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델버(Delver)라는 놈이었다.
이 델버라는 괴물은 앞발 두 개 달린 아주아주 거대한, 어지간한 트럭 크기의 초우량아 굼벵이처럼 생겼다. 앞다리는 바위와 금속도 파헤칠 정도로 힘이 좋고, 얼굴의 절반은 어마어마한 입이 차지하고 있으며, 몸통에서는 끈적한 체액이 흘러내린다.
이 체액은 돌과 금속을 용해할 수 있다. 델버는 지하를 뚫고 다니면서 다양한 종류의 돌과 금속을 용해하고 씹어먹는 괴물이다. 광산에 나타나면 재앙이 따로 없다.
그런데, 델버는 희한하게 현대식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환장했다. 원래 돌을 먹는 놈이지만, 콘크리트가 특히 취향에 맞은 모양이다. 철근도 아주 좋아하는데, 놈은 철근 콘크리트에 개다래 열매 먹은 고양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델버는 그렇게 공격적인 개체는 아니지만, 건물 지하에서 뚫고 나와 건물의 아래쪽 기초부터 잘근잘근 씹어먹는데 피해가 없을 리가 없다.
게다가 델버가 뚫은 굴속에서는 또 다른 괴물이 기어나온다.
델버는 콘크리트 건물이 많은 도심에 주로 나타난다. 고로 델버가 뚫은 굴은 도시 지하에 생긴다. 굴에서 튀어나오는 괴물을 잡으려면 도심에서 싸워야 한다. 시민들은 패닉, 국가도 패닉. 다행히 정부가 멍청하지는 않아서, 지층탐사기 같은 장비를 동원해 적극적으로 델버 굴을 찾고 소탕을 시작했다.
굴착자(Delver)라는 별명에 걸맞게, 델버는 땅굴을 파며 사는 괴이계 생물이다.
생김새는 거대한 굼벵이를 닮았다. 피부는 석재 종류의 무기질에 한없이 닮아있는 딱딱하고 묵직한 조직으로 되어 있으나, 의외로 움직임은 유연하다. 정면에 큼직한 눈이 하나 달려있고, 그 아래에 커다란 입이 있다. 앞발이라 부를 수 있는 두개의 팔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는 둔하지만 아주 경도와 강도가 높은 발톱이 달려 있어 땅을 파는데 사용된다. 땅파는 속도는 현존하는 어떤 굴삭기보다도 우수하다.(10 ft.) 몸통 아랫부분에는 피부가 축 처져서 생기다 만 것 같은 다리 비슷한 것이 달려있는 경우가 자주 있으나, 사실 이동 자체는 그 다리 비슷한 부분을 합해 몸체 전체를 꿈틀거려서 이동한다. 덩치가 커서 굼떠보이지만 사실 일반인 정도의 주행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출몰하는 성체(추정) 기준 몸길이 4.5미터 가량, 몸통의 지름 3미터 가량, 체중은 대략 2~2.5톤 내외로 여겨진다.
전신 피부에서 강력한 부식성 체액이 흘러내리는데, 유기질에도 유독하지만(2d6 피해) 특히 광물과 금속계에 대해 강한 반응을 보인다(금속에 대해 4d8, 석재에 대해 8d10). 더군다나 매우 점도가 높아 한 번 눌어붙으면 털어내기 쉽지 않다. 대량의 물, 혹은 약산성 용액(식초 등)으로 씻어내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델버는 자신의 체액으로 용해시킨 석재와 금속을 주식으로 한다. 어떤 석재든 먹지만, 특히 콘크리트를 좋아하는 것 같다. 철근 콘크리트 내부에 섞여있는 철근까지 더해, 현대 건축물은 델버에게 있어 잘 차려진 만찬장과도 같다. 그래서 델버가 도심부에 땅굴을 파서 건축 기초를 갉아먹는 것이다.
철근 콘크리트를 먹으면 마치 고양이가 개다래나무에 취한 것과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일정량 이상 먹으면 만취한 것처럼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는데, 주로 다시 땅굴 속으로 돌어가곤 한다. 이때 뭔가 말 같은 것을 웅얼거리는 것으로 보아, 지성이 있거나 나름의 의사소통수단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나 인류와 제대로 의사소통을 한 사례는 없다.
델버는 지하에 무수한 땅굴을 뚫으며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주로 광맥과 석재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델버가 한 지역에 몰려 있는 경우 토굴은 끊임없이 연결되고 확장되는데, 자기들끼리 사용하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인지 여부는 불명. 하지만 델버가 만든 토굴을 통해 다른 종의 괴물들이 출몰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델버와, 델버 토굴을 이용하는 다른 괴물 사이에 어떤 합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델버가 앞발로 파고 체액으로 용해시킨 토굴에는 독특한 용해흔이 남는다. 체액에 의해 돌과 흙이 녹았다가 서로 달라붙은 채로 굳은 것이 3~6cm 가량 두께로 층을 이루게 되기에 델버 토굴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체액이 마른 후에는 델버 토굴을 통해 이동하는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건축학적 보강은 이루어지지 않은 말 그대로 토굴이므로, 언제든지 붕괴 위험이 있다. 도심 지하에서 수시로 델버 토굴이 뚫리고 무너지면서 지반 침하가 극심해지고 있다.
지하 탐사가 이루어지면서, 델버의 체액이나 앞발로도 뚫기 어려울듯한 튼튼한 광석도 두부처럼 파고든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도 석재를 가공하는 특수한 능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
델버 자체는 큰 덩치에 걸맞는 힘과 내구도를 지니고 있으나, 공격적이지 않다. 인간을 목격해도 무시하고, 직접 습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큰 덩치에 걸맞지 않게 조용하게 굴착하는 능력이 일품이며, 또한 시각과 청각도 굉장히 날카롭다. 암시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진동을 감지하는 예민한 감각 또한 갖추었기에 매복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굳이 위험을 느끼는 경우에도 교전하기보다는 땅을 파고들어 회피하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석재와 같은 피부질감 때문에, 눈을 감고 적당히 파고들어서 몸을 숨기면 일반적인 지반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지상에 출몰하는 시간대가 주로 암시능력과 진동감지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야간이라, 이러한 의태를 꿰뚫어보기가 더더욱 쉽지 않다.
사냥법: 장거리 무기로 집중 타격해서 쫓아내는 것만이 현실적인 대응책이다. 사냥 성공 사례는 다수 있으나, 그에 따른 피해를 감안할 만큼 가치있는 괴물은 아니다.
델버의 단단한 피부 때문에 개인화기 수준으로는 타격을 입힐 수 없다. .30구경 이상의 철갑탄 정도는 되어야 상처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내구성이 뛰어나, 기관총 수 정을 동시에 사격해 빠른 시간 내에 벌집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금세 땅을 파고 달아나버린다. 군의 보고에 따르면 40mm 유탄에 직격하고도 크게 다치지 않은 상태로 달아났다고 한다.
델버와 근접전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는데, 앞발의 힘은 굴삭기 암을 휘두르는 것에 비견할만한 강한 힘이 있고 또한 용해 체액이 묻으면 1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몸에서 튀겨대는 용해 체액을 피하기도 쉽지 않다(반사 내성 DC 22, 실패시 갑옷과 의복 용해되어 파괴). 근접 무기로 델버를 때렸다면 무기를 버릴 각오를 해야 한다(공격할 때마다 반사 내성 DC 22).
강하게 대응해서 조기에 퇴치한다면, 같은 개체가 다시 그 지역으로 되돌아오는 일은 드물다. 지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또다른 성질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느 델버가 떠나더라도 다른 델버가 다시 그 구역으로 들어오는 일은 빈번하므로, 초음파 기기와 진동 감지 기기를 통한 끊임없는 방비와 즉각적인 대처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참고 사진(클릭)
크기/타입: 거대(Huge) 괴이계(Aberration)
HD: 15d8+78 (평균 145 hp)
우선권: +5
이동속도: 30 ft. (6칸), 땅파기(burrow) 10 ft.
AC: 24 (-2 크기, +1 민첩, +15 선천적 장갑), 접촉 9, 불시상태 23
기본 공격 보너스/그래플: +11/+27
공격: 후려치기(Slam) +17 근접 (1d6+8 더하기 2d6 산성 피해)
전력공격: 후려치기(Slam) 2회 +17 근접 (1d6+8 더하기 2d6 산성 피해)
체격/공격범위: 15 ft./10 ft.
특수공격: 부식성 체액
특수능력: 암흑시각 60 ft., 산성 면역, 석재 가공(stone shape), 진동감지(tremorsense) 60 ft.
내성: 체질 +12, 반사 +6, 의지 +11
능력치: 힘 27, 민첩 13, 건강 21, 지능 14, 지혜 14, 매력 12
기술: 지식 (던전공학) +14, 지식 (자연학) +4, 청각 +20, 은밀행동 +17, 시각 +20, 생존술 +14 (지하에서는 +16)
재주: 경계심(Alertness), 맹인 전투술(Blind-Fight), 대단한 인내력(Great Fortitude), 개선된 우선권(Improved Initiative), 강격(Power Attack), 끈질김(Toughness)
출현환경: 지하
조직: 단독
도전지수: 9
보물: 없음
가치관: 대개 중립
발전: 16-30 HD (거대); 31-45 HD (초대형)
레벨 보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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