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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전략 게임의 군주가 살아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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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천재
작품등록일 :
2023.12.04 14:33
최근연재일 :
2023.12.07 20:05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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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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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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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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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크립 라운드(3)

DUMMY

“트, 트리스탄! 이거, 이거!”

“조용히 해!”


둘의 몸에는 은은한 갑주가 씌워져 있었다.


“키, 키이이익!”


고블린은 그 모습을 보고 도망가려고 했으나, 이내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버렸다.


쿵! 쿵!


“키이익! 인간! 무슨 짓을 한 거냐!”


고블린이 허공에 가로 막혀 도망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트리스탄은 확신했다.


“이건··· 군주의 권능이다.”

“뭐, 뭐라고?”


“전장이 형성된 거야. 전장이 만들어지면, 승자가 나오기 전까지 그 누구도 전투를 멈출 수 없지.”

“···그렇다는 건?”


트리스탄은 뒤를 힐끔 보았다.


뒤에는 강보윤이 무표정한 얼굴로 둘을 보고 있었다.


“···저자가 군주라는 거다.”

“그럼 어떻게 해!”


【30초 후 전투가 시작됩니다!】


트리스탄은 덤덤한 표정으로 품안에서 단검을 꺼내들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무기를 챙겨온 것이 다행이었다.


“어떡하긴. 싸워야지.”

“뭐?”


“키, 키이이익!”


이내 도망을 포기한 고블린도 위협적인 자세로 둘을 노려보았다.


“우, 우리가 왜!”


【10초 후 전투가 시작됩니다!】


“군단이 강한 이유는, 압도적인 권능을 뿜어낼 수 있는 군주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그렇지?”


【5, 4, 3, 2, ···1!】


“그 군주가 우리 눈앞에 있는데. 잘 보이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지?”

“···!”


【전투 시작!】


시작 소리와 함께, 고블린이 앞에 있던 랜슬롯에게 달려들었다.


트리스탄의 말을 이해한 랜슬롯도 고블린과 싸워야 하는 것을 깨달았지만, 실제로 몬스터를 만난 것은 처음이기에 긴장한 상태였다.


쿵!


“키이익!”

“···얼레?”


그러나 그 긴장은 눈 녹듯이 사르르 풀려 버렸다.


부웅! 부웅!


고블린이 랜슬롯에게 주먹질을 가했지만 랜슬롯은 아무런 데미지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녀석, 뭐하는 거지? 아무리 고블린이 약한 크립 몬스터라고는 해도··· 이렇게 약한 몬스터였나? 트리스탄! 나 얘가 때리는 데 하나도 안 아파! 어, 어쩌면 나. 재능 있는 전사였을지도···?”


‘전사가 아니라니까.’


상황을 지켜보던 강보윤이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응?”


【시너지 효과】

【모든 피해 감소 10(2)】


‘기사들의 시너지 효과는 모든 피해 감소. 입는 피해에서 10이 제외된다. 고블린이 입히는 데미지는 7. 그러므로, 고블린의 공격은 어떤 피해도 입힐 수 없다.’


물론 이렇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저 녀석은 너희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힐 수 없어. 그러니 겁낼 필요는 없다.”

“···아?”


부웅! 부웅!


“키이이익!”


약이 바짝 오른 고블린이 랜슬롯에게 헛손질을 해대는 동안, 둘은 얼빠진 표정으로 강보윤을 바라보았다.


“···이, 이게 정말. 군주의 능력이라고? 그렇다면 이런 녀석들은, 몇 십 몇 백 마리가 있어도··· 군주 한명만 있으면 누구나 무찌를 수 있다는 말이야?”


‘누구나는 아니지만. 기사덱 한정이니까.’


기사 덱은 공격속도가 빠른 대신 한 방의 데미지가 낮은 덱들의 카운터 덱이었다.


피해 감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방어능력을 끌어 올리면, 잘 키운 딜러도 상성 차이로 씹어 먹을 수 있는 게 기사덱이었으니까.


크립 몬스터는 평범한 마을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크립 몬스터가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자, 둘은 군주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뭐해?”

“···응?”


상대가 자신에게 피해를 가할 수 없는 상황. 그 뒤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빨리 저 녀석을 해치워라.”


“키, 키이이익!”


퍽, 퍽!


“이, 인간! 비겁하다! 복수하겠다! 끄, 끄웨에에에에엑!”


‘꼬우면 카운터를 치든지.’


두 기사가 일방적으로 고블린을 흠씬 두들겨패자, 전투가 끝나고 전장이 해제되었다.


【승리!】


‘이런 방식이군. 그렇다면··· 최대한 기물과 아이템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는데.’


강보윤이 생각에 잠긴 사이.


털썩.


“···응?”


트리스탄이 그에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트, 트리스탄?”

“랜슬롯. 너도 예의를 갖춰라.”


잠시 망설이던 랜슬롯도 트리스탄의 옆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군주를 뵙습니다.”


****


‘왠지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게임의 기물이 그대로 나올 줄이야.’


앞에 있는 두 녀석. 랜슬롯과 트리스탄.


둘은 톡이 처음 나왔을 때, 첫 시즌의 일반 등급 라인 가성비 국밥 기물이었다.


가장 저렴한 기물을 두 개 배치하기만 해도 시너지가 켜지고, 자체 성능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던 놈들이다.


‘둘이 공유하고 있는 시너지는 인간과 기사. 초반부에 쉽고 강하게 짤 수 있는 효율적인 빌드업이지. ···가능하면, 녀석들을 포섭해야 해.’


랜슬롯과 트리스탄에게 군주와 힘이 절실했던 것만큼, 강보윤에게도 지금의 자신을 지킬 힘이 절실했다.


그러니 초반부터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트리스탄과 랜슬롯이 떡하니 나타난 것은 말 그대로 횡재인 셈.


그러나 이를 티내지는 않았다.

아쉬운 모습을 보일 이유는 전혀 없었으니까.


“흐음.”


우선은 정보를 확보하고 싶었다.


‘저들이 말하는 군주.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이 중요한 건지··· 나를 대우해줘서 다행이야.’


군주가 뭔지는 잘 몰라도, 왕에 필적하는 존재인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그와 비슷하게 행동해야만 한다.


“너희가 여기에 있는 이유를 토씨 하나 빠트리지 말고 대답해라.”

“···네.”


잠시 눈치를 보던 랜슬롯이 입을 열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어린 시절 조실부모하여 기댈 곳이 없던 처지에 어린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해보지 않았던 일이 없었는데···.”

“···미사여구는 생략하고.”


랜슬롯이 온갖 궁상을 떨어대길래 중간에서 빠르게 끊어냈다.


“제가 어찌 감히 군주 앞에서···.”

“···방금은 반말 잘하던데?”


“구, 군주시여! 죽여주시옵소서! 제가 죽을죄를···!”


트리스탄은 호들갑을 떠는 랜슬롯을 경멸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언제는 군주가 어쩌고 하더니, 뭐?’


“괜찮아.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해봐.”

“그···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어찌 된 것이냐면···.”


랜슬롯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하나. 지금 그들의 고향 마을은 군주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다.


둘. 군주가 이끄는 군단에 소속되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다.


셋. 그래서 그들은, 아이템을 얻어 그걸 바치는 대가로 군단에 들어가려 했다.


‘그렇다면, 아이템의 가치가 그만큼 귀한 것인가 보네.’


게임 안에서도 아이템의 효율이 굉장히 좋았기에 빠르게 납득되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흠. 랜슬롯, 트리스탄.”

““예, 군주님.””


결론은 빠르게 나왔다.


“여기에 아이템이 있다는 소문은 사실인가?”

“그··· 그것이.”


둘의 표정이 빠르게 굳었다.


‘구, 군주가 아이템을 탐내는 건가? 아이템을 뺏기면 어떡하지? 젠장!’


잠시 망설이던 랜슬롯은 용기를 냈다.


“···저희는 그럴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군주님. 여쭈어 보기 황송하오나 혹시 아이템의 행방을 물어보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대답하려 했는데 랜슬롯이 급발진을 했다.


“물론! 아이템이 희귀한 것임은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주님, 저희는 정말 목숨을 걸고 그것을 얻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인데 아량을 베풀어 주신다면! 저희가 언젠가 반드시 그 은혜를 갚겠습니다!”

“···누가 뺏는대?”


“예?”


내가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내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물이 필요했고, 그 기물이 사용할 아이템이 필요했다.


그랬기에 아이템의 행방을 물은 것인데, 랜슬롯은 내가 아이템을 강탈하려고 생각했나보다.


‘어차피, 너네가 없으면 쓰지도 못한다고.’


“군주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거잖아. 맞지?”


끄덕끄덕.

트리스탄과 랜슬롯은 강보윤의 말에 경청했다.


“근데 그 군주가 나잖아. 맞지?”


···끄덕끄덕?


“군주에게 잘 보이고 싶은 이유는, 돈을 벌어야 해서고?”


끄덕끄덕.


“그래서 아이템을 바친다는 거잖아.”


끄덕끄덕끄덕!


맥이 탁 풀린다. 분명 나이는 나보다 많아 보이는데 행동은 영 순수했다.


‘···얘들을 믿고 가도 되려나.’


“···내 제안을 받겠나? 아이템은 너희에게 주마. 그 군단을 이끄는 놈한테 바칠 거 없이, 그냥 너희가 써.”

“···예? 예? 아, 아이템을 저희가 어찌!”

“마, 맞습니다. 그리고 아이템을 저희가 얻는다 한들, 그것을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선택된 자들만···.”


“너희가 그 선택받은 자다.”

“저희가··· 말입니까?”


이곳의 세계관은 얼추 파악했다. 필드에 배치될 수 있는 사람, 즉 기물이 될 수 있는 놈들을 ‘선택 받은 자’라고 하는 것 같다.


“거래를 하자. 너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내가 도움을 주겠다. 그 대신 너희는 내게 힘을 다오.”

“···예?”

“···그것이 정말입니까?”


둘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강보윤을 보았다.


“그래. 나와 함께 가는 것이 어떠냐. 아이템을 얻으면 그 아이템은 너희가 사용하고, 그 대신 나의 기사가 되어라.”


아이템이 필요하긴 했지만 기물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었지만, 사정을 모르는 둘에게는 매혹적인 제안으로 다가왔다.


그 말을 잠자코 듣던 트리스탄이 입을 열었다.


“···군주시여.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귀한 아이템을 저희가 주신다하고. 군주님을 따르는 자들이 많을 진대··· 평범한 저희에게 이렇게까지 호의를 베푸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흠.”


타당했다.


‘제법 머리가 굴러가는 녀석이네.’


그들이 납득할만한 근거와 이유가 필요했다.


‘나를 순순히 믿지는 않을 거고, 내가 처한 상황을 말해봐야 좋을 건 없어. 그렇다면, 그들이 믿을만한 이유를 제시해주어야 한다.’


강보윤은 침착함을 연기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나는 배신당했다. 내게 남은 것은 군주의 권능밖에 없다. 내가 원래의 자리를 찾도록 도와다오. 훗날 내가 다시 돌아간다면, 너희에게 큰 사례를 하겠다.”


“···그,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반드시 내게 주어진 과업을 이루어 내야만 한다. 너희에게도 지금처럼 생활하는 것보다 나와 함께 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한 번 거짓말을 뱉으니 술술 나왔다.


‘어릴 때부터 웹소설을 읽길 잘했군.’


묵묵히 듣던 트리스탄이 다시 질문했다.


“···군주님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저희가 힘을 얻는다면, 그 대가로 군주님을 위해 무엇을 해드려야 하는 것입니까.”


강보윤은 트리스탄과 랜슬롯의 말에서 한 가지의 단서를 포착했다.


강보윤과 그들이 공통분모가 같은 단 한 가지의 단서를 말이다.


―군단의 폭정이 심해서, 일반적인 농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으로선 알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만의 기반을 만들어야 해.


‘역시 이거밖에 없어.’


잠시 침묵하던 강보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군단을 부술 생각이다.”

“······!”


물론 방금 떠올린 생각이었지만 제법 약빨이 먹힌 것 같다.


이번에는 랜슬롯이 먼저였다.


“솔직히, 저는 배운 게 없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희 마을을 지배하는 녀석을 내쫓아버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털썩.


랜슬롯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소년의 눈이 불타오르고 있다.


“당신의 검이 되겠습니다.”


【랜슬롯(일반)이 귀속되었습니다!】


다음은 트리스탄이었다.


“군주님을 만난 건 운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역시도 무릎을 꿇었다.


“···당신의 검이 되겠습니다.”


【트리스탄(일반)이 귀속되었습니다!】


둘은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내게 맹세를 했다.


‘···음.’


기호지세(騎虎之勢)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듯이, 중간에서 내려올 수 없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지금이 그러했다.

물론, 내게는 더 와닿는 표현이 있지만.


‘연승 운영을 할 때는, 뒤를 보지 않고 달려야 하는 법이지.’


“일어나라.”

“”넵!””


“군단을 부수러 갈 시간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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