마저 녹아버릴 것이다. 그래서 캡슐의 발사 각도는 위성과 행성간의 최소 거리가 아니었다.


목표 위치는 직접 관측자가 전혀 없는 사막 지대였다.


위성과 행성 사이는 기본적으로 진공인 만큼 매번 가변적인 변수투성이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발사시점의 상황에 대한 계산만 제대로 되었다면 꽤 높은 확률로 목표 지점에 떨어질 것이다. 발사자의 연산 능력은 충분했고,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도달하여 낙하산을 펼치고 속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무거운 물건이지만 착륙 지점인 사막의 모래 위에 떨어져 착륙하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푸슉!


바닥에 완전히 착륙하자 낙하산이 캡슐에 엉키지 않도록 외피 전체가 힘차게 발사되어 좀 떨어진 장소까지 날아간다. 외피가 날아가고 접합부 고정되어 있던 모든 스위치가 툭툭 거리며 열린다.


취이이익.


이윽고 외부 내열 개폐문이 열리고 낙하 충격 보호 및 대기권 돌입 과정의 단열을 위해 포함되었던 액체가 순식간에 기화되며 짙은 안개가 쏟아진다. 다시 그 안개가 걷힐 때 쯤 해서 내부의 2차 강화유리문이 열린 뒤 대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한 알몸의 남자가 눈을 뜬다.


"아야야······ 잠깐 이거 뭐야! 알몸이잖아!"


그는 눈을 뜬 후 일단 천천히 몸을 굽혀 사막 바닥으로 뛰어내린 다음, 자신의 하체가 알몸이라는 걸 보고 일단 주변을 휙휙 둘러보면서 하체의 앞뒤를 손으로 가렸다. 한낮의 태양이 알몸에 따갑게 쐬여진다.


[태어난 순간이니 알몸이 정상 아닐까요?]


"왓 더···... 퍽?!"


골전도 이어폰 같은 형식으로 오른쪽 귀 주변 머리뼈를 통해 떨림이 전해져 만져보니 뭔가 살짝 물컹거리는 무언가가 있어 떼어내려고 했다. 뭔지 몰라도 무슨 거머리마냥 몸에 딱 달라붙어 있긴 한데 흡판이나 뭔가가 연결되어 붙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예 온 힘을 다해 뜯어내려고 꽉 쥐자 다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침착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제가 누군지 알 겁니다 주인님.]


"뭣?!"


허둥거리면서 몸에 붙은 이물질을 어떻게 해서든 떼어내려던 그는 오른쪽 귀 머리뼈를 통해 울려 들어오는 그 말을 들으며 천천히 진정하고 스스로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 말대로였다.


"······ 그렇지. 너는 나를 보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인용 생체 단말 (Personal Organic Assistant)······ 좀 웃기는 이름이지만 포아(POA)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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