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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라스트 드래곤(1부)-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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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19.04.09 20:52
최근연재일 :
2021.03.0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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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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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115,281

작성
19.06.2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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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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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제 1 화 떠나기로 결심하다.(3)

DUMMY

해가 중천이지만 사내는 책상에 엎드린 채로 아직 잠에 빠져 있었다.

‘똑똑똑’

서재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사내는 얼굴을 찡그리며 한손으로 머리를 잡고 천천히 일어났다.

“백작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음.”

비록 명예직이지만 사내는 전 원장의 뒤를 이어 백작의 지위를 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백작님이라 부르지 않았다.

이곳에 고용되었던 하인들이나 선생들에게 그렇게 부르라고 강요를 했고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자심을 부르며 문 앞에 서 있는 세르딕을 보며 그를 자신의 다른 손이 올라가 있는 명부를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늦게 올 거다.”

“예.”

간단한 사내의 말에 한손으로 내리고 한손으로 배에 얹으며 살짝 허리를 구부리는 세르딕의 모습에 사내는 옆에 섰다.

“그런 예의는 또 어디서 배운 것이냐?”

“책에서 본 것을 따라할 뿐입니다.”

무언가가 못마땅한 눈빛으로 세르딕을 보는 사내를 보며 소년은 살짝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사내를 따라 밖으로 나가자 마차가 문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오렌지색의 마차는 갈색의 두 마리 말이 이끌고 있었다.

사내를 보고 마부가 인사를 하며 문을 열었고 그는 익숙한 듯 마차에 올랐다.

멀리 마차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던 세르딕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소를 없애고 건물 안으로 향했다.

건물 1층에 있는 제일 큰 방. 그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문 쪽을 제외한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꽂이들이었다.

각각의 벽에는 천장까지 닿을 수 있는 사다리가 놓여 있었다. 책꽂이에는 책들이 가득했다.

“으아앙.”

조용한 책방에 울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쉿. 자장. 자장.”

뒤이어 들리는 자그마한 소리. 가냘프게도 들리는 소리는 편안하기도 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세르딕은 다시 웃음을 지었다. 사내에게 보인 것과 다른 미소를.

“나와도 돼.”

말이 끝남과 함께 바닥에 있는 책장 사이사이에서 아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갔어?”

“그래. 오늘은 새벽에야 돌아올 테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좋아.”

세르딕의 말에 제일 먼저 반응 한 것은 가르였다. 조금 긴 머리를 날리면서 그는 어디에 숨겨 놓았던 것인지 목검을 들고 밖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 세르딕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개스틀. 부탁해.”

세르딕의 말에 연노란 색 머리를 가진 아기를 품에 앉고 있던 금발의 소년이 고개를 돌렸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잘 다듬어진 몸매는 이미 성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세르딕을 바라보는 그의 옆으로 제르린이 다가왔다.

분홍머리의 이미 색이 다 바란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양손이 자신을 향하자 그는 품에 앉고 있던 아기를 넘겼다.

대답 없이 밖으로 향하던 그는 세르딕의 옆에서 잠시 멈추었다. 잠시 세르딕을 바라보는 것 같던 그는 문 뒤쪽에서 목검을 꺼내 밖으로 향했다.

책방의 한쪽에서 제르린은 아기들을 바닥에 눕혀 놓고 있었다. 어딘가로 향한 그녀는 익숙한 듯 책을 한 권 가지고 다시 돌아와 천천히 그 책에 있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아름답고 따스한 느낌의 노래. 그래서 인지 아기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잠에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 소년은 복층으로 된 이층에서 안경을 고쳐 섰다. 아이의 손에는 책이 한 권 들려 있었다.

‘마법의 역사’라고 쓰여 있는 그 책은 이미 거의 다 읽은 것 같았다.

“음. 어디 보자.”

아이들이 각자의 일을 하는 사이 세르딕은 천천히 벽에 있는 책장으로 다가갔다.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중간 중간에서 책을 꺼내기 시작했다.

“참 신기해. 이 방을 어떻게 다 기억하는 건지 말이야.”

세르딕의 모습에 보고 있던 책을 잠시 덮고 샤들이 말을 꺼냈다.

“그냥 기억력이 좋은 거지.”

“그런데 괜찮은 거야?”

“뭐가?”

“이제 몇 권 남지도 않았잖아.”

“그러게 말이야.”

사실 벽에 있는 책들은 다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의 대부분의 책들은 그저 표지만이 있을 뿐이었다.

돈은 들어온다. 그것을 관리하는 것은 사내였고 사내가 주는 돈은 먹을 것을 사는데도 빡빡했다. 책을 사거나 하는 사치를 부릴 여유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사내는 돈에는 관심이 있지만 책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전 원장이었던 아버지가 이곳에 가득 채운 책들은 그나마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우는데 도움이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있던 교사들로부터 마법이나 검술, 역사들의 기초는 배웠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내가 원장이 되고 능력 있는 교사들은 빠르게 이곳을 떠나 버렸다. 예견된 일이었다. 그리 많지 않은 보수에도 능력 있는 교사들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에 대한 봉사와 아버지에 대한 존경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떠나고 거의 없다시피 한 보수는 그들을 지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들이 떠나자 사내는 돈으로 하인을 고용했다. 스스로 먹을 것이 필요했고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청소가 필요했기에. 처음에는 몇몇의 하인들이 있었지만 여자 하인들은 사내의 강압과 성추행에 못 이겨 이곳을 떠나버렸고 남자하인들은 변변치 못한 식사와 보수에 모두가 떠나버린 것이다.

아버지가 죽기 조금 전부터 본적도 없는 아들이라며 사내가 돌아왔고 그의 행실을 보아온 세르딕은 이런 것을 예견했다. 하지만 성인도 아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노환으로 인한 병세 때문에 아버지가 해 줄 수 있는 것도 얼마 없었다. 하지만 세르딕에게는 아버지가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말이 그저 버팀목이었다.

“미안하구나. 아이들을 부탁한다.”

아마도 아버지는 버티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이 성인이 되는 순간까지. 그렇게 된다면 유언으로 모든 것들을 넘겨 줄 수 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능력 있는 교사들에게 넘겨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들이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르딕은 사내가 나가면 아이들을 이곳에 모았다.

기초는 모두가 배웠기에 그것을 바탕으로 잘하는 것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른 것이 가르와 개스틀은 검술을. 샤들은 역사와 마법을 배우기로 했다.

아직 걸어 다니지도 못하는 아기들이 있었기에 누군가는 아이들을 돌보아야했다. 그 역할을 맡은 것이 유일한 여성인 제르린이었다.

“이거도 거의 다 읽었는데 다음에 읽을 것이 없어.”

세르딕의 사색을 깨운 것은 샤들의 한탄이었다. 그저 무뚝뚝하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 같은 말투였지만 그 속에 있는 의미를 세르딕은 알고 있었다.

“미안. 조금 기다려야 될 거야.”

책자에 있는 책들을 꺼내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되겠네.”

대략 30권 정도의 책을 보면서 서 있는 그의 옆으로 제르린이 다가왔다.

“몇 권이나 될 거 같아.”

“글쎄. 이제는 꽤 수준 높은 책들이 필요해서 10권도 되지 않을 거야.”

책을 구할 수는 없고 아이들의 배움을 빨랐기에 더 높을 수준의 책이 필요했다. 돈이 없는 상황에서 세르딕이 생각한 것은 교환이었다. 이곳에 있는 수많은 책들은 자신들이 읽고 나면 읽을 사람이 없는 책이었다. 그래서 그 책을 골라 더 높을 수준의 책으로 바꾸고 있었다.

“골라놓았구나.”

물론 그것을 아이들만의 힘으로 할 수 없었다.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지금 방안으로 들어오는 사냥꾼 아저씨였다.

“오셨어요. 목록이요.”

세르딕에게서 종이를 받아든 그는 익숙한 듯 어깨에 메고 온 가죽을 내려 그 위로 책을 놓고 묵었다.

“항상 감사합니다.”

웃어 보이는 제이린을 보면서 그는 한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 세르딕에게 다가와 안아주었다.

“미안하구나.”

그 말에도 세르딕은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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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19.04.09 511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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