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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전략 게임의 군주가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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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천재
작품등록일 :
2023.12.04 14:33
최근연재일 :
2023.12.07 20:05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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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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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3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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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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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크립 라운드(5)

DUMMY

털썩.


마지막 고블린까지 쓰러졌다.


“끄에에에엑··· 인간··· 복수··· 로드가 기다린다아···.”


주변에는 수십 마리의 고블린 사체가 쌓여 있었다.


“허억, 허억···. 젠장.”


몰려든 고블린을 모조리 무찌른 랜슬롯과 트리스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몇 시간 전의 일을 회상했다.


―하핫, 영역 전개!

―영역 전개? 군주님, 그건 무슨 능력입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나무에 불을 지르자 고블린이 몰려들었고, 강보윤은 그것을 보며 더욱 세차게 불을 질렀다.


―횡재구나!

―구, 군주님?


―트리스탄, 랜슬롯 전방에 배치!

―끅!

―흐으읍!


―허억, 허억. 구, 군주님. 잠깐만 쉬고 싶···

―골드가 계속 벌리는 구나! 트리스탄, 랜슬롯 전방에 배치!

―끄으으으으윽! 멀미! 저 멀미를!


‘아, 악독한 인간···! 어쩌면, 저자도 라모락 군주와 비슷한 족속인 거 아냐?’


라모락은 현재 랜슬롯의 고향 마을을 지배하고 있는 군주의 이름이었다. 군단이 마을을 지배한 이후 마을의 살림은 급속도로 기울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아 군주를 욕했다.


문제가 있다면, 군단을 이끄는 군주이자 【전설】급 선택받은 자인 라모락에게 맞서 싸울 힘이 없다는 것이지만.


라모락의 폭정이 지나쳤고 강보윤이 처음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었기에 랜슬롯은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지만, 수십 마리의 고블린을 때려잡다보니 서서히 회의감이 들었다.


멈칫.


‘그러고 보니까, 군주님의 존함도 모르잖아?’


너무도 급박한 상황이었기에 깊게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이상한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헥토르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그냥 넘길 일이 아니야. 진지하게 물어봐야겠어.’


마음을 다 잡은 랜슬롯이 굳은 표정으로 강보윤에게 다가갔다.


“군주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히히, 이 골드가 다 얼마야···. 응? 뭔데? 아, 그리고 이건 수당. 고블린 잡느라 고생했어. 트리스탄, 너도 와서 받아가.”

“에?”


그리고 그에게 쥐여지는 2골드.


랜슬롯은 자연스럽게 손이 먼저 나갔다.


“감사합니다!”


뇌를 거치지 않은 조건 반사적 멘트였다.

골드를 받아 든 랜슬롯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내가 존엄하고 고귀하신 군주님께 받은 골드는 총 3골드. 내가 만약, 라모락의 군단에 들어가게 되면 연봉으로 받게 될 골드도 3골드. ···하루 만에 용병 연봉을 벌었다고?’


강보윤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물었다.


“랜슬롯, 하려던 말이 뭐야?”

“충성을 다해! 군주님을 모시겠습니다!”


의문을 품기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다.


****


랜슬롯과 트리스탄에게 골드를 나눠준 뒤에도 대강 20골드가 남았다.


‘생각보다 돈이 잘 벌리는 걸.’


이 게임에서 골드의 값어치는 굉장히 컸다.

일반 기물도 어울리는 아이템을 쥐여주면 희귀 등급 기물과도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는데, 재료 아이템을 10골드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골드의 값어치는 이만큼 컸다.


이 외에도 골드의 사용처는 굉장히 많았는데, 벌써부터 20골드를 얻었으니 시작이 좋았다.


‘크립 라운드의 진행 방식과 똑같으니, 그렇다면 아이템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기왕이면··· 마지막 고블린 부락에서는 아이템이 나와주면 좋겠는데.’


타닥, 타닥.


주변을 경계하던 트리스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군주님. 더 이상 고블린이 몰려오지 않는 것 같은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음, 이제 불을 끄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저벅저벅.


고블린이 주는 보상에 눈이 돌아가서 둘을 혹사 시킨 게 조금은 미안했는데, 트리스탄과 랜슬롯은 마냥 행복해보였다.


“후후, 이 돈이면··· 동생한테 오랜만에 과일도 사다 줄 수 있고! 고기도 사먹고!”


랜슬롯은 말할 것도 없었고.


“랜슬롯, 기껏 군주님께서 금일봉을 하사하셨는데 먹는 생각 밖에 안하는 거냐?”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트리스탄마저도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져있었다.


“트리스탄. 랜슬롯.”

“네, 군주님!”


“얼굴이 좋아 보이네?”


강보윤은 악의 없이 던진 질문이었지만, 평생을 남의 지배만 받으며 살아오던 둘에게는 꼽을 주는 것처럼 들렸다.


“허, 헉! 죄, 죄송합니다!”

“응? 아냐 아냐. 너희가 일한 대가로 정당한 보상을 얻은 건데, 죄송할 게 뭐가 있어.”


사실은 정당한 대가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대부분의 골드는 강보윤이 독식한 뒤 일부분만 떼어준 것이지만, 당사자들이 만족하니 훌륭한 계약관계였다.


더군다나, 시대가 시대인지라 강보윤의 발언은 중세 시대의 살던 랜슬롯과 트리스탄에게는 혁명적으로 다가왔다.


“일한 대가로···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고?”

“응? 그게 왜?”


이때의 사람들은 하루 종일 밭일을 해도 굶주림이나 피할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연봉을 쥐여준다고?

그리고 심지어, 이 돈이 정당한 보상이라고?


“크흐흡!”

“···랜슬롯? 너 왜 울어?”


“군주니이이임! 충성,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응?”


“제 동생 헥토르를 알게 된 것도 고귀하신 군주님의 총명하고도 특별한 능력! 혜안이 있으시기 때문이겠지요!”


‘아니, 그냥 게임 기물이라서 아는 건데.’


“그리고 군주님은, 간악한 악의 수장인 라모락을 무찌른 뒤! 저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여 주시겠지요! 노동이 있는 사회! 노동을 하면 정당한 보상을 얻는 세상! 공정한 세상!”


‘···뭔가 좀, 사상이 급진적인 것 같은데?’


“이런 군주님의 큰 뜻을 몰라 뵙고 감히 의심을 품은 죄, 평생을 군주님을 보필하며 갚겠습니다!”


사실은 꿀직장을 놓치기 싫다는 뜻.

트리스탄은 랜슬롯의 주접을 보며 피식피식 웃었다.


“제 동생 헥토르도! 제가 잘 설득하여 꼭 합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부락까지 공략하고 마을에 돌아가면, 꼭 헥토르에게 골드를 보여주며 부자가 되었다고 말하고 군주님의 은덕을 세상 천하에 널리 알···.”


클리셰 그 자체인 멘트였다.


피식.


‘꼭 이럴 때 나쁜 일이 생기던데.’


그렇게 강보윤이 상황을 웃어넘기려고 할 때.


【띠링!】


“···어?”


【보스 페이즈에 돌입합니다!】


클리셰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


갑자기 강보윤이 발걸음을 멈췄다.


“···군주님?”

“랜슬롯. 잠깐만 조용히 해라.”


“···넵!”


강보윤의 얼굴이 심각했다.


자꾸만 혼잣말로 무언가를 중얼중얼 얘기하는데, 귀동냥으로 훔쳐들어도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보스 몬스터의 공격력이··· 뭐? 지금 이 스펙으론 잡을 수가 없는데?”


소곤소곤.


“트리스탄.”“랜슬롯. 군주님께서 조용히 하라고 한 말도 못 들었나?”

“저렇게 집중하시는데 이렇게 작게 말하면 안 들리겠지! 이게 무슨 상황일까?”

“···나라고 알 수 있겠나.”


강보윤은 얼핏 보기에 미친 사람 같았다.


갑자기 혼자 중얼중얼거리다가,


“랜슬롯. 가서 나뭇가지 하나 꺾어와.”

“넵!”


나뭇가지를 받아들더니 바닥에 무언가 이것저것을 마구 써대기 시작했다.


“트리스탄! 저게 뭘까?”

“···숫자를 적으시는 것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어.”


강보윤은 얼굴을 찌푸렸다가, 트리스탄과 랜슬롯을 잠깐 쳐다봤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트리스탄이 조심스럽게 강보윤에게 말을 걸었다.


“···군주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트리스탄. 랜슬롯.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


랜슬롯이 잽싸게 입을 열었다.


“좋은 소식부터 듣겠습니다!”


강보윤이 피식 웃고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구매한 정보, 어디서 샀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정보는 사실이다. 이곳에 아이템이 있어.”

“헉!”

“그, 그것이 정말입니까?”


“응. 그것도 심지어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

“좋은 아이템이라 하시면··· 혹시 오리지널··· 아이템을 말하시는 건지요?”


“뭐야, 오리지널 아이템도 알아?”

“네! 소문으로만 들었지만, 그 대단한 위용은 익히 들어봤습니다! 설마, 이곳에 있다는 아이템이 그 오리지널 아이템···?”


“맞아.”

“허어어억! 대, 대박!”


강보윤은 호들갑을 떠는 랜슬롯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 도대체 그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헤헤, 동생이 가르쳐줬습니다!”


“동생이?”

“네!”


강보윤의 얼굴에 의구심이 올라오다가 이내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그러자 트리스탄이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군주님, 그렇다면 안 좋은 일은 무엇입니까?”

“아이템을 얻기가 많이 어려울 것 같다.”


“네?”

“아이템을 얻으려면, 고블린 부락의 어떤 녀석을 무찔러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기기 어렵다.”


“그렇군요···.”


보수적인 성향의 트리스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물러났지만, 오리지널 아이템에 꽂힌 랜슬롯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군주님! 군주님의 권능을 사용해도 못 이기는 건가요?”


강보윤은 바닥에 써뒀던 메모를 힐끔 보고 입을 열었다.


‘각이 안 나와.’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다.”

“···쉽지 않으면, 불가능한건가요? 저희가 정말! 열심히 싸우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불가능한 건 아닌데.”


보스를 이길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보스 페이즈 - 고블린 로드의 거처】

【몬스터 군단의 선봉대장인 고블린 로드는 인간 마을을 습격하기 위해 초소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을 무찌르지 않는다면, 마을 주민들은 몬스터에게 무참히 도륙 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고블린 로드는 정신 지배를 받은 탓에,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으니까요!】

【전투 방식 : 정규전(보스 몬스터 토벌)】

【약화된 고블린 로드】

【HP : 30】

【등급 : 희귀】

【기물표】

【고블린 감시병(일반)】

【고블린 전투병(일반)】

【고블린 분대장(고급)】

【약화된 고블린 로드(희귀)】


【승리 보상 : 랜덤 오리지널 아이템 1개】


설명에 정규전이라 적힌 것을 보면, 내가 수도 없이 플레이했던 톡의 매커니즘과 유사할 것이다.


‘그리고, 약화된 고블린 로드는 수없이 많이 잡아본 놈이고.’


녀석의 공략법과 약점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내가 상황에서 녀석을 이기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방법이··· 있긴 한데.’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리스크가 컸다.


【주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HP가 깎이면, 일시적으로 충격을 입습니다!】

【HP가 0이 되어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사망합니다!】


‘뭐냐고, 이 무지막지한 패널티는.’


피해를 감수한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하지만, HP가 깎였을 때의 충격이 얼마만큼의 데미지일지 모르는 것이 가장 문제다.


‘···시도한다? 만다.’


피해간다면 당장은 안전하겠지만, 리스크를 감수하고 승리한다면 생존 확률이 올라간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힘이 절실했으니까.


강보윤의 고민이 길어졌다.


“···군주님! 저희를 걱정하시는 거라면, 저희는 괜찮습니다!”

“응?”


“군주님께서 승산이 있다고 하셨으니, 저와 트리스탄이 열심히 싸운다면 가능성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그것이 굉장한 값어치를 가졌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군주님의 판단을 믿습니다. 싸워서 이길 수 있다면, 다치는 것 정도야 괜찮습니다. 싸우게 해주십시오!”


사실은, 기물이 다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게 데미지가 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녀석들의 눈빛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너희들.”


게임 안에 들어온 내가 생존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찾듯, 게임 안에서 살아가던 둘도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래, 과감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


탁탁.


강보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먼지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읏차, 알겠다. 그럼 이제 가볼까.”

“···군주님? 몬스터를 사냥하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응.”

“그렇군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고블린 로드를 지금 스쿼드로 이기기 위해서는,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딱 하나밖에 없었다.


“대기하고 있으면 돼.”

“네! 전투가 시작 되고 전장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리며 힘을 비축하라는 말씀이시죠?”


도리도리.


“아니. 전장이 형성되어도, 일단은 대기한다.”


둘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네? 저희가 나서지 않는다면, 누가 싸운다는 말입니까?”

“그건···.”


어떻게 설명할지를 고민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가면 알게 될 거다.”

“구, 군주님?”


계산은 끝났고, 실행으로 옮길 차례였다.


“군주님! 저희가 싸우지 않는다면 누가 싸운다는 말씀이십니까! 서, 설마 군주님이 직접?”

“···그럴 리가.”


“네에?”

“···그럼 어떻게?”


녀석들의 의문을 뒤로하고, 고블린 로드의 거처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프지 않으면 좋겠는데.’


일반 기물로 희귀 등급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


내 전략은, 오픈 포트(open port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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