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내 맘대로 제 멋대로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reran
작품등록일 :
2016.05.09 19:59
최근연재일 :
2017.04.15 17:1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5,554
추천수 :
11
글자수 :
78,471

작성
16.06.22 14:20
조회
236
추천
0
글자
9쪽

신데렐라(8)

DUMMY

어둠뿐인 공간에 들어선 그가 잠시 서 있자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선형의 계단이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나선형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하자 보이는 것은 수 많은 그림이었다. 풍경화 뿐인 그림은 수십점이 넘었다. 입고 있던 외투를 벗고 의자에 걸어놓은 왕자는 의자에 앉아 이젤에 걸려 있는 그림을 당겼다. 그리고 앞에 있는 벽에 손을 뻗어 무언가를 치웠다. 그러자 그곳에서 들어온 빛이 거울에 반사되면서 반대쪽 벽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형형색색의 꽃들. 그것은 분명 꽃밭의 풍경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왕자는 익숙하게 파레트를 한손에 들고 붓을 한 손에 들었다. 벽에 있는 풍경을 보면서 붓을 들려던 왕자는 그대로 멈추었다.


‘카캉.’


한쪽에 치워두었던 물감통이 구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왕자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누구냐?”


날카로운 그의 외침에 그곳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나타난 시녀의 모습에 왕자는 놀랐다.


“신데렐라. 네가 어떻게?”


자신의 결혼 예복을 만들기 위해 자주 드나드는 의상실의 시녀. 그녀를 보고 왕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둠뿐인 공간에 놀라서 움직이지 못하던 신데렐라는 조금씩 밝아지는 풍경에 계단을 발견했다. 자신이 들어온 벽을 향해 돌아서서 다시 열려고도 해보았지만 어째서인지 문은 열리지 않았다. 선택지가 없었기에 그녀는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그림들을 보고 놀랐다. 기둥을 포함해 양쪽의 벽을 비워서 만든 공간 같았다. 그리고 그 공간에 있는 그림들은 풍경화였다.

꽃들과 하늘. 강과 먼곳의 사람들. 마을의 모습까지 있었다.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꽤나 잘 그린 것 같았다. 그렇게 그림을 구경하던 그녀의 귀에 의자에 누군가가 앉는소리가 들렸고 소리에 따라 돌아온 그녀가 본 것은 파레트와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왕자의 모습이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움직인 다리가 옆에 있는 비어있는 물감통을 건드렸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울리면서 왕자가 자신을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것 뿐이었다.


“어째서 네가 있는 것이냐?”


의아해하는 왕자의 물음에 할 답은 없었다.


“죄송합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뿐인 그녀의 앞으로 왕자가 다가왔다.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지 묻고 있다.”


기본적인 옷이 완성되고 디자인을 고민하는 자신에게 에린이 이곳을 추천해 주었고 우연히 이곳에 들어왔다는 신데렐라의 말에 왕자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떨려오는 몸을 겨우 잡았다. 분명 화가 난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것은 잘 알고 있었다.


“잘 듣거라.”


“예.”


“이곳에서 보고 들은 것은 모두 비밀이다.”


“예.”


“가끔 이곳에 와서 청소를 하거라.”


“예?”


놀라 고개를 들자 왕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주쳤다.


“내 시간이 없어서 이곳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 곳에 시녀를 시켜 청소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넌 이곳을 보았으니 상관없겠지.”


아직도 놀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신데렐라를 보면서 왕자는 얼굴을 찡그렸다.


“못하겠다는 것이냐?”


“아닙니다.”


“됐다. 그만 나가 보거라.”


인사를 하고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가서 신데렐라는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 보통의 기둥 같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곳에 가득 찬 그림. 꽃과 하늘. 땅이 어울려진 풍경화가 거의 대부분인 그림. 다시 몸을 돌려 의상실로 그녀는 향했다.






바삐 움직이는 성안. 조금씩 가까워지는 왕자의 결혼식에 모두가 빠르게 움직였다. 결혼식에 필요한 식재료와 요리를 구상하는 주방과 성안 이곳 저곳을 청소하는 시녀들.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중간에 신데렐라도 있었다. 의상실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의아해할 법도 했지만 그녀에게 신경을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새로 온 왕자비의 시종이라는 사실이 궁에서 있는 시녀들에게 안좋게 다가와 눈길을 이끌었지만 이내 의상실로 내쫒긴 그녀에 대해 신경은 사라졌다. 비록 왕자의 결혼식예복을 그녀가 만든다는 사실에 다시 놀라기는 했지만 이내 그것도 그저 그런가보다 하면서 관심에서 사라졌다.

양손으로 물이 차 있는 양동이를 들고 신데렐라는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무거운 것인지 얼굴에 땀이 흐르고 걷는 속도가 느렸지만 그녀는 묵묵히 걸었다. 조금씩 줄어드는 사람들의 숫자. 이내 도착한 꽃밭에는 언제나처럼 아무도 없었다.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기둥에 다가가 손을 뻗고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왕자의 부탁으로 이곳을 청소한 지도 거의 한달이 되어 갔다. 매일 오기는 힘들었기에 일주일에 한번 정도 왔었다. 네 번째 방문인 이곳은 그래도 처음보다는 괜찮았다. 널부러져 있던 왕자의 그림을 한쪽 벽으로 치우고 바닥부터 청소를 했다. 정리를 하고 있던 왕자가 그림을 그리는 곳에 다가갔다.

노란색과 붉은 색의 꽃들이 가득한 화면. 그 뒤로 펼쳐져 있는 하늘. 조금은 휘어져 있는 꼭대가 바람을 말해주고 있었다. 물감통들을 정리했다. 다 쓴 것은 한쪽으로 치우고 쓰고 있는 것과 새것을 구분해 놓았다. 조금 힘든 것 같아 의자에 앉았다.

그림을 바라보았다. 분명 그 꽃들은 지금 꽃밭을 가득 채우고 있는 꽃들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있는 것은 벽이다. 그림에서처럼 하늘은 아니었다.


“합친 것이다.”


뒤에서 들린 소리에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왕자님 오셨습니까?”


“꽃발에 있는 꽃을 그리고 바깥의 하늘을 합친 것이다.”


그녀가 앉아 있던 의자에 왕자는 앉았다. 바깥으로 나 있는 기둥의 벽. 그곳에 나 있는 작은 구멍. 그 구멍을 가리고 있는 막을 치우면 뒤쪽의 벽에 바깥의 풍경이 보였다.


“그릴만한 소재가 없으니까.”


조금은 슬퍼보이는 왕자의 표정에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들고 왔던 양동이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던 그녀는 고개를 돌려 왕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쳐보이는 그의 어깨와 달리 그의 그림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대체 또 어디를 가신 것입니까?”


올라오는 화를 참으면서 말하는 에프리아의 앞에 서 있는 두명의 기사는 고개를 숙였다.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왕자님의 호위 기사라는 분들이 자신의 책무에 너무 무심하시군요.”


“본래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4,5시간은 저희를 따라오지 못하게 하시고 왕성을 돌아보십니다.”


“그런데 지금 왕성의 어느곳에서도 왕자님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까?”


두 기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말해 보십시오.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입니까?”


“······.”


“전 왕자님의 부인입니다. 그런데 왕자님의 소재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조금씩 커지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녀의 뒤에 있는 시녀들도 그녀의 앞에 있는 기사들도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여인의 소리가 너무 크면 좋지 않습니다.”


뒤에서 들린 소리에 그녀의 얼굴이 찡그려 졌다. 어느새 귀에 익숙해진 목소리. 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얼굴의 근육을 풀고 미소를 지어보이며 돌아 섰다.


“안녕하십니까. 사그리어님.”


그녀의 인사에 고개를 살짝 숙여 답을 하는 그였다.


“죄송합니다.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찾아왔는데 왕자님의 소재를 알 수 없다는 것에 제가 조금 예의를 잊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무엇을 상담한다는 것입니까? 결혼식의 모든 준비는 폐하께서 준비하실 것인데.”


현재의 국왕의 유일한 자식. 왕자의 결혼이었기에 지금 왕의 최대 관심하는 그의 결혼식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왕의 허락하에 결혼식 준비는 이어지고 있었다. 당사자인 두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는 예복을 고르고 악세사리를 고르는 것 정도였다.


“꼭 결혼식에 관련되지 않았다고 해도 폐하와 함께 시간은 나누고 싶기도 해서 말입니다. 전 폐하의 부인이니까요.”


“정확히 하죠. 아직은 예비입니다.”


그의 말에 순간적으로 일그러지는 표정이었지만 금세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렇기는 합니다. 제가 실례를 했군요.”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그녀를 바라보는 사그리어는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자매라는데 어찌 저리 다를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맘대로 제 멋대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 글로그를 방문하신 모든 분들 우선 보시기 바랍니다. 19.02.08 41 0 -
22 백설공주(完) 17.04.15 87 0 7쪽
21 백설공주(4) 17.04.15 156 0 8쪽
20 백설공주(3) 17.04.15 155 0 9쪽
19 백설공주(2) 16.08.26 225 0 8쪽
18 백설공주(1) 16.08.12 202 0 8쪽
17 신데렐라(完) 16.07.29 378 0 11쪽
16 신데렐라(16) 16.07.29 163 0 6쪽
15 신데렐라(15) 16.07.21 427 0 9쪽
14 신데렐라(14) 16.07.21 195 0 7쪽
13 신데렐라(13) 16.07.19 288 1 6쪽
12 신데렐라(12) 16.07.16 323 1 7쪽
11 신데렐라(11) 16.07.12 175 0 9쪽
10 신데렐라(10) 16.07.12 325 1 7쪽
9 신데렐라(9) 16.06.26 310 1 9쪽
» 신데렐라(8) 16.06.22 237 0 9쪽
7 신데렐라(7) 16.06.04 409 1 11쪽
6 신데렐라(6) 16.05.28 169 1 8쪽
5 신데렐라(5) 16.05.28 173 1 9쪽
4 신데렐라(4) 16.05.14 202 1 7쪽
3 신데렐라(3) 16.05.13 222 1 7쪽
2 신데렐라(2) 16.05.12 236 1 8쪽
1 신데렐라(1) +1 16.05.09 497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