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맘대로 제 멋대로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reran
작품등록일 :
2016.05.09 19:59
최근연재일 :
2017.04.15 17:1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556
추천수 :
11
글자수 :
78,471

작성
16.07.29 03:29
조회
378
추천
0
글자
11쪽

신데렐라(完)

DUMMY

어느새 떠오른 태양을 마주보면서 마차는 계속 가고 있었다. 마차를 끌고 있는 마부는 혼자였다. 뒤쪽에 있는 짐칸에 두 사람은 앉아 있었다. 짐을 정리하고 그곳에 벽에 등을 기댄 채 서 있는 두 사람의 맞은 편에 액자가 있었다.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액자였다. 가로세로 1미터쯤 되어 보이는 액자를 신데렐라는 그저 바라보았다.


“왕자님이 그려주신 것이냐?”


놀라면서 에린을 바라보었지만 그녀는 그저 말없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다시 그림을 보았다. 분명 자신이었다. 뒤쪽에 있는 테이블과 환한 조명을 두고 자신이 있었다. 곱게 빗어 보석이 박힌 머리핀으로 묶은 머리와 입가에 지어진 미소. 그리고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붉은 색과 검은 색이 섞인 드레스. 딱 한번 입어보았던 옷과 너무나도 똑같은 옷. 그저 그녀는 그 그림을 바라볼 뿐이었다.






“음. 맞는 말인 것 같기는 하구나.”


다가온 결혼식.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는 방해가 받지 않았고 그곳에 에프리아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참석에 놀란 사람들이었지만 왕이 따로 말하지 않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말은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왕을 제외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럼 들어주시는 것입니까?”


“말도 안됩니다. 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준비가 되었는지 그렇지 않는지는 내가 판단하겠다.”


반대하는 왕자의 말은 왕에게 먹히지 않는 것 같았다. 에프리아를 바라보는 왕자를 향해 그녀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말도 안돼.”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잖아.”


자신의 방으로 오자 마자 화를 내는 왕자의 뒤에서 사그리어는 서 있었다.


“알잖아. 난······.”


“알아. 그렇다고 폐하의 뜻을 거절할 이유도 없잖아. 지금까지는 결혼을 하고 계승을 받겠다고 했지만 그것도 해결 되었고.”


“하지만 그건······.”


말을 멈춘 그는 그대로 의자에 주저 앉았다.


“하. 정말로 내가 사람보는 눈이 없구나. 이렇게나 권력에 욕심이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어쩌겠냐? 네가 데리고 온 것인데.”


“그러지 말고 형이······.”


“사양할게. 그렇게 되면 폐하께서 어떻게 하실지 몰라.”


“하.”


고개를 든 채 한숨을 쉬던 그의 시선은 방의 한곳에 걸려 있는 턱시도를 향했다.


“형. 사랑이란게 뭘까?”


“나도 잘은 모르지.”


“그래도 나보다는 잘 알거 아니야.”


“음. 그냥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고 그 사람과의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고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거 아닐까?”


“정말로 그런 것이 사랑이라면 난······.”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잡는 사그리어로 인해 왕자의 말은 멈추었다.


“거기까지만. 어쩌면 잘 된 거야. 저런 여자가 네 부인이라면 다른 귀족들도 함부로 나서지는 못할거야.”


“나에게 사랑은 욕심일까?”


사그리어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그의 손을 잡아줄 뿐이었다.





결혼식은 다음날이었다. 조금 늦은 시간.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에 왕자는 사그리어를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그의 방문에 새인과 함께 있던 그는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이내 의자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바쁜 거 아니야?”


“마침 두 분이 같이 계시는군요.”


너무나도 차분하고 침착한 말.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던 사그리어도 이내 표정을 굳혔다. 방을 나가야하나 고민하던 새인도 왕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두 분께 청이 있습니다. 꼭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방을 나온 새인은 왕자의 부탁으로 둘만 식탁에 앉았다. 아직 식사는 준비되고 있는 중이었기에 두 사람의 앞에는 차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


말을 하지 못하고 멈춰 있는 왕자를 그녀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그건 방안에서도 하시지 않았습니까?”


“새인님이라면 아실 것 같아서.”


“무엇을 말입니까?”


자신의 앞에 있는 찻잔을 만지면서 왕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아이, 신데··· 아니, 그 사람은 저를 반겨 줄까요?”


“글쎄요. 저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죠. 그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당사자 아닐까요? 그 당사자가 아닌 사람중에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왕자님이신 것 같은데요.”


입가에 짓는 미소. 그것을 보고 왕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주방을 나가 사라지는 그를 바라보던 새인의 얼굴에 슬픔이 자리잡았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당신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저를 원망할 수도 있겠죠. 그때는 그 원망 다 들어드릴께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제 동생 잘 부탁드립니다.’






“어인 일이십니까?”


에프리아의 방안으로 들어서는 왕자를 향해 그녀가 건넨 첫 마디였다. 이미 해는 저물고 밤이 늦은 시간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다고해도 왕자가 자신의 방을 찾는 것은 드문일이었다.


“다행이 아직 주무시지 않는군요.”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예. 잠시 앉을 까요?”


자리에 앉고 나서도 왕자는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그를 보면서 에프리아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것 아시오?”


힘겹게 말을 시작하는 왕자였다.


“내가 그대를 데려온 것은 눈빛때문이었소. 가면에 가려져 있기는 했으나 명료하고 굳건한 힘이 느껴지는 눈빛에 그대를 찾아 이곳에 데려왔소.”


“갑자기 무슨 이야기십니까?”


“헌데 내가 잘못 본것인지 막상 왕성에 와서 본 당신에게서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소. 다른 이에게 그것을 느꼈지.”


에프리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묵묵하게 왕자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모른척 하려고 했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당신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려 했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군. 이제 그 아이를 볼 수 없게 되어서야 깨달았소.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그 아이라고.”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것입니까? 저희 결혼식이 내일입니다. 저에게 양심고백이라도 하시는 것입니까?”


화를 내는 그녀에게 왕자는 그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내일 결혼식은 할 것이오. 왕위에도 오르겠지. 그리고 난 그 다음날 양위를 할 것이오.”


“양위요? 누구에게 말입니까? 혹시 숨겨둔 자식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사그리어경에게 양위를 할 것이오.


“그럼 저는 어찌하라는 말입니까?”


“그대를 데려온 것은 나요. 그대도 나를 좋아해준다면 좋겠지만 그대는 나보다는 왕성에서의 생활을 좋아하는 것 같소. 사그리어경에게 약조는 받아두었소. 비록 하루이기는 하나 왕비였던 당신이니 예우를 갖추어 주겠다는.”


“왕자님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난 그 아이를 찾아가겠소. 미안하오. 모두 내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오. 하지만 나 없이도 이 왕성에서 그대는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오.”


방을 나가는 왕자를 향해 에프리아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즉위를 축하드립니다.”


귀족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왕좌에 앉아있는 사내는 무표정이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본인이 처음으로 할 것은 결혼입니다. 성안의 사람들이 지쳤을 수 있지만 전왕의 결혼식에 썼던 것들이 아직 있으니 그것을 사용해서 결혼을 하겠습니다. 날짜는 아직 사람들이 돌아가지 않았으니 모레가 좋겠군요.”


“갑자기 무슨 말씀입니까?”


“예. 맞습니다. 왕비님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왕비는 새인으로 정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말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반대하시는 분도 찬성하시는 분도 그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그리어의 말에 귀족들은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었다.

회의실을 나온 그가 향한 곳은 방이었다. 거대한 방 앞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기사는 그를 향해 인사를 했다. 문을 열어주었고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두명의 시종과 에프리아가 같이 있었다.


“둘만 이야기를 하고 싶구나.”


그의 말에 시종들도 밖으로 나가고 둘만이 남자 에프리아는 허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위로라도 해 주시려고 오신 것입니까? 아니면 이곳에서 나가라는 말을 하려 온 것입니까?”


“이곳에서 지내셔도 됩니다. 전임 왕비에 대한 예우는 다 갖추어 드릴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지원도 해 드릴 것입니다. 위로는 해 드릴 수 없군요.”


“하하하. 매너가 좋으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으시군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간 사그리어는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전 모든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새인을 위해 조용히 참아주었고 그 녀석의 부탁 때문에 그대를 예우해 드리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사시고 싶었던 대로 사십시오. 그것은 말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혹여 그녀를 해하려 한다면 그때는 저도 어찌할지 모릅니다. 그저 조용히 사십시오. 아시겠습니까?”


자그마한 그의 말에 그녀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왕국은 시끄러웠다. 사람들의 입은 바삐 움직였고 신문들은 연일 같은 일을 기사할 뿐이었다. 그 소식을 신데렐라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막 가게가 완성되고 그녀는 한가지 옷을 만들고 있었다. 그녀의 귀에 들린 소식에 반신 반의했지만 이내 신문에도 나오는 것을 보고 확신 할 수 있었다.


“완성되었느냐?”


가게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는 에린의 말에 그녀는 옷을 들어보였다.


“아름답구나.”


붉은 색과 검은 색이 섞인 드레스. 자신의 앞에 들고 있던 드레스를 자신의 몸에 대보았다.


“딱 맞구나.”


미소를 지어보이는 에린의 말에 그녀는 그것을 입어보았다.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았다. 아름다웠다. 그때 자신은 이렇게 아름다웠을 것이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다.


“죄송하지만 아직 영업······.”


문을 열고 들어온 사내를 보고 그녀의 말이 멈추었다.


“옷을 수선 받으려고 왔는데요.”


그는 턱시도를 들어보였다. 남색의 턱시도는 전체적으로 금색의 수가 놓여져 있었다. 떨리는 신데렐라의 입술과 흔들리는 눈.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한동안 서 있었다.


“안되나요?”


미소를 짓는 사내의 말에 그녀는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아니요.”


조심스레 턱시도를 받아들었다.


“아름다우시군요. 상상했던 것 보다 더.”


돌아서는 그녀를 그가 뒤에서 끌어앉았다. 그의 팔을 살며시 잡으면서 신데렐라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을 보는 에린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녀가 방금 전까지 보고 있던 것인지 신문이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그 신문에는 크게 기사가 실려 있었다.


‘왕자 결혼과 함께 왕위 계승. 하루동안의 왕. 갑작스러운 양위.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사진에는 턱시도를 입고 있는 왕자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에프라아의 결혼식 사진이라 생각되는 것이 실려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맘대로 제 멋대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 글로그를 방문하신 모든 분들 우선 보시기 바랍니다. 19.02.08 41 0 -
22 백설공주(完) 17.04.15 87 0 7쪽
21 백설공주(4) 17.04.15 156 0 8쪽
20 백설공주(3) 17.04.15 155 0 9쪽
19 백설공주(2) 16.08.26 225 0 8쪽
18 백설공주(1) 16.08.12 202 0 8쪽
» 신데렐라(完) 16.07.29 379 0 11쪽
16 신데렐라(16) 16.07.29 164 0 6쪽
15 신데렐라(15) 16.07.21 427 0 9쪽
14 신데렐라(14) 16.07.21 195 0 7쪽
13 신데렐라(13) 16.07.19 288 1 6쪽
12 신데렐라(12) 16.07.16 323 1 7쪽
11 신데렐라(11) 16.07.12 175 0 9쪽
10 신데렐라(10) 16.07.12 325 1 7쪽
9 신데렐라(9) 16.06.26 310 1 9쪽
8 신데렐라(8) 16.06.22 237 0 9쪽
7 신데렐라(7) 16.06.04 409 1 11쪽
6 신데렐라(6) 16.05.28 169 1 8쪽
5 신데렐라(5) 16.05.28 173 1 9쪽
4 신데렐라(4) 16.05.14 202 1 7쪽
3 신데렐라(3) 16.05.13 222 1 7쪽
2 신데렐라(2) 16.05.12 236 1 8쪽
1 신데렐라(1) +1 16.05.09 497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