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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응?!

신나게 렛잇고를 잭 프로스트의 버전으로 듣던 중, 누군가 우리집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do you wanna build the snowman?!) 남의 집 대문을 막 열고 들어와 현관문을 두드리는 저자들은! 올 사람이 없는 시간이었기에 고개를 갸웃한 나는 두드리는 소리가 더 커지기에 빛의 속도로 뛰어가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까지 말씀하시는데 문을 닫고 싶었다.

괜히 열었어. 괜히 나왔어. 살짝 인상쓰면서 속으로 구시렁거리는데 남자분이 싱긋 웃으며 내 표정은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었고 나는 어정쩡한 포즈로 문고리를 부여잡고 서서 어색한 표정을 지어줬다. 정말로 진짜로 완전히 필요 없다고 말하며 문을 닫고 싶었다.

“OO역 맞은 편 OOO교회에서 나왔습니다. 혹시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아, 네. 그런데 무슨 일로...?”

“말씀을 전하려고 왔습니다, 혹시 교회 다니시나요? 학생이신가요? 아니면?”

 

‘하나만 물어봐 이 양반아!’

 

따발총처럼 말을 계속 이어붙이는 통에 문을 닫을 기회를 놓친 나는 맨발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연두색 OO키 슬리퍼에 발을 끼우고 자세를 바꿨다.

“학생인데요.”

“아 그러시구나. 혹시 OO의 교회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이단 같은 걸로 취급 받는 그..거요?”

하고 물으니 남자분이 난처한 표정으로 웃으시면서 그런건 아니라고 하면서 온갖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무슨무슨 상을 받았으며 어떠어떠한 이력이 있다고 하시면서 침까지 튀겨가며 열심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눈은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이야기를 들었고 매정하게 거절하지 않았던 것에 후회가 밀려올 정도로 긴 설교였다...

전도지를 펼치며 대략 15분 이야기 한 것도 슬슬 지겨워지려는데 ucc도 보여줘도 괜찮겠냐며 물어보셨다.

“방학이니까 어차피 할일 없으시잖아요, 잠시 시간 좀 내주면 안 될까요?”

뭔가 굉장히... 화가 나는 말이었으나, 뭐 맞는 소리니까 ㅠㅠ..짧은 걸로 짧은 거, 짧은 거!!!!

“이거 보시고 생각 한번 잘 해봐요.”

젠장, 7분 15초 짜리 영상을 골라 주셨다. 허윽.. 발 시렵고 손 시렵고 죽을 것 같은데 당신네들은 풀 무장 다하고 서 있는 거겠지만 난 얇은 티에 맨발이라고요... 내 손과 발은 그렇게 얼어갔고 ucc만 보여주시고 가신다던 남자분은 계속 말을 이어서 교회에 나와볼 수 있도록 하라며 계속 권유를 했다.

“어때요? 이거 보니까 OO님의 자녀가 되실 생각이 드십니까?”

난 대략 3초간 생각한 후 웃으면서 빠르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냥 제 어머니 아버지의 자녀가 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하고 문을 닫았다.

뭐, ucc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고 중간중간 설명하는 부분이 쓸모있을 것 같아서, 화는 내지 않기로 했다.

 

 


댓글 4

  • 001. Personacon [탈퇴계정]

    14.02.19 18:21

    이런 뒷이야기갘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저런 상황에 오면 매정하게 거절을 못 하는...ㅜㅜ
    그래도 마지막에 화끈하게 끊으셨네요.

  • 002. Lv.52 김윤우

    14.02.19 18:25

    넹 ㅋㅋㅋㅋㅋㅋ

  • 003. Lv.20 역주행

    14.02.19 21:37

    혹시 하나님의 교회인가요?
    냐, 저는 모태신앙인데 신앙심은 바닥을 기죠, 헉헉

  • 004. Lv.52 김윤우

    14.02.19 21:48

    네..그거 맞더라고요.. 난생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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