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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 님의 서재입니다.

신들의 신이 된 빨간 장갑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판도
그림/삽화
니키 우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6
최근연재일 :
2023.07.30 08:2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934
추천수 :
71
글자수 :
199,889

작성
23.07.16 08:37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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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34화> 여우의 아공간

DUMMY

【스카이 로열 팰리스 펜트하우스】



여우는 말했다.


“앞으로 별이는 무모하고 멍청한 환생 게임에서 벗어나 내 아공간에서 아이답게 뛰놀며 살았으면 좋겠어.”


다짐과도 같은 여우의 말에 그의 집에 얹혀사는 구성원 대부분이 깜짝 놀랐지만, 그렇다고 반대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화영을 빼고 말이다.


“여우 씨에게 미안하지만 저는 반대에요.”


화영의 말에 여우는 적잖이 당황했다.

여우는 그런 계획을 세울 때 내심 누구보다 자신을 지지해줄 이가 바로 화영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여우는 화영에게 물었다.


“저는 화영 씨가 제일 좋아할 줄 알았는데 조금 당황스럽네요. 반대하시는 이유를 말해주시겠어요?”


화영은 물끄러미 별이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물론 당사자인 별이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지만···. 아공간에 머물면 영원히 언데드로 살아야 해요. 저는 별이가 환생을 해서 저 아이가 바라는 대로 좋은 어른이 되길 원해요.”


여우는 깜짝 놀랐다.

자신은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던 것이다.

환생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살벌한 이곳과 비교하면 여우의 아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만을 했던 것이다.

그저 별이가 위험한 배틀을 피해서 안전한 곳에서 머물기만을 바랐던 것.


“저는 여우 씨의 마음을 잘 알아요. 별이가 안전한 곳에 머물기를 바라는 거겠죠. 그렇지만 그건 별이를 위한 일이 아니에요. 자기 마음 편하자는 어른의 생각일 뿐인 거죠. 제가 여기서 별이를 지켜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조용히 화영의 말을 듣고 있던 이스트리아가 입을 열었다.


“나도 처음에는 별이가 아공간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화영의 말을 듣고 보니 화영의 말이 맞다. 이곳에서 자라는 것이 맞다. 나도 생각이 짧았다.”


나머지 사방신 형제들도 이스트리아와 같은 의견이었다.


“나 웨스토르도 이스트리아 형과 같은 생각이다.”


“사우더스도 그렇다.”


“노르두스도 당연히 화영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조용히 있던 아린이가 끼어들었다.


“그냥 모두 여기서 지내면서 아공간이란 곳은 놀이터 가듯 놀러 가면 안 돼? 소풍이나 캠핑 말이야. 휴가도 좋고.”


그제야 여우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자. 별이도 여기서 함께 사는 거로. 그리고 아공간이 지상 낙원은 못되겠지만, 적어도 주말농장쯤은 될 수 있을 거야. 요즘 5도 2촌이라는 말도 있잖아. 우리라면 5일은 이승, 2일은 아공간, 뭐 그 정도야 할 수 있겠지.”


그 말에 드디어 당사자인 별이가 말했다.


“와아, 그러면 좋아요. 거기서만 사는 게 아니라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그제야 화영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다만 이스트리아가 아공간과는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말을 꺼내어 모처럼 훈훈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공간은 그렇고, 지금부터 폭스아이는 환생 게임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은산은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여우가 끼어들면 게임이 공정하지 않기에 그러는가?”


은산의 말에 이스트리아는 싱긋 웃었다. 수염을 깎고 나니 웃는 모습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훈남 아저씨의 살인미소였다.


“그래, 오늘 모든 걸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환생 게임은 처음부터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쉽게 말하면 플레이어는 체스판의 말이나 다름없다. 말을 움직이는 자는 당연히 저 하늘나라에 사는 신들이다. 게임에 참가한 언데드와 저승사자는 신들의 꼭두각시놀음에 놀아날 뿐이다.”


은산은 입술을 깨물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내가 여우를 만난 것도, 그리고 이 집과 창경궁에서 놈들을 물리친 것도 전부 신들의 장난이란 말이더냐?”


이번에도 이스트리아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건 아니다. 작은 배틀 하나하나는 플레이어의 능력과 운이 작용할 수도 있다. 또 우리처럼 뜻밖의 조력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까지 플레이어가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큰 물줄기를 보면 그들이 짜놓은 각본대로 너희는 그저 떠내려갈 뿐이다.”


은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이번에는 이스트리아의 얼굴 표정이 바뀌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환생 게임을 멈추어야 하겠지. 환생 게임에서 살아남는다고 해서 반드시 환생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없으니까. 모든 것은 말을 움직이는 자의 욕망에 달려 있을 뿐.”


은산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여우가 우리를 도와주는 것에 반대하나?”


이스트리아는 다시 웃으며 은산에게 대답했다.


“반대한다고 한 적 없다. 나 또한 너희를 돕지 않았는가? 폭스아이가 신경 써야 할 일은 환생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폭스아이는 너희와 다르다. 폭스아이가 할 일은 따로 있다. 그 일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너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여우는 그들 틈에 섞여 있었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에 깊이 빠져 있었던 것.


문제는 아공간에 대하여 아는 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살면서 조금씩은 들어봤기에 각자 나름의 아공간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상상에 불과할 뿐, 직접 경험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공간이 어떻게 생겼고 무엇이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 아무도 몰랐다.


다만 한가지, 현재 그곳에는 부캐니어와 고스트가 살고 있기 때문에 누가 아공간 속으로 들어가던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했다.


물론 아공간에서는 그곳의 절대자이자 주인인 여우의 말에 복종해야 했기에 특별한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우는 결론을 내렸다.


‘직접 들어가 보자. 그러면 답이 나오겠지.’



*



【라니아케아 왕국】



타르타로스는 하데스의 채근질에 다시 센타우루스의 저택을 찾았다.


‘하데스 이 자식, 내가 지 꼬봉이라도 되는 것처럼 건방지게 이래라저래라한단 말이야. 그나저나 믿었던 부캐니어도 사라지고 센타우루스도 도망을 치고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돼가는 거야?’


하데스는 타르타로스에게 명령하듯 말했었다.


“센타우루스 저택에 다시 가보라고. 뒤지면 뭐라도 나오지 않겠어? 센타우루스를 빨리 잡아야 우리도 편히 숨 쉬고 살 수 있는 거는 알지?”


저택 안을 수색하며 타르타로스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센타우루스를 잡아야 우리가 산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올가는 하데스 너한테 센타우루스를 잡으라고 했다고!’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정작 불안한 건 타르타로스 자신이었다. 센타우루스도 부캐니어도 타르타로스가 빨간 장갑을 잡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올가와 핼투고의 눈에 띈 것이 아닌가.


하데스를 저주하며 센타우루스의 서재에 들어선 타르타로스는 그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편지를 발견했다.


‘이게 뭐지?’


편지의 겉봉에는 ‘올가 여왕 폐하’라고 쓰여 있었다.

타르타로스는 봉투 안에 있는 편지를 꺼내어 들었다.


[빨간 장갑 신탁은 거짓입니다. 핼투고가 여왕 폐하를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지어낸 말입니다.]


편지를 읽는 타르타로스의 손은 덜덜 떨렸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건 하데스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다. 바로 올가에게 가지고 가야지.’



**



【라니아케아 왕국 카오스 신전】



핼투고는 카오스 신전의 제1별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나 억울했다.

자신이 누구인가?

왕국의 넘버2이자, 게돔 왕국이 파견한 행정관이었다.

그런 그가 하데스와 타르타로스가 보는 앞에서 올가에게 뺨을 맞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올가의 염력에 거꾸로 매달려 채찍질까지 당했다.


‘올가 이년! 내가 당한 이 수모는 반드시 되갚아주겠다. 게돔 왕국이 쳐들어온 것, 그래서 페투스를 왕좌에서 끌어내린 것 모두가 네가 꾸민 계략이라는 걸 내가 모를줄 알아?’


핼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별실을 왔다 갔다 하며 생각을 모았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어. 이제는 내가 나서야 해. 그렇다고 내가 직접 이승에 내려갈 수도 없고. 어떡하지? 어떡해?’


핼투고는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괴로워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핼투고는 갑자기 두 눈을 반짝이며 자리에 앉아 화상 전화를 켰다.


몇 번의 통화연결음 끝에 전화기 모니터에 얼굴이 각지고 길쭉해서 빨래판처럼 생긴 자가 나타났다.


“오, 핼투고! 라니아케아 왕국의 지옥대왕이 웬일인가?”


핼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잘 지냈는가? 푸켄!”


“덕분에 나야 아주 잘 지내고 있지. 그런데 자네 얼굴은 완전히 죽상이군. 얼굴 좀 펴게.”


“자네도 알고 있듯이 요즘 좋은 일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내가 정말 망설이다 전화를 했는데 제발 나 좀 도와주게.”


푸켄은 짐짓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친구?”


“자네의 꿈이 곧 나의 꿈이지 않은가? 이승의 빨간 장갑을 붙잡아야만 내가 왕좌에 오를 수 있다네. 신탁은 내게 내린 것이네. 올가가 아니라네. 제발 도와주게.”


“역시 빨간 장갑이었군. 자네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 것이.”


“푸켄! 자꾸 변죽만 울리지 말고 이번 한 번만 도와주게.”


“알았네. 그쪽 일에 내가 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네. 그러니까 빨간 장갑 신탁은 올가가 아니고 자네에게 내린 거라는 거지? 맞는가?”


핼투고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렇다니까. 올가를 왕좌에서 내려오게 하려면 반드시 빨간 장갑을 잡아야 하네.”


“그 정도 사리 판단은 나도 할 줄 아네. 내 당장 알아보겠네. 그리고 자네 딸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인데, 아이 단속 좀 하게.”


“내 딸? 헤르미테스가 왜?”


“저잣거리에 사람을 보내 좀 알아보게나. 자네 딸이 쓸데없는 말을 하고 다니는 것 같네.”


“그게 무슨 말인가?”


“그건 직접 알아보게. 그럼 난 바빠서 이만.”


푸켄은 핼투고를 달뜨게 만들고는 전화를 끊고 사라져 버렸다.



***



【여우의 아공간】



여우는 모두에게 말했다.


“처음이니까 이번에는 나 혼자 다녀올게. 이스트리아, 집단속 잘하고 있어.”


이스트리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급히 여우에게 말했다.


“아무리 폭스아이의 아공간이지만, 지금 그곳에는 부캐니어가 있다. 혼자 괜찮겠는가?”


“너무 걱정하지 마. 내 아공간인데 나조차 맘 편히 들어가지 못한다면 그걸 무슨 아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어.”


말을 마친 여우는 목에 건 별의 문을 손에 들었다.


“잠깐만요. 저도 같이 가요.”


“화영 씨?”


“네, 부캐니어를 좀 만나보고 싶어요.”


여우가 걱정의 눈빛으로 물었다.


“괜찮겠어요?”


“네, 괜찮아요. 어차피 부캐니어는 아공간에 머물 거잖아요. 계속 보게 될 건데 화해를 하는 게 좋겠어요.”


“그럼 그렇게 해요.”


“나도 같이 간다. 나도 해적 놈과 화해하고 싶다.”


노르두스였다.


“그래, 그게 좋겠네. 이참에 모두 털어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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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함정에 빠진 타르타로스 23.07.30 17 2 12쪽
35 <35화> 센타우루스의 편지 23.07.23 11 1 9쪽
» <34화> 여우의 아공간 23.07.16 16 1 11쪽
33 <33화> 아울리스의 이간질 23.07.09 14 1 10쪽
32 <32화> 유아독존 23.07.02 16 1 11쪽
31 <31화> 부캐니어의 최후 23.06.29 15 1 12쪽
30 <30화> 노르두스의 위기 23.06.16 16 1 13쪽
29 <29화> 수리부엉이 노르두스 23.06.15 16 1 12쪽
28 <28화> 화영의 정체 23.06.14 17 2 11쪽
27 <27화> 우주 해적 부캐니어의 복수 23.06.13 17 2 11쪽
26 <26화> 고스트 스네이크 23.06.09 15 2 13쪽
25 <25화> 미스 페르소나 23.06.08 14 2 14쪽
24 <24화> 파이럿 헌터스 23.06.07 19 2 12쪽
23 <23화> 올가의 방 23.06.06 18 2 12쪽
22 <22화> 화영의 불 23.06.02 21 2 12쪽
21 <21화> 북한산의 아린 +1 23.06.01 22 3 12쪽
20 <20화> 떠도는 자 부캐니어 23.05.31 21 2 12쪽
19 <19화> 조선의 왕 23.05.30 20 2 13쪽
18 <18화> 사슴뿔을 든 스케빈저 23.05.26 23 2 12쪽
17 <17화> 카페 이니그마 23.05.25 21 2 12쪽
16 <16화> 못 찾겠다 꾀꼬리! +1 23.05.24 26 3 13쪽
15 <15화> 어른이 되고픈 아이 23.05.23 21 2 12쪽
14 <14화> 혼돈 속의 지옥 3인방 23.05.19 23 2 13쪽
13 <13화> 빙설탄 23.05.18 19 2 13쪽
12 <12화> 발 없는 아이 23.05.17 22 3 12쪽
11 <11화> 핼투고의 잔꾀 23.05.16 22 2 12쪽
10 <10화> 들숨 23.05.15 25 2 13쪽
9 <9화> 액션 피규어 23.05.14 26 2 12쪽
8 <8화> 언데드3호 23.05.13 2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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